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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안재성의 소설. 그러나 이 책을 과연 소설이라 해야할지,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작가 역시 대부분 본인이나 유족의 직접증언을 토대로 썼으며 소설의 등장인물과 사건의 줄거리는 모두 실제사실에 바탕을 두었다고 밝혔기 때문. 가독성과 익명성을 위해 약간의 각색만 했다고. 굳이 그 말을 의식하지 않더라도 여기에 실린 총 9편의 이야기들이 모두 사실에 기반하고 있음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경험담이기 때문. 일제 강점기의 항일운동부터 가장 최근의 캐디 노동자 투쟁까지 현장에서 직접 싸움을 조직하고 참여하며 끝까지 함께 했던 이들의 구두 진술. 당시를 직접 겪었던 사람이 아니고는 알 수 없는 사연들이다.
책에 실린 모든 이야기들이 다 감동적이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대목은 첫 번째 작품 ‘이천의 모스크바’에 나온다. 625 한국전쟁 때 북한 인민군이 내려와 토지분배를 했는데 영 재미를 보지 못했다고. 그동안 역사학계를 비롯한 진보진영에서는 줄곧 북한의 토지개혁이 무상몰수 무상분배였기 때문에 유상몰수 유상분배의 이승만 정권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이었다는 이야기를 해 왔는데 ‘영 재미를 보지 못했다’니? 그 이유는 인민군의 토지개혁이 무상분배는 맞는데 땅을 아주 줘서 대대로 물려받게 하는 게 아니라 농사지을 권리만 주었기 때문. 늙으면 나라에 다시 돌려줘야 했다고. 대대로 바늘 꽂을 땅 한뙤기 갖지 못했던 소작농들이 얼마나 땅을 갖고 싶어 했는지를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는 이야기. 인민군의 입장에서야 공산주의 사상에 따라 소유권을 완전히 주는 것이 불가능했겠지만 남한에서는 5년 고생해서 땅값만 상환하면 대대로 물려줄 수 있는 완전한 자기 땅이 되는 것이었으니 재미가 없을 수 밖에. 세금 역시 마찬가지. 벼 나락, 조알, 콩알 할 것 없이 알곡 숫자까지 알뜰하게 세어서 수확량의 1/3을 현물세로 내야 했는데 남한에서는 이것이 1/10 정도였다고 하니 북한의 토지개혁이 환영받을 수 없었고 그러하니 박헌영이 주장했던 남로당원 20만의 봉기도 없었던 것. 결국 북한의 남침으로부터 남한을 살린 결정적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토지개혁인데 당시 농림부장관이던 조봉암이 주축이 되어 이승만의 반대를 물리치고 625 직전에 실시했다는 것. 그런데도 전후 조봉암의 인기가 높아지자 사형시키고 말았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라고나 해야할지.
이런 이야기는 조정래의 태백산맥에도 일부 언급되고 있고 KBS 역사스페셜에서도 방송된 바 있으나 이렇듯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들으니 한결 새롭게 느껴진다.
좋은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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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반세기의 인생을 살았기에 기억은 별로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가만히 나의 삶을 되돌아보니 초등학교 아니 그 당시는 국민학교 1학년에 입학하여 학생으로서 출발선에 섰기 때문에 의미있는 해라고 스스로 자부하고 싶다. 2020년 올해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이 들지만 여기에 더 의미를 부여할 일이 생겼다. 『달뜨기 마을』 소설책을 만난 것에 작은 뜻을 주고 싶다. 왜냐하면 1970년 11월13일, 평화시장 앞 길거리에서 분신자살한 22세의 청년 재단사 전태일을 책 속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나의 몸을 불사를 수가 있을까? 지금도 한국노동운동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전태일을 책 속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2020년 올해가 바로 전태일 50주기라고 한다. 이 책에서는 작가가 최근 2년간 시사월간지 「시대」에 연재해온 단편 중 9개를 추려 한국 현대사 100년을 총 3부로 나누어서 9명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1부에서는 6.25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로서, 그 시대를 비껴 태어난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세대는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고 한 시대를 살다가셨을까 생각하니 정말 기가 막힐따름이다. 이어서 첫사랑의 추억을 더듬으며 펼쳐지는 이야기 ' 첫사랑 순희를 찾아서'가 이어진다. 과연 나의 첫사랑은 생각해보니 가슴 시린 이야기가 없다. 마지막 3부는 현대사에 벌어지는 노동이야기가 이어진다. 직접적으로 관련이 되어 있지 않기에 매스컴에서 알려지는 이야기로만 알고 잇다. 여기에 전태일 열사를 빼놓을 수 는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껴본다.
