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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쓰고 싶어 닥치는대로 작법서를 구매해 보며 매력적인 이야기와 소재, 캐릭터 만들기, 세계관 등에 대해 배웠다면 「네 번째 원고」에서는 글의 '구조'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단순히 서술과 대사로 늘여놓는 것이 아니라 '다음장을 넘기고 싶도록' 사건을 배치하고 구성한다는게 굉장히 매력적이었고, 지금까지 제가 읽었던 수많은 작품들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일반적이지는 않겠지만 구조를 먼저 정하고 이야기를 넣을 수 있다는 것도 배웠고, 왜 제가 추리소설을 쓰지 못하는지도 배웠습니다. 글을 보는, 쓰는 시야가 훨씬 넓어진 기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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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다는 마음도 물론 있었겠지만 그보다 ‘꼭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존 맥피의 ‘네 번째 원고’를 펼쳤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총 다섯 권 분량의 고전 읽기와 겹치는 기간에 만났기에 집중해서 단번에 끝내지 못하고, 감동하다 닫아두다를 여러 번 반복하며 ‘필 재독!’의 목록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왜 ‘네 번째 원고’일까 궁금함을 안고, 앞과 뒤 면지의 애정 가득한 찬사에 분위기 고조되면서 ‘창의적 논픽션의 선구자’를 조금씩 알아간다. 1975년부터 프린스턴 대학에서 해오던 그의 글쓰기 강의 교실의 분위기를 때로 상상하면서.
글쓰기 명언집이라고 할 만한 날카로운 비법들이 우수수 쏟아지니 나의 광주리를 최대한 넓게 펴서 받아내야 한다. “그래, 그러면 도입부란 무엇인가?(104쪽)“,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감없이 밝힌다. 약간 싸구려와 심한 싸구려 사이에 걸쳐 있는 블라인드 도입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1000개의 디테일이 모여 하나의 인상이 된다.(113쪽)“, ”흥미를 끄는 것은 포함시키고 흥미를 끌지 않는 것은 배제한다.(114쪽)“ ’편집자들과 발행인‘, ’인터뷰를 끌어내는 법‘에서는 여러 에피소드를 즐겁게 따라갈 수 있지만 관계, 신뢰, 완벽을 향한 정직한 수고, 글쓰기의 철학, 태도 등을 생각하게 된다. ’체크포인트‘의 팩트체커들에게는 경의를 표할 뿐이다.
책 속에서> 기본적으로 작가에게는 한 가지 기준만이 있을 뿐이다. 내 흥미를 끄는 건 넣고, 내 흥미를 끌지 않는 건 안 넣는다는 것. 비록 투박한 평가 방식이지만 이것이 여러부닝 가진 전부다. 시장 조사는 잊어라. 무슨 글을 쓸지에 대해 절대 시장 조사를 하지 마라. 가는 길에 도사린 온갖 중단, 재출발, 망설임, 기타 장애물을 뚫고 나갈 수 있을 만큼 흥미를 가진 주제에 대해 써라. (2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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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mate3416 <책방 하고싶은 면서기>
“글쓰기 학원에 다녀야할까 봐요.” 옆자리 직원이 배송 받은 책을 들추며 말했다. 나이 쉰을 바라보는 그녀의 손에 글쓰기 책이 들려있었다. “쓸 때마다 어렵네요.” 종종 그 한 줄의 말이 떠오른다.
공무원은 어떤 글을 쓸까? 지방행정직인 나의 경우 사업계획서, 결과 보고서, 공고문, 입법예고문, 보도자료, 홍보문, 협조 요청서, 민원 답변서, 행사 시나리오, 시장님 인사말씀, 회의자료 등속의 글을 쓴다. 몇 줄 간단한 메모보고를 할 때도 있고 한 권의 성과집을 엮기도 한다. 아침에 출근해 다양한 종류의 글을 각각에 맞는 분량과 방식으로 쓰다보면 저녁이 되어있다. 퇴근하자, 고되다.
