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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어려움
다른 언어로 쓰여진 글을 읽으려면 그 나라 언어를 할 줄 알면 된다. 하지만 세상에는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언어가 존재하고 그 언어들을 한 개인이 다 익히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그 언어를 번역해주는 사람, 즉 번역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해당 언어를 아는 것만으로 번역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외국 문물을 ‘적절하게’ 옮기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번역을 아무리 잘한다 해도, 일한 한 언어가 다른 언어로 옮겨지는 순간 원래의 의미는 어떻게든 손실될 수밖에 없다. 번역된 문장은 결국 번역가 자신이 쓴 문장이므로, 번역가 고유의 생각, 가치관, 판단, 개성이 개입되게 마련이다. 더 나아가 한국어로 번역된 문장이라면 한국어라는 언어가 비롯된 한국적 토양, 사회, 문화, 사고방식이 담길 수밖에 없다.” [p. 7]
뿐만 아니다. 거의 잊혀진 단어나 기존에 없던 단어를 번역할 때에도 어떻게 번역하는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폭풍의 언덕>에서 캐서린의 딸은 풀밭에서 린턴과 대화를 나누다 심심해지자 월귤(越橘)을 따 모아서 유모에게 나눠주면 손장난을 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신사 숙녀들은 말린 월귤에 사탕수수 엿물로 단맛을 낸 후식을 즐기고, <초원의 집>에서는 월귤로 파이를 굽거나 거위 구이에 발라 먹을 젤리를 만들고, (<호호 아줌마가 작아졌어요>에서) ‘호호 아줌마’는 남편이 팬케이크 발라 먹을 잼을 만들려고 숲에서 월귤을 따서 양동이에 담는다.” [pp. 252~253]
월귤(Lingonberry)
출처: <생강빵과 진저브레드>, p. 250
여기서 월귤은 ‘링곤베리(lingonberry)’의 번역어지만, 거의 잊혀진 단어이기 때문에 저자처럼 “월귤이라는 이름에 ‘귤’이 들어가므로 귤과 비슷한 과일이라고 상상”[p. 253]하기 쉽다. 게다가 “블루베리 (blueberry)나 크랜베리(cranberry)같은 열매들은 아예 이렇다 할 번역어가 따로 없어서 혼란이 더욱 가중된다. 영한사전 편찬자들은 블루베리나 크랜베리의 한국어 뜻풀이를 ‘월귤의 일종’이라든지 ‘월귤의 사촌’이라고 기재하고, 그걸 본 번역가들이 책에다 블루베리나 크랜베리를 ‘월귤’이라고 뭉뚱그려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한국어 번역서에 월귤이 나오면 그게 원문에서 링곤베리인지, 블루베리인지, 크랜베리인지 알 수가 없다.” [p. 255]
하나 더 언급하자면,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생강빵’과 ‘진저브레드’는 같은 종류의 음식을 가리키는 단어지만 두 단어가 주는 어감 혹은 분위기는 서로 다른 음식인 것처럼 이질적이다. 그래서 저자도 “‘라즈베리 코디얼’을 마시는 소녀와 ‘산딸기 주스’를 마시는 소녀는 외모도, 성격도, 말투도 다를 것만 같다. 그러므로 진저브레드, 블루베리, 라즈베리 코디얼이 나오는 책을 읽은 독자의 경험과, 생강빵, 월귤, 산딸기 주스가 나오는 책을 읽은 독자의 경험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훌륭한 책은 번역판이 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이롭다는 말이 있다. 다양한 번역이 나올수록 그만큼 다양한 의미가 생겨나고, 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경험의 폭도 넓어지기 때문” [p. 6]이라고 말한 것이 아닐까?
