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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와 레비나스의 망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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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지적 태도’중 하나는 단연코 ‘망설임’이다.이 세상에는 문제에 대해서 곧 바로 대답을 내고 ‘이것으로 한 건 해결’이라고 정리하기보다도 “이것은 애당초 대답하기 어려운 물음이다”고 밑줄을 긋고 결정을 유보하는 것이 인간사회에 유익한 것이 많이 있다.동의해줄 사람이 별로 없겠지만 ‘대답을 유보하고 언제까지라도 안정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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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지적 태도’중 하나는 단연코 ‘망설임’이다.
이 세상에는 문제에 대해서 곧 바로 대답을 내고 ‘이것으로 한 건 해결’이라고 정리하기보다도 “이것은 애당초 대답하기 어려운 물음이다”고 밑줄을 긋고 결정을 유보하는 것이 인간사회에 유익한 것이 많이 있다.

동의해줄 사람이 별로 없겠지만 ‘대답을 유보하고 언제까지라도 안정되지 못한 상태에 머무르는 것’이 ‘대답을 금방 찾아서 깔끔한 상태로 있는 것’보다도 지성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생산적인 태도이다. 그 애써 안정되지 못한 상태에 머무를 줄 아는 지적인 태도를 우치다 선생님은 ‘망설이다’는 동사에 위탁하고 있다.

그런 망설임의 태도는 비유를 하자면 ‘목에 걸린 생선 가시’를 일단 잠시 동안 그대로 방치하는 것과 같은 태도이다. 그 찝찝한 상태를 견디다 보면 어느 샌가 ‘가시’는 녹아서 후두를 포함하는 신체 그 자체의 자양분이 된다(되는 경우도 있다).

모든 제도는 인간들이 함께 잘 사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존재하였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것 이외의 설명은 전부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제도’가 만들어지고 시간이 흐르다 보면 제도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 ‘무의미한 것’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대의 학교교육도 교사에게도 그렇고 학생에게도 마찬가지로 ‘무의미한 일에 내성을 키우는 일’을 과도할 정도로 높게 평가하는 구조이다. 그런데 ‘무의미한 것’을 강요당한 경우에 어떤 자세를 취하는가가 우리의 지성을 단련시키는데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래야 ‘무의미한 것’을 의미 있는 것으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그것은 이 ;무의미한 것‘은 애당초 제도가 발생할 당시에는 어떠한 의미를 가졌고 우리에게 어떠한 이익을 가져오기 위해서 설계되었는가를 철저히 따져 묻는 것이다.
제도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 중에서 우리가 현재 느끼고 있는 대부분의 ‘무의미한 것’은 제도설계 시점에서 목표로 하였던 '좋은 일'을 잊고 형해화, 타성화되어 버린 것의 귀결이다. 그래서 무의미한 제도를 근원적으로(radically) 고찰하기 위해서 그 제도(예컨대 학교교육/논문쓰기 등등)가 애당초(발생적으로) 목표로 하였던 ‘좋은 일’을 진심으로 찾는다고 하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것은 아니다”고 논증하는 것이다.
우리가 현재 느끼고 있는 어떠한 무의미하고 부조리한 제도도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좋은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숙지하고 나서가 더 중요하다.
“옛날부터 그랬으니까”하고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사고 정지에 불과하다. 예컨대 “수학교육은 이전부터 그랬으니까 우리가 지금처럼 계산문제에만 주구장창 매달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고정지에 불과하다. 혹은 논문심사는 옛날부터 그랬으니까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창의력, 상상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심사위원의 입맛에 맞는 글을 쓰는 것이다 등등. 나는 이런 태도를 ‘진리’라고 부르고 있다(혹은 ‘몰역사적 태도’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수학교육이나 학교교육은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곧 바로 그만두어야 한다”고 내치는 것도 일종의 사고정지이다. 이런 태도는 ‘무리’이다.
그럼 ‘망설임’의 태도(나는 망설임의 태도를 ‘일리’의 태도라고 부르고 있다)는 어떤 것인가?
그것은 “이 제도는 도대체 무엇을 목표로 만들어 졌는가?”와 같이 묻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물음만이 우리의 사고를 활성화시킨다.
즉 이렇게 묻는 것이다. 학교교육을 만든 사람과 수학을 만든 사람과 논문이라는 것을 만든 사람은 도대체 무엇을 목표로 하였는가를 따져 묻는 것. 그것이 우리가 제도를 대하는 어른다운 자세일 것이다.
물론 교육이라는 제도도 그렇다. 그 제도를 어떻게 활용하면 인간들이 함께 잘 사는데 유효한가. 그것을 제대로 고려하기 위해서는 옳고 그름에 대해서 망설이지 않고 칼로 자른 듯한 분명한 태도를 취하는 지성보다도 오히려 옳고 그름의 결단에 망설이는 ‘계량적 지성’ 혹은 ‘망설이는 지성’이 필요하다.

1. 좋은 글귀, 마음에 드는 가사 인상 깊은 영화 대사 등을 메모해 주세요.
2. 출처를 넣어주세요. ex) 234page, 4번 트랙<사랑해>, <브리짓존스의 다이어리>에서 브리짓의 대사

l********n 2020.05.08.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