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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인이자 방송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경미 시인의 신작 시집이다. 우연한 기회에 방송의 오프닝 멘트로 쓰게 된 시가 어느덧 시집 한 권의 분량을 채울 만큼 되어 책으로 엮었다고 한다. 본래의 업이 시를 쓰는 시인이지만, 매일 한 편 씩 시를 창작하는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시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힘든 와중에서도 충분한 보람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시인에게 누군가 듣고 읽기를 기다려주는 시를 쓴다는 것처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방송용으로 창작된 것인 만큼 내용도 그리 어렵지 않게 다가왔고, 또 작품마다 첨부된 시작 노트도 작품을 이해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작품에 부기된 기록들도 아마 방송용 멘트로 적은 것이겠지만, 그로 인해서 시를 읽는 것이 마치 에세이를 읽는 것처럼 느껴졌다. 때로는 그 내용에 공감하고, 어떤 경우에는 새롭게 알게 된 정보도 있었다. 예컨대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카프카식 이별 1>이라는 짧은 시에는, 카프카가 세 여인에게 파혼 통고를 했다는 내용의 부기가 첨부되어 있었다. 그것을 ‘카프카식 예민함’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여타의 글들과 함께 읽어나가면서 또한 시인이 왜 시집의 제목을 그것으로 선정했는지도 짐작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방송을 듣는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작품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그리 어렵지않게 다가왔고 그래서 더욱 편안하게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방송을 들었던 사람들에게는 이 시집이 더 특별하게 다가올 것 같다. 매일매일 한 편의 시를 창작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을 터인데, 그 결실이 시집으로 엮어질 수 있다는 것에 충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나에게 인상적으로 느껴졌던 시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친구들과 여행 중 자동차로 시골 마을을 느릿느릿 지나는데
한 친구가 창밖 마을을 보면서 짚었다
저 집은 사람 떠난 빈집이네 저 집은 빈집 같아도 사람 사는 집이네
우리 눈에는 다 똑같아 보이는데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느냐고 내기하자고 했더니
시골 출신은 그냥 알아 사람 온기가 있는 집과 없는 집은 보면 그냥 알아 친구 목소리가 아련해지길래
너는 눈이 온도계구나, 우리 다 기꺼이 내기에 졌다 <온도계> 전문
어쩌면 사소할 수 있는 자신의 경험을 이처럼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시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시인이 가진 능력일 것이다. 간혹 아내와 산책을 하다 보면,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원도심에도 상당 정조 공동화가 진행되어 때로는 허름하여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집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처음에는 혹시나 하여 그것을 확인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집의 외관만 보고도 빈집인지를 알 수가 있다. 아마 아련한 목소리를 지닌 시인의 친구도 그렇게 빈집을 두고 떠나왔을지도 모르겠다. 이밖에도 시인의 감성이 충분히 느껴지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이 시집을 읽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차니)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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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입니다. 나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가을을 기다리며 한 권의 시집을 읽겠습니다. 혹독한 겨울을 나는 우리가 또는 길고 긴 여름을 보내는 우리가 따뜻한 봄이나 선선한 가을을 기다리며 우리는 마치 하늘에 보내는 짧은 제문처럼 한 편의 시를 읽는 것은 어쩌면 이쯤에서 우리의 고난을 끝내고자 하는 작은 바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계절은 가고 또 오는 것, 그 숱한 회귀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성마른 성격의 인간에게 부여된 인내의 한계는 참으로 얕고 얕았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각자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우리는 여름이 다 가기 전에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고, 나는 영혼에 찌든 때를 씻어내듯 한 편의 시를 읊어야 했던 것입니다. 가을입니다 며칠 사이에 복사지처럼 얇게 느껴지는 여름옷들 그 복사지로는 물들기 시작한 가을 은행잎과 단풍잎들 다 베낄 수 없어서 두툼한 노트 한 권 스웨터 한 벌 마련한 가을입니다 가을 강물 보러 왔는데 갈대만 보이는 계절입니다 반송되어온 편지묶음 같은 갈대들 세상 모든 감정 뒤섞여 뭐라 말할 수 없는 가을입니다. (p.264) <김미숙의 가정음악> 오프닝시를 2019년 3월부터 일주일에 7편씩 매일 썼었다는 김경미 시인의 시집 <카프카식 이별>은 어쩌면 전적으로 낭송을 위해 쓰인 시만 묶은 낭송 시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시는 목소리를 숨긴 채 눈으로만 읽히는 소리 없는 시가 아니라 누군가의 목소리로 혹은 세상 모든 사람의 목소리로 읽혀야만 하는 낭송을 위해 쓰였다는 사실입니다. 