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혜경궁 홍씨를 처음 만난건, 내가 초등학교때 일것이다. 아역배우 이재은이 맡은 어린 세자빈 역할. 드라마 이름은 잊었지만, 나와 나이가 같은 또래의 총명함과 영특함이 놀라웠다. 그녀가 맡은 역이 바로 혜경궁 홍씨의 아역이었다.
그 이후에도 영조, 사도세자, 혜경궁 홍씨, 정조에 이르기까지. 지금부터 200여년전의 역사는 수많은 책으로, 소설로, 드라마로, 심지어 영화까지 서로 다른 이름으로 재해석되고, 많은 사람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불러왔다.
최근에 읽었던, 대 소설의 시대(김탁환 저), 왕은 안녕하시다(성석제 저)에도 혜경궁은 등장한다. 그녀는 주인공이기도 하고, 조연이기도 하다. 해석도 분분하다. 자신의 가문을 위해 남편을 버린 비정한 여인으로도, 갖은 수모와 역경을 거친 가련한 여인으로도 등장한다. 소설을 사랑하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기록했던 모습으로도 나타난다.
이 책에서는 그녀, 혜경궁 홍씨가 주인공이다. 아버지의 특별한 딸로써 말이다. 그 이유는 책의 80%지점까지 한중록을 기반으로 되짚었기 때문이다. 거기까지 읽었을땐, 그냥 한중록을 청소년들이 읽기 좋게 다시 풀어썼구나..싶었다. 어짜피 이책의 기획의도가 '역사에서 걸어나온 사람들'로써, 생의 한 갈피에서 포착한 한 인물의 삶과 그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한중록을 통해 영조의 며느리, 사도세자의 아내, 정조의 어머니로..하지만 그에 앞서 홍봉한의 딸로써,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사투를 벌였는지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의 진짜 묘미는 2부였다. 1부까지 책 전체 분량의 80%는 한중록을 기반으로 그녀의 삶을 풀어간다. 2부는 조선왕조 실록과 각종 사료들, 다른 연구와 비교하며, 그녀의 '한중록'을 객관적인 시선에서 다룬다. 사람마다 입장차이가 있고, 인간은 윤색을 하기 마련이므로 같은것을 경험하더라도 모두 다르게 받아들이다. 그게 이야기의 묘이자 매력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200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계속 혜경궁 시대의 이야기를 계속 재해석 하고, 되풀이하는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도 말하는 것처럼, 결국 기록하는 사람이 이긴다. 어찌보면, 세월이 지난 후에도 '매력적인 이야기로써'계속 후술되는 그녀의 이야기, 그녀 시대의 이야기는 조선왕조실록과 한중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삶은 200년전에 끝이났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 이야기가 되었다.
|
|
사료들을 충실히 파악하고 비교한 것이 잘 느껴졌습니다. 저자의 해석도 매우 수긍되었습니다. 혜경궁 홍씨를 너무 정치적으로 능란한 사람으로 그리지도 않고, 그러면서도 의심할 대목들은 감안해서 읽어야 한다는 말씀에 모두 동의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여성 회고록으로서 뛰어난 사료라는 점이 이 책의 저자 역시 사로잡았던 것 같습니다. 독자로서도 마찬가지의 심정이 되어서 읽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