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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경이로운 심장 의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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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심장(heart)이 애정의 보관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심장은 여전히 생리학적인 캔버스로,  우리 감정이 가장 쉽게 기록되는 공간으로 남아있다."    - 185쪽에서   이 아름다운 책은 현대 의학이 심장질환을 어떻게 치료해왔는가에 대해  '임상설계와 생물학적 메커니즘, 심장을 기계로 이해하는 문제에 집중해'왔음을 돌아보며, 심장에 대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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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심장(heart)이 애정의 보관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심장은 여전히 생리학적인 캔버스로,  우리 감정이 가장 쉽게 기록되는 공간으로 남아있다."    - 185쪽에서

 

이 아름다운 책은 현대 의학이 심장질환을 어떻게 치료해왔는가에 대해  '임상설계와 생물학적 메커니즘, 심장을 기계로 이해하는 문제에 집중해'왔음을 돌아보며, 심장에 대한 '은유적- 감정적, 심리사회적 - 인자들의 소홀함과 같은 정서적 심장을 등한시'해왔음을, 즉  '생체역학적 펌프'에만 편협하게 맞추어졌던 심장치료 의학의 발전을 생명의 총체적 이해라는 시각에서 양자를 껴안으며 펼치고 있다. 

 

아마 인간의 신체 기관 중 어떤  것도 '심장'처럼 많은 은유와 의미를 지니고 있지 못할 것이다.  오늘날 의학 기술이 비록 CT스캔은 물론 관상동맥조영술과 같이 카테터를 이용한 심혈관 성형술은 물론 이식형 제세동기의 삽입, 심실중격결손 수술과 같이 심장의 해부학적 실체를 꿰차고 있을지언정 여전히 심장이라는 기관을 생각하는 방식은 인간의 행동과 사고를 빚어내는 것과 관련돼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 심장과 감정의 연관성

 

심장의 은유적 사례로서 심장내과 의사인  '샌디프 자우하르'는 어린 시절 과학 과제로 개구리 심장 박동의 전류세기 측정 실험을 위한 해부 작업중 엉엉울던 그를  발견한 어머니가  "이런 실험을 하기엔 네 '심장'이 너무 작은 것 같구나." 라는 일화로 시작한다.  심장은 이처럼 용기에 비유되기도하는데,  우리네 표현에 '강심장'이네 하는 대범함을 빗댄 그것과 같다.  또한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느니, 콩알 만해졌다드니, 이렇듯 심장과 관련하여 우리네 감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예는 무진장하다.  그런데 이러한  표현들이 심장의 생체학적, 의학적 이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고통이나 기쁨, 희망이나 두려움이 수반된 마음의 모든 상태는 심장에 영향을 미치는 불안의 원인이다."   - 윌리엄 하비, 『동물의 심장과 혈액의 운동에 관한 해부학적 연구 De Motu Coidis』에서

 

1950년대를 전후해서 인공심폐기를 개발하고, 심장카테터법의 의료적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었음에도 관상동맥질환의 폐색성 혈전등의 발생 이유를 비롯한 협심증등에 있어서 여전히 원인 판정에 곤란을 겪고 있었던 모양이다.  심장질환에 대해 생활습관을 비롯한 정서적, 심리적 유관성을 이해하게 된 유명한  '프레이밍햄 심장 연구'가 이러한 배경에서 진행되었으며,  그 결과물이 심혈관계 질환 위험인자 모두를 규명해 낸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 '심장마비 발생 위험도 평가 프로그램'으로 활용되고 있는 등 심장병 치료에 중요한 기여를 한 듯하다. 

