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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눈에 띄는 문장은 영화 <스피펫>에 나오는 "평범함을 조심해, 마음 속에 사는 곰팡이거든."이다. 평소 평범과 무사안일을 행복의 뿌리라 생각하며 조심스레 살아온 내가 선택할 문장은 아니었는데 어젯밤에 읽었던 이 책의 영향을 조금 받은 것 같다. 세 사람이 열 사람을 만나서 인터뷰한 내용이 담긴 이 책을 한 마디로 이야기 한다면 자본주의를 싫어한 용감한 사람들의 무모한 이야기 쯤 되겠다.
우리는 살면서 부족하거나 불편한 일이 생기면 그것이 충족되는 상상을 하며 자신을 위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에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버리는 용감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걱정만 하고 상상만 하는 내 모습이 무척 작아보였다. 열 개의 이야기는 제각각 다르지만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농사를 짓는다고 시골에 내려갔다가 여성운동을 하고, 그 일도 답답하다며 영국 토트네스에 간 소란은 그곳에서 '전환마을'이라는 것을 체험하고 돌아왔다. 전환마을이란 대기업에서 나오는 출처불명의 대량 생산물대신 그 지역의 물건들로 자급자족하며 모든 것을 순환시켜 지속성 있는 미래를 그릴 수 있는 마을이다. 서울 은평구에서 농사를 시작한 소란은 그 마을에서 수확한 농산물로 메뉴를 정하는 마을식당을 운영 중이다. 그보다 먼저 퍼머컬처(영속농업)학교를 만들어 이 운동을 확산시키고 있다. 인터뷰 중에서 인상적인 것은 이런 공동체 사업을 펼쳐가는 소란이 어떤 방식으로 생계를 꾸려가는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누구나 의미있는 일, 좋은 일을 하고 싶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처럼 생계라는 문제가 버티고 있어서 쉽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소란은 담백하게 말했다. 매달 100만원 정도의 강사료가 들어와서 50만원 정도를 생활비로 쓰고 있는데 모자라지 않는다. 먹거리는 거의 자급자족하고 셰어하우스에서 사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사회가 많이 변했다. 몇년 전 '독박 육아'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맞벌이 부부라면 이해할 수 있을 그 단어를 전업주부들이 사용하며 힘들다고 할 때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시대가 변한 것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딸을 낳았다고 출산 후 며칠 간의 산후조리도 눈치를 보던 때가 옛날 고릿적 일이었다면 지금의 아기 엄마들은 부모님의 하나나 둘 정도의 자식으로 태어나 하고 싶은 것은 대부분 다 하면서 공주처럼 살던 사람들이다. 그러니 어찌보면 이들에겐 육아의 고단함이 내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겠다는 생각에 미쳤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공동육아협동조합에 가입해서 조합원이 되는 길이 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을 개인에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예전처럼 마을로 확장시키는 것은 그 어떤 일보다 중요하다.
공동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가장 먼저 공간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공간이 있으면 사람들이 모이고 사람들이 모여서 개인의 문제를 사회화하고 해결해나갈 때 그 사회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행복한 삶이 가능하다는 믿음이다. 그래서 공동체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적절한 공간 확보에 많은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또 하나는 무엇보다 사람이다는 인식이다. 처음엔 좋은 뜻으로 시작했지만 일이 커지고 복잡해지면 사람이 밀려나고 일이 주인의 자리에 앉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러나 모든 것에 사람이 먼저라는 첫 마음을 잊지 않고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며 욕심을 내려놓았을 때 공동체는 그 둘레를 넓혀나갈 수 있었다.
처음부터 성공한 공동체는 없었다. 어떤 일이든 실패한 후에 그것을 거름 삼아 성공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여기 나오는 공동체들의 설립과정에서도 뚜렷이 볼 수 있었다. 국가가 무엇을 해주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자신의 주변에서 작게 시작하다보면 그것이 발전하고 확산해서 국가 전체, 나아가서 다른 나라까지 전해지는 일이 공동체의 모습이었다. 영국 토트네스에서 시작된 전환마을이 지금은 전 세계에 퍼진 것처럼.
공동체는 두 사람부터 시작할 수 있다. 잘 살고 싶고, 안전하고 싶고 든든하고 싶다고 막연하게 상상만 하고 있을 때 어떤 곳에서는 벌써 꿈을 현실로 이루어놓고 지속성을 갖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었다. 이 중에서 돈이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돈에 끌려가지 않고 돈을 적절히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모습에 점점 마음이 끌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