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책들에서 출간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하)권을 읽고 나서 쓰는 리뷰입니다. 집에 종이책이 있긴 한데 저는 이북리더기로 보는 게 더 맞아서 이북으로 보게 되었고요. 정말 읽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등장인물이 많고 이름도 처음엔 잘 안 들어오고 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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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하권)을 읽고 하권은 상권보다 사건 전개에 좀 더 속도감이 있다. 살인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고 살인범이 누구인지도 밝혀진다. 범인은 전혀 예상 밖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살인 사건의 전말을 밝히다 보면 상권에서 윌리엄 수도사가 길게 설명했던 것들이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되고, 제목의 의미도 나름대로 이해가 된다. 물론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해석이고 생각일 뿐이다. 그리고 전적으로 책에 대한 나 자신의 감상일뿐이기에 나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맞고 틀리고의 기준이 과연 존재하겠으며, 고정 불변의 해석이 존재하겠는가? 이 책의 작가가 가장 경계하였던 것도 바로 불변의 고정된 진리에 대한 맹신일 것이다. 하권의 내용에서 인상 깊었던 것들을 정리해보았다. 1. 살인범은 누구? 살인 사건의 범인은 장님인 호르헤 노인이다. 그는 자신이 마음대로 조종할수 있는사람들을 장서관 관리자로 앉게 하고, 배후에서 장서관을 지배해왔다. 그가 그렇게 주도면밀한 방법으로 장서관을 관리했던 이유는 그가 지키고자 했던 보물과 같은 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 책을 장서관에 꼭꼭 숨겨 놓고 그것을 세상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 살인까지 저질렀던 것이다. 호르헤의 이러한 광적인 집착을 보며 다음과 같은 윌리엄 수도사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서책이라고 하는 것은 믿음의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새로운 탐구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삼는 것이 옳다. 서책을 대할 때는 서책이 하는 말을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그 뜻을 받아들어야 한다.’ 호르헤 노인에게는 책이 믿음의 대상과 같은 것이었다. 물론 그가 지키고자 했던 것은 그 책을 믿기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을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 숨기고자 했던 것이다. 호르헤처럼 책에서 하는 말을 그대로 수용하고 맹신하는 태도는 위험하다. 그렇다면 호르헤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책은 무엇이었을까? 2. 왜 살인을 저질렀는가? 호르헤가 지키려고 했던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극’이다. 그가 그것을 지키고자 했던 이유는, 그 내용을 악마와 같은 것이라고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읽으면 악마에 전염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윌리엄 수도사가 지적한 대로 ‘당신은 읽었으면서도 또 다른 수도사에게는 읽지 못하게 했고 여기에다 감추어 두었고.......죽어도 파기는 못하겠다고 버티어 온 그 서책’이 바로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시학’의 제2부, ‘웃음’에 대한 책인 것이다. ‘희극’의 내용은 이렇게 시작한다. ‘제1부에서 우리는 비극을 다루면서 이 비극이 연민과 공포를 아기함으로써 카타르시스의 창출을 통해 이러한 감정을 씻어 내는 과정을 검토해 보았다. 이제 약속대로 희극을 풍자극, 광대극과 더불어 다루면서 이 희극이 어리석은 자들을 즐겁게 함으로써 비극과 같은 작용을 하는 과정을 검토해보기로 하자. .....인간은 하고 많은 동물 가운데서도 웃을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만이 웃음을 아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했다. 비극은 고귀한 자들의 감정을 순화시키지만, 웃음은 어리석은 자들의 감정을 정화시켜준다’고 한다. 이에 대해 호르헤는 이렇게 해석한다. ’웃음은 범부를 악마에 대한 두려움에서 해방시킨다‘ 그리고 범부는 ’악마에 대한 두려움에서 스스로 해방되는 것을 지혜로 본다‘ ‘하느님에 대한 두려움에서 해방되면 안된다. ...웃음은 타락하고 천박한 쾌락이다.......웃음이라고 하는 것은 허약함, 부패, 우리 육신의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것에 지나지 않아요.’ 결국 호르헤는 악마에 대한 두려움과 하느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늘 경건하고 엄숙함을 지녀야만 진정한 신앙인이자 진리의 수호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호르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극’을 사람들이 읽게 될까봐 경계했던 것이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알게 하면 안되니까. 이런 호르헤에게 윌리엄 수도사는 일침을 가한다. ‘영감이 바로 악마야. 악마는 영혼의 교만, 미소를 모르는 신앙, 의혹의 여지가 없다고 믿는 진리야. ......여러분은 영감의 말을 믿은 것이 아니라 엄격함을 믿은거야...’ 웃음을 천박한 타락이라고 여기고 자신이 믿는 것만이 진리라고 고집하는 호르헤 자신이 바로 악마라는 것이다. 호르헤는 과거에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오늘날에도 호르헤같은 존재가 가능하다. 내 자신이 호르헤인지도 모른다. 독선과 교만에 빠져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항상 자신을 살펴야 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영혼의 교만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미소를 웃음을 잃은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독선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은지 성찰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 눈에 비쳐지는 내 모습을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대화가 중요하고 소통이 필요할 것이다. 