 

가령 가난과 사회적 병폐가 만연한 곳에서 심혈관계 질병율이 눈에 띄게 높다는 것이나, 가족 해체, 실업을 비롯한 물리적 사회적 고립과 같은 사회적 신뢰가 무너진 환경이 아드레날린, 코티솔 등의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여 동맥벽을 경직시키고 혈압상승과 신체의 항상성을 무너뜨린다는 상호성의 진단과 같은 것이다. 이와 더불어 영국 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화이트홀 연구(whitehall study)'는 직업적 서열이 야기하는 작업 통제권의 유무처럼 자율성을 박탈당한, 즉 자기 삶의 통제권 결여로 인한 정서적 불안을 겪는 하위직군의 사람들이 고위직 관료에 비해 심장병 발병율이 2배 이상 높다는 결과는 우울, 불안, 분노와 같은 감정들인 '부정적 정동성(negative affectivity)'이 심장 질환 발병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불행한 결혼생활, 사회적 친교의 상실 등 "정서장애와 은유적 심장의 혼란이 심장 질환의 주요 원인이라는 역학 연구자료가 차고 넘친다."고 할 정도이니 '심장이 더이상 애정 보관소가 아니다.'라는 선언은 '심장은 애정 보관소다.'라고 정정해야 할 것 같다. 연인과 이별, 배우자와의 사별 등 극도의 슬픔에 반응하여 심장이 급격히  약해져 사망까지 초래하는  '상심 증후군(일명 다코쓰보 심근증)'이나,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심정지로 사망하는 '부두 죽음(voodo death)'에 이르기까지 심장과 감정의 연관성은 이처럼 헤아릴 수 없는 의학적 보고로 가득하다. 이처럼 심장의 건강성이 사람 감정의 캔버스라는 이해는 질환 예방적 차원에 중요하고 유효한 의미임은 물론이다.

 

■ 생체 펌프, 심혈관계 수술의 역사

 

그러나 심부전증을 비롯한 부정맥, 심실세동 등 이미 발병하여 환자가 직면하는 고통은 외과적 치료의 접근을 통해서 가능할 뿐이다.  치료는 심방이나 심실 판막에 구멍이 있는 심장 결함과 같은 심방(실)중격결손 수술이나, 폐동맥 색전 제거술, 심내막염 수술 등등 무수한 심장 질환의 치료를 위한 의료 기술적(외과적 수술)접근은 생명의 생과 사를 결정 짓는다.  사실 3 부로 구성된 책의 본론 부분은 2부인 「기계」, 즉 심장 의학의 기술적 발전과 이에 함축된 의료 전문 행위가 지닌 의미 성찰이다. 

 


129쪽 촬영 발췌 인용게재 

 

여기에는 각종 심장 질환 수술의 생생한 현장 중계라 할 수 있을 만큼 심장 내과 의사인 저자가 참관하거나 집도한 수술 현장의 세밀한 묘사가 더해지고, 이와 병행하면서 해당 수술 방식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천재들과 집요함, 우연과 기이함, 희생과 공명심을 오가며 생명의 중추인  '심장'에 메스(mes; 수술 칼)를 갖다대는 의학의 경이로운 진전의 역사 속으로 끌어 당긴다. 

 

심장에 칼을 대야 한다는 것은 죽음의 문전에 있다는 뜻과 다른 의미가 아닐 것이다.  그래서였던 것 같다.  수술 환자가 "어차피 죽을 운명이라는 사실을 근거로 수술의 위험성을 정당화"했던 의학계의 이단아이자 '살인자'로 불리기도 했던 '릴러하이'라는 인물이 감행한  "외과 역사상 가장 기이한 기법"인 '조절교차순환'법은 의학계의 혁신, 전문 지식의 발전을 위해 환자의 희생을 발판으로 하였다는 점에서 자극적인 인상을 남긴다. "한 인간의 심장이 정지된 상태에서 절개되고 고쳐지는 동안, 다른 정상적인 인간을 수술대 위에 마취시켜 생명 장치로 이용한다는 발상"이 그것이다.  이 기괴한 수술이 진행되어 환자가 수술 후 사망했을지언정 수술 자체가 성공적으로 완료되자 미디어들이 환호했다는 얘기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공리적 발상인 과학기술이라는 문명 발전과의  기나긴 윤리적 논쟁을 다시금 고민케 한다.