일제강점기부터 오늘날 코로나19로 펜데믹에 이르기까지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우리 시대의 노동의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달뜨기 마을』, 안타까움이 많이 묻어나는 이야기를 읽고보니 나의 일터는 너무나 행복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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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경성 트로이카>로 유명한 안재성 작가의 작품집이다. 9편의 작품이 실려있고, 일제 강점기로부터 시작해 최근의 노동 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렸다. 읽다 보면 작가가 정말 글을 잘 쓰는 사람이구나 싶다. 일정 정도의 형식미를 갖추고 있으면서 서사의 힘이 느껴지기도 한다. 노동 문학에 천착을 해서 그런지 다소 진보적 성향이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평소 일제 강점기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라 1부에 해당하는, <이천의 모스크바>나 <두 발 자전거>, 표제작인 <달뜨기 마을> 같은 작품을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우리는 일제 강점기를 정치나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만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시절 그저 막연히 억압받는 백성이 아니라 억압받는 노동자란 좀 더 진보적이고 구체적인 묘사가 인상 깊었다. 과연 작가는 어디서 자료를 얻어 이런 글을 쓸 생각을 했을까 좀 놀랍기도 했다. 하긴 사람이 게을러서 그렇지 찾고, 발굴하고, 연구하다 보면 이런 자료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이 세 편의 작품들을 읽어 나가면서 새삼 내가 우리나라 노동사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나 스스로 좀 민망해졌다. 어쩌다 가물에 콩 나기로 노동 문학을 읽기도 하지만 그 역사에 관해서는 딱히 알려고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 과연 그런 자료들이 얼마나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저자도 어느 글에선가 그런 얘기를 했지만, 우리나라는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 좌익이니 빨갱이로 보는 경향이 있다. 과연 우리나라가 그렇게 봐도 좋을 만큼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을 잘 대우해 왔던가를 생각하면 그렇지도 않다. 아직도 자본가들의 갑질 논란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게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노동 운동 역시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전태일 열사가 죽은 지 올해로 50년이란다. 또한 그것을 우리나라에선 현대 노동운동의 효시로 보고 있다. 그 이전엔 상놈이 양반에게 이리 밟히고, 저리 밟혔고, 일제 시대엔 일본인에게, 일본이 물러가고부터는 러시아와 미군이, 후엔 몇몇의 독재자들에게 짓밟혔다. 나는 뒷부분에 갈수록 특히 3부 같은 경우 읽을수록 흥미가 반감되는 걸 느꼈는데, 원래 책이라는 게 그런 경향이 없지는 않다. 앞부분에선 긴장감이 느껴지다가도 뒤로 갈수록 맥이 좀 풀린다. 이 책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왜 그런가를 생각해 봤더니, 독자인 내가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작가에게도 일정 부분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노동 문제가 근본적으로 그렇게 많이 바뀌지 않아서는 아닐까를 생각해 본다. 이것을 바라보는 시각, 노동 쟁의의 대처 방법이 딱히 예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아 보인다. 이는 노동 현실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얘기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 뉴스는 연일 코로나 사태로 힘들어하는 노동자와 소상공인의 보였고, 어느 노동자는 기업을 상대로 고공 농성을 하는 것이 보였다. 