목소리를 잃은 시는 순전히 목소리만 잃었던 것은 아닌 듯 사람의 온기마저 잃고 우리 곁에서 멀어졌습니다. 시를 읽지 않는 세상에 텅 빈 계절이 소리도 없이 오가고, 우리는 그렇게 텅 빈 세월을 허무하게 살다가 하냥 사라졌습니다. 김경미 시인은 우리에게 시를 배달했던 게 아니라 뜨겁지 않은 체온을 날마다 전해주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카프카식 이별 1 그만두자고 일방적으로 상처 주고 떠나온 여행 누워도 머리가 천장에 닿을 것 같은 시베리아 횡단열차 3등석 2층 침대 윗칸에서 이별이 고통스럽기는 왜 내가 더 고통스러운지 (p.176) 갓 태어난 아이가 말을 배우듯 나는 시인의 시를 한 자 한 자 눌러가며 서툰 솜씨로 시를 낭송합니다. 나의 목소리는 시나브로 작아져만 가고 종국에는 소리를 잃고 흔적만 남았습니다. 가만가만 불렀던 나의 노래가 하늘을 훨훨 날아올라 가을을 기다리는 한 편의 제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늘 어딘가에 머물다 가을을 재촉하는 한 방울의 비로 떨어지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누군가의 바람이 비가 되어 내립니다. 어쩌면 우리가 시를 읊어 가을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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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글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카프카식 이별' 제목을 보자마자 읽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그리고 띠지에도 적힌것처럼 프라하에 카프카가 없듯,시인의 노래속에는 카프카를 위한(?) 시는 있었을지 몰라도,카프카를 생각하면 연상될 법한 분위기보다,행복한 기운의 시들이 많아서 좋았다. 어쩌면,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시들이 많이 보인 탓일수도 있겠지만....
파울클레의 그림으로 장식된 표지를 보면서 또 한 번 미소가 지어진 건...시인의 노래를 기꺼이 마음대로 오독해도 괜찮겠구나..라는 안도.그런데,오독 보다,잘 알지 못하는 시인에 대해 잘알고 있다는 착각이 더 큰 오독은 아니였을지....요즘 나의 관심사는 나무와,코로나로 인해 나 스스로에 대한 마음가짐에 대한 질문인데,그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아니 마치 사람들의 마음을 시인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나긋나긋 불러주고 있었다.'봄에 꽃들은 세 번씩 핀다'를 읽던 독자는,슬쩍 향기로 핀다를 넣어 네 번씩 핀다는 상상을 했고,'7월7일의 한국 구름'을 읽으면서는 헤세 선생만 구름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군,아니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며 또 혼자 피식 웃었다.그러나 웃음보다 더 강력했던 건,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것이 아니라는 상황을 확인시켜줄 때였다.'자두나무는 겨울에 무얼 할까' 겨울이 되면 모두 나무라고만 부를수 없는 상황..."겨울에 더해서 모든 나무들은 다 똑같은 '겨울나무들'일 뿐이다/자두를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데/한 번에 스무 개 서른 개도 먹어치우는데/알아보지도 못하다니/..."70쪽 일몰을 석양주라고 표현한 함민복 시인 덕분에 나는 노을을 좀더 낭만적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김경미 시인은 낙엽을..오르골이라고 표현했다 '낙엽오르골' 부서지고도 노래하는 악기/죽어서도 사는 낙엽이었다/138쪽 '나무'를 주제(내 마음대로 정한 주제) 한 시 가운데 으뜸은 '참나무 아버지'였다. 나무와 자연에게서 배우는 지혜란 어찌나 단순하고 간결하면서,군더더기가 없는지...자연스럽게 자신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질 수 밖에.'인간의 무늬'와 '나를 용서하는 기도' 나를 위한 시' '유월의 결심들'가 유난히 눈에 들어 온 건, 머릿속에서 하고 있었던 고민을 누군가 대신 해 준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때문이다.
시인 덕분에 자연을 보며 느꼈던 그러나, 머릿속에서만 맴돌았던 감정들을 멋진 표현으로 하나씩 마주한 기분이였다. 해서 총 4장의 주제 속에 담긴 시들은,내게 '나무혹은 자연' 그리고 '나에게 묻다'라는 두 가지 카테고리를 만들게 했다.시는 마음대로 감상할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한다.그러나 격한 공감이 함께 한다면 그것만큼 고마운 건 또 없을 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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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평단에 신청할 때의 지레짐작과는 달랐지만, 책을 보면서, 그리고 보고 난 후에 책이 예상 혹은 기대와 다름이 실망스러움이 아니라, 좋은데, 이것도 좋네,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 있다. 김경미의 시집 『카프카식 이별』이 그랬다. 시를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요즈음 시는 해독 불가의 상형문자 같은 시, 혹은 정서의 거리가 멀어 공감하기가 쉽지 않은 시들이 많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보니, 시와 덜 친하게 지내 왔었는데(핑계인가?), 『카프카식 이별』은 그런 편견을 넘어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은 시들을 담고 있었다.