 

7명 수술, 6명 사망, 1명 뇌손상이라는 끔찍한 결과가 말하듯이 이 수술법은 외면, 중단되었다고 하니 다행이라 하겠지만, 저자의 이에 대한 소견이  "유감스럽게도 모든 배움에는 언제나 우여곡절이 존재한다."라는 것은 그리 미더운 이해는 아닌것 같다.  문제는 심장 수술을 위해서는 심장 박동을 멈추게 하여야 하는데, 심장이 2분 이상 멈추게 될 경우 혈액(산소) 공급 중단으로 인한 뇌의 괴사로 인해 적어도 10분이상 소요되는 심실중격 결손 등의 심장 수술이 불가능하기에 이러한 무모한 의학적 도전이 시도되었다는 점이다.  결국 심장 의학의 발전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도전사였던 것 같다.

 

10분 이상 수술환자의 혈액 순환을 멈추기 위해서 심폐기능을 대체할 기계 개발이 이루어지는데, 기번이라는 인물이 20년에 걸쳐 개발한 인공심폐기를 이용해 1951~1953년에 걸쳐 이 장비를 사용하여 수술한 환자 18명중 17명이 사망했다는 것은 오늘의 현대 의술이란 곧 죽음의 토대 위에 서 있음을 직시케 한다. 오늘날 사용하는 인공심폐기는 냉장고만하며 그 성공율이 신장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환자의 혈구 파괴와 뇌졸중, 인지기능 저하라는 수술 후유증이 도사리고 있다고 하니 정복하지 못한 또 하나의 자연을 발견한 듯한 느낌이다. 

 

한편  "인류의 비극은 대부분 지방성 플라크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 한다.  콜레스테롤이 관상동맥 심장 질환 위험인자라는 것인데, 우리네 건강진단에 꼭 표시되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경시했던 나는 새삼스레 그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기도 한다. 관상동액 혈관 성형술로 오늘에는 치료가 성공적으로 수행되고 있는 것 같다. 포터, 그루엔트치히와 같은 끈질긴 천재들의 노력에 감사한 마음도 갖게 될 뿐 아니라, 심장 박동을 교란시키는 심실 세동이라는 미세한 전기 작용이 야기하는 부정맥, 심정지 등을 시정하는 '이식형 심박 조율기'의 개발과  '심장 전기 생리학자'라는 독특한 전문분야를 발견하는 의외의 즐거운 수확도 얻게 된다.  이 밖에도 인공심장 이식의 역사처럼  신의 영역에 도전한 의학사도 소개되고 있지만 현재의 의료계에서는 더이상 생명 연장술로 활용되지 않는 모양이다. 다만 심부전 환자의  생명 유지를 위해 '좌심실보호장치(LAVD)'라는 것을 이식하는 것이 상례인 것 같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이같은 생명 연장 기술의 연속적인 발전사를 마무리하며  "지금과 같은 형태의 심장학으로는 생명연장을 위해 쓸 수 있는 방법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선언한다.  일생 30억 회의 박동을 버텨내야 하는, 인간 신체 기관중 가장 혹독한 노동을 수행하는 심장의 보호를 위해서는  긍정적 감정과 사회적 관계성의 증진을 위한, 자기 삶의 주체자로서의 회복을 위한 삶의 방식을 추구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심장은 '생체 펌프'이기도 하지만, '감정적 펌프'이기도 하기에 심리사회적 지지모임, 스트레스 관리,  매일 1시간씩 걷기와 같은 산책하기 만으로 관상동맥 플라크를 감소시켰다는 결과보고처럼 생물학적 심장을 치료하려면 사회와 마음을 치료하여야 한다는 것에 강한 공감과 신뢰를 갖게 된다.  의학의 학문적 깊이는 물론 저자의 개인사와 함께하며 문학적 필치까지 더해져 심장이라는 경이로운 기관을 아름답고 매혹적인 시선으로 감응토록 안내하는 샌디프의 울림은 꽤 오래 남아 있을 것 같다.  "언젠가 끝날 수밖에 없는 핏빛 춤"의 이 미스터리한 얘기에  빠지면 헤어나기가 그리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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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심장과 과학적 심장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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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심장을 감정이 일어나는 장소라 생각해왔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갑자기 심장부터 두근거린다. 우리는 이제 그게 교감신경의 작용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여전히 마음을 얘기할 때 심장을 두드리고, 감싼다.  심장은 생명의 상징과 같은 것이다. 역시 지금은 ‘뇌사(腦死)’라는 걸 폭넓게 인정해가는 추세이지만, 오랫동안, 그리고 지금도 많은 경우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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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심장을 감정이 일어나는 장소라 생각해왔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갑자기 심장부터 두근거린다. 우리는 이제 그게 교감신경의 작용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여전히 마음을 얘기할 때 심장을 두드리고, 감싼다.

