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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는 홀로 노래한다
신랑은 내게 “선생처럼 말하네~” 란 말을 곧 잘 한다. 아니꼬왔나보다. 뭔가를 얘기할 때 가르치려 드는 것처럼 느껴졌으니 이런 말을 하겠지. 오늘의 서평도서 <거미는 홀로 노래한다>의 저자 박세현 시인도 이렇게 얘기했다. 자신의 실수는 누군가를 가르치려 했다는 것이라고. 시에 대해 감히 떠들고 비평했다고. 자크 라캉이 말한 사랑의 속성과 가르침의 속성은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기에게 없는 것을 누군가에게 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했다는데, 여기에 더해 슬라보예 지젝은 누군가 앞에 ‘원하지 않는’을 삽입해야 한다고 말했단다. 종합해보자면 사랑은 자기에게 없는 것을 원하지 않는 누군가에게 주는 것인가? 서글프다.
내가 생각한 정형화된 산문집과 달라 신선했다. 출판사는 책을 이렇게 평했다. 라캉과 재즈, 홍상수와 부카우스키, 이강 시인에 대한 생각들이 끊임없이 과잉 반복되고 있다고. 우습고 냉소적이고 자기고백적이라고. 잘 쓴 산문집이 아니라 읽는 이의 속을 시끄럽게 할 요소가 다분할 책이라고 말이다. 산문의 형태를 일그러뜨려 스타카토식 발언과 파편같은 시어, 단락, 자작 인터뷰들이 섞여 혼란스러운 외형을 가지고 있다.
윤동주 시인에게는 ‘동주 선생님 시인은 일종의 누명이기도 하거든요 죽는 날까지 자기변명을 학습해야 하는 치사하고 더러운’ 이라고 받아친다. 차례를 보니 일관성도 없다. 그래서 더 예측할 수 없어 좋다. 두 통의 편지, 당신밖에 없습니다, 시인의 사생활, 빗소리듣기모임 임시총회 등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문장으로 내 눈을 유혹한다. 특히 시인의 사생활은 레제 시나리오 형식이라 마음속으로 장면을 상상하며 읽었다. 배경음악까지 깔아주니 그럴듯하다. 어떤 장면은 독자가 빗소리를 배경음으로 춤추기 시작하는데 마치 영화 ‘버닝’ 의 춤 장면을 오마주한 것이라 덧붙였다.
짧은 단상에서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통렬하고도 날카로움에 베인 느낌도 든다.
한 잔 할까 노시인이 서재에서 소주 한 병을 꺼내왔다. 양주일거라 미리 생각한 건 나의 불쌍한 통념.
내가 너에게 줄 것은 새벽기도밖에 없다 그러나 내 새벽기도를 너무 믿지 마라 잘 살아라 원주 가면서 라디오에서 들은 말이다. 엄마가 아들에게 주는 말이다. 그 말이 선명하다. 우리는 하는 데까지 한다. 그야말로 최선의 한계는 최선 그 자체일 것이다.
시와 산문을 애정하는 독자로서 이 산문집이 반갑다. 한 번 읽고 말 성질의 것이 아니다. 두고두고 곱씹어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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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호우경보가 내려 비 내리는 소리가 세게 틀어놓은 샤워기 물소리와 같고, 물받이를 타고 떨어지는 빗물소리는 하염이 없다. 빗소리 듣기모임 준회원인 박세현님이 좋아하실만한 날씨인가. 산문집을 쓰신 박세현님은 1953년생이시니... 현재 67세? 선생님은 나이를 많이 먹었다, 시를 오래 썼다, 이렇게 오래 시를 쓰고 강의를 해도 알아보는 사람 없다, 젊은 사람들에게 자리를 주고 퇴물들은 물러나야한다 등의 이야기를 하셨다. 그러나 나는 글을 읽으면서 느낀 것보다 더 젊으셔서 놀란다. 굳이 '백세시대'란 말을 들먹이지 않아도 요즘엔 8,90세가 되어서도 왕성히 활동하는 분들이 참 많이 있다. 박선생님에게도 활동한 기간만큼의 시간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렇게 쓰면 너무 존경심이 없고 건방지게 들릴까? 하지만 나는 항상 생각하고 있다. 사람이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것이지만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있으니 거기에 맞추어 삶을 계획하는 게 맞다고. 나에게는 아직도 내가 살아온 날들 만큼의 시간이 남아있으니 더욱 분발하자고 말이다. 나이타령 같은건 배부른 소리다. 인생이란 마라톤에서 나는 아직도 결승점을 겨루는 경기 중인 거니까. 요즘 세상은 시로 넘쳐나는 것 같다. 시 뿐인가 에세이도 넘쳐난다. 선생님 말씀대로 '시는 읽는 장르가 아니라. 쓰는 장르' 그래서 다들 '손가락 힘 있을때 열심히들 쓰'는 것일까. 사람들은 모두가 사연을 갖고 있고 말하고 싶어한다. 관심받고 싶어서 하는 일일 수도 있지만 정말 쓰지않으면, 표현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어서 쓰는 사람도 있다.