그런 가운데 누구는 이를 심각하게 보고, 누구는 피해자 코스프레한다고 비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을 극단적으로만 보려고 하지 말고 다양성과 유연한 자세로 사회 문제를 보는 시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노동 문학도 조금 더 진화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수록 작품들은 그 나름으로 의미가 있다. 문학이란 언제나,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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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1989년 장편소설 「파업」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황상 읽었을 수도 있지만 분명히 딴 생각으로 가득찬 채 읽었겠지. 저자의 연세가 올해 이제 60에 접어드신 것 같고, 올해가 전태일 열사 50주년이라고 한다. 그리고 저자의 약자들의 이야기는 30년 넘게 이어져오고 있다. 이 소설집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 3편, 2부에 3편 그리고 3부에 3편의 단편설이 실려 있는데, 1부는 1950년 한국전쟁 전후, 2부는 1980년 광주항쟁 전후, 3부는 2010년대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을 그 주된 시대적 배경으로 한다. 9편의 단편 소설 어느 하나 쉬이 넘어가지 못하고 꼭꼭 씹어먹으며 이야기에 빨려들게 된다. '이천의 모스크바' 소설은, 1945년 해방 이후 공산주의 사상이 널리 퍼져있던 한 조그만 마을에서 한국전쟁을 전후로 보도연맹 집단사살, 인민군 치하에서의 인민재판에 의한 집단 학살, 인민군 의용군 입대에 의한 희생, 또다시 국군 수복에 따른 군경과 우익 청년단에 의한 학대, 마지막 중공군 참전에 따라 국군 후퇴 시 또다시 집단 학살 등 마을 60가구에서 모두 25명이 죽은 한국전쟁이라는 헛된 이념싸움 과정에서의 참으로 어이없고 안타까운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러니까 민초라 그러는 거지. 바람 부는 대로 이리 눕고 저리 눕고, 힘센 놈 따라 몰려다니고, 어떻게든 살아남는 게 이기는 거니까."(39쪽) '두발자전거' 소설은, 일제시대 1910년생 농촌 소녀 여성이 두발자전거를 통해 세상과 연결되어 잠업 기술을 배우고 서울의 조선견직이라는 섬유공장에서 갖은 고생을 다 하다가 자연스럽게 노동운동과 독립운동에 눈을 뜨고 그 이후 독립운동을 하던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한국전쟁을 거친 후 자유당 시절과 군사독재 초기까지 겪은 이야기들은 일대기로 엮은 이야기이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달뜨기마을' 소설은, 일제시대 태어난 '한연희'라는 여성이 공산주의자 남편을 만나 자연스럽게 공산주의 사상을 열심히 공부하고 실천하는 당원으로 활동하다가 한국전쟁 과정에서 우익에게 남편이 총살당하고 또 오빠는 좌익에게 살해당하는 아픔을 겪은 이후 잠깐의 빨치산 활동으로 1950년대에 6년간의 수감생활, 그리고 박정희 독재정권 때인 1975년에 다시 추가로 6년의 수감생활을 한 후, 오랜 침묵 세월이 지난 후에야 작가가 된 아들 앞에서 본인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여맹위원장'으로서의 본 모습을 알려준다는 줄거리이다. "열심히 공부하시오. 학습하지 않는 운동가는 처음에는 넘치는 열정이 운동에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나중에는 그 열정이 오히려 동지들에게 해를 입히고, 끝내는 적에게 이로움을 준다는 것이 제정시대부터 혁명운동을 해온 선배들의 경험이요."(81쪽) '첫사랑 순희를 찾아서' 소설은, 1950년대 후반에 태어나 평생 진보운동을 해 온 화자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만나 첫사랑으로 가슴앓이와 평생 한편에 늘 밝은 빛으로 존재해준 고마운 사람으로서의 '순희'와의 이야기를 설레는 감성으로 담아내고 있다. "인자함은 지나쳐도 군자로서 문제가 없지만, 정의로움은 지나치면 그것이 발전하여 잔인한 사람이 된다. 그러므로 인자함은 지나쳐도 되지만, 정의로움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118쪽) '팬데믹의 날'은 29살 여성 노동운동가가 겪은 1980년 광주항쟁 열흘간의 경험담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고, '37년 만에 맞춘 퍼즐'은 1982년 9.27. 사건으로 원풍모방 노동조합이 전두환 정권에 의해 탄압받고 파괴되던 과정과 2007년 이후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인증을 받고 또 이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의해 126명 조합원 각자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함으로써 '퍼즐'을 맞춘다는 줄거리이다. "노동조합은 단순히 월급 몇 푼 올리는 단체가 아니예요. 