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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영국 살던 시절부터 알던 이제 절친인듯한 (?) 연작가님과 함께 처인구에 있는 한 책방을 찾았다. 서울 살때부터 즐겨보던 네이버 -우리동네-코너에서 발견한 우리동네(용인은 넓고 넓지만..ㅎㅎ) 책방이었고 그 포스팅의 설명은 자세히 읽지도 않은채 사진만 보고 흠뻑 빠져 무작정 가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집에서 운전해서 가니 50여분 거리.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이다. 용인시 내에서 이동하는 거리라고 본다면. 그럼에도 그곳을 찾아가는 시간이 즐거웠다. 영국에서 갓 돌아온 그녀와 이것저것 수다를 나누며, 평소엔 보지 못하는 풍경들을 보며 드라이브 삼아 갔더니 생각보다는 금방 도착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북카페인줄만 알고 갔다가 책방 입구로 들어가는 길목들을 보며 놀랐다. 동화속 세상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들어가 커피를 주문하고, 서가에 꽂혀있는 헌책들과 팔고 계시는 새책들을 둘러보고, 주인장님(임후남 작가님)의 설명을 듣고서야 여기가 알만한 사람은 아실법한 분이 운영하는 곳이란 걸, 단순한 북카페가 아니라 책방 주인이 직접 큐레이션한 책들을 파는 요즘 핫한 '동네책방'임을 알게 되었다. 영국에서 돌아와 서울에 몇년 살며 육아에 버거워, 삶의 쳇바퀴에 버거워 인스타그램으로 몰래 눈팅만 하던 서울의 핫한 책방들은 몇군데 있었다만 시골의 책방은 생소했다. 더구나 몇개월 전 첫 책을 낸 에세이 작가로서 '동네책방'이란 단어는 나에게 약간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책을 내준 출판사에서 투고된 내 원고를 보자마자 연락하셨고, 단숨에 직접 달려와 계약을 하자고 하셨었다. 그리고 조급은 급하게 책이 (두달여만에 나왔음)나왔고.. 역시나 신참작가의 책은 판매실적이 예상을 밑돌았던 모양이었다. 그리하여 출판사는 동네책방을 소재로 한 TV드라마에 언급된 그 출판사의 다른 책을 마케팅하는 것에 더 열을 올리고 있었고. (이는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출판사는 자선사업이 아니므로) 초보작가로서 나는 약간의 상처와 섭섭함을 지니고 있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동네책방이란 곳의 생태계까지는 잘 몰랐던 것에 대한 변명을 여기 내공간에서라도 뒤늦게 하며.. 언니가 '작가를 위한 캐릭터 트라우마 사전'인가 하는 책을 살 동안 나도 한권 살것 했다는 생각이 되늦게 들었다. ![]() ![]() ![]() 서두가 길어졌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이상하게 동했고 온라인서점에서 주문해 어제 오후부터 읽기 시작하여 오늘 끝장을 내고 말았다. 나는 책을 지저분하게 읽는다. 문장수집가이다. 줄을 긋고, 리뷰쓸 곳을 생각하며 귀퉁이를 접어놓는다. 리뷰 쓸때 쓸만한 생각들이 넘쳐나서 오히려 본 책의 독서에 방해가 되는 지경인 책들이 있는데 오랜만에 그런 책을 만났다. 보통 그런 책은 20대중반, 대학생 시절 읽은 소설작품이었는데 (주로 영미권이나 남미쪽 소설들) 에세이는 처음이다. 위 사진을 보면 얼마나 많은 페이지의 귀퉁이를 접었는지 알수 있을 것이다..... 초반에는 작가님의 경력에 비추어 볼때 생각보다는 조금 더 담백하고 크게 특별해보이는 부분은 없구나 생각했다. 그것이 오산이었음은 곧 밝혀졌지만... 담백함에 할 말을 모두 담는다는 것이 (혹시라도 이 긴 리뷰를 읽고 있는 독자가 있다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는가? 보통의 내공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저널리스트로의 경력, 편집자로서의 오랜 경력이 뒷받침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인으로서의 면모 또한. 작가님이 내신 시집 < 내 몸에 길 하나 생긴 후> 는 도서관에 가면 시집 코너를 꼭 기웃거리는 내가 언젠가 낯을 본적은 있다. 읽어본 적은 없지만. p.26 시골은 도시보다 불편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외식을 할 수 있는 집에 살던 때와 비교한다면 ~~~~ 시골생활이다. ->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하지만 저는 불편한 것이 더 좋아요." (중략) 저는 편안하고 안락한 것이 싫어요. 저는 신과 시와 진정한 위험과 자유와 선과 죄를 원합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그래요, 전 불행할 권리를 원하는 셈이죠." p.28 -소나무는 점점 물을 먹어 진해진다.