시집 『카프카식 이별』은 클래식 FM 라디오 프로그램 <김미숙의 가정음악> 방송작가인 시인이, 직접 쓴 ‘오프닝시’(오프닝멘트까지 곁들여서)를 묶어서 펴낸 시집이다. <서문>에 따르면, 시인은 그동안 ‘본격시’와 ‘대중시’를 철저히 구분해 왔다고 한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대중시’다.) 그렇지만 이 작업을 통해 시에 대한 인식이 유연해졌음도 고백하고 있다. 그러면서 시인은 당부한다. “그동안의 내 시를 읽고 ‘어려워요’했던, 앞으로도 그렇게 말할지 모를 독자들에겐 이 시들이 내가 지었던 방송 코너 제목 ‘가볍지 않게, 무겁지 않게’처럼만 읽히면 좋겠다.”라고. 그러면서도 시인은 이 시집을 낸 것에 대한 자신의 심적 부담을 완전히 떨쳐버리지는 못한 것 같은데, 내 생각은 다르다. 시는 본래 대중들과 유리된 게 아니었다. 시(예술)는 본래 민중들의 삶과 아주 밀접한 것이었다. 그런 시가 어느 때부터 그들(시인들과 일부 고급독자)만의 리그처럼 돼버린 게 문제지, 대중과 가까워지는 건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까? 나는 시인이 ‘본격시’와 ‘대중시’라는 투 트랙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대신 이 시집에 실린 시와 같은 대중시도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 그럴 리는 당연히 없겠지만 대중시만 쓰라는 것이 아니라, 대중시도 지금처럼 써 달라는 것이다.
2. 『카프카식 이별』은 모두 4장으로 구성돼있고, 각 장은 25편(4장은 26편)의 시를 수록하고 있다. 시들은 대체로 어렵지 않게 읽혔는데, 가벼운 듯하지만, 그 가벼움이 전혀 경박하지 않고, 산뜻함이랄까, 기발함이랄까, 하는 긍정적인 이미지와 연결되는 시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도 드나들지 않는 텅 빈 공중전화 들어가 동전 넣고 전화 건다
전국의 공중전화들 모두 다 울리리라
달려와 그 전화 제일 번저 받는 사람 누가 됐든 평생 인연 삼으려는데
벚나무가 받았나
수화기 안에서 벚꽃잎들 우르르 쏟아진다
「봄의 공중전화」라는 제목의 시다. 수신자가 전국의 모든 공중전화라는 발상이며, 제일 먼저 전화 받는 사람과 인연 삼겠다는 발상, 그 전화를 벚나무가 받았다는 발상이 가벼운 듯하지만 가볍지 않았다. 스마트폰의 시대에 퇴물처럼 돼버린 공중전화와 자연물(벚꽃)의 어울림이 산뜻한 봄을 느끼게 했다.
생각과는 다른 연애를 세 번 하고 나니 이십대가 다 갔다 사표를 네 번밖에 안 썼는데 이십대가 다 갔다
다섯 번째 이사하던 날
짐 다 끌어낸 허름한 한 칸 빈방이 내 이십대의 전부 같아서, 다가올 내 서른 살의 예고 같아서 눈물 와락 쏟아지는데
구석에 떨어져 있는 장갑 한쪽
아끼는 장갑이었는데 한쪽 사라져 속상하더니 옷장 뒤로 숨었었구나
가서 집어드니
내 손이 내 손을 훌쩍 잡아 일으킨다
두 손에서 새 두 마리 훨훨 날아오른다
「장갑이라는 새」라는 제목의 시다. ‘장갑이 새’라니? 입김에서 산새를 연상한 시인은 있었지만, 장갑에서 새를 연상하다니! 장갑의 색이 새를 연상케 하는 색이었을까? 아니면 장갑을 낀 손이 새처럼 보였을까? “연애도 실패, 시험도 실패, 직장도 가는 곳마다 이상한 곳들뿐”이고, “삼십대도 이런 삶이 이어질까봐 겁이” 난다는 화자가 “그러나……그래도……다시 일어나야겠지요.”라며 의욕을 잃지 않을 때, 장갑이 아니라 실은 화자가 새가 된 게 아니었을까?
3. 라디오 프로그램의 청취자를 염두에 둔 시여서인가, 가슴을 찡하게 하는 시들이 많았다. 그 중 몇 편만 골라본다.
