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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고원지대이자 산 많기로 유명한 내륙지방에서 그나마 넓은 뜰이 펼쳐져 있는 마령면 평지리가 내가 태어난 곳이다. 그러나 어려서 당시 공무원이셨던 아버지를 따라 군소재지인 진안으로 나왔고, 마령은 제사 때나 성묘 혹은 시제에 참석하러 가는 아버지를 따라 다녀본 기억밖에는 없다. 당연히 기억 속의 마령 평지는 단지 친척들이 모여 사는 곳일 뿐이었고, 가물가물한 나의 유년시절의 기억은 초등학교를 다닌 진안일수밖에 없었다. 진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마이산이다. 산의 모습도 흥미롭지만 마이산에 있는 탑사 또한 신비감과 함께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있다. 초등학교 때 전주로 전학을 가기 전인 6학년1학기까지 소풍을 열한 번 다녀왔는데 전부 마이산이었다. 그러니 마이산은 나의 유년시절 기억의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이 책 [진안, 가슴으로 담다]는 현직 고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2014년부터 3년 동안 <e-진안>신문에 기고한 글들을 모아 엮었다고 한다. 진안읍내에서 바라본 마이산을 표지사진으로 장식한 이 책을 보는 순간 그곳에서 지냈던 시절이 흑백사진처럼 떠올랐다. 그리고 아련한 그리움을 안고서 책을 읽었다. 표지사진과 제목은 진안 곳곳에 대한 인문학적 소개와 현재의 모습을 알려주는 것이 주를 이루리라는 기대를 갖게 만들었지만, 막상 책을 읽으면서 그것은 나의 희망사항이었음을 알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지역, 역사와 사람, 문화, 생태와 농업, 교육을 주제로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저자는 진안지역의 환경, 교육, 지역문화와 지방자치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피력한 단순한 칼럼집에 불과했다. 그러다보니 진안지역의 현안과 지역 정치인에 대한 주문이 많았다. 물론 진안이라는 지역을 사랑하는 저자의 충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제목에 낚였다는 기분을 떨치기는 어려웠다. 그나마 소득이라면 진안의 현재를 다소나마 알게 되었다는 정도라고나 할까.
진안은 해발 300미터정도의 고원지대에 자리하고 있다. 서울에서 학교에 다니면서 간혹 지인들과 진안에 갈 경우, 전주를 거쳐 진안으로 가곤 했다. 헌데 차를 타고 한참 고개를 올라가고 나서 다왔다고 하면 모두들 이상하다는 기색을 비치곤 했다. 오르면 내려가는 것이 순리인데 내려가질 않아서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많은 도로가 뚫려 있지만 예전에는 굽이가 99개라는 곰티재를 통해서 들어갈 수 있었다. 전주까지 백리 길에 불과했지만 버스를 타면 두 시간 넘게 걸렸던 것 같다. 또 유난히 눈이 많은 지역이었고 그렇게 눈이 오면 교통이 끊어졌다는 것이 아직도 기억의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진안의 현실 중 가장 놀라웠던 것은 진안의 현재인구가 2만6천 명 정도라는 것이었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 면소재지에 초등학교가 두 곳 있었다. 다른 곳은 몰라도 내가 다녔던 곳은 한 학년에 다섯 학급씩 있었고 한 반에 60명이 넘었으니 학생수가 1800명이 넘었었다. 알고 보니 그때가 진안인구의 정점이었다고 한다. 농촌지역에서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추세라고 하지만 군 전체의 인구가 2만6천명이라는 사실은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런데 지역 정치인들은 마이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골프연습장을 만들겠다고 하니 저자가 칼럼에서 그들을 비판하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내가 귀촌을 결심하고 지역을 물색하던 당시 진안도 당연히 후보지 중의 한 곳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지금 살고 있는 지역으로 귀촌을 했지만 가끔은 진안을 가보곤 한다. 국도를 타고 무주를 거쳐 진안으로 가는 길이 경치도 괜찮지만 농번기에 해당하는 겨울철에 바람을 쐬러 가기에 그리 멀지 않은 길이기도 해서다. 더욱이 아무도 반겨주는 이 없지만 고향을 찾는다는 기분도 느낄 수 있으니 갈 때마다 마음이 설레기도 한다. 용담호를 찾아가기도 하고 상전면의 죽도, 혹은 주천의 운일암 반일암을 찾기도 한다. 그러다 마음이 동하면 마이산까지 가서 보고 온다. 비록 흐릿한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지만 마음속에 남아있는 고향에 대한 애틋함과 그리움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 진안의 현실을 읽으면서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진안의 미래를 위한 저자와 같은 사람들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어서이다. 이 책이 비록 내게는 만족함을 주지 못했지만, 저자가 염려하는 부분들이 슬기롭게 해결되고 많은 사람들이 진안을 가슴으로 담을 수 있는 단초가 되기를 응원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