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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편향된 독서 습관을 조금씩 바꿔보고자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겠다며 매년 초마다 다짐하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소설로만 손이 간다. 읽으려고 핸드폰에 메모해둔 책들의 거의 99%가 소설이고,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가도 언제나 신작 소설 코너만 서성거린다. 의도적으로 '읽어야지'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거들떠도 안 보게 되는 것 같다. 읽어도 역사류만 손이 가거나 아니면 이런저런 사정으로 에세이류를 읽는 편이라 이 책은 일부러 빌려왔다. 책장을 스르륵 넘겨보니 그림이 제법 많고(소설 외 분야는 그림 많은 거 좋아함) 제목의 "가볍게"라는 부분에 확 꽂혔다.
"호미닌"이라는 용어는 계통상 침팬지보다 호모 사피엔스와 가까운 모든 영장류를 포함하는 군이라고 한다. 인류와 침팬지의 마지막 공통 조상은 500만~100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것으로 추정한단다. 그리고 공통 조상이 공동체를 이루어 살았고 채식을 했다는 것 외에 밝혀진 사실은 없다.
인간과 침팬지는 분화된 후 각각의 계보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했기 때문에 DNA에 차이가 있다. 그리고 돌연변이로 인해 계보가 갈라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단다. 돌연변이로 변형된 난자나 정자 등의 생식세포가 수정을 하면 태어난 개체의 모든 세포는 그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지게 되기 때문에 다음 세대로 유전될 수 있다. 어떤 유전적 변화로 두 종이 분화했는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한 것 같다.
호미닌을 다른 유사한 종들과 구분하는 특징은 직립보행이다. 유인원은 너클보행이라는 네 발 걷기를 하지만, 인류의 조상은 나무 위에서 먼저 생활을 하면서 직립보행을 하게 됐을 거라고 추측한다. 직립보행 전에 미리 적응하는 단계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직립보행은 도구의 사용이라는 중요한 결과를 가져왔다.
인류의 계통수에서 가장 꼭대기에 자리 잡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타웅 아이(Taung Child)"라고 한다. 1925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타웅의 채석장에서 발견된 화석이다. 230만 년 전에 살았던 이 화석 인류는 자연적인 두개골 형태를 보존하고 있고 직립보행의 증거를 간직하고 있으며, 4살 때 맹금류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오늘날 화석의 연대를 측정하는 건 널리 퍼진 기술이지만 문외한의 입장에서는 신기하기만 하다. 230만 년 전이라니 가늠도 안 된다. 또 다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뼈 화석은 루시이고 속한 원시 인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라고 한다. 루시는 뼈의 40%가량이 남아있는데 연대가 오래된 호미닌 중 잘 보존된 화석이라고 한다.
초기 호모의 등장 이후 현생 인류에 가까운 호모 에렉투스의 화석이 발견된다. 고인류학자들이 발견한 특징은 달렸다는 것인데, 그럼 이전의 인류는 걷기만 했다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네안데르탈인은 오랫동안 인류의 조상이라 여겨졌는데, 호모 사피엔스의 단순한 이종으로 규정되었다고 한다. 두 화석 인류의 DNA를 분석한 결과, 공통 조상은 55만~76만 5000년 전 아프리카 어딘가에 살았던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로 밝혀졌다.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 곳곳에서 살아갔지만 인류의 발원지는 아프리카로 밝혀졌다고 한다. 육식을 하면서 동물을 쫓아가게 됐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분포 지역이 넓어졌다. 그리고 기후의 변화가 집단의 이주에 영향을 미쳤다. 호모 사피엔스는 현생 인류의 평균 두뇌 용량과 거의 흡사한 두뇌 용량을 가지고 있었다. 두개골도 치아가 작고 턱과 광대가 현대적인 형태였다. 그리고 치아가 성장한 흔적을 통해 우리와 비슷한 속도로 자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단다. 그나마 가까운 현생 인류의 화석이지만 30만 년 전에 생존했다니 얼마나 오래 전인지 놀랍기만 하다.
인류의 이동에 관한 챕터를 읽으며 재미있었던 점은 네안데르탈인의 DNA는 생식력이 떨어져 유전적 형질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변종은 당뇨 발생 위험을 높이고 언어 구사에 필수적인 유전자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생존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레 멸종할 수밖에 없었다.
가볍게 읽는다는 제목이 붙어있었지만 그다지 가볍지는 않았다. 프롤로그에 이어 등장한 분포도에 인류의 기원이라는 호미닌의 종류가 이렇게 많았는지 깜짝 놀랐다. 학교 다닐 때 배웠던 건 크로마뇽인, 네안데르탈인, 호모 사피엔스 등 뭐 그런 정도만 기억하는데, 생전 처음 듣는 어려운 종속이 굉장히 많았다. 새삼 가볍지는 않겠다 싶어서 마음을 비우고 읽었다. 그저 글을 읽으며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어렵게만 느껴지진 않았고 문화나 유전에 관해 재미있는 부분도 있어서 괜찮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