오늘도 세 달 치 아르바이트 비용 못 받은 고학생 수중에 있는 천 원짜리 한 장과 동전들 샅샅이 그러모아 가게에서 제일 싸고 긴 식빵과 우유를 샀다 일주일은 버티겠지 식빵 총 몇 장인지 나누면서
자취방 돌아오는 길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 아주 잠깐 졸았을 뿐인데
버스 내리고 보니 식빵과 우유 봉투가 없다
저만치 달려가는 버스 따라잡으려고 죽을힘을 다해 뛰었지만
뛰지나 말걸 기운이나 아낄걸
자취방 돌아와 학교 익명 게시판에 배고파 미치겠다고 나 자신에게 화가 나 미치겠어요 버스 얘기 올렸는데
게시판이 순식간에 빵으로 뒤덮였다 제발 주소 불러달라고 제발 자책하지 말라고 게시판이 순식간에 캠퍼스 규모의 빵집이 됐다
그 고학생 엉엉 울며 마음만 받을게요 세 달 치 밀리 아르바이트비 받으면 여기에 크림빵 좀 돌릴게요 버스 놓쳤을 때보다 더 많이 운다
「식빵 한 봉지」라는 시다. 수중에 있는 얼마 안 되는 전 재산으로 산 먹거리를 버스에 놓고 내린 안타까움, 그리고 익명 게시판에서 보여준 온정과 그 온정에 감동한 고학생,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시다. 시인은, 오프닝멘트에서 ‘누군가의 주소가 맹렬히 궁금했던 날. 그러나 그때 할 수 있었던 일은 그 학생이 하루빨리 세 달 치 밀린 알바 비용을 받기를 간절히 기도해보는 일뿐이었습니다.’라고 썼다. 내 마음이 또한 그러했다.
맞은편에서 오소리 엄마가 애기 둘 데리고 오다가 우리를 발견하곤 흠칫 멈춰 섰다
숲으로 잠시 몸을 숨겨 주었더니 애기 오소리들 몰고 얼른 지나간다
오소리 등뒤에다 가만히 말했다 얘들아 우린 나쁜 사람들 아니야 너희도 사납다고 들었는데 아니구나
「동시풍으로 - 공원 숲길에서」라는 시의 일부이다. 오소리 엄마의 모성과, 놀라는 오소리를 배려하는 화자의 행동을 통해, 이 세상이, 세상인심이 삭막하기만 한 게 아님을 느끼게 한다. 4연으로 된 시인데, 마지막 연은 사족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 그래서 생략했다.
세상을 놀라게 한 역병 때문에 재택근무하다 보니 아내가 종일 입고 있는 무릎 나온 바지가 자꾸 눈에 거슬린다
좋은 바지 좀 입지 그러느냐고 핀잔 주려다가 문득
미혼의 직장동료 시절 회사에서 가장 옷 잘 입는 여직원이었던 그녀의 찬란한 시절을 떠올린다
나는 그때 어려운 시험 도전 중이라 데이트도 무릎 잔뜩 나온 단벌의 추리닝만 입고 독서실 앞에서나 만났는데 군말 없이 멋있다고 응원해주던 그녀
울컥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니
목련 가지들도 다 무릎 튀어나온 흰 바지들을 입고 있다.
「2020년 봄의 무릎바지」라는 제목의 이 시는 코끝을 찡하게 했다. 처녀 적 ‘옷 잘 입는 여직원’에서 ‘무릎 나온 바지’를 입은 아내로의 변모. 아내라고 왜 여전히 옷 잘 입는 아내가 되고 싶지 않겠는가? 남편의 월급봉투의 두께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왜 무릎 나온 바지를 입겠는가? 이 시를 읽으면 코끝이 찡해질 남편이 많지 않을까, 내가 그랬던 것처럼.
잊으니 좋구나 그대와 함께 앉았던 이 공원 이 벤치 혼자 앉아도 그대를 잊으니 아늑하구나
그날처럼 떨어지는 낙엽들 나는 더 떨어질 바닥이 없으니 좋구나
몇 년 전 기차역에 두고 온 우산 색깔은 기억해도 그대를 만난 날짜와 날씨는 다 잊으니 이렇게 홀가분하고 신선하구나
나란히 어깨를 대고 앉았던 찻집의 이 자리 그대를 잊으니 이제 그만 일어나는 것도 이렇게 쉽구나
쉬워서 좋구나 오늘만 더 생각하고 내일부터는 잊으리라 결심하는 게 이렇게 쉬워서 좋구나
그대를 잊으니 잊으니 좋구나 이렇게 좋구나
「그대를 잊으니 좋구나」라는 제목의 시다. 2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그대를 잊었다고 말하지만 하나도 잊지 못함을 반어적으로 토로하고 있는 시이다. 오늘만 더 생각하자고 하지만 아마도 내일도 ‘오늘만 더 생각하자’를 되풀이하고 있을 것 같다.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 때에 잊었노라’던 김소월의 「먼 훗날」의 화자가 생각나게 하는 시이다.
