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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하르트 슈트라우스 : 돈키호테 Op.35,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 Op.28 알반 게르하르트(첼로), 로렌스 파워(비올라), 쾰른 규르체니히 오케스트라, 마르쿠스 슈텐츠(지휘) (Hyperion, 2013 / Hyperion CDA67960)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1889년 ‘돈 후안’을 시작으로 1898년 ‘영웅의 생애’에 이르는 기간 동안 ‘음악과 문학’의 관계에 대한 그의 고민을 주로 ‘교향시’로 표현하고 있었다. 본 음반에 수록된 ‘돈키호테’와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을 대하는 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는 곡에 담긴 ‘문학과 음악의 조응(照應)’이라는 작곡가의 의도를 적확하게 구현하고 있다. ‘돈키호테’에서는 무모하고 저돌적인 돈키호테의 면모(독주자) 보다는 전체적인 시야 속에서 원전(原典)의 행간을 충분히 채워주는 생동감 넘치는 장면 묘사, 독주자(첼로, 비올라)와 악단의 조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의 이러한 해석은 하나의 ‘이야기’를 전개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시종일관 지속되는 상기된 분위기는 박진감 있는 묘사에 힘을 더한다. 돈키호테와 산초의 테마가 이야기 하듯 이어지는 서주는 3변주(기사와 종자의 대화)의 비올라와 첼로의 ‘대등한’ 대화를 예감케 한다. 악단과 협연자 어느 한쪽에도 비중이 치우치지 않는 연주(특히, 서주와 3변주)는 협주곡을 감상하는 듯하다. 돈키호테의 어딘가 뒤뚱거리지만, 진지하기만 한 마음가짐(기백)이 느껴지는 4변주(풍차들과의 모험) 도입부의 첼로 독주는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는 주인공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대로 보여준다. (사람마다) 마음 한구석에 숨어있는 철없던 이전 어느 순간을 들춰내는 것 같아 쓴 웃음 짓게 되기도 한다. 5변주(밤을 지새우며 무기를 지키는 돈키호테)와 피날레(돈키호테의 희생과 죽음)에서는 돈키호테의 고투(孤鬪)를 묘사하는 우수어린 첼로의 독백이 인상적이다. “모든 것으로부터 / 그를 갈라놓는 / 어둠을 모르는 자/ 정녕 누구도 현명치 않다”는 헤세의 말이 머릿속을 스친다. 훗날 ‘영웅의 생애’에 투영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자신의 삶에 대한 고투(孤鬪)를 떠올릴 만하다.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에서도 생동감 넘치는 묘사는 이어진다. 틸 오일렌슈피겔의 장난기, 사제 등 작품 내 캐릭터들을 다채롭게 묘사하는 악단의 자신감과 재기는 후반부(11분 24초 부분) ‘틸’이 체포되기 직전에 절정을 이룬다. 치밀하게 밀고 당기는 흐름 속에서는 어느 하나 뒤쳐짐도 느낄 수 없다. 흑백 필름과 같은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연주되는 마지막 부분 ‘장난꾸러기’ 주제에서는 이솝 우화와 같은 맛깔스런 여운을 남긴다. 어느 순간 협연자 없이 악단 주자만으로 음반 전체를 녹음했어도 무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를 정도의 멋진 연주가 담긴 음반이다. 윤기가 넘쳐흐르지는 않지만, 그 자체로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부족함은 느낄 수 없다. <My point of view> ★★★★★(5/5) 2013. 12. 31 草·畢 碩毅 SD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