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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있는 동안 여러 권의 책을 읽었지만 교육에 관련된 책은 한 번도 읽지 않았다. 교사로서 교육학은 일종의 열매와도 같았기에 기초 학문을 먼저 공부해 자양분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었지만, 슬슬 전역이 다가오는 만큼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해 첫 교육학 도서로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보통의 교육학 도서는 교사를 독자 삼아 책을 쓴다. 하지만 이 책은 교사뿐만 아니라 교육에 관심이 있는 모든 성인들을 대상으로 삼은 느낌이 강했다. 나 역시 교사이기보다는 인생에 대해 가르침 받는 학생의 입장에서 글을 읽었다. 모든 광범위한 주제는 우선 정의를 명확히 해야 논의가 성립된다. 작가는 이를 정명이라 말한다. 마이클 센델은 정의(正義)라는 막연한 주제를 ‘분배의 정의’로 정의(定義)하여 자신의 주장을 멋지게 펼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작가는 교육을 ‘다른 사람을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의식적인 과정’으로 정의한다. 나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역량과 가능성의 폭을 넓히는 것을 의미하며, 더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을 뜻한다. 교육에 대해 논하면서 동서고금의 다양한 사상가들을 인용했지만 핵심은 아리스토텔레스와 스피노자의 철학이다. 행복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는 점, 행복을 자기발전과 동일시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스피노자의 철학은 앞으로 공부해야 하는 주제지만 일단은 공감 가는 견해였다. 역량과 가능성의 폭을 넓힌다는 건 달리 말하면 자유로워짐을 뜻한다. 자유로운 인간이란 그저 충동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는 인간이 아니다. 같은 경험 속에서 보고들을 수 없었던 것을 보고들을 수 있게 되고, 그 과정에서 부당함엔 분노를, 온당함엔 기쁨과 감사를 표할 줄 아는 인간이다. 또한 자기 자신을 더 잘 알게 돼 할 수 있는 것의 폭이 넓어지고, 할 수 없는 게 무엇인지 아는 인간이다. 공자는 ‘내 나이 70이 되니 마음이 하자는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 경지야말로 교육이 목표로 하는 자유로운 인간이라 생각한다. 물론 모든 사람이 공자가 될 순 없다. 하지만 공자가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은 될 수 있다. 노력은 스스로 하는 것이며 우선 목표를 인지해야 시작할 수 있다. 교사로서 교육의 역할은 세상을 사는데 알아야 할 다양한 지식을 알려주고, 비판능력과 창조성을 길러주는 것이다. 목표를 인지시키는 것이다. 이 교육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공자가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 즉 스스로를 교육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비판능력과 창조성을 기르기 위해선 다원성이 확보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의 환경은 민주적이어야 한다. 교육은 개인을 사회문화적 존재로 거듭나게 하고 자유와 행복을 가져다준다. 진정한 자유가 주는 행복에 비하면 돈, 명예, 권력 따위가 주는 행복은 신기루에 불과하다. 교육과 관련한 광범위한 주제들을 다루지만 교사들을 위한 지식도 많았다. 우선 모호하게 구별되는 여러 개념들을 명확히 구별해주었다. 가르침과 훈련과 훈육의 차이점, 성장과 성숙의 차이점, 창의와 창조의 차이점 등 교육뿐 아니라 교육을 이루는 각각의 구성요소들도 정명한 점이 좋았다. 다만 교육 전반에 관해 설명하는 책이다보니 작가의 생각이 옅었단 아쉬움도 든다. 교육이 사람 따라, 상황 따라 다르게 이루어져야 한다지만 특정 상황에서 작가는 학생 중심의 참여형 수업을 할지, 교사 중심의 강의형 수업을 할지 등을 예로 들어줬으면 참고가 많이 됐을 것 같다. 별개로 사회 전반에 관한 작가의 철학과 가치관은 가감 없이 드러난다. 부모의 역할, 페미니즘, 민주주의, 사회의 분배구조 등 교육과 관련한 굵직한 주제에 관해 일관성 있고 단호한 태도가 인상 깊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선배교사의 자아성찰이자 제언이 담긴 책이다. 처음엔 이왕 교육학 독학을 시작할 생각이라면 외국의 유명한 학자나 공교육의 역사를 먼저 읽어보는 게 순서상 맞지 않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신규연수 때 읽은 ‘교사가 교사에게’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은 기억이 있어, 한국에서 성실히 교직 생활을 한 선배의 조언부터 들어보잔 생각에 읽게 되었다. 이런저런 핑계로 독서를 결국 한 달이나 미루고 읽었는데 더 빨리 읽어볼걸 후회될 정도로 배운 게 많았다. 러셀은 ‘서양철학사’라는 책에서 철학자나 예술가란 당대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지만 난잡하게 흩어진 생각과 감정을 정돈된 언어로 표현하는 사람이라 한 바 있다. 이 책은 교육 전반에 관한 여러 주제를 논한다. 그런데 그 다양한 주제 중에서 자유와 행복에 관한 이야기에 특히 몰입됐던 이유는 그 속에 내 복잡한 고민이 숨어있었고 이를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해결해줬기 때문이다. 교사가 된 뒤 정말 기쁘고 보람찬 마음으로 생활해왔지만 2달쯤 지났을 때 무서운 위화감을 처음 느꼈다. 입시와 취직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사라지니 모든 행동에 의미부여가 되지 않았고 권태로웠다. ‘좋은 교사’가 된다는 건 분명 멋진 일이지만 남들이 정해놓은 목표를 뒤따른다는 느낌이 강했다. 게다가 좋은 교사가 될 이유를 생각 안 하고 따르는 건 결국 맹목이라고 생각했다. 학교도 졸업하고 돈도 버니 분명 전보다 자유로워졌고 행복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러질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을 삶과 동반자로 보자는 생각은 내게 위로이자 동기부여가 되어 주었다. 나 역시 가르치는 기계가 아닌 평생을 배워가는 주체적인 존재가 되었다. 배움에는 끝이 없는 법이다. 평생을 닿을 수 없는 목표를 향해 내달리기에 결과보다는 과정에 의미를 두는 삶, 그 과정을 함께할 제자들이 있다는 사실은 생각만으로도 멋지고 재미있는 삶이다. 앞에서 말했듯 이 책은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읽어볼 만한 책이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교사가 된 지 1~5년이 된 내 친구들이 많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앞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지엽적인 문제에 매몰돼 큰 그림을 보지 못할 때, 경력이 쌓여 매너리즘에 빠질 때 두고 읽기 좋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