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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가난을 마주할 수 없어 망설이다 읽은 책..
"그들의 가난을 마주할 수 없어 망설이다 읽은 책.." 내용보기
‘가난은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엔가 모여 있다. 어떤 가난은 확산되지만 어떤 가난은 집중된다. 가난이 보이지 않는 것은 숨겨지고 가려지기 때문이다. 그 가난의 이야기가 노란 집에 있었다.’(9쪽) 책을 읽기 위해 펴들면서 ‘입구’에서 처음 만난 글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책을 구매하고도 한동안 읽기를 망설였던 까닭은 아마 이런 아픔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였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가난을 마주할 수 없어 망설이다 읽은 책.." 내용보기

‘가난은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엔가 모여 있다. 어떤 가난은 확산되지만 어떤 가난은 집중된다. 가난이 보이지 않는 것은 숨겨지고 가려지기 때문이다. 그 가난의 이야기가 노란 집에 있었다.’(9쪽) 책을 읽기 위해 펴들면서 ‘입구’에서 처음 만난 글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책을 구매하고도 한동안 읽기를 망설였던 까닭은 아마 이런 아픔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였는지도 모른다.

 

‘가난의 경로 5년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이 책은 쪽방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건물을 리모델링하고자 하는 건물주가 퇴거를 통보하는 노란딱지를 붙이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건물주의 퇴거통보에 맞서는 쪽방촌 사람들의 이야기는 비단 이 책에서 말하는 동자동 그 건물에 거주했던 사람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책에서도 얘기하고 있지만, 동자동과 이웃의 양동, 도동은 물론 지금도 곳곳에서 벌어지는 철거와 재개발의 현장에선 어김없이 또 다른 동자동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4월부터 1년 동안 <한겨레21>에 연재했던 ‘가난의 경로’를 보완하여 펴냈다는 이 책은, 저자가 연재를 종료하고도 4년여의 시간동안 그들의 삶의 변화를 추적했고 거기에 퇴거를 통보하는 노란 딱지가 붙은 이후 1년의 과정을 더하였다고 한다. 그 건물에 있는 한 평도 되지 않는 방 45개에는 모두 45명의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에는 노란집 주민 45명의 삶의 경로가 들어있다. 자신의 한 몸 누일 곳을 찾아 용산구 동자동 9-2X 건물에 정착한 사람들, 그들에게 한 평 언저리의 방이란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최소한의 장치였다. 그럼에도 그 건물의 월세가 가장 쌌기에 그 건물, 그 방에 거주한다는 것은 막다른 골목에 닿았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공고