옮겨 적고 싶은 시는 이외에도 많이 있다.
4. 이 시집을 읽으면서 나는 김경미 시인의 등단작을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1983년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비망록’을. 왜 그때 나는 이 작품을 보지 못했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혹은 봤는데 그때에는 이 작품에 매료되지 못했던 건가? 사정이 어떻게 된 것이든 간에, 지금 그걸 따져서 무엇할 것인가. 분명한 건, 『카프카식 이별』을 통해 김경미라는 시인을 만났고, ‘비망록’을 보며 시인에 매료됐다는 것, 그것 외에 무엇이 더 중요할까. ‘비망록’이 실린 첫 시집(『쓰다만 편지인들 다시 못쓰랴』)을 구하고 싶었지만, 인터넷 서점들에서는 절판이라고 나왔다. 그러나 다른 시집 『이기적인 슬픔을 위하여』, 『고통을 달래는 순서』는 판매하는 사이트가 있었다. 바로 주문을 했다. 『카프카식 이별』을 만난 건 기대 이상으로 매우 기분 좋은 일이었다.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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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시작해볼까 하다 우선은 재미있는 시부터 적어보았다.
공기청정기가 나만 차별하나 싶을 정도로 지나가면 빨간불이 들어온다. "언니도 한번 해봐." 했는데 괜찮고 나만 유독 미워한다. 오랜만에 시집을 읽으며 마음이 싱숭생숭 하다. 전에도 시집을 읽었는데 요즘엔 시가 딱히 마음에 들어오지 않는다. 마음이 삭막해졌나 싶었는데 <카프카식 이별>을 읽으며 아직 마음이 촉촉하다는 걸 느꼈다. 일상의 이야기를 시로 표현한다는 것이, 이렇게 자연스러울수 있나 싶어서 놀랐다. 역시 글은 아무나 쓰는게 아니구나. 스마트폰이 '인내심 테스트 중입니다'라며 그런 문자가 뜨면 '이게 날 가지고 놀아.'하며 때려주고 싶을 것 같다. 허나 때리면 뭐하나, 내 마음만 상할뿐이지. 바보같은 짓인줄 알면서 꼭 하고나서 후회하는 일이 있다. 현재 활발한 시작활동과 함께 KBS 1FM의 <김미숙의 가정음악> 라디오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방송 오프닝에 소개되는 '가정음악을 위한 시'를 통해 애정자들에게 행복의 전율을 전하고 있다고 한다. 전에도 김미숙님이 읽어주신 시의 구절이 종종 귓가를 맴돌았다. 들으면 들을수록 좋아진다. 그래서 이책이 더 반가웠다. 지나간 시간이 추억이 될수도 아픔이 될수도 있다. 그 모든 시간을 웅끄려뜨려서 퐁당 빠뜨리자니, 좋았던 일들이 떠올라서 그럴수 없다. '쓱싹쓱싹' 지우개처럼 나빴던 일들을 지울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수 없으니 사람의 기억은 흐물거리나 보다. 어떤것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해서 안타깝고 어떤 기억은 선명한데 그 기억이 정말 맞는건지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니 너도 흐물거리고 그 기억도 물처럼 출렁거린다. 저 물살도 매냥 같은 물살이 아닌데, 볼때마다 다른데.
