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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단지 현실, 자연/풍경, 사람 등 대상에 대한 모사(模寫)로만 치부하려는 이들이 있다. 또는 어떤 카메라나 렌즈로 찍었는지, 화질과 선예도는 어떤지, 얼마나 소위 “쨍”한지에만 관심 있는 사람들도 있다. 포토샵이나 인스타그램의 필터 등을 동원하여 가까운 사람들을 미화하거나 셀피가 얼마나 분위기 있게 잘 나왔는지에 대해서만 관심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것이 오늘날 팔릴 만한 사진이라는 것을 맹신하는 사람들은 더 많다. 하지만 사진이 단지 그런 것에 불과한가. 예컨대 어린 시절의 사진을 다시금 꺼내어 들여다보는 일을 생각해보자. 그 사진 한 장의 안팎에는 나의 과거와 기억이, 그 사진을 촬영한 부모님의 시선과 애틋한 마음이, 그리고 그것과 불가분적으로 결부되어 있는 사진 너머의 무수한 사연들이 있다. 이처럼 사진은 단지 한 장의 소위 “잘 나온 사진”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일찍이 발터 벤야민이 19세기의 흑백 사진에서 시간의 주름을 읽어냈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사진은 사진 안팎의 무수한 시간과 공간, 사람들의 기억, 나아가 역사와 사회와 정치 등과 접속하며 분기되는 ‘다른’ 가능성들과 결부되며 또한 그것들을 파생시킨다. 『포스트모던 이후의 사진 풍경』은 제목 그대로 포스트모던 이후의, 이 시대의 가장 급진적인 사진가들의 작업을 대상으로 ‘사진’이 어떤 가능성을 내파하면서 동시에 진화하고 있는 양상에 대한 지극히 주도면밀한 관찰이자 동시에 풍부한 이론적 논거에 입각한 사진론의 한 진경(珍景)이다. 이 책은 사진이 시각예술로서 가지고 있는 가능성에 대한 성찰을 극단까지 밀어붙인다. 오늘날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사진가들의 작업에 관한 애정 어린 시선에 입각한 꼼꼼한 논의 및 이론적 의미 부여가 이루어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무엇보다도 사진의 ‘다른’ 가능성을 믿고 모색하려는 이들에게 이 책은 일독할 만한 가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