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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받을 때 어느 한 곳을 선뜻 이야기할 곳이 있는가? 그것도 마치 '오래 준비해온 대답'처럼 말이다. 이미 가 본 경험 없이 짧은 사전지식만으로 그럴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어쩌면 천생연분일지도 모르겠다. 김영하 작가에게 시칠리아는그런 곳이었다고 한다. 그리스, 로마, 스페인처럼 지중해를 둘러싼 천혜의 지역이 여행의 최적지임에 틀림없지만, 그 중에서 특히 끌리는 곳이 하필 장화의 나라 이탈리아의 발끝에 자리한 시칠리아섬이었다고 한다. 어떤 나라나 도시를 마음에 두었다고 바로 가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한 동안 잊어버렸다가 문득 어떤 계기로 다시 그곳이 떠오른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그곳에 가있다. EBS의 '세계테마기행'을 계기로 한 번, 그리고 6개월 이후 아내와 함께 찾은 두번째의 여행, 마치 예정된 운명처럼 다가온 두 번의 시칠리아 여행이었다. 그래서 책 제목을 <오래 준비해온 대답>으로 정했다고 한다. 스마트폰이 생기기 전의 마지막 여행이었다. 현지에 도착해 그날 묵을 곳을 공중전화로 예약하는 방식으로 호텔을 정하고, 종이 지도를 보고 길을 찾다가 이상한 길로 접어들고 일정에도 없던 숙소에 머물기도 한다. 여행이라는 것이 낯섬과의 만남일진대 불확실성으로 인한 긴장감을 더할 수 있는 이런 여행이 진짜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동해안 해파랑길 도보여행 할 때에도 일부러 사전 예약없이 직접 부딪혀 보았던 생각이 난다. 그들이 시칠리아 여행을 통해 경험한 것은 무엇일까? 어려울 때 다정하게 다가와 도와주고 사라지는 따뜻한 사람들, 오후 1시가 되면 오전 일과를 정리하고 시에스타를 즐기는 느긋한 사람들, 장엄한 그리스 로마시대의 유적지를 보면서 느끼는 인문학적 사유들, 그런 시간들을 통해 작가 자신의 과거를 만나고,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자기 안의 '어린 예술가'도 다시 만난다. 책을 통해 우리는 시칠리아 곳곳에 깃든 신화와 전설의 세계를 만나고,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는 사진들을 만날 수 있다. 천공의 섬을 닮은 에리체에서는 오디세우스와 괴물 키클롭스의 전설이 기다리고 있다. '유레카'를 외치며 욕조에서 뛰어나온 아르키메데스의 도시 시라쿠사도 소개된다. 타오르미나에서는 영화 <대부>를 떠올리며 촉발된 '복수의 연쇄'라는 주제를 그리스 비극 이야기를 이어가기도 한다. 중간중간 여행지에서 찍은 장면들을 담은 사진들이 독자들에게 쉬어 갈 여유를 제공한다. 독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시칠리아의 지도 한장을 앞부문에 붙여 두었더라면 조금 더 실감난 간접 여행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김영하의 시칠리아 여행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겠다.
나는 내 마음속의 시칠리아에게 작별의 인사를 했다. 맛있는 음식과 거칠고 순박한 사람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매력으로 가득한 오래된 유적과 어지러운 거리들을 생각했다. 시칠리아는 나에게 현재의 삶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법을 가르쳐주었다.(286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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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한 장소에서 몇 달씩 혹은 몇 년씩 묵는 사람들이 부럽다. 누군가 부러우면 지는거라고 했는데, 그래도 부러운건 어쩔 수 없다. 최근 코로나가 있기 전 추세가 어느 나라의 한 장소에서 한 달 살아보기가 마치 유행처럼 번졌다. 며칠을 여행하는 것과는 다른 한 달씩 살아보며 그 장소의 진면목을 살펴보는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여행자들이 주로 가는 곳보다는 실제 그곳 사람들이 살아 숨쉬는 골목골목을 걸어보는 일이다. 보통의 여행자들은 알지 못하는 맛있는 빵집이라든지 신선한 생선을 파는 가게를 알 수 있고 그 사람들과 마치 주민처럼 친해질 수도 있다. 김영하가 작가가 머물렀던 시칠리아의 리파리섬에서처럼.
