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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남자가 일하기에는 아주 좋다. 남자가 일감을 가져오는 집은, 말끔히 청소가 되어 있고 일하기에 딱 좋도록 남자 중심으로 새로 배치할 수도 있다. 남자에게는 일이 있다는 걸 누구나 알아준다. 따라서 으레 전화를 받는 일도, 어디 두었는지 모를 물건을 찾는 일도, 아이들이 왜 우는지 알아보는 일도, 고양이 먹이를 주는 일도 기대하지 않는다. 방문을 닫아걸어도 무방하다... 여자에게 집이란 남자와 같은 곳이 아니다. 여자는 누구들처럼 집에 들어와서 이용하고 마음대로 나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여자는 곧 집이다. 떼려야 뗄 수 없다. - '작업실' 중에서, p.13
어느 날 저녁, 그녀는 셔츠를 다림질하다 말고 남편에게 말한다. 아무래도 작업실을 얻어야겠다고. 스스로 말을 하면서도 너무 허황된 소리가 아닌가, 잔뜩 제멋에 겨워 유난을 떠는, 같잖은 요구처럼 들리지는 않을까, 그녀는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글을 쓰는 데는, 타자기나 연필 한 자루와 종이 몇 장에 책상과 의자만 있으면 그만이니 말이다. 쾌적하고 널찍하고 바다가 훤히 보이는 데다 정원까지 있는 전망 좋고 넓은 집을 놔두고 굳이 글을 쓰기 위한 작업실이 필요했던 이유를, 아마도 대부분의 여자들은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혼한 여성에게 그저 우두커니 앉아서, 허공을 응시한 채 남편도, 자식도 바라보지 않는 시간이란 게 존재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러니 가족들과 집안일로부터 온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단 집 밖으로 나가야만 한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숨 쉬고 사유할 수 있는 사적인 공간과 '작업실'이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위엄 있고 안온한 분위기가 그녀에겐 필요했다. 물론 아직은 '작가'라고 부를 수 없는, 그저 습작을 하는 단계였지만 말이다.
남편의 반승낙을 받고 그녀는 타자기와 책상, 의자 등 꼭 있어야 할 가구만 갖추고 빈 사무실을 구한다. 하지만 집주인 남자가 매일 같이 찾아와 편의를 봐준다는 명목으로 각종 선물을 가져 오면서, 작업실에 어물쩍 눌러앉아서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혼자 있는 시간이 간절하게 필요해서 구한 작업실인데, 그는 결국 그녀의 공간을 침해하고 위협하기에 이른다. 평범하게 살림을 하며 아이들을 키우고 남편의 치다꺼리를 하며 살았던 주부가 가정에만 얽매여 살았던 삶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신의 자아를 찾아보려고 했으나 예상치 못했던 벽에 부딪치고 만 것이다. 과연 그녀는 자신의 작업실과 혼자 있는 시간을 지킬 수 있을까. 이 소설집에 수록된 제일 첫 번째 작품 <작업실>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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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소리를 듣고도 어떻게 얼굴 들고 바깥을 돌아다닐 수 있었을까? 그것은 내가 겪은 불행이 끔찍하면서도 매혹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세상만사란 게 다 그렇지 않던가. 내가 그것을 즐겼다는 건 아니다. 나는 자의식이 강한 소녀였고 그 사건이 동네방네 소문나면서 상당히 큰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그 토요일 밤에 벌어진 사건들에 나는 매혹되었다. 파렴치하고 터무니없고 철저히 부서뜨리는 부조리를 살짝 맛보고 나서 소설은 아니어도, 삶의 이야기를 즉석에서 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하여 나는 눈을 돌릴 수 없었다. - '하룻강아지 치유법' 중에서, p.177~178
앨리스 먼로 문학 세계의 정수를 담은 세 작품이 '앨리스 먼로 컬렉션'으로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출간되었다. 앨리스 먼로의 첫 소설집인 <행복한 그림자의 춤>, 그녀의 열 번째 소설집인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그리고 앨리스 먼로의 필력이 정점을 찍었다고 평가 받는 <런어웨이>이다. 이번에 만난 책은 <행복한 그림자의 춤>으로 총 열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아이를 키우고 살림을 하는 와중에 글을 쓰는 주부가 혼자만의 방을 꿈꾸는 <작업실>, 두 소녀의 동화 같은 스토리 <나비의 나날>, 학교에 적응을 잘 못하고 있는 소녀가 참석한 댄스파티 이야기 <붉은 드레스 - 1946>, 신도시의 주택단지를 배경으로 집값이 떨어지는 걸 걱정하는 지역주민들이 등장하는 <휘황찬란한 집>, 경제 공황의 영향으로 외판원 일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떠돌뱅이 회사의 카우보이> 등등 각각의 짧은 이야기 속에 '삶에서 마주치는 직관의 순간들'이 그려져 있다.