선생님 역시 시란 무엇인지, 시를 쓴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자문자답을 반복하며 계속 시를 쓰고 계신다. 각자에겐 각자의 삶이 있듯이 시인들 각자에게는 자신만의 시가 있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하여 나도 쓰는 일에 동참하기로 한다. 시에 대해 쓴 글을 읽고 시를 써보고싶은 마음이 들게하였다면 그 글은 성공한거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성공했다. "짝짝짝짝짝~" 홀로 부르시는 그 노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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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가 미니멀 라이프하다. 마치 '거미는 홀로 노래한다'라는 제목으로 시를 한 편 써보라는 듯 위에 두 줄을 빼면 텅 빈 공간이다. '세상과 소통하는 지혜 001' - 거미는 홀로 노래한다. 표지에 적힌 두 줄을 들여다본다. 세상과 소통하는 지혜가 홀로 노래하는 것일까. 그럴듯하다. 페이스북이든 인스타든 사실 혼자 주구장창 내 삶을 기록하는 것 아닌가. 누가 보든, 누가 보지 않든(이러면 상처는 받겠지만) 혼자서. "길음역에서 10초간 정차하는 4호선 전철에 앉아 급히 암전된 오늘 저녁 일몰을 접어서 가슴에 넣는다 본 사람 없음" '시인의 잡담'이라는 설명에 맞게 약간은 일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요즘 감성은 아닌 것 같아 책날개에 있는 작가 소개를 보니 1953년 생이셨다. 요즘 젊은 작가들의 글을 보면 쿨함과 억제된 감성의 느낌이 있는데, 이 책은 내가 중고등학생 시절에 읽었던 어떤 절절함과 그것을 그대로 드러내는 쿨함의 반대 감성이 있었다. 이런 올드한 느낌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인간이란, 내면으로 들어가면 다 찌질한 감성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자 왠지 이 책이 정겨워졌다. 이제 꼰대라는 소리를 들을 가능성이 생긴(그래서 말을 조심하게 된다) '늙은' 축에 속하면서 이런 옛날 감성에 동질감이 생긴 것이다. "어쩌자는 것이냐. 우미당, 감천당, 향미루, 진미당으로 자동기술되는 나의 청소년시대여." 이 문구에 키득키득 웃었다. "마루야마 겐지는 자신의 책 '소설가의 각오'에서 이렇게 말한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작품을 쓰면 안 된다' 이것은 이 책에서 분명한 원칙으로 제시된다. 여자들이 읽는 작품은 깊이가 없고 진정한 예술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맞아죽을 각오를 하셨군.' 커피를 마시며 읽다 뿜을 뻔했다. 마루야마 겐지를 남자로는 정말 안 좋아하지만 각오를 가진 작가로서는 일부분 좋아하기 때문에 나도 저 책을 읽었었다. 그땐 뭐... 난 일개 독자이기 때문에 이런 남자랑 누가 결혼했을까, 불쌍하다... 정도로만 넘겼던 것 같다. 그런데 작가의 시각으로 읽으면 '맞아죽을 각오'라고 여겨질 수도 있구나. 너무 웃겼다. 지난 일요일 오전에 천천히 다 읽어보려 했는데 글이 꽤 많아서 오늘까지 책읽기가 이어졌다. 오늘도 역시 커피 한 잔과 함께다. 나와는 다른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책은 항상 즐거운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