그러니까 이 책은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 이후에 나온 책이 아니라 십 년 전에 출간되었던 책을 다시 손봐 내놓은 책이다. 『여행의 이유』 이전에 나온 책이지만 어떻게 보면 이후에 나온 책이기도 하다. 서로 연결되는 여행이라는 주제가 있으니. 『여행의 이유』가 보다 작가의 시선에서 바라보았던 여행에 대한 사유라면, 『오래 준비해온 대답』은 김영하의 눈으로 바라보는 보다 개인적인 시선이 담겨 있었다. 학교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던 마음, 여행지에서의 일상, 요리를 하는 한 여자의 남편이 비춰졌다. 물론 그의 사유가 빛이 안나는 건 아니다. 그가 머물렀던 장소의 역사에 대한 지식은 역시 해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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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전의 작가는 한국종합예술학교의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연재 소설 계약을 하고 소설을 쓸 것인가, 매달 정해진 급여가 나오는 학교일을 계속할 것인가 고민에 빠졌다. 소설에 더 집중하라는 작가의 아내는 분명 미래를 내다보는 천리안을 가진 사람인 것 같다. 무슨 일에서든 작가를 응원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시칠리아로 떠나기 전 작가는 한 방송사의 <세계테마기행>이라는 여행 프로그램을 함께 제작하며 외국에 다녀오기로 했다. 작가는 '오래 준비해온 대답'처럼 시칠리아를 말했고, 여행 프로그램을 찍었었다. 캐나다로 떠나기 전 작가는 남은 기간을 여행하기로 했다. 그렇게 다시 시칠리아로 향했다. 스마트폰도 없고 지도 한 장과 물어물어 원하는 장소로 향하는 모습은 오래전 우리들이 여행했던 그것과 닮았다.
이 책에서는 초판에서는 없었던 꼭지가 생겼다. 현지에서 요리하는 모습인데 꽤 인상적이다. 요리법이 TV만 틀면 나오는 요리가 백종원 못지 않다. 현지에서 나오는 재료로 스파게티 등을 만드는데 침을 삼키며 읽은 부분이다. 머릿속으로 그가 하는 요리를 따라하며 오늘은 스파게티를 해먹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주 상세하고도 간단한 몇가지의 요리를 소개했다. 오징어 스파게티, 봉골레 스파게티, 동서양 절충식 볶음밥, 해물 리소토를 가리켜 지중해식 생존요리법이라 칭했다. 궁금하지 않는가!
작가는 시칠리아의 북쪽 해안에 자리잡은 안토니나의 농장에서 개짖는 소리를 들으며 오래전 추억을 떠올린다. 군대의 대대장 관사에서 살았던 때 아버지를 따랐던 개 꾀돌이가 사라져 며칠이고 찾았던 그때를. 십수 년이 지난뒤 아버지를 찾아왔던 병사가 말하기를 부대원들이 꾀돌이를 산속으로 유인하여 잡아먹었다며, 이후 그 부대에서 안좋은 일이 많이 일어났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오래전 집에서 기르던 개를 떠올린 작가는 안토니나의 농장이 더이상 낯설지 않았다는 말을 읊조린다. 삶은 그런 것이다. 낯선 곳에서도 익숙한 기억들이 떠올라 더이상 낯설지 않은 장소가 되기도 한다.
