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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와 전쟁이란 명제라면 우리는 이미 소설 『나치와 이발사』나 영화 《버디》와 같은 매개체를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것들로 인해 충분히 악마 같은 소설과 영화들을 접했으면서도 늘 (어떤 의미에서건) 전쟁과 상흔에 대해 이야기하고 해석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ㅡ 인간이 꿈의 실현을 욕망한다지만 실은 그 욕망 자체를 욕망하고 있는 거라면 어떨는지. 그런 측면에서라면 소설 속 찰리의 대사가 의미심장해질 수밖에 없는 것은 빤한 일일 것이다. 그는 친구의 집을 찾다가 작고 까만 개를 치어 죽인다. 우도는 전에 봤던 개인지 유기견인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느냐고 묻지만 찰리의 대답은 실로 무시무시하다. 「차에서 내려서 자세히 살펴봤거든. 같은 놈이었어.」 우도의 내면은 시종일관 간섭받는다. 그는 출구를 찾았다고 결론지으려는 찰나 복마전에 빠진 것만 같다. 내가 보기에 그는 인텔리겐치아란 총을 든 겁쟁이마냥 입놀림으로 혁명을 한다고 생각하는 부류인데, 체호프가 망쳐 버린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이 총임에 다름 아니다. 꼭 모든 총이 발사될 필요는 없을 테니까. 그렇지 않은가? 발사되지 않는 총도 있을 것이고, 발사되지 못하는 총도 있을 터다. 그러나 이 우도라는 인간은 스스로가 인텔리겐치아도 아니고 혁명을 하려는 의지조차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행동하는 투쟁가도 아닌 바에야 이런저런 불평을 할 만한 계제도 아닐 것이며 실제로 그는 앞으로 발사되지 못하는 인물임에 틀림없으므로. 주인공 우도 베르거와 페달보트 임대업자 케마도의 아귀다툼은 정말이지 난센스라고 봐도 좋다. 그것은 홀로코스트나 크리스탈나흐트와 다를 바 없는 일이니까. 하다못해 모든 세계가 다른 세계를 인용하듯 인간이란 족속도 ㅡ 인간의 기억이란 녀석도 ㅡ 하느작하느작 자신을 집단에 인용하며 살아가고 있는 까닭이다. 그러면서 강자가 된 집단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 어떻게든 그 집단에 속하려고만 하고 있으므로. 그야말로 반쪽짜리 세계를 보는 관념 운동 같은 것이다. 우리의 우도 베르거는, 그 스스로가 사물들을 주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저것들이 자신을 날카로이 겨냥하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먹물로 쪼아대는 타자기 같은 해변이 있고 거기 끝에는 절대 맞힐 수 없도록 고안된 십자말풀이가 있는 것만 같다. 즐거이 풀 수 없는, 정교하게 짜인 시간표가 버티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많이 즐기고 가.」 우도는 (영원히 그래야 할 것처럼 보이는) 케마도의 해변에서 이상야릇한 말을 듣는다. 오늘도 무사히? 과연 무엇을? 더군다나 『걸리버 여행기』를 읽어 본 우리라면 다음의 문장을 기억할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탐욕, 파벌 싸움, 위선, 배반, 잔혹성, 분노, 광기, 증오, 시기, 정욕, 적의, 야심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악의 결과인 무수한 음모, 반란, 살인, 대량 학살, 혁명, 추방으로 가득하오……. 나는 당신네 원주민들 대부분은 땅 위를 기어 다니도록 자연이 허용한 작고 추악한 해충 중에서도 가장 해로운 종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소.」 예의도 없고 양심도 없는 아무것도 아닌 자들. 꼭 잃어버린 탄피마냥 이상한 곳에서 어슬렁거리기나 할 줄 아는 자들. 그들. 그것. 우도와 케마도가 보여주는 것은 그야말로 항해용 정밀 나침반처럼 가차 없다고 생각된다. 과연 그들은 멱살이 잡힌 채 오늘의 자신에게 경고 사격이 가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기나 했던 것일까? 잔뜩 무뎌진 외제 플라스틱 포크, 자양강장제 병에 담긴 꽁초들, 이런 자질구레한 생활의 각론 같은 것들이 결코 자신의 의자를 빼앗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글쎄,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가만히 서 있으면서 자꾸만 타자에 의해 자신이 논해지고 평해지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ㅡ 에셔의 판화처럼 돌고 도는 탈주와 매한가지다. 누군가 인간 하나가 죽어 나가도 그것은 달라지지 않는다(김득구와 자코 파스토리우스가 죽은 이유를 같다고 여겨서는 안 될 것이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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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라뇨 전염병"
가르시아 마르케스 이후 라틴 아메리카에 등장한 최고의 작가, 스페인어권에서 가장 추앙받는 소설가,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시한폭탄, 라틴 아메리카 최후의 작가 듣기만해도 경외심이 들만큼 엄청난 호평이 붙어있는 로베르토 볼라뇨의 작품을 만난 것은 이 <제3제국> 이 처음 입니다. 결론부터 먼저 솔직하게 얘기 하자면요... 하, 이 책 좀 어려웠습니다.
