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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종이라는 시인은 몰라도 그의 시는 들어보았을 것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라고 「방문객」에서 그는 말하였다. 시 한 줄에 꽂혀 그의 시를 찾아 읽었던 듯하다. 그의 한정판 시선집 『섬』이 시인의 그림이 있는 시선집이라면 『비스듬히』는 시인의 사물이 있는 시선집으로 꾸며졌다. 시인의 손 글씨, 시인의 그림이 좋아 『섬』이 좋았다. 이번엔 시인이 가지고 있는 사물을 중심으로 하여 그의 시에 가깝게 했다.
1889년 니체가 『ecce homo』를 집필한 원고지를 사용해 시를 썼으며 그의 육필을 고스란히 수록했다. 시인이 읽었던 책들,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물품들을 사진으로 옮겨 그가 어떤 것을 보고 좋아하는지 알 수 있게 했다.
詩를 썼으면 그걸 그냥 땅에 묻어두거나 하늘에 묻어둘 일이거늘 부랴부랴 발표라고 하고 있으니 불쌍하도다 나여 숨어도 가난한 옷자락 보이도다 (25페이지, 「불쌍하도다」 전문)
시인이 가진 마음들이 고스란히 보인다.
시인이 시간 여행을 즐기는 아주 오래된 시계 하며, 이집트의 조각, 손때 묻은 니체의 책들. 로르카와 릴케의 책들을 사진 속에 담았다.
생명은 그래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
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 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 우리 또한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지요.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 (123페이지, 「비스듬히」 전문)
누군가가 내어준 비스듬한 어깨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 우리. 우리 또한 누군가가 기댈 수 있게 비스듬히 받치고 있지 않은지. 서로 그렇게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사물은 그 사람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책상 위에 놓인 책들, 물건들. 그 하나하나가 그 사람을 이루는 사물이다. 사물과 함께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우리. 다시, 시인의 시를 읽는다.
책의 뒤편에 실린 번역작가 김화영의 발문은 한 편의 에세이다. 여기 내 옆에 늘 한 그루 서늘하고 신기한 나무가 그냥 그렇게 바람을 받고 있어서, 나는 한결같이 그 나무 그늘 밑을 지나다니고 쳐다보고 쓰다듬어보고 심호흡을 해보는 기분이기 때문이다. (155페이지, 김화영의 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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