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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서 느껴졌던 점은 아마도 STSE(과학-기술-사회-환경)에 대한 내용이 아닐까했다. 과거 교육학 관련 책들에서 STS와 STSE에 대해 공부할 때에는 재미있었던 만큼 어렵고 지루했던 부분도 있었기에 다소 걱정도 되었고 또 지금껏 나왔던 기술 관련 책들이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도 너무 어렵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쉬워 특히 고등학생들에게 추천하기에는 다소 애매했던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풍부한 시각 자료와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만큼 쉽게 저술된 내용은 가히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되는 책이다.
책의 표지 디자인부터 깔끔하다. 표지의 10가지 그림들은 이 책의 10가지 주제들이며 책에 실려 있는 시각 자료들이다. 표지 디자인쯤으로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다 보니 모두가 사료에 해당하는 자료들이었다는 것에 새삼 놀라웠다.
책과 함께 8페이지 분량의 자료가 함께 배송되었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들이 잘 요약되어 있어서 책을 읽기 전이나 읽은 후에 다시 내용을 정리하는데 매우 유용했다. 책에 대한 소개와 목차 뿐 아니라 각 단락에서의 내용들이 잘 요약되어 있었다.
책에는 정말 많은 시각 자료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이 아니였다면 접할 수 없으리라 생각되는 자료들도 상당히 많았다. 자료 하나 하나에 관한 내용들을 생각해 보면 그 내용들도 가히 책 한 권쯤은 읽어야 알 수 있는 내용들이라 생각되어진다. 이런 방대한 내용들을 시각 자료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장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제일 첫번째 인쇄술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 보면 인쇄술의 보급 이전은 구술 문화와 필사 문화라고 한다. 대부분 심지어 귀족이나 왕 조차도 문맹인 경우가 많아 따로 '서기'를 두었다고 한다. 또 책은 글을 아는 필경사들에 의해 필사 되었으며 이는 상당한 노동과 시간을 요구하는 작업이기에 책의 가치는 어마 어마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책이 이렇게 귀하다 보니 죽을 때까지 책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책에서는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술의 탄생과 전파 과정 뿐 아니라 인쇄술이 사회에 미친 영향 또한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인쇄술의 발달과 보급은 단순히 책을 싸게 대량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여러 대에 걸쳐 여러 필경사들이 필사를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필연적 오류들이 여러 판본의 인쇄된 책들을 서로 비교하며 교정하는 과정을 거쳐 '지식의 표준화'라는 중요한 역할이 이루어졌고, 지식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지식의 폭발'이 이루어졌다고 설명한다. 이 지식의 폭발에 혜택을 받은 1세대 지식인으로 코페르니쿠스가 소개된다. 산업 혁명을 통해 공장제가 출현하고 그 과정에서 '노동'의 변화를 소개하고 있다. 막대한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면직물 산업에서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선대제 방식의 노동을 싫어했던 상인 제조업자들은 대규모 동력을 공급 받을 수 있는 공장을 만들고 부족한 노동력을 값싸고 공급이 용이한 아동 노동으로 충당한다. 여기에 구빈원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아직도 저개발 국가나 난민들에게서 문제가 되고 있는 아동 노동의 문제는 그 때나 지금이나 적은 임금과 초과 노동 시간의 목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와트와 스티븐슨의 증기 기관, 증기 기관차는 철도 산업으로 발전하고 미국의 경우 남과 북, 동과 서를 잇는 과업을 달성함으로써 미국이라는 광활한 영토의 국가를 형성하는데 기여했다고 한다. 에디슨의 전구 발명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에디슨이 최초의 전구 발명자가 아니며 또 혼자가 아니라 에디슨 연구소 팀의 업적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에디슨은 '전기 시스템'을 만든 최고의 과학자이자 발명가이다. 그러나 후일의 에디슨은 기업가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에디슨 전기가 그의 인생 후반부를 다루지 않는 이유도 사업에서의 실패와 우리가 알고 있는 에디슨의 모습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려 준다. 