작가의 글을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것은 여행을 떠나며 그가 가진 많은 것들을 정리했다는 점이다. 물건들을 정리하며 쓸데없는 것들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사서 축적하는 삶이 아니라 모든 게 왔다가 그대로 가도록 하는 삶, 시냇물이 그러하듯 잠시 머물다 다시 제 길을 찾아 흘러가는 삶. 음악이, 영화가 소설이, 내게로 와서 잠시 머물다 다시 떠나가는 삶. 어차피 모든 것을 기억하고 간직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니냐. (36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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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여행을 준비하며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집을 둘러본다. 거실에는 기억자로 된 커다란 책장에 책들이 겹겹이 쌓여있고 안방 뿐만 아니라 다른 방들에 걸쳐 책에 둘러 쌓여 있다. 그렇다고 이 책들을 다시 읽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몇 권에 한정된다. 헌책방에 팔아 누군가가 보게 할 수도 있다는 것. 작가의 말처럼 쓸데없는 것들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집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너무 천천히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안절부절못하는 사람이었어. 특히 여행 같은 거 떠날 때는 더더욱 그랬지. 예약하고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그런데 시칠리아 사람들을 보니까, 이렇게 사는 것도 좋은 것 같아. 그냥, 그냥 사는 거지. 맛있는 것 먹고 하루종일 얘기하다가 또 맛있는 거 먹고.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고 그냥 닥치는 대로 살아가는 거야. (287페이지)
내가 이제야 느끼는 것들을 작가와 작가의 아내는 벌써 십 년 전에 느꼈다는 것이다. 그때 느꼈던 대로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김영하 작가의 삶의 방식이 자유로운지도 모르겠다. 여행하는 삶. 여행자로 살아가는 그의 삶이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곧 여행이므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여행과도 같은 삶인데 굳이 현실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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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오래 준비해 온 대답]
"리파리는 두 얼굴의 섬이다. 잠깐 왔다 가는 관광객에게 보여주는 얼굴과 오래 남아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여주는 얼굴이 있다." (121쪽)
어떤 여행지의 숨은 얼굴을 보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보여주는 그 얼굴을 만나기 위해서는, 그곳을 적어도 두 번 이상, 한 달 이상, 체류해야 한다. 김영하 작가는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이다. 뉴욕, 밴쿠버, 이탈리아 등을 그렇게 자유롭게 다닌 사람이다. 그리고 그렇게 축적된 여행 경험과 감성과 성찰의 한 부분이 이렇게 책으로 다시 정리되었다.
그렇게 여행을 즐기고 공유하는 또 한 사람, 방송 PD와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EBS 여행 채널 '테마 기행'이 탄생되었고. 그 탄생의 시작을 '시칠리아' 여행이 마련해 주었다. 이 프로그램은 그렇게 '마치 오래 전부터 준비되어 온' 사람들의 여행 경험인 냥 곰국으로 끓여졌고. 또한 그 바탕을 토대로 오늘날 인기 프로그램이 되었다. 또한 간접 여행을 통해서 정보를 얻고 나름의 희열을 느끼는 시청자들에게 여전히 꾸준히 사랑받는 장수 프로그램이 되었다.
이 책은 '과거의 내가 보내온 편지'같은 추억과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약속' 같은(11쪽) 그리움이 내재되어 있다. 여행은 그런 것 같다. 이 곳을 떠남과 동시에 현재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성찰이 시작되고, 낯선 곳에 가서야 비로소 그 성찰이 완성되는, 그렇게 길 위에서 나를 둘러보게 만드는 최고로 깊고 큰 거울이 되어 주는 것 같다. 그래서 여행은 마치 예정된 운명의 실현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마치 '오래 준비해온 대답'처럼 불쑥 나오는 그곳에 어느 날 문득 가 있을 수 있는 시간처럼 말이다.
:: 책 속으로 ::
1. 이 책은 돌고도는 여행하는 책이 되었다.
=: 내가 갖고 싶어서 이 책을 구입했다. 먼저 친구에게 보내서 읽게 하고, 나에게 다시 주라 했다. =: 나 또한 그렇게 읽고 다른 친구에게 줄 일이다. =: 책에 호흡을 불어 넣는 일은, 많은 이들이 그 책을 읽는 것. =: 그렇게 이 책은 돌고도는 여행을 시작하였다. =: 책도 길 위에서 더 풍부해 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는 일이다. 책의 여행 시작일 6월 17일~
2. 프롤로그 : 언젠가 시칠리아에서 길을 잃은 당신에게 (10-11쪽)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흘러들어가 놀라운 발견을 거듭하던 그 시절의 여행을 떠올리며 그리워한다." (10쪽) "어떤 나라나 도시를 마음에 두었다 한동안 잊어 버린다. 그러다 문득 어떤 계기로 다시 그곳이 떠오른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그곳에 가 있다" (11쪽) (친구가 밑줄을 그은 부분이다. 충분히 공감가는 문장들이어서, 여기에 옮긴다.)
3. 인생은 '내 안의 소박한 예술가'를 만날 때마다 황홀한 기쁨을 준다.
