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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지도를 보면은 지도의 쓰임새나 모양보다 신기하다는 생각과 아름답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 옛날 관측할 수 있었던 시대로 아니고 직접 가보지 못하는 곳이 더 많았을텐데도 어떻게 이렇게 세계지도를 그려낼 수 있었던 건지. 디테일하게 들여다보면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지만, 그럼에도 세계를 어렴풋이 비슷하게 담아냈다는 것도 그렇고, 제작자마다 지도가 다르게 그려진 것이 오리지널의 향기가 진하게 풍기는 것이 내눈에는 지도라기보다는 예술품같았다.
'한반도, 서양 고지도로 만나다'는 제목대로 서양 고지도 속에 나타나있는 한반도의 등장과 모습, 명칭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는데, 필자가 여러 박물관에 흩어져있는 고지도를 보기 위해 발품도 많이 팔았겠구나 그 노고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책에 실려있는 고지도, 중세와 세기 별로 다양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자면 지도라기 보다는 삽화같은 지도도 보였고, 지도 안에 왕이나 바다, 배같은 그림이 들어가 있기도 했다. 세계의 모양도 다 달랐고 정확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한반도를 찾아보면 한반도가 맞는 건지 있는지 없는지 잘 구별이 되지 않는 지도도 여럿이었다.
중세의 지도에는 한반도가 직접적으로 그려진 경우는 드물었는데,있다고 해도 '동방견문록'과 관련하여 언급되었다. 1375년 '카탈루냐 아틀라스'에 카우리로 표시돼 있는데 이곳이 고려라는 설이 있다. 16세기에는 세계지도를 포르투갈에서 주도해서 제작했는데, 한반도가 길쭉한 섬으로 표시돼 있거나 '1569년 세계지도'에서는 솔랑가라는 이름으로 그려져 있기도 했다.
한반도는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늦게 표시됐는데, 앞서 언급한 대로 섬으로 표시되기도 하다, 우리나라가최초로 반도로 등장한 때가 1561년 포르투갈의 해도였다. 16세기 들어서 유럽에는 중국에 대한 관심은 널리 퍼져있었고 그 영향으로 17세기 들어서 중국과 인접한 조선의 형상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조선의 형태는 섬으로도 반도로도 표시된 것을 보면 과학적 기술이 뒷받침되기까지 세계지도에 한반도는 그 형태조차 제대로 기재되지 못했다. 중국이나 일본이 무역 혹은 선교사에 의해 지리적 정보가 서구에 전해진 것에 비해 조선은 그렇지가 못했던 은둔의 나라였던 것이다.
그런 가운데에서 촉각을 세우고 살펴보게 되는 것이 영토와 관련한 문제이다.지도에 독도와 동해의 이름이 등장하는지 여부와 간도와 관련한 지도라고 할까. 아무래도 분쟁지역과 관련한 표기 문제가 민감하게 다가오게 된다. 18세기 들어 동해로 표시한 지도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일부였고, 울등도와 독도 표시 또한 그러했으니, 필자는 독도를 표시한 지도 갯수로 독도의 영토를 주장하는 것은 과학적이지 못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간도문제 역시나 철저하고 냉철하게 서양고지도, 중국고지도 조선 고지도를 모두 고증하고 문헌까지 연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배타적인 민족주의적인 시각보다는 과학적이고 확실한 근거에 입각한 주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지도로 영토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영토문제는 과거가 아닌 현재문제이기 때문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의 논리가 더 우세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니 독도는 우리가 지배하고 있으니 굳이 우리 영토로 확인한다고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이후 지리상의 발견이나 과학의 발달로 먼나먼 항해에 나서게 된 서구국가는 탐사단이라는 이름으로 조선 앞바다까지 자주 출몰하게 됐고, 이들은 조선의 바다를 결코 그냥 보아넘기지 않았다. 조선 바다를 탐사하고 자료를 수집해가면서, 조선은 더 이상 은자의 나라가 아니게 된 것이다.
'한반도, 서양고지도로 만나다' 는 책 속 고지도에 그려진 한반도 모양새를 살피면서 읽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일본열도와 함께 섬으로 표시되기도했고, 이탈리아 반도처럼 길쭉하니 표현되기도 하고..19세기들어서는 한반도 모양이 지금과 별차이 없이 게재된 것을 반갑게 보게 됐다.
중세의 서양 고지도가 기독교적 세계관을 반영해서 에덴동산을 담고 있는 것에서 점차 무역과 탐사를 위한 자료로 적극 활용되면서 정확해지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한반도 모양새만 중요한게 아니라, 좀 더 넓게 보자면 서양 고지도 속 한반도는 그것이 서구에 비춰진 조선의 모습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소비자의 취향과 제작자의 공간인식이 어우러져 탄생하는 것이 지도라는 필자의 주장을 되새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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