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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 이쿠미나/헨미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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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국가라는 주제에 있어서, 일본인들을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과거 사실을 모르는 척 외면하거나, 청산되지 않은 현재 상황에 어쩔줄 몰라 황망해하거나. 이 책을 읽으면, 후자에 속하는 일본 지식인의 머릿 속이 얼마나 혼돈에 차 있는지 알게 된다. 들었거나 예상했던 '만행'을 재확인하고, 이렇게 또 저렇게 '일본인답게' 둘러둘러 해석해 나가는 과정을 보고 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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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국가라는 주제에 있어서, 일본인들을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과거 사실을 모르는 척 외면하거나, 청산되지 않은 현재 상황에 어쩔줄 몰라 황망해하거나. 이 책을 읽으면, 후자에 속하는 일본 지식인의 머릿 속이 얼마나 혼돈에 차 있는지 알게 된다. 들었거나 예상했던 '만행'을 재확인하고, 이렇게 또 저렇게 '일본인답게' 둘러둘러 해석해 나가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한국인인 내가 굳이 왜 이 과정을 따라가고 있는지 '현타'가 온다.


모두 아무 일도 없다. 대단한 것은 없다. 그럴 리가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듯이, 모두들 서로 그렇게 대한다. 그런 나쁜 버릇과 사회 시스템은 좀처럼 고칠 수 없다. 예전에 이상한 듯했던 상태는 끝없이 이어지면서 어느새 이상하지 않게 된다. 상태常態가 된다. 예전엔 그토록 뼈아팠던 일이 어느새 그렇지 않게 된다. 예전에는 결코 타협하지 않았던 것과도, 마지못한 듯 어느새 타협하게 된다. 예전에는 그토록 사랑스럽던 존재나 의미일 수 있었던 것이 면봉 같은 것에 몇 번이고 짓눌려서 한없이 넓게 펴지면서 점점 컴퓨터 화면처럼 반들반들한 평면같이 모질고 박정한 무의미로 변해간다. 평형하고 모질고 박정한 무의미에도, 세계는 어차피 그런 것이라는 데에 익숙해지면 그렇지 않은, 울퉁불퉁하고 보풀이 일고 의미가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밀려 올라오는 것(살아 있는 개체)을 거꾸로 이상한 것으로 간주하게 된다. 


이 나라에는 지금도 이런 공기와 기억의 빈 껍데기가 떠돌고 있다. 일본은 일찍이 왠지 모르게 그렇게 되어 버린 전쟁에 휘말려 들어가게 되고, 아버지와 할아버지들은 왠지 모르게 병사들이 됐으며, 왠지 모르게 많은 사람들을 죽이게 됐고, 또 왠지 모르게 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게 됐으며, 어느새 원폭이 떨어지게 됐고, 정신을 차려보니 전쟁이 끝나 있었고, 폐허가 되어 있었다. 그런 것일까? 왠지 모르게 아베 정권이 탄생하게 되고, 왠지 모르게 비밀보호법이 통과되고, 왠지 모르게 무기 수출 3원칙이 변경되어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이 됐으며, 어느새 헌법이 유명무실해지게 되고, 퍼뜩 정신을 차려 보니 전쟁 법안이 가결되게 되어 있더라-는 식으로, 일본의 오늘은 "되어 버렸다"는 것인가. 다시 한 번 마루야마 마사오를 인용한다. "이만한 큰 전쟁을 일으켜 놓고도 바로 내가 전쟁을 일으켰다는 의식을 이제까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왠지 모르게 뭔가에 짓눌리면서 질질 끌려온 국가가 전쟁의 와중으로 돌입했다는 이 놀라운 사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떤 고통이나 희생을 당하더라도 이 질문에 대해서만큼은 필사적으로 대답할 필요가 있었다. "이 놀라운 사태"의 의미는 다른 무엇을 제쳐놓고라도 해명됐어야 했다. 70여년이라는 충분하고도 남을 시간이 있었는데도, 하지만 그것은 이뤄지지 않았다. 박박 피부가 벗겨진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않고 지내오듯이 나(우리)는 이 질문에 대답하려는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


질문 외면, 주어 상실, 피해자 코스프레, 일본이 한결같이 유지해 온 자세이다. 좋은 롤모델을 찾을게 아니라 꼰대를 보면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이렇게 교훈을 삼으라고 유병재가 말했던 것처럼, 일본을 보고 우리도 청산하지 못한 것들에 고개를 돌려 직시해야 하지 않을까.


결국 파락호 정치가 만연하는 오늘날이 와 버렸는데, 그것은 오늘날처럼 되어 버린 것이 아니라, 내(우리)가 질질 오늘날을 '만들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YES마니아 : 로얄 s******i 2020.08.17.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