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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일랜드 출신 정신과 의사가 일 년간 꼬박꼬박 짧은 명상을 한 후 쓴 글과 일기를 모아 엮은 에세이다. “이 일기는 내 마음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여정을 돌아보는 솔직한 기록이다.”
“한 달 마무리 기념용 맛난 케이크를 먹을 때다. 이번 달(7월)은 여기 베를린에 있는 굉장히 고급스러운 빵집에서 공수한 굉장히 고급스러운 케이크다. (중략) 오늘 베를린에서 맞이하는 이 마무리는 또 한 달의 일일 명상을 정리하기에 딱 어울린다.” - 229쪽
목차를 보면 구성이 특이하다. 그는 불교에서 영감을 받아 불교 사상의 핵심 원리를 이용해 일기의 틀을 잡았고. 목차도 이를 반영했다. 일 년 열두 달에 불교의 사성제(四聖諦)와 팔정도(八正道)를 따 제목을 붙였다.
“불교에서 말하기를 명상은 정신적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명상의 이점을 일, 가정생활, 친구 관계 등 모든 영역으로 가져오려면 자신의 삶에 더 폭넓은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명상의 목적은 완벽한 가부좌를 트는 데 통달하는 게 아니라(천만다행!) 자신의 삶을 보다 폭넓게 변화시키는 것이다. 만물의 참모습을 볼 줄 알고, 측은지심을 키우고, 하루의 매 순간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 35쪽
그는 일 년간의 명상을 통해 깊이 사유할 수 있게 됐고, 언제든 자신의 정신 상태를 알아차리는 힘이 커졌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변했고 어떻게 바뀌었을까
“지난 한 해 동안 좀 더 반성적인 사람이 되었다. 나의 정신 상태(와 그 상태의 비연속성)를 알아차리는 힘이 향상되고 집중력과 주의력이 좋아진 것이 증거였다. 특히 좀 더 폭넓은 독서에 필요한 평온함과 집중력을 되찾았다. 이 점은 정말 장하다고 여길 만큼 꾸준하게 발전한 측면이다.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더욱 큰 능력이 생긴 것이다. 물론 가만히 앉아 책을 읽는 것은 가만히 앉아 명상하는 것과 똑같지는 않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을 하려고 여기저기 계속 돌아다니다가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보다야 확실히 더 낫다.” - 398~399쪽
말미에 저자는 명상하는 법을 소개한다. 이에 따르면 “원하는 대로 앉고, 잡념이 사라지지 않는 것에 속상해하지 말고 집중하지도 말고 그냥 앉아보라”면서 “명상은 벌 받는 게 아니며, 잘하지 못해 겁낼 필요도 없다”고 조언한다. 이어 “명상은 기대하는 것이 돼야 하며 따듯하게 마음을 반기는 공간이자 점점 더 안정된 시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기 중간 중간 부처의 말씀이 인용돼 명상하는 즐거움을 더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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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약 이 책은 평소 불교와 명상에 관심과 지식이 많던 아일랜드의 정신과 의사 브랜던 켈리가 1년에 걸처 하루도 빠짐없이 명상을 하면서 써내려간 일기가 그대로 기록된 책이다. 그리고 군데군데 좀 더 깊은 내용을 알려주는 글 들이 추가되어 있다. 서문은 저자가 명상을 하는 이유를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1년간의 명상 프로젝트가 시작할 때는 분명 결과가 어찌될지 몰랐기 때문에 느끼는 불확실성을 저자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성공했고(1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무언가를 했다는 점부터 배울점이 참 크다) 이 책이 나올 수 있었으리라. 전체적으로는 불교의 가장 큰 가르침인 사성제(고집멸도)와 팔정도를 중심으로 써내려갔다. 충분히 분석적인 계획으로 컨텐츠를 구성한 것을 알 수 있다. 초반 4장에 걸쳐서는 사성제를 다루고 후반 여덟개 장에서는 팔정도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1년간의 명상을 회고하고 무엇을 얻을 수 있었는지를 기록해 두었다. 1월에는 명상의 습관을 잘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과 불안함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명상은 어느새 습관이 정착되고 잠자리 들기 전 양치질처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종의 의식이 되어감이 보였다. 처음엔 10분이었던 명상시간도 후반에는 20분으로 늘어났다. 또 그렇다고 매번 명상에 몰입하는건 아니다. 다분히 인간적이다. 명상을 하며 혹은 명상이 끝난 뒤 느낀 점을 기록한 일기다 보니 어떤 날은 장황하고 어떤 날은 몇 마디 단어에 불과하다. 어느날은 반려묘 트릭시에 관한 내용은 어느날은 환자들 진료에 대한 내용으로 일기를 썼다. 그래도 어쨋거나 명상과 관련된 내용으로 일관됨을 보이고 있다. 12월과 마지막 장에서 일년간의 명상의 결과를 안내한다. 저자는 명상수련을 통해 본인의 정신 상태를 알아차리는 힘이 향상되고, 집중력이 좋아지고, 그의 모든 침투적 사고가 아주 바보 같은 건 아니라고 깨달은 성과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보다 큰 마지막 성과는 이 일기를 모두 쓰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물론 밀린적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지키지 못할 큰 약속을 하는 대신 명상생활은 계속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이라고 책을 마친다. 