시를 읽으며 웃었다 울었다 했다. 엉덩이에 뿔이 났을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마상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 당황했다. '마음의 상처'라는 말을 줄여서 마상이라는 말. 낯선 단어였는데 줄임말처럼 마음의 상처도 바짝 줄 수 있다면 '마상'인들 어떠하리. 요즘에 사람을 보면 우선 '멀리 돌아가자' 라는 생각부터 하게된다. 서로 조심해야 하는게 맞는데 그런 부분이 안타깝다. 자연스러운 거리감이 부쩍 멀어진 지금, 마음까지 멀리 돌아서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 아쉽다. 우리는 1+1을 좋아한다. 태국의 시골 마을에서는 욕심내지 말라서 '3-1 세 개 사면 한 개 빼고 드려요'라고 한다. 그래서 마지막 구절이 확 와닿는다. 나이도 태국식으로 '40-5, 사십 년 살면 오 년 빼드려요. 욕심없이 구입하고 싶은 저자의 맘처럼 함께 동참하고 싶다. 한참일때는 아이들이 별 거 아닌 한 살 차이에도 발끈했었다. 그럴때면 "나중엔 너보다 어린애들이 친구하자고 해도 않해준다.'' 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자 콧방귀 꼈던 친구들, 지금은 몹시 아쉬울 것이다. 예전과 비교했을때 지금의 신체 나이는 나이에 0.8을 곱해주어야 한다고 한다. 그게 실 나이라고. 이말을 듣고 기쁜걸 보니 역시 나이들었구나 싶다. 2020년 봄의 무릎바지라는 글을 읽으면 공감하는 분들이 상당할 듯 하다. 세상놀라게 한 역병 때문에 아내가 종일 입고 있는 무릎 나온 바지가 눈에 거슬린다고 한다. 딴 것 좀 입으면 안되냐고, 보통은 그런 모습을 보면 좀 짜증스러워하는 분들이 많다. 미혼의 직장동료 시절 자신의 옛 모습을 추억하며 남편분은 알았다. 어려운 시험 도전중이라 후즐근한 모습을 그녀는 늘 멋있다고 응원해주었다. 그 사이에 잊어버린것이다. 가만히 떠올려보면 아련했을 그 시간들. 한번씩 돌이켜 생각해보면 막상 입밖으로 나올 말들이 다시 입 속으로 들어간다. 머리, 손, 입중 제일 빠른 것은 입인듯 하다. 뭐가 그리 급해서 쓸데없는 말들을 후두둑 뱉어버렸을까. 그렇게 뱉어도 좋은 것은 수박씨밖에 없더라. 목련 나뭇가지들도 다 무릎 튀어나온 흰 바지들을 입고 있다. (206쪽) 어머나 목련을 보며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니, 다시 놀랐다. 꽃이 이쁜 줄 알았지만(실은 몰랐다.) 청소하시는 분들 성가시겠다 생각했다. 이쁜 꽃이 지는 것이 아쉬울 법도 한데 그것보다는 바닥위에 나뿌끼는 목련이 성가시기만 했다. 내가 청소하는 것도 아니지만. 멀게만 느껴졌던 시가 생활속으로 뛰어오는 기분이였다. 천천히 오라고, 이런 감정이 지속되면 좀 복잡하다 말하고 싶다. 시를 쓴다는 것은 멋진 일이며 축복이구나 싶은 생각. 길지 않은 글에서 공감하며 함께 웃고 웃을수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굴러가는 돌멩이를 보면서 아무생각 없이 '꺄르르' 웃고 싶어졌다. 그냥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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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 시 쓰는 이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매일매일 죽는 연습을 하는 게 철학자라면, 하루하루 사랑하는 연습을 하는 게 시인이다. 철학자는 죽는 연습이 곧 제대로 사는 연습임을 안다. 시인은 사랑하는 연습이 곧 제대로 이별하는 연습임을 안다. 매일 뭔가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시인이 아니다. 내가 시인 김경미의 시집『카프카식 이별』(문학판, 2020)을 선택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카프카식 이별'은 이미 '카프카식 사랑'을 전제로 깔고 있기 때문이다. 카프카식 이별법은 은근히 매몰차고 단호하다. 하지만 사랑이 식거나 다른 사랑이나 운명의 짝이 짠하고 나타나 이별을 건네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짐이 너무 과중해서 혹은 사랑의 고통이 이별의 고통보다 너무 짙어서, 자신이 살기 위해 이별의 고통마저 감수한 것이 바로 카프카식 이별인 셈이다. 뭐랄까, 한마디로 근사한 시집이랄까. '카프카식 이별'이나 '사람은 엄지발가락의 힘으로 산다'처럼 제목도 근사하고, 시인의 감수성과 관찰력도 돋보인다. 봄여름가을겨울 같은 계절적 시어와 자연의 풍광을 적지 않게 담고 있는데, "봄 한 번에 나무들은 세 번씩 꽃 핀다"는 첫 대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김경미 시인의 시집은 처음 접하는데, 확실히 기분 좋은 첫 조우였다. "필 때 한 번, 흩날릴 때 한 번, 떨어져서 한 번"은 마치 선승의 가벼운 깨우침처럼 상큼했다. 시인이 월드비전을 통해 후원하는 아프리카 아이는 자기네 마을의 냄새로 "꽃향기와 비 올 때 나는 냄새"를 꼽았는데, 시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이 시집의 시어에서 그런 그리움의 향기 혹은 정겨움의 냄새를 맡을 지도 모른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시는 우주에서 지구인만이 사용하는 예술 장르일 것이라고. 