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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을 기념하며……
"5.18을 기념하며……" 내용보기
나는 그 때의 오월, 광주에 있었다, 그곳에서 살았다. 이 책의 원작자가 양림동에 살았던 것처럼 나도 양림동에 살았고, 수피아 여고, 호남신학대학, 양림교회, 기독병원 등은 나에게는 추억으로 아련한 나의 옛동네 이름이다. 큰언니가 수피아 여고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한참 뒤의 일이기는 하지만 언니는 주님의 소명을 받고 호남신학대학에서 신학을 했다. 양림교회는 두 곳이 있
"5.18을 기념하며……" 내용보기
나는 그 때의 오월, 광주에 있었다, 그곳에서 살았다. 이 책의 원작자가 양림동에 살았던 것처럼 나도 양림동에 살았고, 수피아 여고, 호남신학대학, 양림교회, 기독병원 등은 나에게는 추억으로 아련한 나의 옛동네 이름이다.

큰언니가 수피아 여고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한참 뒤의 일이기는 하지만 언니는 주님의 소명을 받고 호남신학대학에서 신학을 했다. 양림교회는 두 곳이 있었는데, 하나는 기독교 장로교의 양림교회, 또 하나는 예수교 장로교의 양림교회가 있었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후자의 교회를 다녔다. 그 때부터 아마도 주일은 교회를 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던 듯하다. 큰언니는 우리집에서 맨 처음으로 예수를 영접하여 모든 가족이 예수를 믿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여튼 나에게 이렇게나 익숙하디 익숙한 이름들인데, 그 이름들이 역사의 현장에서 펄럭이는 것을 느낀다는 게,,생경하기만 하다. 내가 마치 아주 오랜 옛날의 인물이나 된 듯이 말이다.

그저 익숙한 일상이 있었던 곳이었는데, 그저 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함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런 곳이었는데, 어쩌다 하루 아침에 참사의 현장이 되고, 잊어서는 안되는 역사의 현장이 되었는가....

나는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갑자기 학교를 갈 수 없게 되었고, 한 달 동안 휴교를 했었던 것 같다. 곳곳에 공수부대가 있었고, 그들이 무서워서 집 밖을 나가기가 무서워서 쌓여가는 쓰레기도 버리지 못했다.
매일 골목의 아줌마들은 여기를 갔네, 저기를 갔네, 어디 어디 시체가 널부러져 있더라, 등등의 소식을 서로 교환했고 함께 그 현장을 가보기도 했다.
동네 아줌마들이 치약이며 생필품을 모으고, 주먹밥과 김밥을 모아서 시민군을 도왔다는 것은 나보다 한 살 많은 언니의 기억이다.

집 근처에 야트막한 동산이 있었는데, 어느 날, 막내오빠와 같이 그곳에 올라가 MBC 문화방송국이 불에 타는 걸 구경한 것도 같다. 간간히 들여오는 총소리로 밤이면 이불 속에 온 몸을 들여놓고 귀를 막았던 기억도 있다. 이런 날들이 10일 동안 지속되었는지 그 때는 몰랐다.

그 때의 제니가 경험했던 공포와 두려움, 암울함 등은 고스란히 나의 것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신앙의 이름으로 끝까지 현장을 지켰던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이웃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슬픔의 잿더미는 결국 희망에게 길을 내주었고, 마침내 역사의 새로운 장이 열렸습니다. 저울을 기울어지다가도 균형을 잡기 마련입니다. 역사를 빚는 사람들은 책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과는 다릅니다. 그들은 바로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입니다"(149p, 제니퍼 헌틀리)

적어도 기억은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z******h 2021.09.1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