앨리스 먼로의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은 주변 사람들의 행동과 말을 관찰하고, 경험하고, 판단하며 자신만의 삶을 꿈꾼다. 사는 게 다 비슷한 모습을 띠고 있으면서도, 가까이 가서 보면 모두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처럼, 누구나 그렇게 먼로의 작품 속에서 자신의 삶을 읽어 내게 될 것이다. 곪아터진 상처와 흉터, 여인이면서 사람이기도 한 하나의 존재에 대한 연민과 애정. 우리의 머릿속에서 매일 같이 떠오르는 감정과 생각들이지만 한번도 제대로 입 밖으로 표현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콕 집어 글로 새겨놓은 문장들이야말로 내가 앨리스 먼로의 작품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유려하고 단단한 문장들은 생생하고, 아름답게 가슴으로, 머리로, 귀로 삶을 체감하게 만들어 준다. 먼로의 이야기들은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문장마다, 낱말마다 마법처럼 많은 이야기가 빼곡히 담겨 있다. 그래서 작가들이야말로 진정, 나이가 들수록 더 현명해지고, 더 깊어지며, 더 섬세하게 빛나는 존재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노 작가의 섬세하면서도 예리한, 심장을 쿡쿡 찌르는 문장들을 만나 보자. 왜 앨리스 먼로가 단편 작가로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는지, 어떻게 장편소설의 그림자에 가려진 단편소설을 가장 완벽하게 예술의 형태로 만들어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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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작가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세계적인 작가 '앨리스 먼로'의 첫번째 소설집이다. 1930년생 작가가 대학생 때부터 15년간 쓴 단편들을 모아 1968년에 출간했다 한다. 총 열다섯 편이 수록되어 있다. '우리시대 체호프' '진정한 이야기꾼' '삶에서 마주치는 직관의 순간들을 풀어내는데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다' 등의 평가를 받는 앨리스 먼로의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를 잊을 수가 없다. '디어 라이프'라는 책이었는데 몰입하면서 신경쓰면서 낯선 느낌의 서늘한 분위기에 시달렸었다. 책에 시달린 느낌은 처음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쉬고 싶었을 정도. 이번 책은 시달리지 않았다. 서늘하고 차가운 느낌도 분명히 있었지만 따뜻한 정서도 많이 흘렀다. 나만의 작업실을 가지려는 여자가 이상한 집주인에게 시달리는 <작업실>, 대공황 속 먹고 살기위해 고분분투하는 아버지를 그린 <떠돌뱅이 회사의 카우보이>, 다친 왕따 친구에게 친한척 가식을 떨며 병문안하는 <나비의 나날>, 손도끼를 든 사람과의 위기를 잘 넘긴 아버지를 본 후 용감해진 <망상>, 무도회에서 댄스 신청 받기까지 <붉은 드레스-1946>, 늙은 피아노 선생님의 뭉클하고 따뜻한 음악 파티 <행복한 그림자의 춤>... 글이 정말 너무 좋았다. 노벨상을 괜히 받은게 아니다.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꼭 집어내며 아주 섬세한 심리를 덤덤하게 말한다. 처음에 작가에게 시달렸다고 표현 했는데, 지금은 무언가가 마음에 깊이 박혀 그땐 잘 몰랐지만 나중에 사랑이었음을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앨리스 먼로를 더 읽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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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의 앨리스먼로 컬렉션 3부작 중 제가 세번째..!!