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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짓말의 무게에 중압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잘한다. 중요한 건 그뿐이다. 거짓말과 나는 더 나은 삶을 원한다는 것. 아니, 거짓말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근사한 삶이다. p.11
뉴욕의 명문 사립 고등학교에 장학생으로 전학을 간 케이트는 과거를 철저하게 숨겨 가면을 쓰고는 착하고 똑똑하고 예의 바른 학생인 척하고 있다. 친구조차 쉽게 사귀지 않으며 학교에 널리고 널린 부잣집 공주님들 중 자신에게 딱 맞는 유일한 사람을 찾고 있다. 그녀의 눈에 1년 만에 학교로 돌아온 올리비아가 들어온다. 그리고 딱히 누구와 가까워질 생각을 하지 않던 올리비아 역시 케이트를 마음에 들어 하고 두 사람은 둘도 없는 단짝이 된다.
그러던 중, 학교 행정실에 새로 온 발전실장 마크 레드킨에게 올리비아가 빠지게 되면서 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케이트는 창고 같은 지하방에서 생활하며 수업 전까지 학교 행정실에서, 주말엔 10시간씩 슈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텨내고 있었다. 자신이 이곳을, 이 지독한 현실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부잣집 공주님과 절친이 되고, 예일대에 들어가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그 계획은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졌다. 자신을 너무나 마음에 들어 한 올리비아에게 거짓으로 포장한 비밀을 슬쩍 흘렸더니 함께 살자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케이트는 차이나타운에서 어퍼이스트사이드의 펜트하우스에 입성하게 되어 자신의 목표에 한껏 가까워진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나는 네가 어떤 아이인지 알아. 너랑 나는 말이다, 케이트. 우리는 정확히 같은 종족이야." 내 심장이 멎었다. 콩 심은 데 콩 난다잖아, 케이티. 너는 하나부터 열까지 나를 빼다 박았어. p.212
하지만 모든 여자를 후리고 다니며 문어발을 뛰어넘어 지네 다리에 버금가는 바람기를 보여주는 마크에게 올리비아가 홀라당 넘어가고, 마크가 케이트의 정체를 파악한 이후 여러 면에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올리비아와의 우정에 틈이 생긴 것 같고 모든 사람과 모든 일에 컨트롤을 할 수 있었던 케이트가 무너지고 있었다.
소설은 케이트의 1인칭 시점과 올리비아의 3인칭 시점을 오가며 소녀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보여줬다. 그리고 두 소녀의 시점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마크의 더러운 이중성을 조금씩 드러내며 마지막엔 노골적으로 나타냈다.
초반엔 케이트의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올리비아가 왜 학교를 1년간 쉬게 됐는지 궁금하게 했다. 거기에 마크까지 가세하면서 세 사람 모두 정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짓말쟁이 케이트는 시궁창 같은 현실을 벗어나려고 아등바등 애를 쓰고 있었고, 올리비아는 처방받은 신경안정제, 항불안제 등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으며 눈을 가리고 귀를 닫은 채 본인이 원하는 것만 하려고 했다. 마크는 두말할 것 없이 범죄자였고. 등장하는 주요 인물 모두가 이상하다 보니 소설 후반에는 누구의 편에서 사건을 봐야 할지, 누구를 응원해야 하는 건지 헷갈렸다. 물론 범죄자가 가장 나쁜 인간이긴 했는데 두 소녀 역시 딱히 정이 가질 않아서 그런지 소설을 읽으면서 캐릭터에 어떤 감정도 없이 중립적으로 읽어본 건 오랜만인 것 같다.
후반으로 가면서 뭔가 반전이 있을 것 같은 낌새를 풍겼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반전이 없었다.(!!!) 이렇게 그냥 끝내다니 상당히 아쉬운 느낌을 받았다. 그저 모두 이상한 세 사람의 해프닝(이지만 범죄) 정도의 내용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소설을 영화화한다는데 상류층 고등학생을 다룬다는 설정에서 눈요깃거리는 되겠지만, 결말을 각색하지 않는다면 허무한 영화가 될 것 같다. 캐릭터도 다소 약하기도 하고. 뭐, 그런 여러 부분에 대해선 제작사에서 알아서 하겠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소녀의 심리를 다루는 면은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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