책을 읽으면서 가끔 작가에게 심하게 몰입되는 순간들이 있다. 부족한 게 없어 보이는 작가가, 어느 날 문득 숨막히는 갑갑함과 공허함을 동시에 느끼는 그것, 문득 나 또한 그런 날들이 있다. 인간이니까 충분히 느끼는 감정들이라 여기지만, 뭐가 부족해서! 이럴 때마다 어디론가 바람처럼 사라지고 싶은데. 그런데 사람은 여기서 두 종류로 갈리나 보다. 훌쩍 떠나는 사람과 아무 곳에도 떠나지 못하는 사람과. 그런 후자같은 나에게 대리 만족, 간접 경험을 안겨 주는 일들이 이런 책에서 만나는 문장들인 것 같다. "선생에게는 지식 외에도 많은 것이 요구된다. 친화력, 학생에 대한 애정... 등... 무엇보다 선생에게는 자신이 가르치는 것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22쪽) 세월이 흐를수록, 경험이 쌓일수록, 두렵다, 나에게 확신이 없다는 사실이 자꾸만 발견되는 상황을 만나게 되는 일이. "나는 내 안의 어린 예술가와 혹시 내가 살해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학생들 내면의 어린 예술가들을 마침내 구해낸 것일까?"(29쪽) 아직도 나는 저 위의 문장과 그 심정 위에서 두려운 마음으로 위태롭게 서 있다.
2. 133쪽 : 저격수는 멈춰 있는 대상을 노린다.
저격수는 멈춰 있는 대상을 노린다.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표적을 지켜보다 조용히 한 방. 향수 역시 머물러 있는 여행자를 노린다. 이 부드러운 목소리의 위험한 저격수를 피하기 위해 신중한 여행자는 어지럽고 분주히 움직이며 향수가 공격할 틈을 주지 않는다. 방심한 여행자가 일단 향수의 표적이 되면 움직이기 어려워진다. 그럴수록 그는 더더욱 한곳에 머물러 있고자 하며 마냥 깊은 우물만 들여다보고자 한다. 그 속에 자기가 찾는 모든 것이 있다는 듯이. 그러나 세상의 모든 우물이 그렇듯 그곳은 비어 있다.
=:: 그 부드러운 향수가 나를 저격해 주었으면 한다. 나는 지금 마냥 깊은 우물 속에 빠져 있는 지경이다. 크게 한 방이 필요할 것 같다.
3. 첫만남=: 41쪽에서
한 다큐멘터리 PD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EBS에서 새로운 여행 다큐멘터리를 만들려고 하는데 파일럿 프로그램을 찍으러 함께 가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어디를 가야 하는 거냐고 물으니, 그건 아직 결정돼 있지 않다고 했다. (...) 처음에 그는 <검은 꽃>의 무대인 라틴아메리카가 어떻겠냐고 했다. 나는 이미 거기를 두 번이나 길게 다녀온데다 가는 길이 너무 멀고 험해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럼 혹시 그동안 가고 싶었던 곳 없었어요" 라고 물었다. "시칠리아요" 마치 오래 준비해온 대답 같았다. (...) 그 자리에 앉기 전까지는 나는 한 번도 시칠리아에 가겠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해 본 적이 없었다. 거긴 어쩐지 내가 영원히 갈 수 없는 곳. 그린란드나 남극 같은 곳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시칠리아라는 말이 튀어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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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준비되지 않는 대답이 오히려 마침 정답처럼 내 인생을 좌우할 때가 있다. 내 무의식을 어떤 이유로든지 지배하고 있던 그것이, 그렇게 부지불식간에 툭 튀어나올 때는, 그것이 운명이요, 필연일 수 있는 게다.
이 책의 제목과 함께 작가 김영하님의 시칠리아 여행 시작은 이렇게 부지불식간에 결정되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
:: 리뷰 마무리 ::
"맞아.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고 그냥 닥치는대로 살아가는 거야." "가이드북 보니까 이탈리아에 이런 속담이 있대. 사랑은 무엇이나 가능하게 한다. 돈은 모든 것을 이긴다. 시간은 모든 것을 먹어치운다. 그리고 죽음이 모든 것을 끝장낸다." "갑자기 뜬금없이 웬 속담?" 아내가 짐짓 딴지를 걸어왔다. "그러니까 여행을 해야 된다는 거야." "결론이 왜 그래?" "결론이 어때서?" 우리 말고는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잡담이 거센 바닷바람에 풀어지는 사이, 시칠리아섬은 우리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시칠리아여, 안녕! Arrivederci, Sicilia!