사회 여러 분야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테일러 주의와 대량 생산-대량 소비 사회를 촉발시킨 포드주의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노동의 소외를 극복하기 위한 포스트포드 주의에 이르기까지 물 흐르듯 이어지는 내용들은 지루할 틈이 없다. 끊임 없이 제시되는 사진과 삽화 등의 시각 자료들은 내용의 전문성과 이해를 배가시키며 마지막으로 휴대 전화와 네트워크에 대한 내용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쉬운 설명과 시각 자료를 통해 방대하고 전문적인 내용들을 이렇게 편하게 접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것이 전문가의 영역이라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에는 숨가쁘게 한 학기 강의를 수강한 느낌이었다. 기술사나 자연 과학 또는 기술의 발전, 기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책이라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역사를 기술의 시각으로 쓴 책이기도 하며 일반 대중들 또한 고급 상식으로써 누구에게나 지적 만족감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하며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 자체가 행운이라 단언하며 추천하는 바이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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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진 님(이하 저자)에 대한 신뢰는 첫째, 한국에서 그리 알려지지 않은 학문 분야인 ‘과학기술사’를 진지하게 연구한다는 사실. 둘째, 그 연구 결과를 대중 저술로 펴내고 있으며, 관련 분야의 번역 또한 꾸준히 한다는 사실. 이 두 가지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저자는 믿을 만한, 진지한 연구자라는 결론이 나온다. 지금까지 저술한 책들(<<20세기 기술의 문화사>> <<불확실한 시대의 과학 읽기>>)과 굵직굵직한 번역서(<<유전자, 세포, 뇌>> <<미국 기술의 사회사>> <<현대 미국의 기원1,2>>)로 미루어 볼 때, 저자의 관심은 ‘과학-기술-사회’ 3자의 역동적인 관계이며, 이번 책 또한 그 연장 선 상에 있다(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책에 나오는 기술은 흔히 말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기술’이 아니라 인쇄술, 직물공업기술(방적기,방직기), 증기기관, 철도, 전신, 전화 등의 ‘구기술’이다. 굳이 낡은 기술을 왜 알아야 할까? 저자는 서문에서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우선, 오늘날의 일상은 많은 부분 ‘낡은 기술’이 지탱한다. 그 중 하나라도 중단되면 사회가 마비되다시피 되지만, 그 존재를 인식하지 않고 사는 공기처럼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 관심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낡은 기술은 오늘날의 기술과 관련된 문제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낡은 기술’ 또한 처음 등장했을 때는 그 당시로선 ‘첨단기술’이었으며, 그 기술의 사회적 수용과 거부, 성공과 실패의 모습을 살펴봄으로써 오늘날의 신기술에 대한 관조적 태도를 가질 수 있다. 인쇄술을 살펴보자. 전자책이라는 새로운 책의 형태가 등장하면서 종이책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듯이, 인쇄된 책은 구시대의 유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종이책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전자책에 비견할 바가 아니며, 종이책이라는 매체가 갖는 용이한 접근성과 특유의 물성은 인쇄술이 쉽사리 사라질 기술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인쇄술의 발명으로 독창적 연구가 가능해지고 저자(author)라는 개념과 저작권(copyright)의 관념이 등장하였으며, 이는 새로움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오늘날의 지식문화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천재 발명가로 알려진 ‘에디슨’의 이야기(6장)는 인간과 기술과 사회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보여준다. 소위 위인전을 읽고 자라온 사람들은 에디슨에 관한 유명한 일화, 예컨대 병아리를 부화시키기 위해 알을 품었다는 그런 일화들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에디슨에 대한 위인전의 이야기는 천재 발명가라는 이미지를 확대 재생산하기 위한 미화에 불과할 뿐 에디슨의 진짜 생애가 주는 교훈을 전혀 알지 못하게 만든다.