 

심장은 생명의 상징과 같은 것이다. 역시 지금은 뇌사(腦死)’라는 걸 폭넓게 인정해가는 추세이지만, 오랫동안, 그리고 지금도 많은 경우 심장이 뛰느냐, 멈추느냐로 생()과 사()를 가름한다. 그러니 심장은 경외로운 기관이다. 그만큼 조심스러운 기관이고, 그래서 가장 늦게야 수술 기술이 적용된 기관이기도 하다. 정말로 중요한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17세기에 이르러서야 하비에 의해 피가 심장에서 만들어지고 순환한다는 것이 밝혀졌을 정도로, 무지했던 기관이기도 하다.

 

인도계 현직 심장내과 의사 샌디프 자우하르(여기서 인도계라는 표현은 다른 책에 대해서라면 쓰지 않을 표현이지만, 이 책에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의 《심장》은 바로 그 심장에 대한 역사서이자, 보고서, 자신과 가족에 대한 독백, 감상문이다. 이 책이 단지 보통의 심장에 대한 책과 다른 점이 바로 심장에 대해서만 얘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심장에 대해 알아가고, 심장을 치료하는 기술들, 즉 심박조율기, 제세동기, 관상동맥성형술, 관상동맥우회술, 심장 이식과 같은 얘기를 마치 무협지와 같은 느낌으로 긴박감 있게 서술하기도 하지만, 이 책의 첫머리는 바로 저자의 할아버지의 죽음이다. 인도 펀바브 출신의 할아버지는 동네에서 뱀에 물렸고, 그 충격으로 심정지로 죽음을 맞이했다. 심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야 흔한 것이므로 그것 때문에 의사가 되었고, 그것도 심장내과 의사가 되었다는 설명은 너무나 구태의연한 것이다(물론 그런 식으로 쓰진 않았다. 다행히). 그러나 자우하르는 이 책을 어머니의 죽음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마치 숙명처럼 심장을 대하게 되었다는 듯이. 나는 믿지 않지만, 어쩌면 그에게는 처음부터 숙명이었던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었겠다 싶다. 이렇듯 이 책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 얘기를 통해 심장을 좀더 정서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하고 있다.

 

자우하르는 의사이지만 심장의 은유’, ‘정서적 심장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은유란 앞에서도 얘기했던 심장이 의식과 감정의 중추라는 생각과 잇닿아 있는 것이다. , 과학적으로는 이미 폐기되었던 생각이지만, 그것 역시 중요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더욱이 그동안 눈부시게 발달해온 심장치료기술에도 불구하고(정확히는 이제 오를 대로 올라서) 이제는 더 이상 획기적인 생존율 증가가 없을 것으로 이제는 다시 스트레스 관리 등 은유적 심장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새로운 치료 기법을 개발하기 위한 의사와 과학자 들의 고군분투를 다룬 부분이다. 절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아냥과 위험에 대한 우려를 무릅쓰고 강인한 의지로 성공해낸 기기와 기술들이 현재 우리의 생명을 연장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물론 그들의 그런 실험과 수술은 지금이라는 절대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자기 자신을 실험의 도구로 이용한다거나, 제대로 된 수술 동의서 없이 수술을 한다거나 하는 것은 물론, 길거리이의 개과 고양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고, 수술 연습을 하는 것은 지금은 모두 불법이다. 그러고 보면 과거에 연구하는 게 더 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반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변변치 않은 시설에, 제대로 된 지원 없이, 성공에 대한 확신도 없이, 불굴의 의지와 신념만으로, 자신에 대한 믿음만으로 그 일을 했던 것이다. 그들에 대한 이야기는 그냥 의학의 건조한 역사가 아니라 뜨거운 감동의 이야기이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n*****m 2020.02.04. 신고 공감 6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