뭔가 심상찮은 책
출판사에서 책 표지 뒷면에 적어놓은 간단한 줄거리 입니다. 뭔가 엄청난 이야기일 것 같지 않나요? 충격적이고 소름끼치는 전율을 선사해 줄 굉장한 작품일 것 같지 않아요? 저에게는요, 하, 이 책 좀 어려웠습니다. 제가 지적 수준이 좀 모자라서 그럴 수도 있음을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제 3제국
이야기 전체적인 줄거리를 좀 살펴볼게요 소설은 전쟁 보드게임 '제 3제국'의 독일 챔피언 우도가, 여자친구와 함께 휴가를 떠났던 스페인의 휴양지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크게보면 두 개의 사건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번째는 휴양지에서 알게 된 찰리와 한나라는 커플과 어울리면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비밀스럽고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찰리와 한나, 그리고 그 둘의 다툼, 한나를 폭행하는 찰리, 원드서핑을 나갔다가 실종된 후 결국 시신으로 발견되는 찰리 에 대한 스토리가 책의 절반을 채울만큼 많은 분량을 차지합니다. 두번째는 찰리의 사망사건 때문에 경찰조사와 관련자로 우도가 그 휴양지에 예정보다 더 오래 남게 되고, 미스터리한 인물인 케마도와 '제 3의 제국' 게임을 하게 되는 사건입니다. 게임에 빠진 케마도는 게임에 광적으로 집착하게 되죠. 그리고 게임의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분리하지 못하게 됩니다.
좋지않은 느낌의 어떤 '분위기'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분위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알수 없음, 불안, 뒤틀림, 미스터리, 비현실감, 환청과 환영 등으로 표현될 수 있을 그 어떤 '분위기' 가 있어요. 배경이 되는 스페인의 휴양지가 그렇고, 등장인물들이 그렇고, 벌어지는 사건들 역시 그렇습니다. 휴양지라고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밝은 햇살이 쏟아지고, 파란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 백사장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기분이 들뜬 관광객들, 활기차고 시끌벅적한 마을과 시장 그리고 레스토랑, 아늑하고 단정한 호텔과 리조트 뭐 이런것들이 떠오르진 않으신가요? 그러나 주인공 우도가 이 스페인의 휴양지에서의 느낌은 별로 그렇지 않은 듯 합니다. 뭔가 알 수 없는 사건들이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을 듯한 분위기, 밝고 화사하기 보다는 우중충하고 괴괴한 느낌이 더 강하죠. 여자친구마저도 묵고있는 호텔이 무섭다고, 마을 자체가 무섭다고 호소합니다. 물론 뭐 주인공 우도가 맑고 밝고 상쾌한 캐릭터는 아니니 그의 시선 역시 그리 상쾌하지는 않을 수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이 소설은 저만의 미스터리하고 네거티브(?) 하면서도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됩니다.
