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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하든간에 사람에겐 용기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의 편견속에서도 과감하게 밀어붙일 용기. 어떤 말을 하던 모르는 척 할 용기가 필요한 법인데, 우리는 그 순간 그걸 놓치고 만다. 사람들의 말이 무서워 포기하고 만다. 용기는 잠식되고 숨기기에 급급해 결국은 그 두려움에 상처를 입고 만다.
민음사에서 나오는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를 좋아하기도 하고, 내게는 아주 생소한 작가의 꽤 긴 제목으로 된 이 소설을 보았을 때 무조건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작품을 썩 좋아하는 건 아니어서 약간의 걱정이 되긴 했지만 무언가 다른 이야기를 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 배우 공상표가 가진 필모그래피가 궁금했다. 어떠한 사연을 가지고 있을지, 어떤 비밀을 품고 있을지 몹시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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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공상표는 게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배우라 게이라는 사실은 비밀이다. 오로지 아들 (공상표 = 강은성)만 바라보고 사는 엄마 김미승은 그러한 사실을 눈치채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한다. 공상표의 매니지먼트 회사인 공엔터테인먼트의 실장인 누나 강은진은 동생이 게이라며 고백을 했어도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 그저 동생을 위해 게이라는 사실을 숨기기게 급급하다. 강은성을 위한 일이라 여기는 김미승과 강은진은 자기 안에 갇혀있다고 해야 하겠다. 무엇이 강은성을 위한 일인지 고심할 수밖에 없긴 하다. 강은성이 내 가족이라면 김미승이나 강은진처럼 행동하지 않았을까. 그런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타인과 가족은 다르다. 기대치가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강은성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성 정체성때문에 힘들었다. 독립영화감독인 김영우를 만나 비로소 자신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었다. 김영우와 함께라면 아무것도 거칠 것이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서 게이라는 사실을 숨겨야만 했다. 퀴어 영화를 출연하여 만들었으면서도 그걸 개봉하지 못하게 막았을 뿐만 아니라 커밍아웃을 결심했으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우리는 이 좁아터진 집에서만 연인이야. 이 집을 나서면 너는 어김없이 우리를 지우고 감추지. 세상에 단 한 번도 존재한 적 없는 것처럼. (235페이지)
강은성을 좋아하지만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는 김영우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문장이다. 누구나 다 아는 배우지만, 자신만 알고 있는 진실. 주변에서 드라마에 나오는 공상표를 이야기해도 자기의 집에 자주 머무는 사람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걸 알리고 싶은 게 당연하지만 그러지 못한다는 사실에 좌절한다. 이태원 클럽 방화 사건으로 많은 사람이 죽은 뒤에야 강은성은 비로소 자신의 감정을 인정한다. 자기가 가진 성 정체성을 인정하고 커밍아웃을 결정한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했던 건 김영우에 대한 마음이었다.
2장에서 소설은 강은성이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며 커밍아웃을 결정한 뒤의 행보를 나타낸다. 끝내 개봉하지 못했던 김영우의 퀴어 영화를 다시 준비하고, 방화사건을 돌아보는 인터뷰에 응하며 자신이 잃었던 것이 무엇이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김영우를 잃고서야 용기를 내었던 것이다. 그가 말하지 않았던 것들. 나타내지 못했던 것들은 모두 자기를 위해서였다. 말은 다양한 배역때문이라고도 했지만 결국엔 다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싫었던 것일 수도 있다.