당해 건물은 금번 실사한 구조안전 진단 결과에 따라 철거 및 구조 보강공사가 필요한 구조체로 판정되었기에 입주민들께서는 공사가 시작되는 3월15일까지 모두 퇴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월 어느 날, 그 건물 45개 방마다 노란 벼락이 쳤다. 허나 주민들에게 닥친 강제퇴거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쫓겨나는 일은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건물주가 시도하는 공사에 맞서보기도 하지만 자신들이 이길 수 있으리란 생각은 없다. 한두 사람이 이사를 나가고, 서울시를 찾아 호소하던 주민들을 건물주는 각개격파를 시도한다. 방을 비우기가 무섭게 해머가 벽과 문을 때려 부순다. ‘어떤 질서는 평온을 가장했고 어떤 무질서는 혼란의 증거가 됐다. 어떤 무허가는 무질서의 원인이 되어 무법하게 쓸려 나갔고 어떤 폭력은 질서 잡는 법집행으로 정당화 됐다.’(95쪽) 단전과 단수가 이어지고 남아있던 사람들은 철거된 폐허와 공존했다. 모두 이사 가고 네 명만이 남았을 때 법원은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고, 게스트하우스로 변경하려던 공사는 중단된다. 이어 건물은 예전의 쪽방으로 땜질되었고 건물 외관만 노란 칠을 하여 노란집이 되었다. 서울시가 건물 전체를 임대하면서 쫓겨난 사람들 중 극히 일부만 돌아온다. 쫓겨난 사람들은 쫓겨간 곳에서 또 다시 똑같은 이유로 쫓겨나게 될 것이고, 그 때가 되면 아마 돌아오지 않았던 일부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저자는 그들 45명이 어떤 경로를 통해 그 건물에 입주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강제퇴거가 이루어진 이후 어떤 경로를 통해 어디로 갔는지를 면밀하게 추적한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이 그 주위를 맴돌고 있음을 발견한다. ‘가난의 뿌리는 머무는 장소가 아니라 머무는 곳으로 이끈 길들과 그 길을 찌르는 뾰족한 돌맹이들 틈에 박혀 있었’(211쪽)기 때문이다. 그들은 쫓겨나고 다시 쫓겨났기에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건물주는 그들을 쫓아내고 남은 사람들의 일상을 고립시키면서 수익을 얻었다. 그러기에 동자동 9-2X 건물은 그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외관만 노란색으로 변했을 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가난한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강제퇴거와 철거는 비단 동자동에서 일어난 일만은 아니다. 도시가 확장되면서, 재개발되면서 집들이 무너지고, 땅이 파헤쳐지며 그곳에서 살던 사람들은 쫓겨난다. 지금도 도시 어느 곳에선가는 진행되고 있는 현재진행형이자 끝없이 계속될 미래의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 쫓겨난 ‘가난한 자들에겐 갈 수 있는 곳과 갈 수 없는 곳이 나뉘어 있었다. 무형의 장벽이 그들 앞에 가로막고 있었다.’(508쪽) 법은 이들에게 전혀 정의롭지 못하다. 쪽방에 살고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60대 이상이었고, 불과 5년 사이 9명이 사망했다는 것은 불의한 법이 지배하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은 가장 취약한 이들이 가장 고통스럽게 겪어야 하는 가난의 경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들은 죽어서야 비로소 가난의 경로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책을 읽고서 뭐라 할 말도 쓸 말도 잃어버린 느낌이다. 알고 있는 것과 그것을 다시 마주한다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알고 있다는 것은 내 머릿속에, 관념 속에 들어있기만 하다는 말이고, 마주한다는 것은 그들의 경로를 따라 뒤에서 그들을 보며 걷는다는 것 일게다. 저자는 후기에 이렇게 쓰고 있다. ‘부끄럽습니다. 이 책이 가난을 소비하고 대상화해온 시선을 극복했다고 자신할 수 없습니다. ‘가난의 겉’만 핥아 편견을 강화했을지도 모릅니다. (…) 생존해 있는 주민들은 변함없고 어김없이 가난합니다. 그 가난을 흠집 내지 못하고 구경하기만 한 이 책은 그러므로 실패의 기록입니다. 이 세계가 퇴치했다고 믿고 싶어 하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을 ‘가난의 속’은 이 부끄러운 기록을 딛고 계속 탐구돼야 합니다.’(579쪽) 그래서인지 이 글을 읽는 나 역시도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썼다는 또 다른 책 [웅크린 말들]에게 시선이 간다.

k*****1 2020.08.09. 신고 공감 22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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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영 : 노랑의 미로
"이문영 : 노랑의 미로" 내용보기
*이 책을 좋다고 말할 수 있나.그래도 되나. 가난에 대해서 정말로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좀처럼 넓혀지지 않는 한숨의 거리가 책 사이사이에 있다.한 장을 넘어서면 또 그 다음 장에 한숨이 놓여있다.안타까움이 흔해서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이게 나의 삶이 될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그동안 가난에 대해서 너무 쉽게 떠들어 왔다.부끄럽다.
"이문영 : 노랑의 미로"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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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좋다고 말할 수 있나.

그래도 되나. 


가난에 대해서 정말로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좀처럼 넓혀지지 않는 한숨의 거리가 책 사이사이에 있다.