이 책에서 기대했던 내용 요즘 나는 스스로 어수선하고 불친절하며 취미로 하는 게임을 제외하고는 어딘가 집중하고 몰입하기가 쉽지 않음을 느낀다. 진짜/가짜 정보의 홍수에 살고 있고 살아남기 위해 뒤쳐지고 싶지도 않지만 그런 욕망과 집착에 회의감도 자주 몰려온다. 한마디로 중심이 잡혀있지 않다. 30대가 되면 어른이 되어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중반이 넘어선 지금도 나는 미성숙과 불완전함으로 가득차있다. 중심을 잡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생각하던 차에 문득 명상을 해보면 어떨까했다. 운좋게도 이 책을 서평단으로 접하게 되었으니 어쩌면 이렇게 될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명상수련의 결과가 어떨지 너무 궁금했다. 나도 꾸준히 명상을 하면 그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느낀 점(책을 보면서 느꼈던 점을 순서없이 나열했다) 어떤 사람의 일년간의 경험이 단 몇시간 안에 축약되는 것은 책이 가진 고유한 장점이다. 명상에 대해 막연한 생각만 갖고 있던 사람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어서 추천하기 좋은 책이다. 명상에도 융통성이 존재한다. 반드시 잡념을 흘러가게 둘 필요는 없다. 좋은 것은 공유하고 나누자. 가진에 얼마 없더라도 실행해보자. 불교에 대해 탐구해보고 싶어졌다. 사성제, 팔정도는 수단일 뿐인 것 같다. 그 속에 숨어있는 진리와 철학에 대해서 스스로 공부해 보고 싶다.
끝으로 내가 느낀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발췌하여 본 서평을 마무리한다. 명상의 목적은 멋진 명상 자세를 익히는 것이 아니라 명상과 다음 명상 사이의 자기 삶에서 명상의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들 한다. 명상수련의 목표는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은 상태로 20분이든 한시간이든 앉아있는 것이 아니라 흐트러지는 정신상태를 경험하고 이를 극복해서 마음의 평정과 융통성과 자비와 연민과 자족과 반성과 행복을 일생생활 속에 키워가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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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앉아서 15분씩 명상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피곤함에 쩔어서 잠들어 간신히 눈을 떠 밥도 못먹고 출근하는 이 시간에 15분씩 앉아서 고요함을 찾는 명상을 한다... 그것은 마치 굉장한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자도 정신과 의사로서 바쁜 삶을 살아갑니다. 진료, 회의, 학술대회에로 가는 해외여행, 저술작업, 종종 단기명상 휴가 이 바쁜 삶속에서 1년간 명상을 해보기로 마음먹습니다. 첫달을 마치고 이렇게 적습니다.
명상은 만만치 않다. 마음을 비우려고 시도하자마자 온갖생각이 무서운 속도로 머리속을 비집고 들어온다. 아주 가지각색이다. 마지막으로, 한달간 매일 십분에서 십오분간 명상을 하려고 시간을 보냈다고 해서 두렷한 도움을 얻은건 없음을 깨닫는다.
첫달의 성취는 일단 해낸것.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돌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조용한 변화들이 생깁니다. 그렇게 일년을 마치며 썩 괜찮은 프로젝트였음을 자화자찬하며 더 깊이 사유할 수 있게 되었고, 언제든 나의 정신상태를 알아차리는 힘이 켜졌고, 전반적으로 집중력과 주의력이 좋아졌음을 말하고 마무리가 되지요.
소소하면서도 즐거운 1년간의 명상여행이라고 할수 있을 겁니다. 명상을 가르치다보면 시작하는 분들이 겪고 (저 역시) 있는 여러 어려운 점들을 가감없이 일상속에서 적어가는 것이 입문하려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입니다. 또 그냥 일기만 적은것이 아니라 중간마다 명상에 관한 핵심적 요약이 들어있고, 특히 불교의 사성제와 팔정도에 대해서 이해가 쉽도록 설명되어있어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불교의 깊은 교리에 대한 이해와 해석을 원하시는 분은 전문서적을 봐야할 것입니다.) 게다가 어떻게 명상에 접근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나왔는데 생각보다 아주 간결하게 핵심만 짚어 나와있어 좋았다. 불교의 안반수의경에 나온 수식관을 ‘숨 살피기 mindfulness of breathing ' 이라고 설명하는 부분(p408)은 명상을 처음 접하는 분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정신과 의사로서 정신건강과 명상의 효과에 대해 말한 부분도 좋았구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년간의 명상여행에 함께 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세상 참 바쁩니다. 저도 오늘 하루가 눈부시게 바쁘네요... 하지만, 그렇게 세상이 안으로 눈돌릴 사이도 없이 쉴틈없기에 나의 온전함을 찾아가는 명상은 더 필요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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