마지막으로 읽게 된 책이에요...!! - 캐나다 총독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화려한 찬사를 받은 앨리스 먼로의 첫 소설집이다 표제작 행복한 그림자의 춤을 포함하여 총 열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하나의 단편 안에 삶 전체를 재현해 온 앨리스 먼로는 우리 시대의 체호프로 일컬어지곤 한다 평생 단편 창작에 몰두해 온 그녀는 각각의 짧은 이야기 속에 삶의 복잡한 무늬들을 섬세한 관찰력과 탁월한 구성으로 아름답게 그려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 전미도서상 수상 작가인 소설가 조너선 프랜즌이 말했듯 먼로는 삶에서 마주치는 직관의 순간들을 풀어내는 데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우리들 일상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이 소설집은 요란한 수사와 복잡한 기교 없이 삶 전체를 껴안으며 작가 특유의 감미롭고도 강렬한 문장으로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 역시나 가장 큰 단점은 단편이라서 빨리 끝난다는 아쉬움.. 웅진의 앨리슨먼로 3부작 모두 소장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단편속 주인공들은 매우 평범한 듯 보이지만 또한 그렇지 않다 우리 모두가 그렇다 평범해 보이지만 단 하나의 존재들이다 평범함 속의 매력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내가 앨리스 먼로의 글을 사랑하며 세 권 모두 아껴 읽고 추천한 데엔 이유가 있다 시간이 흘러 그녀의 글이 그리워 질때면 또 한번씩 펼쳐 읽게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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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한순간을 담은 열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책이다. 평범한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순간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작업실>의 주인공은 어느 날 저녁 남편의 셔츠를 다림질하다가 글을 쓸 수 있는 작업실을 얻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어떤 바닷가 여행>에서는 갑자기 마주하게 된 죽음의 순간을 잔잔하게 그려나가고, 표제인 <행복한 그림자의 춤>에서는 피아노를 가르치는 마살레스 선생님이 주최하는 파티를 소개한다. 누구에게나 평범한 하루를 작가만의 개성 있는 문체로 펼쳐나간다. 이 책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읽게 된 단편 <작업실>. 주인공은 엄마이자 아내기에게 앞서 여자이며 작가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자 전망 좋은 집을 두고도 작업실을 고집한다. 독립적인 주체로서 자신의 위치를 다지고 싶었지만 작업실이 있는 건물주는 이상한 남자였다. 늦은 밤 그녀의 공간을 침범하고 그녀가 쓰고 있던 소설을 훔쳐보는 등 그녀의 일상을 뒤흔들어 놓는다. 결국 그녀는 작업실을 나와야만 했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고군분투하는 그녀의 이야기가 잠시나마 내 마음을 흔든다. 할머니와 어린 손녀 메이의 이야기를 그린 <어떤 바닷가 여행> 또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인적 드문 마을에 살며 평범한 일상에 지루하던 손녀가 할머니와 함께 하는 바닷가 여행을 하자는 할머니의 제안에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잠시 후 누구보다 강인하다 여겼던 할머니가 조용히 쓰러지자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삶과 죽음이라는 인생의 보편적 순간을 마주하게 될 때 내가 느끼게 될 감정은 무엇일까. 든든한 울타리가 무너지게 되면 어린 손녀는 어찌 되는 걸까. 자꾸만 생각이 많아진다. 작가가 쓴 단편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평범한 여성이다. 평온한 일상에서 그녀들은 사랑을 하고 슬픔에 젖기도 하며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 그리고 작가는 이러한 삶을 화려하거나 장황한 설명 없이 잔잔하게 그려 나간다. 풍자와 해학 없이 평범한 이야기에서 감동을 느끼고 위로를 받는다. 단편 소설이란 무엇인지 조금을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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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가 대학생 시절인 1950년대부터 쓴 소설들을 엮어서 1968년도에 <행복한 그림자의 춤>으로 출간한 것이다. 