등장인물들과 그들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사건들도 그리 기분좋거나 명확하진 않습니다. 찰리와 한나가 이야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그들에 대해 알고 있는게 별로 없어요. 로보와 코르데로도 마찬가지예요. 그들에 대해 알 수 있는 것도 별로 없거니와 마을의 건달, 양아치, 부랑자 같은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에 전혀 신뢰가 가지 않죠. 호텔의 프라우 엘제와 그의 남편 역시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들이 뭔가 감추고 있다고 의혹을 살 만합니다. 의중을 알 수 없고 비밀스러운 것 투성이예요. 케마도에 대해서는 아는게 있나요? 출신조차 불명확한 그를 조심하라는 누군가의 메세지만 있을 뿐, 왜 어떻게 그를 주의해야 하는지는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아요. 그리고 이런 불안과 의문과 어두움들은 소설 속에서 시종일관 유지됩니다
뭔가 사건이 일어난 것 같은데 주인공 우도와 책을 읽는 독자는 그게 무슨 일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찰리가 집착과 광기의 소유자란 의심은 가는데 정확하게는 알수가 없죠, 한나의 부정이 의심되는데 그 역시 알 수가 없습니다. 로보와 한나 사이의 성관계가 의심스럽구요, 어쩌면 한나가 아주 용의주도한 음모를 꾸미고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혹은 한나가 강간의 피해자일 수도 있구요, 찰리가 성폭력을 당했을 수도 있어요. 오버하우젠에서 한나와 찰리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왜 찰리는 갑자기 한나를 때린거죠? 찰리는 죽음은 사고 맞나요? 그 시체는 찰리가 맞는 건가요? 로보와 코르데로는 범죄에 관련되어 있는 걸까요? 케마도의 정체는 무엇인가요, 케마도의 과거도 궁금합니다. 프라우 엘제는 우도를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요? 프라우 엘제의 남편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등장인물들 사이의 대화들은 도대체 무슨 내용이었던 거죠? 이야기는 의문과 의혹 투성이인데 친절하게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직접적인 언급도 없어요. 우리는 대화의 조각들과 분위기, 그리고 간접적인 증거와 추정들을 통해서나마 사건의 실체와 진실을 짐작해 볼 뿐입니다. 그리고 사건의 진상은 소설이 끝날 때까지도 알려주지도 않아요. 어짜피 불명확한 사건들의 진실을 밝혀 내는게 이 소설의 목표는 아닙니다. 그것들은 소설의 음산하고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만드는 '바람잡이' 같은 거겠죠.
주인공이 오타쿠?
주인공 우도에 대해서 잠깐 살펴볼게요 사실 주인공이니까 좀 예쁘게 봐 주는거지 솔직하게 까놓고 말하지면 보드게임 오타쿠잖아요. 전쟁 보드 게임'빠' 인 겁니다. 휴양지에 휴가 왔는데 여자친구는 해변가에서 놀라고 보내놓고 방에 쳐박혀서 게임이나 하고 있는게 말이 됩니까. 제가 여자친구였으면 풀파워 싸대기를 한 세번쯤 쳤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소설 속에서도 여자친구는 게임 오덕인 남자친구를 부끄러워 하죠. 남들이 남자친구가 게임에 빠져 있다는 걸 알리고 싶지 않아해요. 우리의 주인공 우도는 이 게임에 완전히 빠져 있는 겁니다. 미쳐 있는거죠. 머리 속에선 게임밖에 생각 안나는 상태겠죠. 여기서 우리가 눈치채야 할 게 있다면 주인공의 상태가 '좀 좋지않다' 라는 점일 겁니다. 뭔가 불안해하고, 환청도 들려요. 갑자기 여자친구의 부정을 상상하면서 의심하기도 합니다. 기괴한 환상을 떠올리기도 하고 초자연적인 분위기와 비현실적인 감각을 느끼기도 합니다. 거칠게 얘기하지면 뭔가 제정신이 아닌 겁니다.