우리에게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는 게 노동조합이죠. 자기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학교나 부모는 가르쳐 주지 않지요. 하지만 노동조합은 가르쳐줍니다. 노동조합의 힘으로 공동체가 되어 일할 때 우리는 비로소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가를 알게 될 겁니다. 세상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입니다." 3부의 201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들도 쉽게 읽히는 내용은 아니다. 1부 2부보다 오히려 더 답답하고 부끄럽고 또 답답하고 부끄럽다. "나는 조직된 노동자는 항상 옳고 정의로울 거라는 책 속의 주장을 믿지 않는다. 기본권 쟁취를 넘어 노동자 이기주의에 빠지다 보면 우리 스스로 도덕성을 훼손하게 돼. 그리고 언젠가는 이런 노동자 이기주의가 역풍이 되어 노동운동을 파괴하게 될 거야. 노동자들이 싸워야 할 때 싸우지 않고 자기 이익만 챙기게 될 거야. 우리 스스로 자정운동을 벌이자."(221쪽) "...내가 캐디들의 불리한 처지를 설명해도 세 사람은 이해를 못 해요. 배우지 못하고 가진 것 없는 노동자들이 강자 앞에서 얼마나 왜소해지는가를 이해하지 못하는 거예요. 정말 기가 막히더라고요....... '골프장 사업주들이 산재보험에 들지 말란다고 거기에 복종한단 말입니까? 아니, 이 나라가 민주화가 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당하고 산단 말입니까?' 노동문제에는 제일의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 모양이니 변호사니 의사로 호의호식하다가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된 사람들이 오죽하겠어요."(316쪽) 노동연구원을 믿지 말고 촛불을 믿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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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뜨기 마을
이 책을 읽고 올해가 한국 현대노동운동의 효시인 전태일 열사의 50주기라는걸 알았다. 저자는 1984년, 당시 20대 초반에 만난 청계노조간부들의 가족과 따뜻한 정을 느끼며 문학청년이었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서민대중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했다. 이 책은 단편소설 모음집이지만 대부분 본인이나 유족의 증언을 토대로 쓴 사건들이다. 총 3부로 나뉘어 있었고 1부는 연대기 순으로 일제 강점기부터 한국전쟁과 분단 즈음, 3부는 현대사에서 벌어진 노동운동이 주를 이뤘지만 내 눈을 이끌었던 건 2부의 ‘첫사랑 순희를 찾아서’ 였다. 80년대를 전후한 그 시대에 첫 사랑을 회상하는 어느 남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약간의 각색만 더한 실화였기에 더욱 아련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그 노신사는 평생 진보운동을 했지만 중학교 시절 독서실에서 연탄난로에 오징어를 구워먹다 눈이 맞은 김순희를 기억했다. 인적 드문 호젓한 곳에서 두 남녀는 마음을 주고받으며 추억을 쌓았지만 고등학생이 되고 편지로 소식을 전하다 연락이 끊겼다. 남자는 여자의 답장이 없는 것에 서운했고, 여자는 남자가 고등학교를 퇴학당하고 옥살이를 하다 보낸 편지에 잠시 헤어져 있자는 말에 편지를 보내지 않았단다. 사랑을 그만두자는 게 아니라 경찰의 감시를 피하려는 의도였음을, 40년이 지나 재회한 후 오해를 풀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부터 노동운동, 오늘의 펜데믹까지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단편 9편을 연대기처럼 엮은 이 책 <달뜨기 마을>은 89년 장편소설 <파업>으로 제2회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한 안재성 작가가 선보인 기념 소설집이라고 한다. 시사월간지 <시대>에 연재한 단편들을 추려 한국 현대사 100년의 연대가 3부작으로 새롭게 엮었다. 여기 나오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한국의 노동운동을 상징하는 인물, 전태일의 모습이 녹아들어있음을 느꼈다. 더불어 우리주변의 형제, 자매 또는 부모님, 친구들 같은 동지가 질곡의 노동을 겪어낸 것 같아 가슴이 뜨거워졌다. 굴곡진 역사들을 온몸으로 부딪쳐 살아낸 불꽃같은 인물들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길 권한다. 이들의 고난과 투쟁 그리고 사랑이 아프고 뜨겁게 다가온다.