=: 이 마무리 부분을 나의 인생 파트너에게 꼭 읽어줘야겠다. 은퇴 후- 해외 여행은 육십부터라고 강경하게 주장하고 있는 나의 동반자에게, 그야말로 여행은 두 다리 튼튼하고 심장이 두근거릴 때 가는 것이라고, 다시 한 번 설득을 해 봐야겠다.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Memory Lost
여행을 하면서 무엇을 해야하나!! 나의 파트너가 묻는다면. "과거에 무엇을 잃었나, 앞으로 무엇을 잃으면 안 될까?" 내가 여행의 길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성찰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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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절판되었다 재출간되었다고 하는데 오래 전 글이라고 전혀 생각되지 않네요. 담백한 문체에 술술 읽히지만 적당한 사색이 담겨있어 글을 읽다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고... 가볍지만은 않아서 좋았습니다. 물론 재미도 있었고요.^^ 작가님의 이동 동선을 구글맵으로 따라가며 책을 읽었는데 정말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구글맵 사진으로 주변도 잠시 둘러보고요... 괜히 레스토랑도 한번 검색해 보고요... 조금 전 마지막 장을 덮었는데... 책을 읽는 동안 너무 행복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책으로 여행한 기분. 즐거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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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산문집은 재밌다. 개인적으로는 소설보다 산문집을 더 좋아하는데. 그의 산문집은 정말 재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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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의 책 <여행의 이유>가 많은 사랑을 받다보니 10년 전 출판되었다는 이 책도 비슷한 표지로 "시리즈"같은 느낌을 주며 출판되었다. 신작이 아니라 예전의 글이라고는 하지만 "김영하다운 글"의 모음임은 다르지 않다. 이 책은 시칠리아를 여행기로 EBS <세계테마기행>을 위해 찾았던 첫번째 여행과 몇달 뒤 모든 신변을 정리하고 아내와 함께 떠났던 두번째 여행 이야기가 혼재되어 있다.
하루키가 그랬듯 김영하 작가도 세계의 곳곳을 떠도는 것 같다. 잠시 떠났다 돌아오는 여행이라기보다 직접 살아보는 여행. 그래서 여행지를 거쳐가는 그런 여행이 아니라 일상을 공유하는 그런 여행을 하며 한작품 한작품을 완성해간다. 그렇게 쌓은 그 도시와 나라에 대한 지식은 피가 되고 살이 되어 토크 프로그램에 나왔을 때는 폭넓은 지식과 이해의 기반이 되어 준다. 금방 외워서 알아낸 그런 얕은 앎이 아니라 충분히 경험하고 내재화된 지식이랄까.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떻게 저렇게 아는 게 많지"와 "아는걸 어떻게 저렇게 잘 말할 수 있지"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놀라게 된다.
김영하 작가는 모든 것을 다 가졌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떠나기로 했다. 교수라는 안정적인 지위,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등등 자신을 위한 시간을 제대로 내지 못할 정도로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던 그는 문득 모두 정리하고 떠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나도 그렇지만 뭔가 정리를 하기 시작했을 때 그 시작과 끝은 "책"이 될 확률이 크다. 확~정리해야지 하다가도 한권한권 꺼내보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책이다. 그는 어떤 기준으로 책을 정리했을까. 궁금했다.
떠나기로 마음먹은 후, 나는 천천히 집 안의 모든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먼저 책들을 헌책방에 내다팔기로 했다. 책을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책을 팔자니 속이 쓰렸다. 그러나 언제까지 저 줄어들 줄은 모르고 오직 늘어나기만 하는 무시무시한 책들을 껴안고 살 수는 없었다. 우선은 지난 오 년간 한 번도 들춰보지 않은 책, 그리고 앞으로도 보지 않을 책들을 먼저 골라냈다. 읽었으나 아무 감흥도 받지 못한 책들도 그 위에 얹었다. 고대 그리스 수사학 학교에서는 좋은 연설 다음 세 가지가 필수적이라고 가르쳤다. 사람들을 감동시키든가 웃기든가, 아니면 유용한 정보를 줘라. 내 서가의 책들에도 그런 기준을 적용했다. 나를 감동시켰거나 즐겁게 해주었거나 아니면 필요한 정보를 갖고 있는 책들은 살아남았다. 그 세 가지 중에 단 하나도 만족시키지 못한 책들은 다른 운명을 찾아 내 집을 떠났다(책을 헌책방으로 보낸 것은, 그래야 책이 가장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어느 정도는 시장의 효율성을 믿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어디에서 듣기로, 도서관에 기증한 책은 어딘가에서 분류조차 되지 않은 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헌책방으로 간 책은 대부분 적당한 가치로 평가돼 주인을 찾아간다고 했다).