공무원이 되어 난감했던 (많은) 것들 중 하나가 ‘공무원의 글’이었다. 그 낯선 느낌을 여전히 기억한다. 권위적(왜 이렇게 무게 잡아?), 구식 어휘와 문장(이게 대체 언제 적 쓰던 말이래?), 딱딱함(로봇이 쓰셨나?), 그리고 가장 중요한, ‘그래서, 대체 뭐라는 거야?’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민 생활의 전반을 준비, 조력, 피드백한다는 행정의 목적과 기능이 무색할 정도로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 불편했다.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생각했지만 새내기 공무원에게 이의제기나 솔선혁신, 소신행정, 파격제안은 그 글들보다 더 비현실적인 것이었다. 다행히 법조문을 비롯한 공공언어를 쉽고 간결하게 바꾸자는 인식이 확산, 공유되어 공무원의 글들도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꼿꼿한 문장들이 저 멀리서 버티고 있는 것 같겠지만, 실생활에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용어나 어려운 한자어를 현실화하고 권위적이었던 문체에서 힘을 빼고 있는 중이다. 국민들이, 특히 좀 더 쉬운 행정이 필요한 이들이 요람에서도 무덤에서도 편리하고 안전할 수 있도록 공공언어가 든든히 동행할 수 있다면 좋겠다. 조금 더디지만 목적지를 옳게 정했고 걸음을 떼었으니 좋은 일이다.
『네 번째 원고』는 그저 ‘픽션이 아닌(non-fiction) 것’으로 분류되던 글에 ‘논픽션’이라는 확실한 장르를 부여한 존 맥피의 글쓰기 책이다. 그를 몰라도 상관 없다. 나 역시 존 맥피라는 사람과 그가 쓴 글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열어 그의 문장을 몇 줄 읽기 시작하면 나처럼 그의 이력―인물, 자연, 과학 등 광대한 범위의 책 30여 권 출간, 퓰리처상 수상, 오랜 기간 <타임>과 <뉴요커>라는 엄정한 기준에 만족스러운 글 기고, 프린스턴 대학 강의를 통해 글 잘 쓰는 작가 다수 배출 등―을 존경하고 싶어질지도 모르니 글쓰기 책에 도도하고 싶은 독자라면 다른 책을 고르시는 게 나을 듯하다. 거장의 고백을 듣는 기분이었다. 반세기라는 긴 시간, 좋은 글을 쓰고 가르쳐온 그는 젠체하지 않았다. 진지하게 이어온 고민과 경험을 일러주었다. 소중히 들었다.
그럼 존 맥피, 그가 내게 무엇을 이야기해 주었는지 살짝 보여드리겠다. 연쇄, 구조, 편집자들과 발행인, 인터뷰를 끌어내는 법, 참조 틀, 체크포인트, 네 번째 원고, 생략. 글 잘 쓰고 싶어 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탐낼법한 아이템들이다.
- 논픽션의 설득력 있는 구조는 픽션의 스토리라인과 유사하게 독자를 끌어들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 한 편의 글은 어딘가에서 출발하여, 어딘가로 가서, 도달한 그 자리에 앉아야 한다. 어떻게 이 일을 할까? - 그럴 땐 모든 걸 중단하라. - 모든 도입부는 견실해야 한다. 뒤에 나오지 않는 내용을 약속해서는 안 된다. - 나는 네모 안의 단어들을 대체할 다른 말을 찾아 헤맨다. - 그 자리에서 꺼져라.
독서를 마쳤을 때, 그린과 베이지로 채색된 양장책의 단정했던 맵시가 울퉁불퉁해져 있었다. 귀퉁이를 접어두어야 할 면이 많았다. 할 수 있다면 대가가 슬쩍슬쩍 던져놓은 유머까지 모두 외워두고 싶은 심정이다.