한 장을 넘어서면 또 그 다음 장에 한숨이 놓여있다.

안타까움이 흔해서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

이게 나의 삶이 될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그동안 가난에 대해서 너무 쉽게 떠들어 왔다.

부끄럽다.





YES마니아 : 로얄 t****j 2020.06.21.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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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의 미로 : 이문영
"노랑의 미로 : 이문영" 내용보기
*떠나는 이유와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다르지 않았다. 떠나는 자는 가난해서 떠났고, 남는 자도 가난해서 남았다. 누가 들어오고 누가 나가든 가난만 변함없이 방에 남아 차곡차곡 쌓였다. *책을 같이 읽은 Y는 가난에 대해 모르고 떠들었다며 반성했지만누가 더 가난한가 가난 배틀은 아니니까가난에 대해 나도 안다고 말해도 괜찮을 거 같다어떤 가난은 다른 가난보다 더 가난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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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유와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다르지 않았다. 떠나는 자는 가난해서 떠났고, 남는 자도 가난해서 남았다. 누가 들어오고 누가 나가든 가난만 변함없이 방에 남아 차곡차곡 쌓였다.

 

*

책을 같이 읽은 Y는 가난에 대해 모르고 떠들었다며 반성했지만

누가 더 가난한가 가난 배틀은 아니니까

가난에 대해 나도 안다고 말해도 괜찮을 거 같다

어떤 가난은 다른 가난보다 더 가난할 수 있고

어떤 가난은 다른 가난보다는 나을 수 있겠지만

그래봤자 가난이 가난이지

 

*

열심히 노력하면 가난하지 않을 수 있나?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지만 그렇다고 가정한다 해도 열심히 노력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가난을 온전히 개인의 힘으로 벗어날 수 있나?

아니니까 이 사회의 시스템으로 적어도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은 주어져야지

화가 난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c*******l 2020.07.3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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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의 미로] 가난을 대상화하지 않되 탐구하기
"[노랑의 미로] 가난을 대상화하지 않되 탐구하기" 내용보기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힘든 가난의 경로를 추천한 논픽션.가난을 소비하거나 대상화하지 않되 계속 탐구하는 자세가 미덕인 책.고층 빌딩 숲 사이에 가려져 있지만 분명히 조재하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이므로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이 책이 가난을 소비하고 대상화해온 시선을 극복했다고 자신할 수 없습니다. '가난의 겉'만 핥아 편견을 강화했을지도 모릅니다. 사태 뒤 5년이란
"[노랑의 미로] 가난을 대상화하지 않되 탐구하기" 내용보기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힘든 가난의 경로를 추천한 논픽션.

가난을 소비하거나 대상화하지 않되 계속 탐구하는 자세가 미덕인 책.

고층 빌딩 숲 사이에 가려져 있지만 분명히 조재하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이므로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이 책이 가난을 소비하고 대상화해온 시선을 극복했다고 자신할 수 없습니다. '가난의 겉'만 핥아 편견을 강화했을지도 모릅니다. 사태 뒤 5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강제퇴거로 내몰렸던 9-2x 주민 마흔다섯 명 중 아홉 명(20퍼센트)이 사망했습니다. 생존해 있는 주민들은 변함없고 어김없이 가난합니다. 그 가난을 흠집내지 못하고 구경하기만 한 이 책은 그러므로 실패의 기록입니다. 이 세계가 퇴치했다고 믿고 싶어 하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을 '가난의 속'은 이 부끄러운 기록을 딛고 계속 탐구돼야 합니다.


다시 입구 앞입니다."


- <노랑의 미로> 중


저자가 가난의 미로로 들어가는 입구 앞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미로를 빠져나올 출구를 찾는 건 책을 읽고 난 우리들 몫이다.


p.s. 책을 다 읽고 나면 왜 제목이 '노랑의 미로'인지 이해된다. 그리고 표지가 본문 내용과 부합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h******7 2020.07.2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