우도만 그런게 아닙니다. 게임을 배워 우도와의 전쟁을 시작하게 된 케마도도 마찬가지죠. 게임 속으로 푹 빠져든 케마도도 역시 뭔가 정신이 나가 버립니다. 게임이라는 가상세계와 현실 사이의 벽이 욕망과 집착과 몰입에 의해 흐릿해 진 케마도를 보세요! 케마도가 무슨 짓을 하는지! 게임에서 이긴 케마도가 게임이 끝난 후 독일군을 플레이했던 우도를 나치를 전범자로 재판해야 한다며 폭행하는 장면은 이 소설의 가장 충격적인 장면일 겁니다.
현실과 가상 사이, 작가의 메세지는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은 많습니다. 유명한 예로 영화 매트릭스 인셉션, 13층, 아발론 등이 있을 것 같네요. 가상세계와 현실세계 사이의 모호함과 혼재에 관한 작품들은 찾아보면 정말 많기도 하지만 앞으로도 명작들이 많이 나올 좋은 소재이기도 합니다.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가 <제 3제국>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이었을까 조금 더 생각해 봅니다. 게임판과 현실 사이의 무너진 경계선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걸까요? 너무 집착하고 빠져들다 보면 가상과 현실의 구분을 못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주의해. 뭐 이런거?
혹시 우리가 마음 속 어딘가에 가지고 있는 욕망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요. 그 욕망들이 실현되고 뛰쳐나오게 해 주는 도구 혹은 통로가 되는게 이 소설에서 바로 게임이 아니었나 싶어요. 게임을 즐길 때 느낄 재미! 승리의 쾌감! 전장의 승자가 느낄 그 희열! 그런 욕구 말예요. 그런데 문제는, 그 욕망이 너무 커져 버리면 앞뒤는 물론이고 물불도 가리지 않는 상태가 되어버린단 말입니다.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애매해지면서 그렇게 인간의 욕망과 욕구가 게임을 넘어 현실까지도 집어삼키는 겁니다. 난 연합군, 넌 독일군, 넌 독일인, 나치, 내가 승리했어 전범자는 처벌을 받지, 그래 넌 처벌 받아야해. 뭐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겁니다. 그렇게 욕망이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구체화되면 무슨 사단이 나느냐구요? 예를 한번 들어볼까요? 시한부 종말론을 믿는 사이비 종교의 신도살인이요. 구원이라는 욕망이 종교라는 가상세계에서 현실까지 잡아 먹습니다. 리니지 현피 사건이요. 강자, 승리자가 되고자 하는 욕망이 복수에 활활 타오르는 욕망이 사이버 세계에서 현실까지 잡아먹죠.
악의는 없는 욕망의 화신
에이,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식으로 사고를 하진 않지! 그럴까요? 게임대회에 참가한 발표자의 80%가 정신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는 소설의 가장 마지막 페이지는 작가가 날리는 확인사살용 결정타 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그들의 욕망을 위해 가상세계에 심취해 있다는 얘깁니다 지금은요? 사이버 도박과 온라인 게임이 이렇게 많은 시대인데,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 같은데요? 꼭 인터넷이나 온라인 같은 가상세계가 아니어도 됩니다 돈키호테는 책을 읽고 라만차의 기사가 되고픈 욕망에 가상세계에 빠졌죠. 장자는 호접몽 꿈 한판에 현실과 가상 사이를 오갑니다.
촌철살인의 작가는 한마디 더 붙입니다 '게임을 즐기는 그들은 악의 없는 사람이다' 더 무서운거죠. 악의가 없어도 욕망의 괴물이 된다는 겁니다 상상해 보실까요? 파괴욕이 아주 강한 누군가가 리얼 게임에 빠진다면? 세계정복을 욕망하는 누군가가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워게임의 플레이어라면? 나쁜사람들은 아니예요 악의가 있어서 그런건 아니거든요
그 이야기는 왜 넣은거지?