단편소설집이라기에 좀 편하게 읽을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작가가 1930년대 생이라 그런 건지, 몇몇 소설들은 단어가 생경한 것들도 많았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자면 황석영 작가나 박완서 작가같이 단어를 풍부하게 쓰는, 매우 세심하게 단어를 골라 배치하는 작가님이었다. 읽으면서 번역가가 진짜 고생했겠구나 싶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도 매우 독특했고, 이야기의 소재 폭이 넓고, 짧은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감정들을 세심하게 그려내서 매우 인상적이었던 책이다. 1950~60년대 쓴 소설들을 2020년을 사는 내가 읽으면서 공감하는 현실이 좀 씁쓸하기도 했다. 춘향전을 읽으면서 느끼는 거리감을 체험했더라면 좋을 텐데, 여기 나온 여주인공들이 처한 현실은 그때 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것 같지 않다. 총 14편의 단편 중에 가장 압도적으로 몰입하며 읽은 작품은 <작업실>이었다. 글을 쓰기 위해 작업실을 빌린 여성이 집주인에게 시달리는 내용이다. 임차인이 남자였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행동이라 읽으면서 얼마나 짜증이 났던지. 집은 남자가 일하기에는 아주 좋다. 남자가 일감을 가져오는 집은, 말끔히 청소가 되어 있고 일하기에 딱 좋도록 남자 중심으로 새로 배치할 수도 있다. 남자에게는 일이 있다는 걸 누구나 알아준다. 다라서 으레 전화를 받는 일도, 어디 두었는지 모를 물건을 찾는 일도, 아이들이 왜 우는지 알아보는 일도, 고양이 먹이를 주는 일도 기대하지 않는다. 방문을 닫아걸어도 무방하다. 방문이 닫혀 있고 그 방 안에 엄마가 있다는 걸 아이들이 안다고 생각해 보라. (생각해 보라고 남편에게 말했다) 왜냐, 아이들은 그런 생각을 하는 자체도 용납하기 어려울 테니까. 여자가 허공을 응시한 채, 남편도 자식도 없는 엉뚱한 곳을 바라보는 건 자연의 섭리를 저버린 짓과 마찬가지라고 여길 테니까. 그러니 여자에게 집이란 남자와 같은 곳이 아니다. 여자는 누구들처럼 집에 들어와서 이용하고 마음대로 다시 나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여자는 곧 집이다. p.13 <휘황찬란한 집>은 작은 시골마을에서 개발을 할 것인가 보존을 할 것인가를 두고 논의하는 내용이다. 달걀 장수 풀러턴 할머니네 집이 마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헐려야 하는데, 이를 두고 마을 사람들은 서명을 받아서 처리하고자 한다. 그런데 메리만이 뭔가 불편해서 이를 거부한다는 내용. 이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다. 오래된 마을을 보존하자는 측과, 이를 싹 헐어내고 보기 좋게 새 아파트를 올리자는 측. 누가 틀리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다수의 힘으로 소수의 의견이 짓밟히는 이 힘의 대결을 보고 있자면 마음 한구석에는 아쉬움이 든다. 이야기는 메리가 서명을 거부하는 데서 끝나지만, 현실이라면 풀러턴 할머니네 헛간은 헐렸을 확률이 높을 것 같다. 거실에서 오갔던 말들은 이미 바람에 날려 갔다고 메리는 생각했다. 어쩌면 그들의 계획도 잊히고 단 한가지만 남았을지도 모른다고, 그러나 그들은 승자이고 선량한 사람들이다. 자식들을 위해 집을 마련하려 하고, 어려울 때면 서로 돕고, 지역사회의 발전을 꾀한다. 마치 그 지역사회 안에서 아주 균형을 잘 맞출 수 있는 현대식 마술을 찾았으니 한 치의 실수도 없을 것처럼 운운하면서. p.104 단편소설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우리네 주변에 있는 어느 누군가의 이야기다.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섬세한 언어로 그려낸 작품들이고, 이야기의 재미 또한 놓치지 않은 작품집이었다. 웅진지식하우스에서 이번에 새로 출간한 앨리스 먼로의 작품집은 표지들이 정말 예쁘다.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과 <런어웨이>도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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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를 씹은 것 같은 불쾌감이 느껴지는 책이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너무 잘 썼기 때문에 불편한 기분이 든다. 