용역깡패가 등장하는 여느 영화도 떠올랐고, 한국전쟁 후 사상과 이념의 차이로 분열된 이들의 모습이 나오는 그 영화도 떠올랐다. <이천의 모스크바>나 <그들은 성자를 보았다>가 기억에 남는다. 이들의 희생이 오늘날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준 것 같아 숙연해졌다. 조만간 종로에 있는 ‘전태일 기념관’을 들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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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관통하는 책의 구성이나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다양한 사회문제나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특수적 환경이나 개인들의 문제에 대해 종합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은 전태일 50주기 기념 안재성 소설집으로 허구라고 보기에는 너무 사실적인 묘사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너무 명확하게 드러나는 책이라, 누구가 쉽게 읽으며 공감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매우 빠른 속도로 변했고, 성장과 번영,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며 개인들이 살기 좋은 환경과 조건을 구축하게 되었다.
항상 시대변화에 맞선 사람들이 있었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희생한 사람들도 있었다는 사실을 망각해선 안 될 것이다. 그들을 일일이 기억하지 못해도, 최소한의 예의라고 여기며 책이 주는 느낌과 감정을 진지한 자세로 만나 보길 바란다. 한 권의 책으로 우리 역사의 사실적 접근이나 대서사시를 소개하듯, 작가는 시대를 불문하며 이어진 가치나 사람들의 정서,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는 사회문제나 노동현실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로 말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가져온 성장과 번영, 하지만 부의 양극화나 사람에 대한 사회적 모순이나 차별이 만연한 시대에서 일제강점기부터 최근의 모습까지,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개인들이 겪는 아픔과 어려움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누구나 상대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며, 상대를 배려하거나 존중해야 한다는 정서, 하지만 나에게 손해가 되거나 이익이 없다고 판단되는 순간, 달라지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이런 변화들이 사회문제를 야기 할 수도 있고, 정의보다는 부정과 극단의 이기주의로 나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는 희생하며 변화를 주도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이를 기회삼아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 모든 개인들이 같을 수 없고, 생각이나 삶의 가치관은 다르지만,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공익이나 정의에 대한 생각, 불의에 맞서며 투쟁한 역사적 사건들과 인물들에 대한 평가, 누구나 생각은 해도, 아무나 행동 할 수 없는 그런 용기가 현실적인 마주함이 있어야 가능 할 지 모른다. 달뜨기 마음이라는 책을 통해, 소설적 기법으로 표현되지만, 매우 현실적 묘사와 역사에 대한 요약이 잘 된, 혹은 나의 문제, 내가 아는 누군가가 겪을 지 모르는 또 다른 사회문제가 될 수 있음에 공감하며 읽어 보길 바란다. 제법 진지한 메시지를 전해 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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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책은 전태일 50주기 기념 안재성 작가님의 소설집 <달뜨기 마을>입니다.
한국 근현대사에 관해서는 근래 읽었던 조정래 <태백산맥>과 황석영의 <수인>으로 어느 정도 마음의 충격 흡수대가 생겼을 거라 짐작했다.
하지만 안재성 작가의 달뜨기 마을을 읽으며 여전히 울분과 당대를 살아나왔던 민초들의 어려움에 공감대를 느꼈다.
이데올로기는 과연 인간에게 어떤 광기를 허락하는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승만 정권에서의 토지개혁이 농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부분은 특히 인상적이다.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현실성이 뛰어나 상당한 부분이 사실에 기초한다고 여겨진다.
소설은 1부 이천의 모스크바, 두발 자전거, 달뜨기 마을
2부 첫사랑 순희를 찾아서, 팬데믹의 날, 37년 만에 맞춘 퍼즐
3부 그들은 성자를 보았다, 스무 명의 성난 여자들, 캐디라 불러주세요로 이뤄진다.