- 는 표현 마음에 들었다. p.51 작가님의 한 후배가 하셨다는 말 "지금까지 살아온 길이 지금처럼 살기 위해 살아왔던 것 같아." 고작 36세에 이런말은 하는것 자체가 허세 같지만 나도 간혹 그런 생각을 한다. 짧지만 결코 굴곡 없는 삶은 아니었고, 어린 시절의 결핍도 많았다. p.67 그랬군요. 힘들었겠어요, 라고만 이야기하면 될것을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책 속 한 구절이 떠올랐고, 어떤 이야기 앞에는 소설책 한권이 그냥 통째로 들어왔고, 또 어떤 이야기 앞에서는 책 표지가 펼쳐졌다. 제발 스스로도 말리고 싶은 엄청난 오지라퍼인 내가 생각나서 동질감을 느꼈다. 어차피 내가 하는 조언 따윈 흘려들을 것이 뻔하더라도 기어이 그 말을 내뱉고, 뭔가라도 도움이 되었다는 혼자만의 안도감만이라도 있어야 애정을 가진 존재에 대한 관심을 내려놓고 비로소 밀려있는 내 일을 할 수가 있다. *그리고, 정말 좋은 책은 책 속의 책 때문에 독서가 끝나고도 계속해서 연장되는 독서를 하게끔 하는 책이다. 이책에 언급된 수많은 책들 때문에 내의 독서버킷리스트가 한껏 채워져버렸고, 당분간 힘들게 수집하는 수고를 덜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를 줄기차게 언급하고 세뇌시키는 작가님의 은근한 집요함에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중 내가 읽어 싶어진 책의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파커J.파커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문태준 시집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페르난도 페소아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허수경 산문집 -그대는 할 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델리아 오언스 -가재가 노래하는 곳- 조은 시인의 시집 이원하 시인의 시집 박지웅 시인의 시집 한유석 산문집 -술 마시고 우리가 하는 말들-
결혼과 육아로 힘들었던 몇년의 다이어리는 휑한 구석이 훨씬 많지만 무언가 일상을 기록하기를 멈추지는 않았다.
p.206 단언컨대 이 꼭지는 음주 후 writing을 하셨다고 본다...ㅎㅎㅎ p.210 <내가 알던 그 사람> -웬디 미첼 & 아나 와튼- 치매를 소재로 쓴 이 책의 번역자가 공경희라고 되어있는데, 그리 흔한 이름은 아니므로 내가 좋아한 얀 마텔 작가의 책을 번역한 그분이 맞는가 궁금했지만... 일단 리뷰를 쓰고나서 찾아보기로 한다. p.217 '소설을 쓰고 싶다'와 '꼭 써야할 이야기가 있다'와는 다른 것이라는 것을 그때 그녀를 통해 처음 알았다. 최근 읽은 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의 작가 해설 부분에서 조경란 소설가가 로맹 가리에 대해 말한 부분이 떠올랐다. p.222 '허쁘다'의 뜻이 궁금함. 사전에도 안나옴 p.234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런 무와 배추를 마다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걸 갖고 가서 다듬고 김치를 담그는 일이 너무나 번거롭다는 것이다. 대체 얼마나 더 편하게 살아야 하는 걸까? 마지막 문장은 조금 비판을 하고 싶었다. 나도 오히려 영국에 살며 없는 재료를 끌어모아다 김치와 깍두기를 담가먹곤 했는데 막상 귀국해서는 육아에 치여, 또는 내 책에 언급한 바 있는 이유 (김장에 대한 안 좋은 추억), 친정 엄마 김치가 맛있으니까, 뿐만 아니라 더 편하고 반찬을 손쉽게 사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저마다의 가치판단에 따른 '중요한 것'이 다르기에 손수 김치를 담그는 수고 대신에 다른 것을 택하는 사람도 많기에 (아이에게 동화책 한 권 더 읽어준다거나) ... 이 문장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졌다. p.240 여름날 저녁에는 마당에서 따온 가지와~~~~~ 먹고 또 먹는다. 분명 저녁에 월남쌈에 와인을 곁들열 배불리 먹었는데, 문장을 보고 침을 흘리고 있었다. 작가님이 술을 즐길줄 모르는, 풍류를 모르는 문학가가 아니란 사실을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야 드러나 안도하였다. p.254 나를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맞다. 나도 그렇게 적곤 했다. 넘치게 긴 리뷰로 이 책이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굳이 서사하는 수고는 덜려고 한다. 자, 오늘 하려던 것을 다했으니 이제 취한 정신을 부여잡고 자러가야지...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