이 소설집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정말로 언젠가 어디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첫 작품인 <작업실>의 주인공은 글을 쓰려고 하는 한 여성이다. 그 여성은 글에 집중하기 위해 자신만의 작업실을 얻지만, 그 건물의 주인인 남성이 사사건건 귀찮고 무례한 행동을 일삼는다. 결국 '자기만의 방'을 얻으려는 주인공의 노력은 큰 방해물을 만나게 된다. 그 남성의 무례함은 아주 익숙한 느낌을 준다. 누구나 이런 사람을 한 명 정도는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얼핏 호의를 베푸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렇지 않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지켜야 할 선을 넘나든다. 주인공이 느끼는 피곤함이 어떤 감정인지 독자인 내가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거의 모든 이야기가 이렇게 현실적이다. 이 소설집에는 어린아이의 눈으로 아버지와 어떤 여성의 심상치 않은 관계를 그리는 <떠돌뱅이 회사의 카우보이>, 따돌림을 당하는 소녀와의 미묘한 거리감을 다룬 <나비의 나날>, 아픈 어머니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매의 이야기인 <위트레흐트 평화조약>등 꺼림칙하면서도 매력적인 소설들 투성이다. 어떤 이야기들이 꺼림칙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인물에게 자연스럽게 이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비의 나날>의 주인공은 따돌림을 당하는 마이라와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나누지만, 자신이 마이라의 유일하고 특별한 존재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아마도 마이라가 내심 부담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작중에서는 그런 주인공의 태도를 '배반'이라고 칭한다. 나는 주인공에게 배반당하는 마이라가 안타깝다고 생각하면서도 내심 주인공의 마음을 아예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꼈다. 물론 유쾌한 이야기도 있다. <하룻강아지 치유법>의 주인공은 남자친구에게 차이고 진탕 술을 마신 뒤 대형 사고를 친다. 그 이야기를 읽을 때는 막 술을 마시기 시작했을 무렵의 일들이 떠올랐다. 남 일 같지가 않았다.
앨리스 먼로는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삶에 대해서 썼다. 위에서 언급한 불쾌감, 불편함, 꺼림칙함과 같은 감정들은 이 책이 싫어서 느낀 감정들이 아니다. 때로는 모른 척 하고 싶고,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분명히 거기에 존재하는 삶들에 대해서 직시해야만 할 때 느끼게 되는 감정들이다. 이 이야기들은 우리가 지나쳐 온 이야기일지도 모르고, 우리의 이웃들이 겪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소설 속 인물들이 어딘가 실제로 살아 있을 것만 같다. 인물들은 비겁하기도 하고 속물 같기도 하고 모순된 행동을 하기도 한다. 현실의 사람들도 그렇다. 어떻게 이렇게 세심하게 누군가의 일상을, 어떤 사람들의 인생을 그려 낼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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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먼로의 첫 단편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
절필을 선언한 그녀는 단편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 세계적인 작가 앨리스 먼로. 우와- 이제서야 그녀의 작품을 읽어보다니... :0
표제작인 '행복한 그림자의 춤'을 포함해 15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행복한 그림자의 춤』
평범한 사람들. 그 속의 주변에서 한 번쯤은 마주쳤을 여자 사람들. 정말 흔하고 짧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이 책. 『행복한 그림자의 춤』 .. 앨리스 먼로의 컬렉션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런어웨이』와 함께 출간되었는데... 처음 접해본 작가의 책이지만 세 권 중에 가장 시선이 갔던 제목이었다.