사실을 상당한 근거를 둔다고 여긴 점은 1부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인물 이현상은 사실 태백산맥의 주인공이다.
나는 가공의 인물이라고 이제껏 여겼는데, 달뜨기 마을에서 두 편이나 등장인물로 나와 검색창으로 검색해보니 실존 인물이었고, 두 소설에서 말하는 바와 행적이 일치했다.
1부의 한국 전쟁을 기점으로 펼쳐지는 시골 마을에서 펼쳐지는 한민당과 남로당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펼쳐지는 이야기다.
당시의 혼란스러운 상황은 한 집에서 국군과 공산군이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었고, 이천의 모스크바에서도 공산당 마을로 몰리게 되어 겪는 수난을 이야기한다.
달뜨기 마을에서는 여맹의 간부인 한연희를 중심으로 90살이 넘는 동안 그녀가 겪는 일대기를 서술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첫 사랑 순희를 찾아서'이다.
순간의 선택으로 평생 동안 첫사랑 김순희를 못 잊는 주인공 이야기이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오해와 그에 따른 선택은 두 주인공을 평생 떨어져 지내게 한다.
3부는 현대사에 벌어진 노동운동 중 민주노총 금속노조, 서비스노조에서 벌어진 노사 항쟁에 대해 다루고 있다.
회사에서 수 십 년 근무한 근로자에게 회사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사용자는 회사의 수익을 위해 언제든 근로자를 해고하고 근로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올바른가
회사가 고용 해지를 위해 용역을 동원해 근로자와 쟁의를 벌이는 것은 과연 온당한가
우리나라의 근로 환경과 고용의 유연성은 누구에게 유리한가
3부의 소설을 읽으면서 50년 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길 외치며 한 몸 불사른 전태일 열사가 남긴 의미와 현재 우리의 고용 시장 및 근로 환경은 얼마가 변화했는가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전 세계 많은 나라와 비교해 우리나라가 이룩한 민주화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이것이 얼마나 지키기 힘든 가치인지도 생각한다.
달뜨기 마을은 우리 사회를 돌아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한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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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이 가까워오고 있다. 매년 5월이 되면 누구보다 선봉에 서서 자유와 평등에 대한 갈망과 요구에 목소리를 높이며 비판하고 저항했던 이들의 삶과 투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지난 100여년간 대한민국은 눈부신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뤄낼 수 있었고, 우리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 내가 선택한 책은 바로 그러한 그들의 삶과 투쟁이 담긴 이야기, <달뜨기 마을>이다. 작가 안재성씨는 <파업>이라는 장편으로 제2회 전태일 문학상 수상을 시작으로, 지금까지도 서민대중의 권익을 찾아주는 이야기에 흥미와 감동을 느끼며, 또 그러한 이야기들을 주로 써오고 있다. 전태일 50주기 기념으로 출간된 <달뜨기 마을>은 지난 2년간 시사월간지 <시대>에 연재되었던 민초들의 삶과 투쟁을 담은 단편소설 총 9편을 묶은 책이다. 본인이나 유족에게서 직접 들은 증언을 토대로 가독성과 익명성을 위해 약간만 각색했을 뿐 등장인물과 사건의 줄거리는 모두 실제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진 글이라고 하니 읽으면 읽을수록 더 놀라울 따름이다. 총 3부로 나눠진 이 책, 제1부에서는 해방직후에 한국전쟁을 겪으며 사상적 이념을 주로 다룬 소설 <이천의 모스크바>, <두 발 자전거>, <달뜨기 마을> 세 편이 실려있다. 제2부에서는 지극히 평범했던 아이가 불평등과 부조리에 맞서 노동운동과 민주운동을 하게 되며 겪게되는 <첫사랑 순희를 찾아서>, <팬데믹의 날>, <37년만에 맞춘 퍼즐>이, 그리고 마지막 제3부에서는 용역깡패에 맞서 싸워 이야기를 다룬 <그들은 성자를 보았다>, 비정규직 철폐 운동을 다룬 <스무 명의 성난 여자들>, 캐디 인식과 이미지 개선을 위해 단체협약에 가입해 당당히 맞서 싸워가는 <캐디라 불러주세요>가 담겨있다. 인간의 역사는 자유와 평등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과 요구로 시작된다 해도 과언이 아닌것 같다. 