문제는 '꾸며진 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호응이 커질수록 '진짜 나'에 대한 저의 반감과 혐오 또한 깊어졌다는 거예요. 사람들의 시선이 정답은 아닌데, 나를 향한 그들의 말과 생각은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허상과 다름없는 건데, 그들이 좋아해 주는 '꾸며진 나'가 옳은 것이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짜 나'는 틀린 것이라는 이분법이 자연스럽게 저를 잠식한 거죠. (182페이지)
어떤 게 옳은 것인지, 감히 말하지 못하겠다. 소설에서 나타난 것처럼 게이 임에도 역할의 다양성이 막혀 커밍아웃을 하지 못한 배우들이 있다고도 했다.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다 아는 어떤 예능인도 커밍아웃을 하고 힘들었을 것이다. 이제는 문학상 수상작에도 퀴어 소설이 나오고 있는 시대다. 이러한 시점에 이러한 소설들이 불편하다고만 여겨서는 안될 일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처음으로 퀴어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없었다. 한 사람을 인간으로 보았던 면이 컸던 것 같다. 무엇보다 소설의 흐름이 자연스럽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 자연스럽고, 크라우드 펀딩이나 배우의 필모그래피가 나오는 부분은 웹 상의 화면을 보는 것 같아 반가움마저 들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그렸고, 우리 주변에서 있음직한 인물들이었기에 많은 부분 공감을 했던 것 같다. 다양한 인물들로 하여금 강은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담백했다. 김병운 작가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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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운 작가의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는 공상표라는 예명으로 배우 활동을 이어 나가던 강은성이라는 인물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하여 그간 감춰둘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자아를 찾아나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전반적인 설정이라던가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방식도 그렇지만, 책장을 덮을 때 즈음에는 무언가 씁쓸한 느낌이 들게 만드는 작 중 결말 또한 그야말로 김병운 작가님 다운 작품이었다는 말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소설이었는데요. 김병운 작가의 이름은 알고는 있었지만, 단편보다는 장편을 선호하셔서 그간 김병운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시지 않은 분들이라면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와 같은 책으로 김병운 작가와의 첫 만남을 시작해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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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었어요. 전 특히 누나 시선이 참 흥미로웠어요. 왜냐하면 주인공과 엄마는 충분히 클리셰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캐릭터랄까? 해서 그냥 저냥 봤는데, 내가 만약 누나였다면 어떤 감정을 가졌을까 생각해봤는데, 생각보다 많이 혼란스럽더라구요. 누군가 나한테 커밍아웃을 한다면, 아니면 알게 된다면, 아니면 내가 하게 된다면 현실에서 어떤 식으로 그 감정을 마주해야 할까, 표현해야 할까 등등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
|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 제목만 읽어도 호기심이 생기는 책이었다. 추천을 받아 읽었는데, 전혀 퀴어소설인지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근래 읽은 퀴어 소설에서 손꼽힐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인물들간의 커밍아웃을 놓고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냈고 단순히 커밍아웃뿐 아니라 어머니와 아들의 갈등, 사이에 끼어버린 누나, 등 다양한 모습을 함께 보여준다. 그리고 작가의 필력이 앉은자리에서 소설의 끝을 보게 만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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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는 후회와 다짐의 시간들이 있다. 솔직해지기 두렵지만, 나를 제대로 마주하기 두렵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용기 내어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에게 허심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람들은 배우 공상표를 어딘가 모난 사람, 특이한 사람이라 생각할 것이다. 내가 나인 게 고통스럽고 그 사실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상황은 배우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있는 일이다. 나이기를 위한 고민과 시도로 인해 주변 사람들과 다투고 그 의지를 시험에 들게 하는 상황이 있다. 나조차도 내 편이 아닌 무지향의 시간이 더더욱 고통에 빠져들게 한다. 하지만 그 시간이 결국 조금이나마 자신을 부끄럽지 않게, 그리니까 진짜에 가깝게 감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는 믿음이 소설을 읽으며 마음속에 움튼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세상에 내놓은 자신의 흔적이고, 이제 공상표, 아니 강은성은 아는 사람만 아는 세계에서 우리의 세계에 자신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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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있음 배우 공상표는 새로운 배우 발굴로 이름난 유명 감독의 영화로 데뷔하며 배우로서 탄탄대로를 걷는다. 그런 그의 성공의 이면에는 물신양면으로 발벗고 나서는 어머니와 누나가 존재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에게는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그의 기획사대표이자 어머니는 다시 재약진을 위해 계획을 짜보려 하지만 공상표는 또 다시 사라진다. 그는 무슨 생각인걸까. 그러던 와중 프로젝트 펀딩 사이트에 과거 일어났던 게이 클럽 테러 사건에 대한 인터뷰집이 모금에 나서는데 공상표가 인터뷰이 중 한명으로 밝혀진다. 이 소설은 공상표가 자신을 숨기고 살아가다가 사랑했지만 지켜주지 못했던 이의 죽음을 계기로 자신을 사랑하기로 마음 먹는 이야기다. 흔하다면 흔한 자기극복 스토리라고 할 수 있지만 작가는 연예계라는 소재를 통해 가쉽과 공론장의 존재에 대해 숙고하게 만들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