('그림자의 춤' 이라는 표현이 멋있게 느껴진... :D )
다짜고짜 책 속으로-
![]() ▲ p.105 _ 휘황찬란한 집
지금 당장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두 손을 호주머니에 찔러 넣고 정나미 떨어진 마음을 억누르는 수밖에.
![]() ▲ p.195 _ 죽음 같은 시간
인생 뭐 있어요? 계속 살아가는 수밖에.
![]() ▲ p.259 _ 그림엽서
"클레어 부부를 괴롭히는 일은 또다시 하지 마시라고요. 이제 결혼했으니, 그것으로 모든 게 끝난 거예요. 그리고 헬렌도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밤 한 일이 창피해서 죽고 싶은 심정일 거예요. 어떻게 얼굴을 똑바로 들고 걸어 다니며 사람들을 볼까 싶을걸요? 그렇지만 이것만은 알아두세요. 그런 일들은 언제나 끊임없이 일어난다는 것, 그러니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살아가는 것뿐이라는 거요. 헬렌 혼자만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도요." (p.258)
내 말은 세상 일이 다 그렇고 그렇다는 겁니다. 어제 보니까 그 남자가 아내와 함께 저 아랫길에서 시장을 보더군요. 썩 행복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함께 있었어요. 그러니까 얌전한 숙녀처럼 그냥 계세요. 다른 사람들처럼 살다보면 곧 봄이 올 테니까요. (p.259)
_ 읽다보니 화가 부글부글. 편지를 주고 받던 연인이 결혼을 했고. 어처구니 없는 그 사실을 신문을 통해 알게 된 헬렌. 클레어 집까지 찾아가서 이야기를 소란아닌 소란을 일으켰으나 되려 들은 말은 가만히 있으라는 말. 지금의 행동이 창피할거라는 말. 그저 살아가는 거 뿐이라는 말. 여자라서 이렇게 이래야한다는 식의 말. 부들부들. 어쩐지 이런 일들은 항상 여자쪽이 더 아픈 것 같다.
![]() ▲ p.385 _ 행복한 그림자의 춤
정말 감미롭다고, 참으로 아름다운 곡이라고, 제목이 뭐냐고. "행복한 그림자의 춤." 이라고 마살레스 선생님이 대답한다.
평범한 이야기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단편은 '사내아이와 계집아이' , '그림엽서' 여자아이라서. 여자라서. 부당한 대우. 아. 뭔가 읽으면서도 내가 다 억울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계집애는, 내가 지금껏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냥 본디부터 타고난 내가 아니라 어떠 어떠하게 되어야 마땅한 존재였다. 계집아이를 규정하는 말은 언제나 강다짐과 꾸지람과 실망의 뜻으로 덧칠되어 있었다. (p.213~214) _ 사내아이와 계집아이
"누나, 운다." "됐다." 아버지는 체념한 듯 심지어 유쾌하게까지 들리는 목소리로 나를 용서하되 영원히 내치겠다는 듯한, 그 말을 했다. "계집애일 뿐이니까." 나는 그 말에 반발하지 못했다, 마음속에서조차. 어쩌면 맞는 말일지 모르니까. (p.227) _ 사내아이와 계집아이
계집아이라서. 여자아이라서. 무엇을 하든 말 끝, 행동 끝이 흐려지는 이상한 일... 발췌한 문장들만 봐도 어떠한 느낌인지 알겠지 싶다..
평범하지만 세심하게 표현된 아주 조금 불편하면서도 단순하지 않은 시선. 15편의 잔잔한 것 같으면서도 인상적인 여운을 남겨준 『행복한 그림자의 춤』
앨리스 먼로의 컬렉션 타임 선정 올해의 책 그리고 이 시대 모든 사랑의 풍경이 담겨있다는-『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뉴욕타임스 선정 올해의 책-『런어웨이』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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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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