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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아이들은 조숙하다. 적어도 내가 자란 시골 마을에서 우리는 조숙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연날리기며 자치기며 어린이들이 노는 놀이를 하며 놀았다. 아이들답게 놀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우리는 동무들끼리 막걸리를 마시며 어른 흉내를 냈다. 겨울날이면 골방에 모여 내기 화투를 치기도 했다. 편을 나눠 놀다가 진 편이 먹을거리를 사 와야 했다. 면사무소 소재지까지 가야 살 만한 가게가 있어 불편했지만 그게 또 놀이가 되었다. 가게를 가기 싫어 미적거리는 진 편이랑 함께 이긴 편도 달밤에 우르르 면사무소 소재지 가게로 걸어갔다. 노래 부르며 별을 바라봤다. 떼로 가게에 들어가 물건을 고르고 흥정을 하는 사이 일부 아이들이 사탕을 주머니에 넣고 과자를 훔쳤다. 콩닥콩닥 뛰는 가슴 쓸어내리며 술을 훔쳤다.
그때 그 가게 아줌마는 우리가 훔치는 것을 알았을까. 당시에는 몰랐을 수 있지만 분명 알았으리라. 이튿날이나 그 뒤에 물건이 빈 것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얼마 뒤 우리가 또 우르르 몰려가 가게에서 시끄럽게 굴더라도 우리를 쫓아내지 않았다. 우리의 도둑질을 눈감아준 것이다. 그때는 우리가 성공한 것이 우리가 똑똑해서라고 여기며 우쭐댔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창피한 노릇인지. 가게 아줌마는 얼마나 너그러우신지. 지금이라도 아줌마를 찾아가 사과하고 싶다. 그렇지만 우리 마을은 없어졌다. 면 소재지 가게도 수몰되었다. 사과할 기회가 아예 없어져 버렸다.
우리와 비슷하지만 다른 아이가 여기 있다. 가게 주인은 아줌마가 아니고 아저씨다. 태국에서 태어나 자란 뒤 젊은 시절 독일로 건너온 호이 씨. 그는 가게 이름을 ‘미안 사탕’이라 짓고 어른이나 아이 가리지 않고 친절하다. 사탕을 적게 사는 손님들에게조차 깍듯하고, 공짜로 손님들에게 사탕을 집어 주기도 한다.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허튼소리를 해도 따박따박 대답하며 아이들이 하나씩 사탕을 집어 들고 나가게 한다. 아이들이 단지 사탕을 얻어먹으러 오는 것이라고 아들이 말해도 호이 씨는 그저 웃기만 한다. 여자애가 호이 씨랑 말하는 동안 남자아이들이 사탕을 훔쳐도 못 본 척할 따름이다. 미안 사탕을 먹으면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거라고 말하며 호이 씨가 아이들에게 사탕을 줄 때까지 아이들은 사탕을 훔친다. 그러고는 세월이 흐른다. 호이 씨가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된다.
어느 날 우체부 아저씨가 호이 씨에게 커다란 편지 한 통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봉투에 보낸 사람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호이 씨가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봉투를 여니 예쁜 그림이 들어 있다. 아이들이 사탕을 훔치러 왔을 때 둘러댔던 말의 내용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그림 뒤편에 카드가 붙어 있었는데 거기에 딱 한 마디 적혀 있다. “미안해요.”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가게 주인에게 뒤늦은 사과를 한 것이다. 비록 늦었지만 그림을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을 쓴 뒤 가게 주인에게 보낸 마음이 달콤하다. 나와 달리 뒤늦게라도 내놓은 사과가 훌륭하다. 아이들이 사탕 훔치는 것을 눈감아주고 그렇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한 호이 씨의 배려가 환하게 빛나는 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