만약 외계인이 시를 안다면 이토록 아름다운 푸른별에서 살아가는 지구인의 메시지를 그렇게 오래토록 무시할 순 없었을 것이다. 이토록 생명력이 넘치는 별에 아무런 호기심이나 궁금증이 일어나지 않는 외계인이라면 정서적 감수성이 메마르지 않았나 싶다. 시인의 말을 빌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질문'을 우리에게 수없이 던질 수 있는데도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구인과 하이파이브할 마음이 없는 외계인이라면 사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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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식 이별 김경미 저 | 문학판 | 2020년 05월 26일 ISBN13 : 9791170400257 ISBN10 : 1170400256
- 목차 - 서문 매일 한 편의 시를 쓴다는 것은 · 4 1장 그들의 식사 2장 그대를 잊으니 좋구나 3장 사람은 엄지발가락의 힘으로 산다 4장 낡은 구두를 버리다
“이 남자 근사하다”
“길 양쪽에 늘어선 나무들이 만든 무성한 초록나무 터널
그 아래를 지나던 남자가 문득 멈춰 서서 말했다
- 이 초록나무 그늘을 지날 때마다 내가 아주 근사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참 좋아
그래서 그렇게 근사했구나 이 남자“ (p.116)
김경미 시인의 [카프카식 이별]은 시인이며 방송작가인 저자가 KBS 클래식 FM의 라디오 프로그램인 [김미숙의 가정음악]의 방송 원고를 쓰는 일을 하다 우연한 계기로 매일 한 편씩 쓴 시들을 모아 출간한 시집이다. 김경미 시인은 이 책의 서문에서 우연으로 시작된 그 해프닝 같은 사건의 발단과 과정을 밝히고 있다. 사실 김경미 시인뿐만 아니라 어느 시인에게도 매일 한 편의 시를 써서 발표한다는 일은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매일 고정적으로 방송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방송내용의 개편이 있지 않는 이상 프로그램의 운영내용으로 편성된 내용을 쉽게 변경할 수 없음은 방송분야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일 것이다. 그런 이유로 시작된 ‘하루에 한 편 시 쓰기’는 김경미 시인에게 심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되어 초기에는 ‘심유리’, ‘제인 퍼듀’같은 가명으로 오프닝 시를 발표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매일 한 편의 시를 쓴지 4~5개월이 지나면서 매일 쓰는 [김미숙의 가정음악]을 위한 오프닝 시에 대한 뜻밖의 생각 변화가 왔다고 한다. “시적 치열함에 대한 새롭고도 진지한 감동이랄까. 채 숙성할 시간도 없는 더없이 가볍고 풋내 나는 경거망동의 시작(詩作)이 오히려 유례없이 울창하고 무성한 시의 숲을 거니는 것 같은 묵직함으로 다가왔다.”(p.8) 김경미 시인은 “시에 대한 생각이 훨씬 유연해진 게 사실”이라는 생각의 변화에서 용기를 얻어 오프닝 시로 발표한 시들을 손보고 그 시들에 대한 덧붙이는 글들을 추가하여 이 책을 출간하였다.
개인적으로 클래식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KBS 클래식FM의 프로그램에서 흐르는 클래식음악으로 매일 아침과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다. 평일의 경우, [김미숙의 가정음악]이 방송되기 전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방송되는 프로그램은 출근 준비로 바쁘다 보니 음악을 집중해서 듣기는 어렵다. 물론 업무가 시작되는 오전 9시부터 방송되는 [김미숙의 가정음악]도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진행자인 김미숙씨의 친근감 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낭송되는 김경미 시인의 오프닝 시를 들으며 어느 시인이 쓴 시일까라는 궁금함이 생겼다. 물론 이 책이 출간되기 전까지는 방송작가가 그날그날 계절과 날씨 그리고 음악편성에 어울리는 시를 골라서 프로그램의 오프닝으로 소개하고 있으리라는 막연한 추측만 했었을 뿐이다. 오프닝 시를 들으며 그 시에서 다가오는 파동들이 마음의 깊은 부분에 느낌으로 기억되면서 [김미숙의 가정음악] 오프닝 시가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김경미 시인의 이 시들은 본격적인 오전이 시작되는 시간대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의 오프닝을 알리는 시라서 그런지 내용과 느낌이 심각하거나 무겁지 않아서 좋다. 바쁜 일상 속에서 둔감해진 계절의 느낌을 전해줄 때도 있고 아득히 잊고 있었던 어느 기억들에 대한 소환일 때도 있다. 그리 길지 않은 시를 들으며 짧은 시간이나마 삶에 대하는 태도나 행복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도 있었다. 