문학 작품 속 음식들
‘소설과 음식 그리고 번역 이야기’라는 소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이 책은 온전히 번역에 대한 이야기 혹은 번역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소설에 등장한 음식들에 대한 에세이에 가깝다. 이는 이 책이 전채(前菜, appetizer)에 해당하는 제1부 ‘빵과 수프’, 본 요리에 해당하는 제2부 ‘주요리’, 후식(後食), dessert)에 해당하는 제3부 ‘디저트와 그 밖의 음식들’로 구성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음식 이름을 제목으로 한 각 챕터는 해당 음식이 등장하는 소설의 한 장면과 해당 음식에 대한 아기자기한 삽화로 시작한다. 예를 들면 ‘햄과 그레이비(Ham with Gravy)’의 경우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등장하는 다음 문장으로 시작한다. “어멈의 커다랗고 검은 두 손에 들린 쟁반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음식들이 담겨 있었다. 버터 바른 참마 두덩이, 수북이 쌓인 메밀 팬케이크 위로 뚝뚝 흘러내리는 시럽, 그레이비에 둥둥 떠 있는 커다란 햄 한 조각. 어멈이 가져온 무거운 음식상을 보자 스칼렛의 얼굴에 떠올랐던 가벼운 짜증은 고집스러운 독기로 바뀌었다.” [p. 104]
그리고 각 챕터 끝에는 최연호 파티시에의 감수를 받아 음식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정보를 덧붙였다.
꿀벌빵(Bienenstich)
출처: <생강빵과 진저브레드>, pp. 296~297
덕분에 이 책은 분명히 번역가의 에세이임에도 불구하고, 번역의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번역가의 삶 등은 거의 언급하지 않고 소설에 언급된 요리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일종의 ‘문학 작품 속 요리 사전’의 분위기를 짙게 풍긴다. 그런 의미에서 평소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낯선 요리에 궁금증이 있는 이에게는 안성맞춤인 책인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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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귤이 뭔지 궁금했는데 보통은 링곤베리같은 베리류이고 제가 궁금했던 책에서는 블루베리였군요. 예전에 읽을 때는 금귤같은 건가, 새콤한 맛이 날까 상상하면서 읽었던 거 같습니다. 빨간머리 앤에 나왔던 건 라즈베리 코디얼이었군요. 제 상상과 달라서 예전에 읽었던 책의 이미지를 수정해야 할 듯 합니다. 클라레 와인도 맨날 나오던데... 요즘에는 그래도 접하려면 접할 수 있는데 예전에는 원문으로 수록해도 잘 와닿지 않았을 것 같네요. 번역자분들의 고충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좀 더 음식 해설이 길고 자세했으면 (이왕이면 사진이나 그림으로) 좋았겠지만 재미있게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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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다량의 번역서를 읽어왔고 현재는 번역가로 일하는 저자가 쓴, 독자의 입장으로, 또는 번역자의 입장으로 만난, 여러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 음식들의 이름에 대한 이야기예요. 사실은 우리도 알만한 것이지만 낯선 이름으로 인해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는 음식들, 알듯한 이름이 붙어있지만 사실은 이름과 동떨어진 형태의 음식들, 이름도 낯설고 형태도 낯선 음식들, 같은 음식에 붙어 있는 여러 다른 이름들 등, 다양한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하는데요, 번역서를 통해 만날 수 있는 다른 여러 나라들의 음식과 그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도, 더욱 명확한 의미 전달을 위한 번역자로서의 고뇌도, 상당히 즐겁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였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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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문학작품에 대하여 쓰여진 글들을 좋아한다. 문학작품에 대한 타인의 관점에서 해석해 놓은 부분은, 이미 읽은 책이지만 다시 읽고 싶게하고, 또 이질적인 문화나 역사적 배경 때문에 그저 어림 짐작으로 넘어갔던 것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상기해보는 것도 좋다. 