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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의 시인 크리스티나 로세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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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빅토리아 시기인 19세기를 살았던 시인 크리스티나 로세티(Christina Rossetti)의 208편의 시가 수록된 <로세티 시선>이다. 영국 시인들의 시에서 간간히 접했던 로세티, 그녀만의 영혼의 불꽃을 만나리라는 생각에 기대도 되고 떨리기도 했다. 그녀의 시 세계는 크게 세, 네 가지의 영역에 걸쳐 이루어져 있다. 사랑의 환희와 이별의 아픔에 관한 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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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빅토리아 시기인 19세기를 살았던 시인 크리스티나 로세티(Christina Rossetti)208편의 시가 수록된 로세티 시선이다. 영국 시인들의 시에서 간간히 접했던 로세티, 그녀만의 영혼의 불꽃을 만나리라는 생각에 기대도 되고 떨리기도 했다.

그녀의 시 세계는 크게 세, 네 가지의 영역에 걸쳐 이루어져 있다. 사랑의 환희와 이별의 아픔에 관한 시들, 죽음과 삶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시들, 종교적인 영성 시, 목가적인 자연과 동물들을 그리는 시들이다.

10대 후반에 화가 제임스 콜린슨과 약혼을 했지만 몇 년후 파혼한 시인은 1894년 죽을 때까지 독신으로 살았다고 한다. 길지 않은 생애를 살았지만 여성 작가로서 당당히 작품을 써나간 로세티의 시들은 지금까지도 생생한 느낌들로 가슴을 벅차게도, 시리게도 만들었다.

 

생일에서 시인은 사랑을 막 시작한 풋풋함을 전한다. ‘내 사랑이 내게로온 날이 내 인생의 생일이라는 거다.

 

내 마음은 물오른 어린 나뭇가지에

둥지를 틀고 노래하는 새 같아요.

내 마음은 빽빽하게 매달린 열매들로

휘어진 사과나무 같아요. ()

내 마음은 이 모든 것들보다 더 기뻐요.

내 사랑이 내게 왔으니까요.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피치못할 어떤 장애물로 멀어지고 만 지난 연인에게 털어놓는 시는 날 기억해 주세요.

당신이 더 이상 내 손을 잡을 수 없고,

당신이 계획했던 우리의 미래를

내게 날마다 말해 줄 수 없을 때, 날 기억해 주세요.

 

김소월의 진달래꽃처럼 화자는, 만약 훗날 자신을 기억하고자 한다면 슬퍼하지 말기를 당부하고 있었다.

당신이 날 기억하고 슬퍼하는 것보다 / 당신이 날 잊고 웃는 편이 훨씬 더 좋아요.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애절한 목소리도 있다. 시 언어의 특성인 파격을 살린 말하는 정적이란 표현이 근사했다.

밤의 정적 속에 내게로 와요.

꿈의 말하는 정적 속에 내게로 와요.

, 이미 끝난 세월의 추억, 희망, 사랑이여,

눈물 흘리며 내게로 와요.

, 아주 달콤한, 너무나 달콤한, 너무나 씁쓸하고 달콤한 꿈,

거기서 깨어날 때는 천국에 있어야 해요.

그곳에서는 사랑으로 넘쳐 나는 영혼들이 거주하며 만나니까요.

꿈속에서 내게로 돌아와요. 내가 맥박에 맥박으로,

숨결에 숨결로 응답할 수 있도록.

나지막이 말하고, 나지막이 기대요.

옛날처럼, 내 연인이여, 얼마나 오랜만인가요!

메아리일부

 

 

뜨겁고, 영원할 줄 알았던 사랑이 죽은 것을 담담히 또 냉철히 노래하는 시에서는 시인의 차갑게 가라앉은 감정이 느껴졌다. 사랑의 소멸을 받아들이는 시 종말이다.

죽음만큼이나 강했던 사랑이 죽었다네.

그는 봄철에 태어나서

수확 철이 되기 전에 죽었다네.

마지막으로 무더웠던 여름날에

우리를 떠났다네. 그는 춥고 우중충한

가을철 황혼을 위해 머무르지 않았다네.

우리 그의 무덤가에 앉아서

그가 가 버린 것을 노래하자.

