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모멘트 아케이드에 들어섭니다. 사람들의 모든 순간이 짧게 가공되어 업로드되는 곳. 누군가가 체험한 기억 데이터를 사고파는 기억 거래소 모멘트 아케이드. 저는 산책하듯 아케이드 여기저기를 걸어 다닙니다. - 본문 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이 대히트를 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과학문학상이란 등단 루트가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국과학문학상은 아쉽게도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뽑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공모전을 하면 너무 큰 규모가 되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내년에나 뽑을 테니, 내년 공모전에 도전해 볼까. 올해 수상작은 모멘트 아케이드다. 제목부터 난해한데, 은근 기대된다. 수상작들이 다는 아니지만, 대부분 재밌으니까. 아뭏든, 이번에 리뷰로 쓰고, 독서습관캠페인에 올릴 예정이다. 참참참 재밌는 시간이 가겠다.
|
|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는 것처럼 기억을 거래하는 가상 플랫폼을 소재로 한 모멘트 아케이트, 인간 복제를 소재로 한 테세우스의 배, 지구 탈환 작전이라는 우주 전쟁을 앞두고 벚꽃 동산이라는 고전 연극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등 다채로운 소재와 배경의 작품들이 실린 단편집. 작품들마다 독특한 상상력과 감성이 느껴져서 좋았다. |
|
제4회 한국 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이다. 교보문고의 SF 수상작품집과 비교하면서 읽었는데, 이 책이 훨씬 낫다. 이것은 개인 취향일 지 모르겠는데 차라리 인간의 내면을 다룬 순수 문학보다 SF 소설이 더 읽기 편했다. 단편이라서 그랬을가? 황모과의 작품은 타인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이해를 하는 것이 인간 세상에서 지옥을 천국으로 만들 수 있다는 고전적인 주제를 잘 녹여낸 좋은 작품이다. 상대방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사람의 기억을 데이터로 만들어서 재현해낼 수 있고, 로그인을 통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설정을 이용했다. (스포일러?) 존 프럼, 테세우스의 배 같은 경우 소설적 완성도는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 하지만 현대 디지털 기술문명과 관련된 모든 소재와 문제들이 골고루 다뤄져 있다는 점에서 읽을만 했다. 스토리를 원한다면 나름 새롭게 읽을 수 있긴 하지만, 주인공의 심정에 감정이입할 이유를 찾지는 못했다. 꽤나 지적이고 복잡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결국 책을 다 읽고 나면 무슨 이야기인지 머리에 남는 것은 없었다.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이야기인가.... ???
p. 테세우스법은 제2차 알래스크 공의회에서 확정된 삼위일체 사상을 이론적 근간으로 삼는다. 원본이 되는 아버지 격인 인간, 복제로 태어나는 자식에 해당하는 인간, 클라우드의 데이터적 영혼이라 할 수 있는 의식, 바꿔 말하면 전부, 전자, 전령은 본질적으로 하나라고 하는 것이 삼위일체 사상이다. 53. 엄밀히 말해서 내가 진짜로 죽음을 맞이하는 건 아니다. 몸이 분해되는 순간, 내 모든 기억이 클라우드에 동기화될 테니 말이다. '진짜'라는말이 나와서 말인데, 진짜 나는 달에 있다. 아마 지금쯤 전송 터미널에서 지하철을 타고 월면 도시 암스트롱으로 이동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고 내가 가짜라는 건 아니다. 달에 있는 나도, 지구에 남아 있는 나도, 모두 진짜 '나'이다. 하지만 여기 있는 나는 전송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오 인해 의도치 않게 생성된 폐기 처분 대상일 뿐이다. 가작 유진상. 그 이름, 찬란 양진. 네 영혼의 새장 이지은. 트리퍼 |
