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음에서 출간된 카렐 차페크의 소설 R.U.R을 읽고 나서 쓰는 리뷰입니다. 소설가의 상상력은 대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습니다. 책의 제목은 Rossum’s Universal Robots의 약자인데 이 소설에서 로봇이라는 인조인간이 처음 등장했다고 해요. 줄거리를 대충 알고 봤는데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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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R./ 카렐 차페크/유선비/이음/2020 1920년. 도대체 그 시대에 나온 책이라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만큼 멋집니다. 로봇이라는 단어를 지금 만들어 낸 사람으로 ROBOTA라는 체코어에서 나왔다고 하네요. 로보타는 명령이나 강제에 의한 노동을 의미하며 형인 요제프의 아이디어에 착안했다고 합니다. 희곡의 기본 설정은 아버지 로줌 시니어 박사는 정교하고 완벽하게 설계하여 인간과 같은 로봇을 만들려 했지만 아들 로줌 주니어는 그를 가두어 홀로 죽게 만들고 자신은 로봇을 일만 하는 기계로 단순화 시켜 공장 대량 생산을 현실화하여 로줌 유니버설 로봇 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는 것. 이후 이 회사의 대표가 된 해리 도민을 비롯 기술이사 파브리, 생리학 실험부장 갈, 로봇심리 연구소장 할레마예르, 재무 이사 부스만, 건축가 알퀴스트 그리고 도빈의 부인이 되는 헬레나 등의 사람들과 로봇들이 등장인물로 나옵니다. 도민은 인간이 노동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게 되길 바라는 취지에서 로줌 주니어가 무감무취의 노동용 로봇을 만들었다고 하며 로봇들을 다루는데 비인간적이지만 인간과 너무나 닮은 로봇이 학대받는다고 생각한 헬레나는 로봇들이 제대로된 취급을 받아야 한다면서 로봇을 선동하려는 생각을 하죠. 헬레나는 도빈과 결혼하고 10년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갈 박사에게 인간과 같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는 로봇을 만들 것을 부탁합니다. 더구나 헬레나는 아이를 가지고 싶지만 로봇 세상이 된 이후 아이가 태어나지 않게 되었기에 그런 존재에 대한 갈망이 있었는지도. 갈 박사는 헬레나의 의견도 있고 자신의 생각도 있었기에 그러한 로봇을 만들게 됩니다. 그러나 스스로의 생각과 감정을 가진데다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로봇들이 양산되자 로봇 중에서 우두머리 로봇 라디우스가 반란을 일으키고 아이를 낳지 않고 줄어들어가던 인간들은 모두 죽게 되죠. 연구자들은 자신들이 사는 조건으로 로봇에게 항복하고 설계도를 넘겨줘서 스스로 주권을 갖고 제작할 수 있게 하려고 했지만 헬레나가 이미 설계도를 태워버렸고 재정 담당 부스만이 돈을 주고 목숨을 거래하러 갔다가 그마저도 사고로 죽게 됩니다. 결국 모든 인간들이 죽게 되고 홀로 남은 알퀴스트는 수명이 정해진 로봇들을 수리하여 계속 살아있게 만들거나 혹은 재생산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로봇들의 부탁(인지 명령인지)에 따라 어떻게든 해 보려 하지만 다 실패합니다. 생명의 비밀을 알아내려면 인간이 필요한데 인간이 모두 사라져버렸으니. 결국 차선책으로 로봇들을 해부해서 생명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로봇 다몬을 잘라서 연구하려 했지만 해부당하던 그는 달아나고 여성 로봇 헬레나를 연구 대상으로 삼으려 하자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로봇 헬레나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 로봇 프리무스가 서로 차라리 자신을 해부하라고 설득하는 일이었죠. 알퀴스트는 그들에게 도망가라고 이야기하죠. 알퀴스트는 마치 생명을 빚은지 엿새만에 생명을 탄생시킨 창조주처럼 이들의 앞날을 축복하고 열린 결말로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서막에 이은 3막으로 구성된 연극 대본이며 매우 현대적이고 멋진 글입니다. 테마 일부는 아마도 아시모프의 아이, 로봇에 그대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을 정도. SF 장르이긴 하지만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글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나오는 로봇의 모습은 당시 사실상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무표정한 노동자들의 모습과 겹칩니다. 로봇이 자의식이 아닌 그렇게 하도록 허용하는 조직과 제도에 따라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전쟁 상황의 군인들의 모습과 겹치지요. 헬레나의 도덕 의식에 끌리긴 하지만, 가정용 로봇이 더더 현실화 되어가는 시점에서는 역시 더 편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100년 전 사람의 신기방기한 생각에 편승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포에버 S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