큰 변화를 느끼기 어려운 매일의 아침을 신선한 느낌과 새로운 생각으로 시작할 수 있어 김경미 시인의 <카프카식 이별>에 담긴 시와 그 시에 대한 덧붙이는 글들이 마음에 와 닿는다. [hee]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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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카프카식 이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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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이었으면 욕심껏 누리기라도 했어야지 욕심도 계산도 명예도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나를 용서하는 기도 중, 128쪽 시를 부쩍 자주 읽는 요즘 미처 돌아보지 못한 이웃들의 아픈 상처를 매만지는 시를 만날 때도 있고, 경이로운 자연이야기를 다루는 시인도 있고 역시나 시라 하면 달달하면서도 절절한 애정시 역시 빠짐없이 내 마음을 오간다. 그런 시들은 역시나 마음의 울림을 주긴 해도 눈물을 글썽이게 하는 경우는 소재가 ‘엄마’일 때외에는 거의 없는 데 김경미 시인의<나를 용서하는 기도>를 읽으면서 특히 서두에 발췌한 저 부분을 바라보며 한참동안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핑돌았다. 세상 아까운 돈이 몸아파 병원에 그리고 약먹는데 들이는 돈이라더니 요즘 제대로 실감하고 있어 그런것이다. 아이를 기르면서 아이에게는 유기농은 물론 갖가지 좋은 것, 자연그대로의 성분이 들어있는 화장품만 챙기면서 정작 내 몸은 망가지는 줄도 몰랐던 그 마음이 봇물 터지듯 눈물로 터져나왔다. 그런 나를 용서하는 건 또 왜이렇게 힘든건지. 힘들었지? 얼른 올라와 응. 엄마. 금세 올라갈게 -<모녀의 풍경- 세레나데 중에서, 184쪽>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작품의 소재가 ‘엄마’일 경우 눈물이 글썽여 지는데 이 작품인들 예외일 수 없었다. 아픈 몸으로 엄마한테 기댈 때 엄마는 한참을 안아주며 ‘힘들었구나. 내 딸. 괜찮아. 엄마가 있잖아.’라고 말해주었다. 시인은 말한다. 스페인어는 몰라도 모녀의 모습을 보며 ‘온 세상 최고의 세레나데를 들은 날’이었다고. 시인의 말에 내가 들은 그 말과 내가 안겼던 그 순간이 세레나데의 절정이었음이 생각나 또 울컥한다. 내 이웃의 아픔을 몰랐음을 용서해달라고 하며 꾸준히 읽어 왔던 시들이 일순간 내 안으로 가득 차오르게 해준 시집, <카프카의 이별>을 오래도록 읽고 또 읽게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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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가끔씩이지만 운전할때마다 들었던 [김미숙의 가정음악]에서 오프닝을 장식했던 시를 묶은 시집이라고 한다. 김미숙이라는 사람의 우아한 음성에 깊이있는 시와 클래식이 더해지면 더할나위 없이 조화롭고 황홀한 시간에 빠졌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더 반갑고 오프닝에서 놓쳤던 시를 만나게 되어 좋았던 것 같다. 멋진 시집이다. [카프카식 이별]은 1장 그들의 식사, 2장 그대를 잊으니 좋구나. 3장 사람은 엄지발가락의 힘으로 산다, 4장 낡은 구두를 버리다,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시들 옆에 시인이 시를 쓸때의 마음이라던지, 후기 정도의 간단해설까지 곁들여져 지루할 틈없이 빠져들게 한다. [카프카식 이별]에 담긴 시들은 시인의 자기고백처럼 써내려간 삶의 기록 같지만 많은 내용들이 내 마음의 깊은 곳을 찌르며 아름답게 울렸다. 내재되어 있는 고독과 불안, 이별했던 기억을 억누르고 살았던 슬픔, 질투와 후회 등 살면서 하찮은 감정이라고 여기며 자제하는 것들에 대한 교만함들... 그런 것들이 시를 읽는 내내 떠올라서 잠깐식 멈추곤 했다. 김경미 시인의 언어는 특별하고 비유적이며 끊임없이 읽는 이의 삶과 정서를 환기시킨다. 꽉 막혀있는 내 마음의 공간이 열리고 확장되어지고, 감각적으로 반어적으로 계속해서 나를 고백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십 초 만에 세상을 바꾸는 방법' = 내 마음을 바꾸는 것... 미덥지 않은 말장난 방법, 그런데 또 '진리' 이기는 한 방법. 이처럼 시인은 꾸미지 않고 공감을 이끌어낸다. 눈물이 울컥 솟아올랐던 시도 있었다. 메마르고 쩍쩍 갈라지기 직전이었던 모양이다. 내 심장이 마음 상태가...월드비전에서 보내준 아프리카소년의 편지속의 질문과 답을 담은 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질문' . 한동안 가슴이 먹먹해지고 부끄러워졌던 기억이 난다. [카프카식 이별] 을 읽으면서 시를 느끼는 기쁨, 행간의 깊이를 사색해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어서 충만해지고 그 여운에 행복했었던 것 같다. 강추하는 시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