|
명작으로 이름 높은 유명한 고전 SF들을 제외한다면 현대 장르소설에 익숙치 않은 내가 쉽게 이해하고 빠르게 읽을 수 있던 국내의 SF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일단 최근까지 유지되면서 여러 베스트셀러 작가를 배출한 상의 수상작들이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는 보장될 거라는 생각에 구매 당시 망설이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머릿속엔 현대적인 주제와 코드를 건드리는 작품들로 꽤 좋은 독서 경험으로 남았다. 이 작품집이 국내 SF 전체에 흥미를 갖도록 하는 촉진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작품의 질이 나쁘지 않았다. 고전에 독서가 치중되어 문장도 옛 느낌 그대로 절여진 입장에서 문장의 구조가 일정하지 못하다거나 가독성과 묘사가 뛰어나다고 보기는 힘든 작품이 있었지만 대부분 SF라는 장르의 특징상 밀어붙이는 상상력과 특이한 소재, 비교적 난해하고 해석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이미지가 중점이므로 크게 문제될 부분은 아니었다. 대상과 우수상 수상작 사이엔 큰 차이가 없다고 느껴졌고 소재를 풀어내는 능력 자체는 우수상작 <테세우스의 배>가 더 뛰어나다고 느꼈지만, 가작 선정된 작품들은 결말이나 전개에 구멍이 뚫려 있거나 구성이 부실하다는 느낌을(단편임을 감안하고도) 받았다. 이하 간단한 소개와 후기를 남긴다. 대상 <모멘트 아케이드> 기억이라는 한 인간의 가장 내밀하고도 개인적이면서 주관적인 정보를 공개하고, 타인이 그 경험을 받아들여 체험한다. 척 봐도 독자를 울리기 좋은 소재고 주요 인물들이 등장했을 때부터 전개가 예상되는 부분이 있다. 예상했듯 독자의 가슴을 찡하게 하는, 짧은 분량에도 훌륭한 감동을 선사하는 글이면서, 크게 무리하지 않으면서 뻔하지 않은 전개로 다음 작품이 기대되게 한다. 우수상 <테세우스의 배> 존재의 변화에 대한 의미와 정체성에 관한 오래된 난제인 테세우스의 배를 소재로 의도치 않게 잘못 탄생한 복제인간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데, 수록작 중 가장 서사가 탄탄하다고 느꼈다. 익숙하지만 간단한 사고실험도 가능케 한다. 지금 우리 사회의 일면인 노동과 종교에 대한 모습도 직유로 드러내고 있다. 가작 <그 이름, 찬란> 병사들은 실전 투입을 앞두고 연극을 연습하며 가치를 찾고 일상을 누린다. 삶이 거의 확실히 끝날 순간을 목전에 두고 일상과 목표에 매진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결말도 잔잔한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개인적으로 이야기보다 문장이 아쉬운 작품이었다. 가작 <네 영혼의 새장> 한쪽 다리를 잃고 고아원에 14년간 머물던 소윤은 한 가정에 입양되고, 그 가정에 본래 있던 아이의 성향을 이식받는다. 자신은 원래 있던 누군가의 대체자라는 사실에 혼란스러워하는 소윤에게 어느날부터 '언니' 혹은 '원본'의 목소리가 들리게 되는데, 묘사와 디테일이 훌륭했으나 결말이 상당히 애매했다. 가작 <트리퍼> 미제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동물과 뇌를 공유할 수 있는 트리퍼링 기술은 혁신적인 공헌을 했고, 주도는 국내에 몇 없는 트리퍼링의 전문가로써 10년째 진행 중인 연쇄 살인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이 책의 진행에 대해 소개하는 것 자체로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짧은 분량 속 세밀한 묘사와 빠른 전개의 공존이 돋보인다. 이상 다섯 작품이 해당 도서의 수록작들이며, 이름을 남길 명작도 아니지만 읽어서 나쁠 것 없는 균일한 수준의 작품들이라 생각한다. 이미 유명한 SF 작품을 많이 접해본 사람보다는, 막 흥미가 생겨 입문하려는 독자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 듯하다. 이 책을 시작으로 다른 하드, 소프트 SF까지 차근차근 발을 넓혀가다, 다시 이 책으로 돌아왔을 때. 그때는 다르게 읽힐 수도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