 

 

죽음을 다루면서 죽은 이의 시선으로 발화하는 작품들은 처음에는 그로테스크하기도 했다. 크리스티나 로세티는 마흔 이후 중한 병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이후 구도자적인 삶을 살았는데 그래서 죽음에 대한 시를 계속적으로 지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19세기 문학에서 많이 다룬 소재가 죽음이었기에 그렇게 특수한 것은 아니기도 했다.

죽은 영혼이 화자인 집에 돌아와서는 더 이상 자기가 없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내일을 이어가리라는 예감에 씁쓸해하는 주인공이 나타난다.

 

내가 죽었을 때, 내 영혼은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집을 찾아 돌아왔네.

()

내일은”, 모두 똑같이 소리쳤네.

어제를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네.

그들의 삶은 축복받은 정오로 가득 차 있었네.

나만, 오로지 나만 죽은 것이었다네.

나는 어제의 존재였다네.

 

크리스티나 로세티는 성경 전도서의 헛되고도 헛되다(vanity of vanities)’는 사상에 근거하여 인생의 무상함을 작품에서 형상화했다고 한다. 인생의 외로움을 잘 알았고 후반기에 질병으로도 고통받았던 시인이기에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한편, 죽은 후에란 작품에서 자신의 죽음 후에도 이어질 세상과, 계속되는 사람들의 미래를 전망하는 표현들에서는 따뜻함을 선사했고, 그래서 일순 먹먹해지는 묘한 감정을 얻었다.

내가 살아 있을 적에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네.

하지만 내가 죽자 그는 나를 동정했네. 비록 나는 차가워졌지만

그가 여전히 따뜻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던지.

 

 

크리스티나 로세티를 자세하게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정말 뛰어나고 아름다운 시인임을 알 수 있었다. 격정적인 작품들이 많지만, 이렇게 담백한 작품도 있다.

여름은 자신의 모든 장미꽃들과,

태양과 향기와 사랑스런 꽃들과,

따스한 공기와 상쾌하게 해 주던 소나기와 함께 가 버렸네.

또한 가을조차도 끝나 가고 있다네.

그리고 훨씬 더 추운 겨울이 오고 있다네.

백발의 서리가 더 대담하게 무성해지고,

마지막 꽃봉오리들이 피어나지 못한다네.

달콤하기에 씁쓸한

지극히 개인적인 코드와 맞아떨어진 영성 시(devotional peoms) 작품들은 내 내면을 후벼파면서, 그 간절한 기도와 호소, 고백에 전율하게끔 했다.

내 삶은 얼어 버린 존재가 되어, 꽃봉오리도 푸르름도 볼 수 없다네. 하지만 내 삶은-봄의 수액처럼 솟아오를 거라네. , 예수님, 저를 솟아오르게 하소서. / 내 삶은 깨진 잔과 같네. 내 영혼을 위한 물 한 방울이나 혹한 속에서 마실 수 있는 술 한 방울도 담을 수 없는 깨진 잔. 쓸모없는 그것을 불 속에 던져, 그것을 녹여 다시 주조해 나의 왕이신 그분을 위한 최고의 잔이 되게 할 거라네. , 예수님, 저를 들고 마셔 주소서.’

(<더 귀한 부활일부)

이탈리아로부터 망명한 시인이었던 아빠, 작가인 엄마, 화가와 예술가인 오빠와 언니들 슬하에서 풍족하게 성장한 로세티는 10대에 아버지가 우울증을 겪고 교수직을 그만두며 급격히 가세가 기울게 되었다. 이후 로세티 자신도 불행한 사춘기를 거치며 우울증을 심각하게 겪기도 했다 한다.

그러나 문학, 특히 시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고 이를 적극적으로 독려한 친오빠의 후원으로 정신적인 회복을 했고, 삼십대에 작품을 쓰면서 문단에서 칭송을 받으며 재기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치르고 유방암 종양 제거 수술을 했지만 18941229일 세상을 떠났다.

크리스티나 로세티는 작가로서 미국의 노예 제도를 비판했고, 아동 노동 착취, 청소년 여성 매춘을 반대하는 활동을 한 실천적인 지성인이기도 했다.

제인 오스틴, 샬롯 브런테같은 작가의 작품들에는 관심을 쏟고 있었는데, 시인인 로세티를 알게 되어 감격스런 시간을 준 로세티 시선집이었다.

b********5 2016.07.07. 신고 공감 1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