책을 다 읽고 보니 따져 보고픈 의문이 하나 있었어요. 어찌보면 주인공의 게임판 이야기와는 좀 거리가 있는 한나와 찰리의 이야기를 왜 넣었을까 싶었던거죠. 사실 그 부분은 빼 버려도 전체적인 이야기에는 문제가 없거든요. 그냥 써 넣은걸까요? 분위기 잡을라고? 그럴리는 없겠죠. ㅋㅋ
아마도 찰리의 이야기 역시 욕망이란 관점에서 봐야 하지 않나 싶어요. 술과 서핑과 그가 사랑하던 여자에 미쳐 살았던 찰리. 술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역시 불안한 모습을 여기저기서 보이죠 어느날 술에 완전히 취한 채 얘기 합니다. 죽음이 두렵다고. 뭔지는 모르겠지만 한나와 찰리 사이에 좋지 않은 일이 있음은 확실해 보입니다. 결국 늦은 오후 윈드서핑 을 나갔던 찰리는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사랑하는 여자친구 와의 관계가 틀어진 후 좋지않은 상황, 마치 가상세계 같이 상상보다 더 험한 일들이 벌어진 현실 속에서 그는 그가 두려워했던 죽음을 상대로 윈드 서핑이라는 게임을 한 판 했던 건 아닐까요. 찰리 역시 우도처럼 패배했습니다. 승리한 죽음은 그 욕망으로 찰리의 세계를 덮어버려요. 패배의 댓가는 죽음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우도의 이야기와 꼭 닮은 또 한편의 이야기가 대칭을 이룹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찰리의 욕망과 광기는 죽음이라는 자기파멸을 불러왔다는 점이겠죠.
그리고 나머지 이야기...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어려웠던건 아니었어요. 문제는 작가가 남긴 메세지를 읽는게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쉬운 이야기 속에 어려운 메세지를 숨겨 놓으면 찾기가 더 힘들잖아요. 안그래도 출판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서평도 없는 책이라 어디 물어볼데도 찾아볼데도 없고... 그렇게 몇날 몇일 책을 들고 생각을 거듭했던 것 같네요
때론 책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건 좀 인공적인 행동이잖아요. 책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직감적인 무엇, 이 자연스럽고 편안한 것이겠죠. 아, 아직도 좋은 책감상은 갈길이 멀었어요 이게 다 제 부덕의 소치입니다. 제가 쓴 감상은 지극히 개인적인 추측과 해석일 뿐이니 진지하게 받아들이시면 안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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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78페이지, 27줄, 22자.
저자는 2003년에 사망했다는데 유작이랍니다. 대략 1989년 경에 만들었다는 노트가 붙어있답니다. 아직 유로화가 사용되지 않는 것들이나 여타 풍경이 그 정도임을 시사합니다.
독일 청년 우도 베르거가 애인 잉게보르크와 함께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인근) 해안가 마을을 휴가차 방문합니다. 현지에서 만난 독일인 커플 카를(찰스)과 한나, 10년 전에 묵었던 호텔(델 마르)의 여주인 프라우 엘제(엘제 부인이란 뜻이겠지요?), 페달 보트점 주인 케마도, 그리고 현지 청년들(로보와 코르데로)이 주요 등장인물입니다.
우도는 보드 게임 <제3제국>의 유럽 챔피언인 듯싶은데 그걸 바탕으로 기고를 해서 부수입을 올리기도 합니다. 주수입은 식료품점 운영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뒤에 가면 늦게 귀국한 다음 다른 회사에 취직했다고 되어 있으니 그냥 나온 말일 수도 있겠네요. 이야기는 보드 게임이 대략 1/4 정도 차지하고, 그 중에는 문외한이던 케마르와의 게임이 포함됩니다. 추측컨데 엘제의 남편이 훈수를 두는 듯하고, 나중에 사실로 확인됩니다. 우습게도 사실과 비슷한 경로로 게임도 제3제국이 확장, 그리고 패배하게 됩니다. 현실에서는 찰스의 실종으로 인하여 '시체 확인을 위하여' 라는 핑계로 남았다가(엘제과의 성관계를 시도하는 노력이 여러 번 나옵니다.) 9월 말에야 떠납니다.
뒤에 나오는 역자 후기에서와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으나 저처럼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게 진짜 유작이라고 할지라도, 본인이 발표하지 않은 작품을 다른 이들이 유작이라면서 발표하는 게 옳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스페인어로써는 모르겠고, 한글화 후에는 별 감동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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