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곤충을 세 부분으로 나누면 어떻게 될까, 라는 질문에 죽는다는 우스갯말이 있다. 곤충의 몸은 머리, 가슴, 배, 세 부분으로 뚜렷이 나뉜다는 과학적 사실에 나눈다는 말뜻을 다르게 해석한 결과다. 피식 웃고 말았지만 우스갯말을 들은 뒤로 곤충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웃게 된다. 몸은 세 부분으로 나누지만 곤충의 한살이는 네 단계를 거친다. 알에서 시작해서 애벌레와 번데기를 거쳐 어른벌레에서 끝난다. 그 과정 하나하나가 무척 지난한 과정이거니와 그 작은 곤충이 차례차례 성장해 나가는 과정은 경이롭다. 그러나 그 경이로움은 우리가 관심을 가지기 전에 저절로 다가오지 않는다.
곤충의 세계에 들기까지가 어렵다. 막상 곤충의 세계에 들어서면 곤충은 매혹덩어리다. 이를테면 지구에서 맨 처음 하늘을 난 생물은 곤충이다. 새보다 1억 5천만 년이나 앞선 석탄기에 나타나 거대한 양치식물 위를 날아다녔다. 미국 곤충학자 하워드 E. 에번스는 “앞다리가 퇴화해서 날개로 바뀌지 않고 겨드랑이에서 따로 날개가 돋아난 것은 천사와 곤충뿐”이라고 말했다. 새는 날기 위해 앞다리를 잃었지만 곤충은 가슴에서 별도로 날개가 돋아나 날아다닌다. 사람들이 해충이라고 여기는 파리도 나쁜 병균을 옮기는 종류도 있지만 대부분은 꽃가루를 옮겨서 열매를 맺게 해 주는 고마운 곤충이다.
저자는 매혹적인 곤충의 세계를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쉽고 간결하게 들려준다. 낮은 곳에서 지구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우리 곁의 곤충을 낱낱이 살펴가며 가치를 이야기한다. 곤충의 특성은 50년 전에 자신을 불태워 노동자들의 현실을 세상에 드러낸 전태일 정신과도 연결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때 당시 청계천 평화공장에는 옷 공장이 많았다. 중학생 나이밖에 안 되는 소녀들이 하루에 70원을 받고 점심도 굶으면서 열네 시간씩 일했다. 그렇게 일하면서 우리나라를 지탱한 전태일과 그 동료가 곤충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직접 그 목소리를 들어보자.
날도래 애벌레는 집 앞뒤로 작은 구멍을 내서 물이 흘러들고 빠져나가게 해요. 물이 집 안으로 흐르게 해서 이끼가 끼지 않도록 하고, 물에 섞인 신선한 유기물을 얻으려는 거예요. 이러는 사이에 날도래 애벌레가 사는 냇물은 자연스레 깨끗해져요. 유기물은 똥이나 시체, 낙엽 같이 살아 있거나 죽은 동식물에서 생기는 물질로, 가만히 두면 썩어서 물이 더러워져요. 그러나 유기물이 물과 섞여 날도래 애벌레 집을 거쳐 지나가면 날도래가 집 입구에 친 그물망이나 집을 지을 때 접착제로 쓴 실에 달라붙어 걸러져요. 그 유기물을 날도래 애벌레가 먹어 없애고요. 그러니까 날도래 애벌레 집은 냇물 속 정수기인 셈이에요. (17 - 18쪽)
아저씨는 화려하게 날아오르는 짧은 어른벌레 시기가 아닌 냇물 생태계에서 제 몫을 다하며 살아가는 애벌레 시기가 하루살이에게는 진정한 삶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참으로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하루살이가 물속 생테계에서 물을 맑게 하는 것을 보면서 ‘보이는 것이 다가 나이다’라는 진리도 떠올려요. 무엇 하나 쓸모없는 것이 없는 자연 생태계가 새삼 놀랍기도 하고요. (92 - 93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