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위인전에서 읽어본 적이 있는가? 1. 에디슨은 숙련 기계공, 화학자, 물리학자 등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30여명의 연구팀을 거느리고 있었다. 2. 에디슨은 최초로 전구를 발명한 것이 아니다. 그는 ‘전기 시스템’을 발명했다. 3. 에디슨은 전등 사업의 성공 후 자기 선광사업과 콘크리트 집 사업을 했으나 실패했다. 위의 사실들을 통해 알 수 있는 인간-사회-기술에 관한 중요한 교훈 세 가지는 아래와 같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이 책의 핵심 통찰이라 생각한다) 1. 기술 분야의 위인들은 결코 개인의 천재성에 의지해 자신의 의지 하나로 세상을 바꿔놓은 위인들이 아니다(스티브 잡스도 예외가 아니다). 2. 기술은 ‘사회적 활동이다. 기술은 동시대 사회 속에서 일어나며 그로부터 영향을 받고 또 영향을 주는 활동이다. 3. 위인 발명가, 기술자, 엔지니어도 진정으로 ‘시대를 뛰어넘을’수는 없으며, 중요한 의미에서 그 시대의 산물이다. - 이상 1,2,3은 181쪽에서 인용 우리 시대에 새로이 등장하였거나 앞으로 등장하게 될 기술들도 기술과 사회에 대한 위의 퉁찰에 비추어 생각해보면, 과학기술이 신성시되는 이 시대에 ‘기술’이라는 것을 보다 멀리서(관조적으로)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저자의 이전 저술(<<20세기 기술의 문화사>>)에서도 느꼈듯이, 이번 책도 읽기 쉬우면서도 핵심 메시지들을 잘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각 기술과 관련된 당시의 사진, 그림들은 해당 기술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사회의 반응을 상상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저자와 편집부의 노고가 느껴지는 부분이다.(기술 작동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인터넷 동영상 주소, 다큐멘터리 목록도 수록해놓았다). 기술의 과거-현재-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면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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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새 기술이었던 낡은 기술에 예전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고 그것이 몰고 온 기회와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갔는지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 이 책은 근대 이후 서구 기술사를 다루고 있다. 가장 먼저 인쇄술에 대한 내용이 소개되는데, 인쇄술 도입 이전에 책은 대단히 희귀하고 값비싼 물건이었으며 인구 절대 다수가 문맹일 수 밖에 없었고, 대신 기억법과 암기술이 고도로 발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그 당시 인쇄소는 대학교수, 성직자, 천문학자, 의사 등 지식인들의 문화교류가 일어나는 공간이었다고 말한다. 이어서 수차례 기술혁신을 통해 수십년 사이에 생산성을 100배 이상 향상시킨 면공업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면으로 된 옷감을 생산해내는 일이 가내수공업에서 공장제로 바뀌면서 노동자들에게 시간관념을 주입하기 위해 규율을 강제하게 되었지만 반발이 심했다고 한다. 그래서 초기의 직물공장들은 거기 와서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에 시달렸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들을 동원해 공장에서 일을 시켰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제임스 와트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그는 증기의 힘을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도, 실용적인 증기기관을 최초로 발명한 사람도 아니라고 한다. 기존 증기기관인 뉴커먼 기관을 개선하려는 노력에서 시작해서 자신들의 특허권과 영향력을 동원해 경쟁 회사들을 억누르며 유명해졌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증기기관차에 대한 조지 스티븐슨과 그의 아들 로버트 스티븐슨의 기여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증기기관차는 미국에서 대륙횡단철도 부설과 표준시 도입 등으로 미국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스스로 단일한 국가에 속한 국민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철도를 따라 전신이 도입되고 대서양 횡단 케이블이 놓이면서 전신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전신 메시지를 보내는 비용이 상당히 비싸서 개인들이 일상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수단은 되지 못했다고 한다. 