글쓰기의 어려움이 비단 공무원의 글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양한 자리의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 앞에 놓인 ‘쓰여야 하는 글’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막막함이나 애매함이라는 고충의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 블로그에 올려놓는 미숙한 독서후담 한 편도 나로서는 고민과 수고를 들인 결과이다. 첫 문장은 물론이거니와 하고 싶은 말이 무언지, 아니, 굳이 쓰려고 하는 이유가 무언지를 정리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그래도 글은 쓰고 싶고, 그것도 좋은 글을 쓰고 싶으니, 어쩔거나 이 일을.
글을 쓰고는 싶은데 어딘가 좀 곤란하시다면 읽어보시기를 권하겠다. 나는 이제 내게 더 흡족한 독서후담을 쓰고 싶을 때, 시민들에게 더 쉽고 확실한 공무원의 글을 건네야할 때, 그런데 어쩐지 좀 난감할 때, 그럴 때마다 이 책을 꺼내보려고 한다.
덧붙임 1) 전입신고, 인감증명서 발급, 각종 허가나 사업 신청, 공고문 확인 등 행정을 읽을 때 혹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해당 정부부처나 자치단체 홈페이지에 글 한 번 올려주시면 감사하겠다. 쉬운 공공언어 만들기에 큰 몫을 해주실 수 있는 기회다. 또, 기왕 시간 내주신다면, 정부부처를 공략해 주시기를. 여러분이 작성하셔야 하는 대부분의 서류는 법정서식인지라 지자체 마음대로 바꾸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덧붙임 2) 책 정보 면의 지은이, 옮긴이, 펴낸이 등에 이어 ‘독자모니터링’이란 역할이 누군가의 이름과 나란히 적혀있었다. 글항아리 출판사의 이 제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한 권의 책을 세상과 독자들에게 내는 과정에 책 읽는 이의 눈을 한 번 거쳐준 것이 맞다면 참 반가운 시도다.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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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원고
책 읽기를 좋아하고, 또 소장하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구성이 마음에 들겠어요. 네 번째 원고는 하드커버로 되어있고, 책 표지도 예쁘고, 질감도 좋아요. 본드 접착식이 아니라 하얀 실로 엮여 제본되어있어 오래 보관해도, 낱장의 이탈이나 뒤틀림이 없어요. 내용구성이 알차서 e북도 좋지만, 책으로 사 읽는 것을 권하고 싶어요. 온라인 서점에서 백지노트 사은품을 추가할 수 있는데, 책과 같은 구성으로 되어있는 양장노트에요.
글쓰기에는 왕왕 왕도가 없다지만, 존 맥피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글과 글 쓰는 행위를 해부해요. 서평마감일은 이미 지났지만, 초입부터 기가 빨려서 읽던 책을 내려놓아야 했어요. 거장의 방법론을 엿본 것만으로도 내가 이 책을 읽고 다룰 자격이 되는지에 회의감이 들었거든요. 하물며 이 책을 집필한 편집자며, 디자이너들이 어떤 노고를 다했는지 알 것 같아요.
중간 지점에서부턴 거장, 대가라는 말에 그렇게 억눌려있을 필요 없다는 건 알게 됐어요. 그의 명성과 글의 무게는 차치하고, 그는 윾쾌한 사람이에요. 네 번째 원고에 범람하는 비속어들을 마주하고, 이 문제로 편집자와 씨름하는 장면들이 나와요. 괴짜 예술가들이 늘 그렇듯, 100만자에서 선별한 한 개의 단어를 피력하기 위해 언제든 싸울 준비가 되어있는 투사인거에요.
이 책은 구조를 구조했다는 점에서 대가라 할 만 해요. 그 점에서는 전혀 다른 곳에 있었던 의외의 사람이지만, 루치오 폰타나의 행위를 닮았어요.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하고, 또 구조의 본질에 대해서 독보적인 극단을 걸었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