불평등과 불합리함에 맞써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는 자신을 저토록 희생해도 될 가치가 있는 일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정도로 융통성이 없어 답답해 보일 때도 있지만, 그러한 그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받고 당당히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그들의 노고에 감사함을 지나 숙연함마저 들게 했다. 책을 읽은 내내 답답함과 억울함이 들게 되는 시간이었지만, 그들의 노력은 절대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가 아닌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식에 대한 마음가짐도 새롭게 다질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천의 60호구 마을 중 기독교 집 두집을 제외하곤 모두 공산주의라 지어진 마을이름 '이천의 모스크바'도 공감이 갔고, 다리 밑에 버리고 간 자신을 엿장수딸이라 믿고 서당에 남장을 시켜 보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공부하는 이정현씨 이야기도 과거 어릴 적 내면의 순수함을 상기시키게 했다. 남편과 자신의 가족들도 죽음을 당했지만, 자신 역시도 남편처럼 사상전향서를 쓰지 않았던 한연희씨의 자신만의 확고한 가치관과 첫사랑 순희씨와 40년만의 재회이야기도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사람이 무섭고, 항상 불안한 코로나19를 5.18 그날과 닮은 모습으로 비춘 이야기엔 요즘의 우리의 안타까운 상황이 겹쳐져 많이 다르게 느껴졌음에도 씁쓸한 웃음이 지어졌다. 노조탄압과 노조파괴는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자행중인 일이고, 비정규직 전환이나 직업인식에 대한 이미지 역시 여전히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보인다. 지난간 역사는 되돌아오지 않지만, 잘못된 역사는 되돌아오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항상 노력해야 한다. 노동운동이나 민주화 운동의 책을 읽을 때면 너무도 안타깝고 매번 울분을 금할 길이 없다. 하지만 그러한 그들의 투쟁과 노력의 진정한 가치를 알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철저히 준비해 나간다면, 아픈 역사였으나 이를 통해 진정한 가치로 빛이 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자유와 평등을 위해 싸우는 많은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시간이었다. 책에서 기억하고 싶은 문구들은 기록해둔다. - 도대체 빨갱이가 뭐가 문제라는 거야? 골고루 잘 먹고 잘 사는 게 뭐가 나빠? (p.39 '이천의 모스크바' 중) - 1930년 새해가 왔을 때, 정든 고향을 떠나 서울행 기차를 탔다.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며 달리는 증기기관차는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모르는 21살짜리 겁없는 처녀를 더 넓은 세상으로 날라다주는 또 다른 두발자전거였다. (p. 50 - '두발자전거' 중에서) - 달뜨기는 나룻배 모양의 타원형 분지에 십여 가구가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작고 아늑한 마을이었다. 봄날 맑은 밤이면 찰랑찰랑한 논물 위로 두둥실 떠가는 달이 꿈같이 아름답다고 해서 옛사람들은 그곳을 달뜨기 마을이라 부르고 한자로는 개월이라 썼다. (p.70 - '달뜨기 마을' 중에서) - 여러분 귀청을 찢는 저 총소리가 들립니까? 살인집단 공수부대가 도청을 사수하는 우리를 죽이겠다고 공격해 오고 있습니다. 몇 시간 후 우리는 이 세상에서는 두 번 다시 얼굴을 못 볼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두려워 마십시오. 광주시민이 우리를 기억할 겁니다. 우리의 죽음이 곧 살아있는 역사로 기억될 겁니다. (p.162 - '팬데믹의 날' 중에서 계엄군 총에 맞아 사망한 윤상원씨 이야기) - 사람들은 보통 시계의 시침만 봅니다. 밖에서는 시침이 굴러가는 것만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시계 안의 기어가 굴러가는 것입니다. 자본가와 노동자도 그렇습니다. (p.246 - '그들은 성자를 보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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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