상호 간에 소통이 무시되고 일방적으로 엄격함과 진지함만을 강요하며 커튼 뒤에서 신비한 존재로만 남아있기를 고집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진리라고 하기 어렵다. 신비한 커튼 뒤에 가리워진 존재의 실체를 볼 수 있는 지혜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 같다. 그것을 위해 끊임없이 성찰하고, 자연의 기호를 탐구하며 진리를 향해 나아가려고 노력해야 겠다. 3. 제목 '장미의 이름'의 의미는? 책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지난날의 장미는 이제 그 이름뿐,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 덧없는 이름뿐.’ 인간이 축적해온 지식의 보고, 장서관이 불타버렸다. 장서관은 인간의 오만함이라 할 수 있고, 그것이 불타 없어진다는 것은 인간의 최선, 인간의 오만함, 한때 찬란하게 피어오른 지식의 꽃! 화려한 장미는 이름뿐이고, 한낱 불길 속에 다 타버릴 수밖에 없는 허무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결국 ‘인간의 최선이라는 것이 이렇게 보잘 것 없다..’ 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 같다. 인간의 최선인 화려한 ‘장미’는 이름뿐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윌리엄 수도사는 자연은 열려진 책이고, 진리에 이르는 단서 즉 기호라고 했다. 우리는 그 단서들을 잘 관찰하고 해석하여 보편적 진리에 이르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관찰되는 것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할 때 ‘장미의 이름’이란 ‘장미’의 본질은 존재하지만,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보여지는 단서로서의 이름뿐이다. 그 이름은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장미에 관한 모든 단서들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니 그 이름, 단서들을 통해 장미에 대해 어떠한 해석도 가능하며, 그것이 곧 장미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한 인간의 최선의 노력이 될 것이다. 자연의 모든 기호는 진리에 대한 암시이고, 어떤 시대의 특수자에 대한 엄밀한 관찰은 보편적 진리에 이르는 단서가 될 수도 있다. 작가인 에코 역시 이 책이 많은 해석을 향해 열려 있기를 원할 것이라 생각한다. ‘웃음’을 천박한 것이고 진리에 다가가는 방해물로만 여겼던 호르헤를 비롯한 중세 수도사들의 모습이 우리의 역사에도 있었고, 어쩌면 오늘날에도 존재할지 모른다. 내 자신의 모습 속에서도 그런 모습이 있을 수 있다. 우리의 전통 문화에서 해학, 즉 웃음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 조상들에게 웃음은 현실의 고통을 승화시키고 극복하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그래서 ‘웃음’은 결코 천박할 수 없으며, 우리의 현실에 여유와 힘을 주는 소중한 것이다. 오늘도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에 미소 한번 머금어본다. 오랜만에 긴 호흡의 글을 읽으며 내 자신의 인내심을 시험해보기도 했고, 내가 믿고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한 반성, 삶의 태도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었던 고마운 책이다. 먼 과거의 이야기이지만 현재의 삶 속에서도 살아 꿈틀거리는 내용의 감동 깊은 책이었다. |
| 육체와 정신이 불길에 휩싸이게 되는 까닭은 기쁨을 느끼는 순간 온몸의 열기가 몸의 표면으로 치솟기 때문이다. 드잡이와 삿대질이 여전한 가운데 문 앞에서 안내를 맡고 있던 수련사 하나가 우박이 쓸고 간 벌판을 방불케 하는 그 난장판을 비집고 들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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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권에서는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수록 인간의 욕망과 광기가 드러난다. 금서와 진리를 둘러싼 탐구는 지식의 위험성과 시대적 억압을 반영한다. 불타는 도서관은 지식의 상징이자 상실의 아이러니로 강렬하게 기억에 새겨지고 소설 결말의 여운이 깊게 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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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출판사에서 나온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 상권 리뷰입니다. 장미의 이름이야 사실 말을 해서 뭐 하겠습니까ㅎㅎ 워낙 유명한 명작이고 대 작가 움베르트 에코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니 믿고 구매했습니다! 너무 재밌게 잘 읽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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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 작가의 장미의 이름 하권 리뷰입니다. 추리 소설의 고전 명작이지만 단순히 재미만 있는 소설이 아니라 많은 인문학적 지식이 녹아든 명서입니다. 요즘 양질의 독서가 줄어들어 현대인의 문해력이 도마 위에 오르는 일이 많은데 이따금 이런 책을 읽어 주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 같습니다. |
| 영화 속 결말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범인을 알고 보긴 했다. 애초에 미스터리가 중요한 건 아니었던듯 앞일을 미리 언급해버리는 형식 탓에 몰입에 방해가 됐지만 워낙 딴길로 새는 일이 잦아서 그런 요약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의 정체가 밝혀지고도 그게 그렇게까지 중요한지는 의문이었지만 잘못된 진리에 빠질 때의 위험성이라는 메시지는 대사로 정리해버린다. 제목의 의미로 마지막을 장식하는데 그물과 사다리라는 제목이 더 어울릴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