나는 꼭 얼마 이상 사용해야 하는 신용카드를 몇 장 가지고 있다. 정수기에, 핸드폰에 뭐 그런 전자제품을 사며 할인을 받기 위해 발급한 카드라 한달에 얼마 이상을 써줘야 혜택을 받는다. 아마 인터넷 관련 제품에 붙은 약정들로 자유롭지 않은 분들도 많이 계실 것이다. 김영하 작가는 그런 의무 사항을 일시에 털어내고 결별해야겠다고 결심했단다. 모든 것을 간직하는 것이 아닌 흘러가는 삶. 결국 우리의 인생도 그러하기에, 스트리밍 라이프라는 말이 와 닿았다.
이탈리아 중에서도 시칠리아로 떠난 그는 유명하지 않은 도시에 머물며 동네 사람들과 교류를 나눈다. 관광지를 기웃거리지 않고 동네를 산책하고 동네 가게를 단골로 삼고. 스쿠터를 빌려 훌쩍 섬 한바퀴를 돌기도 하고 집에서 파스타를 만들어 먹기도 하며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 다시 일상으로 들어가는 시간을 가졌다. 과연 이런 일을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어 부럽다가도 가진 것을 모두 내려놓지 않으면 다른 것을 가질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별것도 아닌 것을 잔뜩 움켜쥐고 눈으로만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구나.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들어 괴로웠다.
10년 전, 그의 인생을 바꾸어놓은 여행을 만나 무척 반가웠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지금의 김영하 작가를 만든 것은 바로 그 이탈리아 여행이었다. 시칠리아 곳곳을 보여주는 여행기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으나 어떤 여행기보다 시칠리아로 떠나고 싶은 욕망을 불러오는 책, <오래 준비해온 대답 :김영하의 시칠리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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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가 여행을 했던 시칠리아는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의 경험했던 거란다. 아날로그 감성의 여행이자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여행의 느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작가의 유려한 필력 때문인지 여행 답사라기 보다는 한편의 소설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작가의 장편소설은 괜찮은데 유독 산문집으로 나온 책들은 공감은커녕 실망감이 있었는데 이 책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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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 엽서들이다. 책을 구입하니 함께 받은 사은품이다. 예쁜 엽서라서 좋다. 다른 책을 볼 때 북마크로 이용하거나 지인에게 편지를 한 통 써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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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이라는 말에는 태생적으로 아이러니가 있다. 신전은 신이 사는 집이지만 실은 인간이 지은 것이다. 신전은 인간 스스로가 상상해낸, 크고 위대한 어떤 존재를 위해 지은 집이다. 그러나 인간이 지어올렸기에 이 집들은 끝내 돌무더기로 변해버린다. 세월이 지나면 무너진다는 것, 폐허가 된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신전이라는 건축물의 운명이다. 그렇게 무너진 신전을 바라본다는 것은 이중으로 쓸쓸한 일이다. 제우스나 헤라, 포세이돈 같은 신들이 상상 속의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 인간이 세운 높고 위태로운 것은 마침내 쓰러진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하나의 문명이 사라지면 그 문명이 상상했던 것들까지도 함께 소멸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곳에 살았던 일군의 인간들이 자신을 닮은 어떤 존재들을 한때 진지하게 믿었다는 것이다. 현대의 우리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슈퍼히어로에 열광하듯...... (이 책의 마지막 단락 들어가며) ![]()