대신 20세기 초에 급성장한 전화가 가장 대중적인 연락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전화 특허 출원은 벨과 그레이가 동시에 했지만 벨이 전화 발명자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아마추어 발명가인 벨은 음성의 전송 가능성을 눈치챈 후에 수익이라는 현실적 문제에 구애 받지 않고 개인적 관심사를 집요하게 추구한 반면, 직업 발명가였던 그레이는 당대의 지배적 산업이었던 전신의 개량 및 효율 향상에 관심을 가지고 돈이 될 가능성이 낮아 보였던 전화의 발명은 관심을 덜 가졌다고 한다. 실제로 초창기 전화회사 경영진들은 전화가 소중한 공공 통신 수단이기에 중요한 용건 전달에만 쓰여야 한다고 보면서 적극적 활용을 장려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쨌든 통신을 위한 해저 케이블이 깔리고 정보가 실물보다 빨리 움직이자 국제 무역이 활발해졌는데, 이처럼 19세기 말 외교, 식민지 지배, 무역, 언론 등이 모두 해저 케이블의 발전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에디슨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에디슨의 발명품 대부분은 공동 작업의 결과물이지만 그를 신화화해서 발명에 대한 금전적 지원을 더 많이 얻기 위해 혼자서 한 발명으로 특허 출원을 했다고 한다. 그는 단지 하나의 발명품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상업화를 위한 전체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그가 말년에 새로운 기술 분야에서 발명과 모험 사업을 추구하기 보다 이미 잘 확립된 분야에서 대량 생산을 통해 비용을 낮추고 경제성을 달성하는 쪽으로 활동을 바꾼 뒤로 실패를 거듭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어서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관리 기법인 테일러주의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테일러가 생존해 있던 시절에는 이러한 관리 방식이 비교적 순탄하게 도입된 곳은 몇 군데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포드주의를 언급하고 있는데, 첨예하게 부각된 노동 소외 문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일본의 도요타 생산 시스템과 볼보사의 노동의 인간화 실험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이동통신의 발전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이야기가 중간에 끊긴 것처럼 결론없이 끝나서 좀 아쉬웠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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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5G, AI…… 최근까지 한국 사회를 달궈온 과학기술분야의 대표적인 열쇳말이라고 할 수 있다. 워낙 유행에 민감한 한국 사회이다 보니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는 대상들이 언론 등을 통해 빠르게 전달되고 한동안 그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지만 결국 또 다른 최근의 이슈로 인해 금방 묻히고 더 이상의 진전된 논의는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체되어가는 한국경제의 새로운 활력을 개척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인 것처럼 여기저기에서 이야기되던 4차 산업혁명도 벌써 관심 밖의 이야기가 되었고 요즘은 정부와 경제산업계, 교육계를 비롯한 대부분의 분야에서 AI(인공지능)를 미래의 유일한 먹거리로 여기고 대학원 설립, 예산 투입 확대 필요성 등을 외치면서 언론기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기획위원인 장석준 선생은 한 강의에서 산업혁명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특정 기술분야의 발전과 더불어 그로 인해 파생되는 사회변화가 중요한 요소였음을 환기시키며 한때 하나의 열풍처럼 우리 사회에 불어 닥쳤던 4차 산업혁명 논의에 있어서도 사회혁신이 함께 병행되어야 진정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인류 역사에서 삶을 획기적으로 바꾼 기술들 역시 기술이 개발되고 활용되는 토대인 사회와의 상호관계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전작 <20세기 기술의 문화사>를 통해 핵, 우주, 생명공학 기술 등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사회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소비되었는지를 흥미롭게 서술했던 김명진 선생이 <세상을 바꾼 기술, 기술을 만든 사회>라는 신작을 펴냈다.
