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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을 통과해서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영화를 많이 봤다. 나니아 연대기, 클로젯 등 주로 옷장 넘어는 상상의 세계이거나 무의식의 세계 인 경우가 많았다. 공포영화에서는 옷장이 무서움이나 공포에서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하지만 결코 튼튼한 성이 되지는 못하고 금방 발각 되고 만다. 텅 비어버린 낡은 옷장에서 과거를 끌어올리는 작가의 문장이 다른 작가들하고는 달랐다. 문장들은 문장이 되지 못해 뚝뚝 끊기는 느낌이었고 과거의 회상은 어떤 스토리가 되지 못하고 곳곳이 단절된 느낌이었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밝혔기에 그 과거 회상의 문장들이 왜 그 상태에 이르렀을까 짐작이 되긴한다. 아프고 감추고 기억에서 미뤄 버리고 싶었던 가족들과 어린시절의 기억들 그렇게 떨쳐 버리려고 했지만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은 그 과거였다는 어쩔수 없는 패배감이 곳곳에 묻어있다. 솔직히 읽기가 힘들었다. 어렸을 적 주점과 작은 골목 슈퍼를 하는 부모님 밑에 자란 '드니즈 르쉬르'는 첫 장부터 낙태를 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낙태를 하는 와중에 그녀는 과거로 돌아간다. 여기까지 올 수 밖에 없었던 과거말이다. 촉망받는 학생으로 문학도로서 겉모습은 프레임 되어있지만 또 다른 나를 살았다고 생각하는 과거 !! 가난했으며 술주정뱅이 손님들 사이에서 더럽고 냄새나는 실외 화장실과 1리터짜리 싸구려 와인을 파는더럽고 지저분한 가게의 딸로 다시 돌아간다. 처음부터 부모님과 그 환경을 싫어하진 않았다 오히려 어렸을 적에는 그 모든 언어와 환경의 자유와 다소 퇴폐적인 그 모든 분위기가 좋았으며 즐겼다. 하지만 사립학교를 들어가고 나서 다른 친구들은 자신처럼 말하지 않고 입지 않고 행동하지 않음을 보고 그들의 부모들의 모습이 다름을 보고 괴리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 모든 것들이 이어진 문장이 아닌 다양한 단어나 구절로 연결된 느낌이었다. 단편단편 생각나는데로 툭툭 아무렇게나 내던진 말의 모음 같았다.
학교를 처음 들어간 느낌을 묘사하는 부분들도 흥미롭다.
"학교, 그것은 마치 지속적인 듯, 재미있는 듯, 흥미로운 듯, 좋은 듯이 하는 행위이자, 선생님 혼자서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이었다. "
"지긋지긋하다. 그들에게, 모두에게, 문화, 내가 배웠던 모든 것에 구역질이 난다. 나는 사방에서 농락당했다"
아마 작가는 매우 진지하고 적극적인 성격인 것 같다. 그 괴리감을 쉽사리 극복하지 못하고 문학으로 승화시킨 줄 아는 세심함이 엿보였다. 누구나 어린시절과 부모님에 대한 부족함을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비슷한 동질감과 함께 찔림을 경험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내는 것이 만만치 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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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강의 문장이 떠오르는 책이었다. 굉장히 인상적이다. 문장에 힘이 있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다. 고약함이라는 게 바로 이런거였는데! 내가 잃어버린 그 고약함! *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의 책들 중에서 제일 좋았답니다. * 빅토르 위고나 페기처럼 교과 과정에 있는 작가를 공부해 볼까. 구역질이 난다. 그 안에는 나를 위한 것, 내 상황을 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을 묘사하거나 이 끔찍한 순간이 지나가게끔 도와주는 대목은 한 구절도 없다. 탄생, 결혼, 임종, 모든 상황마다 그에 따른 기도가 존재하지 않는가, 모든 상황에 맞는 구절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낙태 전문 산파의 집에 갔다가 나온 스무 살의 여자아이를 위한, 그 여자아이가 걸으면서, 침대 위에 몸을 던지면서 생각하는 것에 관해 쓴 구절. 그렇다면 나는 읽고 또 읽을 것이다. 책은 그런 일에 대해 침묵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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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단순한 열정'부터 먼저 읽게 된다면, 아니 에르노에 대해서 오해할 소지가 참 많을 것 같다. '남자의 자리'와 더불어 요즘 재출간된 그녀의 작품을 읽고, 그리고 이 책 '빈옷장'까지 읽고 나니, 주변을 맴돌기만 했던 느낌이 조금 더 확실해 진다. 옮긴이가 말했던 것처럼, 삶의 결이 너무 널널하여 동화같이 사는 사람들은 아니 에르노의 글에 많이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뭐, 그런 사람들은 굳이 타인을 이해할 필요성도 못느끼겠지. '남자의 자리'와 '단순한 열정'을 읽은 후, 서로 다른 느낌때문에 정.말. 같은 작가의 작품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해보기도 하였고, '이 여자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지?" 하는 궁금함이 생기기도 하였다. 그래서 기회가 되는대로 그녀의 많이 읽어봤는데, 이 책 '빈옷장'을 읽고 나니 드디어 그녀의 화끈한 행보에 대한 의문이 풀린다.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되었다. 남루한 집구석에서 성장하다보면 미래에 대한 두 가지의 옵션이 생긴다. 악착같이 살아서 그 집구석을 벗어나든지, 아니면 그냥 그 삶의 굴레를 그대로 받아들이든지. 그런 면에서 사립학교에 다니고, 1등을 유지하고,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은 읽는 내내 많이 안타까웠다. 아무래도, 현실의 리얼한 삶에서는 시드니 셀던 책의 여주인공처럼 쨘~하는 변신은 없었을테니. 그 환경을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와 부모님에 대한 애증, 불안,부정,열등감 등의 온갖 감정 갈등이 애처롭다. 또 그 과정에서 예상치 않았던 임신과 낙태. 그리고 그로 인한 많은 기억들은 평생을 망령처럼 그녀를 따라 다녔으리라.