그래서, 박웅현의 글들이 좋았고,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니나 쌍코비치였나, 여하튼 책에 대한 글들을 자주 접하곤 한다. 이 책도 그런 면에서 좋았다. 어릴적 문고판으로 읽었던 동화며, 이제는 내용도 가물가물한 소설들을 다시 한 번 느껴보면서 "그래...그때는 이런 책을 읽었었지" 하며...나는 잠깐 행복했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니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니까, 내가 기대했던 것은 문학작품속에 나와있는 음식들 혹은 그 즈음의 분위기였는데, 이 책은 문학 작품의 짧은 줄거리와 작가의 견해 정도만 나와있고, 음식에 대한 궁금증은 이 책을 읽고나서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더 증폭되게 된다. 즉, 자기도 명확히 모르는 음식에 대해서 "아마 A이거나 B거나 C라고 생각된다"는 식으로 대충 정리하면서 끝난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 흔한 사진 한 컷 삽입이 되어 있지 않고, 대충 그림으로 그려져 있으니, 도무지 어떻게 생겨먹은 음식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구글링을 해서 해당 음식의 이미지를 찾아보고, 해당 지역의 구글로 접속해서 그 음식이 뭔지 이미지를 확인하거나, 네이버의 음식에 환장한 애들이 꼴값치느라고 올려놓은 블로그까지 확인하면서 뭐가 뭔지 확인하는...아주 귀찮은 짓을 하게 되었다. 거기에다 번역 이야기, 어쩌구 써놓으면서 실로 본인이 번역한 책은 거의 없는 듯한데, 번역이 어쩌구 저쩌구 적어놓은 것을 보니 좀 웃겼다. 정리하면, 책 이야기도 하고 싶고, 음식 이야기도 하고 싶고, 번역 이야기도 하고 싶은데...뭐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는 셈이 된 것. 내가 부지런해서, 악착같이 음식들을 찾아봤으니 다행이지. 소시적에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으면서 그때는 먹어본 적이 없었던 아스파라거스나 쁘띠 마들렌을 찾아보고, 먹어보고, 만들어보기도 했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 책을 읽기보다는 문학 작품을 읽고, 등장하는 음식을 메모해두었다가 구글을 통해 찾아보는게 더 유익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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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7. 03 전자책으로 재구매) 책에 나오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와 번역에 대한 이야기가 섞여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잘못 번역한 부분도 있지만, 번역가가 고심한 흔적들을 보여줘서 좋았다. 그리고 원래의 책에서는 어떤 게 나오는지도 조금씩 설명해줘서 좋았다. 읽은 책들도 많이 나오지만, 처음 보는 책들도 여러 개 나와서 한 번 읽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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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8. 19 구매) 다양한 작품에서 나온 음식과 그 음식 번역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여러 음식에 대한 정보와 그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익숙한 작품도 많았지만 처음 본 작품도 꽤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작은 아씨들이나 하이디 같은 경우에는 익숙한 작품이어서 재밌게 읽었고, 설화나 추리 소설에 나오는 음식에 대한 내용도 있어서 흥미로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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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빵의 정체는 불가사의하다." 란 문장을 읽자마자 슬쩍 웃음이 났습니다. 어린시절 작가님이 롤빵의 정체를 롤케이크로 상상했던 것도 제가 어릴 때 했던 생각과 똑같아서 정말 공감 됐어요. 성인이 되어 빵을 직접 배우면서도 제빵시험에도 나오는 버터롤 말곤 딱히 롤빵이라고 부를만한 빵들이 안 보여서 왜 소설에만 롤빵이란 개념이 나오는건지 궁금했는데 일본어 번역의 잔재라니 이제야 모든 의문이 해소되었네요. 저 역시 "1990년대 수도권의 아파트와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자란 여자아이" 였습니다. 소심하고 운동신경이 없었던지라 자연스럽게 독서 취미가 생겼지요. 