[P.287] 여행을 마무리하는 와중 아내와의 대화. “맞아.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고 그냥 닥치는 대로 살아가는 거야.” “가이드북 보니까 이탈리아에 이런 속담이 있대. 사랑은 무엇이나 가능하게 한다. 돈은 모든 것을 이긴다. 시간은 모든 것을 먹어치운다. 그리고 죽음이 모든 것을 끝장낸다.” “갑자기 뜬금없이 웬 속담?” “그러니까 여행을 해야 된다는 거야.”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지상 최대의 섬이기도 하고, 신화와 역사가 깊은 곳이기도 하다. 작가 김영하가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꼈던 여행기. 작가라서 그런지 그곳의 이야기와 시선들이 여행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요즘이라서 그런지 더욱 떠나고 싶게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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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의 여행 에세이인 '여행의이유'를 너무 재밌게 읽었던 기억으로 이번 책을 안살수가 없었다. 시칠리아라는 곳은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생소한 곳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어느새 나는 시칠리아의 매력에 빠져있었으며 나까지 여유롭고 따뜻한 느낌이었다. 시칠리아의 역사, 사람들, 풍경 등 다양한 관점을 볼 수 있던 책이어서 더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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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준비해온 대답은 소설가 김영하가 10여년 전 시칠리아를 여행하며 보고 느낀 것을 생생히 담아낸 책이다 2009년 첫 출간 당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를 새로운 장정과 제목으로 복복서가에서 다시 선보인다 이번 개정 작업을 통해 작가는 문장과 내용을 가다듬고 여행 당시 찍은 사진들을 풍성하게 수록하였다 초판에는 실려 있지 않은 꼭지도 새로 추가하여 읽는 재미를 더했다
책의 서두는 즉흥적인 작가와 걱정 많은 아내가 낯선 곳에서 길을 잃으며 예기치 않은 방향을 향해가는 모험담으로 시작하지만 뒤로 갈수록 김영하 특유의 흡인력 있는 문체와 활달한 통찰이 더해지면서 인간의 운명과 문명에 대한 깊은 사유로 독자들을 끌고 들어간다 아르키메데스와 플라톤 메두사의 땅 시칠리아를 주유하며 작가는 섬 곳곳에 깃든 역사와 신화 전설의 세계로 현대의 독자들을 안내한다 천공의 성을 닮은 에리체에서는 오디세우스와 외눈박이 괴물 키클롭스의 전설을 들려주며 이들의 이야기를 현대에 자행되는 데 테러리즘에 관한 생각으로 확장하는 인문학적 통찰을 보여준다 타오르미나에서는 영화 대부를 떠올리며 촉발된 복수의 연쇄라는 주제를 그리스 비극 오레스테이아부터 이스마일 카다레 살만 루슈디로 이어나간다
10년 만에 재출간을 준비하면서 작가는 여행은 세 번에 걸쳐 이루어진다 여행을 계획하고 상상하면서 한 번 실제로 여행을 해나가면서 또 한 번 그리고 그 여행을 기억하고 기록함으로써 완성된다 나는 10년 전에 이 책을 출간하면서 그 세번의 여행이 모두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시 교정쇄를 받아 원고를 더하거나 빼고 사진들을 뒤적이면서 그 여행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언제든지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여행이 끝나고 10년이 흐른 뒤에야 작가는 모든 여행은 오래 준비해온 대답처럼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행 후 10년 동안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모두 알고 난 후에 다시 읽게 되는 여행기는 작가 개인에게도 물론 각별하겠지만 그의 문체와 통찰력을 사랑하는 많은 독자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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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의 책이라 고민없이 구매했다. 알고보니 이 책은 2009년에 나온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의 개정판이었고, 시칠리아 여행기였다.
이 책은 김영하 작가의 여행 느낌, 멋진 사유, 여행 당시 즐겨 해 먹었던 요리법, 시칠리아 역사에 대한 얘기, 그리고 시칠리아의 아름다운 풍경 사진으로 가득차 있는 책이다.
여행을 많이 못해봤다. 특히 혼자서 하는 여행은 한번도 해보지 못했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에 대한 정의라고 해야할까, 이 문구를 읽고서 '아, 여행이란 그런 것이겠구나'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시칠리아의 거리를 거니는 작가의 글을 읽으며, 삼청동과 성북동의 밤거리가 왜인지 떠올랐고, 그곳을 무작정 쏘다니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이 책에서 인상 깊게 봤던 키워드가 있다. 바로 스트리밍 라이프(Streaming Life)
멋진 말이라고 생각한다. 흘러가는 삶 속에 온 몸을 담그고 그저 흘러가는 강물처럼 살아가고 싶다.
코로나19 때문에 집안에 자의적으로 격리된 생활을 하고 있는 와중에 김영하 작가의 여행기를 읽게 되어,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풀어진 것 같다. 그리고 이 사태가 끝나게 되면 우리나라 곳곳을 조금씩이라도 돌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걷는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말이다. 읽는 내내 김영하 작가가 읽어주는 듯해서 좋았다. 그리고 다른 나라 여행기도 써주었으면 좋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