책을 읽으면서, 나의 그것과도 마주하게 된다. 화목한 줄 알았던 가정은 그냥 내 환영이였고, 경제적인 어려움과 그로인해서 썩 훌륭하지못했던 주거여건, 그리 현명하지 못했던 부모님 그리고 하나같이 개거지 같은 친척들이나 동네 사람들. 쌍스러운 말을 입에 달고, 입성이 남루한 사람은 옆집에도 학교에도 길거리에도 넘쳐났다. 그것은 곧 내가 대관령을 반드시 넘어 서울로와야 하는 이유였다. 작가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그들처럼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대관령을 넘고서 나서 모든 것이 해결되나 했더니, 또 그렇지도 않았다. 클래식 공연장에서는 물개 박수가 아니라 손바닥을 살짝 기울여 우아하게 박수를 쳐야하는지를 나는 몰랐다. 호텔 식당에서 포크를 집는 순서도 그렇고, 담배 한갑에 1천원 할 때 커피 한 잔이 1만원 할 수 있다는 것도, 중국 음식에 짜장면과 탕수육 말고 더 고급진 음식이 있다는 것도, 농협 앰블럼 모양으로 만든 귀걸이가 사실은 페라가모였다는 것도, 내가 방문한 친구네에서 밥을 차려주던 여자가 걔네 엄마가 아니라 파출부라는 것도. 세월이 흐르고 또 흐르니... 남루하던 시절의 친척들은 죄다 죽었다. 살던 동네는 재개발로 그 동네 개차반들은 다들 어디 다른 곳으로 흘러들어 갔을 것이고. 지저분했던 기억은 물론이거니와 대관령을 넘어와 배웠던 모든 것들도 그저 지나간 꿈만 같다.
삶이 내게 조금 더 친절했다면 어떠했을까?
책을 읽을 때에는 괜히 짠~했는데, 막상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유쾌하다. 어쨌든 나는 지나왔으니까. 작가의 책 중에서 사실 제일 좋아하는 제목은 '단순한 열정'이다. 작가가 빈옷장의 쓸쓸함을 덮어버리고, 단순한 열정으로 잘먹고 잘 살기를 바래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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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아버지는 2m 거리에서 그들의 술잔을 지켜보며 그들이 신분을 밝히도록 유도한다. 취조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호의를 보인다. 그리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이어진다. 조금씩 낯선 이들이 서로 동화되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은 공사가 끝나면 떠났고, 그것이 내 삶에 있어서 유일한 슬픔이었다. 나와 내 부모님, 그러니까 우리는 남고 다른 사람들은 사라지는 것, 금세 대체되는 것, 카페에서 나누는 이야기처럼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것. 언제나 새로운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 시작되어 저녁이 돼도 끝날 줄을 모른다. 29 벨이 울린다. 어머니가 서두른다. 어머니는 빈 병을 받고, 맞장구를 치고 편하게 해주면서 손님을 돌본다. 언제나 친절한, 좋은 상인이다. 고함을 지르는 것은 나와 아버지에게만 해당한다. 31.......이야기의 조각들이 연결되지 않는다.. 어머니와 손님은 자세한 설명을 하다가 말을 끊고 한숨을 짓는다. 나는 그 모호함에 여기저기서 길을 잃는다. 41 어머니는 조금 더 떨어진 곳에서, 걸음을 멈추고 마주치는 모든 손님들, 특히 우리 가게 물건들로 가득 찬 가방을 든 손님들과 수다를 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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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이런 방식의 글쓰기를 하는 걸까 아니 에르노의 글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작가의 글을 다 찾아 읽어봐야지-
* 왜 나는 저 아이와 달라야 하는가 배에 단단한 돌덩이가 들어있는 듯한 느낌이다. 눈물 때문에 눈이 따갑다. 이제 더 이상 예쩐과 같을 수 없다. 이것은 모욕이다. 우리 집과 다르다는 것을, 선생님이 내 부모와 다르게 말한다는 것을 이내 알아버렸지만,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 있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뒤섞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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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옷장》은 아니 에르노의 첫 번째 소설이다. 1940년생인 작가가 1974년에 출간한 책이니 이르게 쓰기 시작한 셈은 아니다. 소설의 실제적인 배경은 내가 자란 시골에서의 생활이지만 소설은 불법적인 낙태 시술을 받고 돌아온 대학생인 나로 시작된다. 태어나 자란 어린 시절의 나를 뚫고 틈틈이 낙태 시술을 받은 현재의 내가 소환되기도 한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에 가면 나의 그러한 고통의 근원이 등장하는데, 소설 전체가 하나의 아이러니가 되고 만다.
아니 에르노 Annie Ernaux / 신유진 역 / 빈 옷장 (Les Armoires Vides) / 1984BOOKS / 222쪽 / 2020 (2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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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옷장의 폭력성..그녀의 어린시절..아마 이런 어린시절때문에 그녀는 글을 쓰게 되지않았을까..우선 스스로를 구하고..그 스스로에 빗댄 모든 이들을 구하기 위해서..그녀에게 글은 구원 그 자체였다. 빈 옷장의 폭력성..그녀의 어린시절..아마 이런 어린시절때문에 그녀는 글을 쓰게 되지않았을까..우선 스스로를 구하고..그 스스로에 빗댄 모든 이들을 구하기 위해서..그녀에게 글은 구원 그 자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