각 지역이나 가정마다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이제 막 버터크림 케이크에서 생크림 케이크로 유행이 넘어간 그 시점에 외국 동화책에 나오는 다양한 먹거리는 대부분 접하기 힘든 것들이었습니다. <꼬마 흡혈귀 시리즈>를 보며 마멀레이드는 어떤 맛일지 궁금해했던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조금 더 자라선 자우림의 노래 제목으로 또 만나 환상을 키웠지요. 그런데 시간이 흘러 진짜를 먹어보고 난 뒤엔 좀 환상이 사라졌습니다. 분명 나쁜 맛은 아니었지만 오랜 세월 키워온 기대감엔 못 미치는 맛이었달까요. 이제 어지간한 건 다 구하고 먹어볼 수 있지만 아직도 전 진저브레드 보단 메리포핀스가 사서 하늘에 붙이던 별 종이의 생강빵이 더 익숙한 느낌이 들어요. 어쩌면 '어떻게 생강이 들어간 빵을 먹고 싶어할 수가 있지?' 하고 뱅크스가 아이들의 입맛에 의문을 품던 편식대장 시절 어린 제가 그리운 걸지도 모르겠네요. 귀여운 책 외관과 아기자기한 일러스트, 그리고 추억 속 동화세계에 나온 음식들의 상세한 설명까지 이 책의 모든 요소들이 다 사랑스럽습니다. 받자마자 금방 읽어버렸는데 앞으로 생각나면 두고두고 꺼내볼 것 같아요. 어린시절 가졌던 작은 궁금증들이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다정한 메아리로 돌아온 것 같아서 왠지 좀 두근거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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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께서 어렸을 때부터 책을 즐겨 읽으신 영미문학 번역가이셨기 때문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책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참신하고 특별한 책이다. 문학작품 속 낯선 음식의 정체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즐거운데 그게 한국어로 번역되는 과정, 번역가들의 사정, 단어의 뉘앙스 차이 등 번역에 관한 이야기와 그 음식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먹을 수밖에 없었던 당시 시대상, 등장인물들의 사연을 함께 말해주시니 소재가 된 책들과 인물들을 이러한 정보 없이 읽을 때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몰랐던 정보를 알게되는 기쁨은 정말 크다! 이 책에 나오는 책들은 34권인데 이 중 내가 읽은 책은 6권밖에 되지 않았고 대부분은 읽지는 않았지만 내용은 아는 정도였다. 심지어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책들도 있었다. 내 독서량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조금 마음 아팠다. 여기 나온 책들 중 안 읽은 책을 읽어보고, 그 다음 다시 이 책을 읽으면 느낌이 또 새로울 것 같다. 두고두고 읽을 책이 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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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어렸을 때 읽은 번역서들에 나오는 음식에 관한 단상과, 번역 상의 고뇌(?) 비슷한 것을 아주 재미있게 풀어주셨네요. 매 챕터마다 나오는 삽화도 이 책의 동화 같은 이미지와 잘 어울렸어요. 전자책이 아닌 종이책이었다면 더 잘 어울렸을 것 같아요. 작가님이 궁금해하셨던 부분이 정말 제가 어릴 때 너무 알고 싶었던 부분과 많이 겹쳐서, 다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봤구나 싶어 재미있었습니다. 저도 특히나 디즈니 그림책으로 봤던 '단추 수프'가 너무 궁금해서 꼭 먹어보고 싶었어요. 말괄량이 쌍둥이 시리즈에 나왔던 정어리 샌드위치도 진짜 궁금했었는데, 돼지고기 파이 파트에서 정어리 얘기가 나와서 반가웠어요! 사실 돼지고기 파이보다 정어리 얘기가 더 궁금했는데 ㅎㅎ 기회가 된다면 종이책으로 소장하고 싶은 책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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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빵과 진저브레드라는 책의 이름처럼 소설 속 다양한 음식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번역을 통해서만 만나볼 수 있는 음식 이름에 관한 이야기인데 번역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음식의 이미지가 신기했고 또 크게 생각해보지 않은 음식들에 관한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원서를 읽지 못해서 궁금했었던 부분을 이책을 통해 알게된 점도 있었고 그래서 흥미롭게 볼 수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