처음에 언급하고 있는 기술은 인쇄술이다. 지난 수십년동안 전자매체와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의 양이 막대해지고 전차책의 등장으로 예전에 비해 인쇄물로서의 책의 중요성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인쇄된 책의 등장이 갖는 역사적 중요성은 부인할 수 없다. 성직자들이 성경 등을 필사하면서 이어온 문자문화의 명맥은 13세기 유럽에서 대학의 등장을 거쳐 15세기 중엽 서유럽에서 인쇄술이 발명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 활판인쇄술을 제일 먼저 해낸 것으로 알려진 구텐베르크는 42행 성서 180권을 찍어냈으나 필사본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려는 의도 때문에 삽화, 두 개이상의 글자가 들어간 활자인 합자 등을 사용해 가격을 많이 낮추는데 한계를 드러내므로써 혁신적인 기술 이면의 보수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렇지만 당시 시대적 특성상 책을 구하는 교수, 성직자, 의사 등의 지식인 계층과 인쇄기술자가 교류하는 지식활동의 중심지로 인쇄소가 자리매김했고 인쇄술이 가져온 글, 그림의 대량 보급이 지식의 표준화와 기존의 연구를 비교 분석하고 독창적 연구도 가능하게 해주므로써 오늘날의 지식문화의 토대를 마련해주었다.
행정학의 역사에서도 비중있게 언급하고 있는 테일러리즘은 1911년 과학적 관리의 원칙이라는 소책자에 상세히 소개되어있다. 산업혁명으로 직물공업 등에서는 기계가 인간의 숙련과 노동을 대체하는 공장제가 도입되었지만 일부 분야에만 국한되어 있었는데 이에 더해 테일러리즘이 태동한 19세기말 미국의 작업장은 식민지 시대부터 살아온 앵글로색슨계 출신 경영자와 이민자 출신 노동가들간 갈등이 심각했다. 생산한 만큼 임금을 지급하는 도급제에 맞서 능력보다 적게 일하는 태업으로 대응하는 분위기였는데 이런 노사대립의 심각성을 인식한 테일러는 공정한 하루의 일과 임금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관리자의 관점에서 공장의 작업과정 전체를 분석해 개선방법을 모색하려 한 것인데 시간과 동작연구(time and motion study)를 통해 업무의 수행방식과 시간 소요 기준 등을 결정하고 적용했다. 이는 노동의 자율성 훼손과 노동자의 반발은 물론 과학적 방법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도 야기했지만 20세기초부터 더 많은 분야로 확산되고 변형되어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인간을 시스템의 일부로 만든 테일러리즘은 사회조직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무어의 법칙이 지배하고 인터넷과 휴대폰을 사용해서 거의 모든 일을 처리하는 시대에 살면서 지금의 기술변화와 그 영향을 훨씬 크고 급격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모바일 시대의 필수품 휴대폰은 그 역사상 사회적 변화를 잘 반영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이다. 1900년대초 음성전송 실험에 성공한 이후 1920년대 무선전화의 순찰차에의 활용과 2차 세계대전을 통한 성능향상을 거쳐 1946년 카폰 기반으로 처음 실현되었다. 육중한 무게와 트랜지스터와 집적회로의 발명 필요, 통신 매체를 국가 소유의 것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등으로 혁신적인 변화가 다소 지체되긴 했지만 1973년 모토로라의 시제품 출시, 1980년대초 독자적인 셀방식 이동전화 서비스, 그리고 1990년대 초 리튬이온 전지 도입이 현재와 같은 경량화되고 소형화된 휴대폰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아울러 통화용량의 압박을 해결하기 위한 디지털화(2G) 방식으로의 전환은 음성통화뿐만 아니라 데이터 통신 수단으로의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현재의 휴대폰 문화를 가능하게 했다.
여러 가지 지표를 통해 볼 때 기술발전의 속도가 가장 급격했던 시기는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에 이르는 시기였다고 한다, 하지만 기술발전의 효과가 사회에 파급되고 사회에서 수용되면서 새로운 필요나 수요를 만들어내야만 선순환이 가능해지는 것이지만 우리는 자주 기술에 매몰되거나 기술의 일방적 영향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융합과 통합, 통섭 등이 강조되고 있는 지금 기술과 사회의 상호관계에 대해 여러 사례를 주목해 흥미롭게 서술한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유용하고 많은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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