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사에서 출판한 김용 작가님의 대하무협 소설 천룡팔부 3권 리뷰입니다. 중국의 셰익스피어, 중국의 톨킨, 신필 김용 작가. 무협 소설을 읽을 때 김용 작가의 설정이나 무공은 거의 세계관 수준이라 모를 수가 없다고나 할까요. 천룡팔부는 불교에 귀의한 팔부신중을 말합니다. 주인공이 세 명이나 됩니다. 특유의 역사 포함 중국의 명시가 나오는데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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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룡팔부 3[지은이 김용, 옮긴 이 이정원, 펴낸 곳 김영사, 412쪽]을 읽고
3월이다. 때는 봄이고 살구꽃이 피고 따뜻한 봄바람이 온몸에 스쳐오니 술 한잔이 그리워진다. 단예는, 우리의 주인공은 역시 운치가 있어 시를 읊는다.
‘안개 자욱한 수면 위는 아득하고 / 늘어진 버드나무 하늘거리네 저 멀리 외딴 마을에 향긋한 풀 아득한데 저무는 태양 아래 살구꽃 흩날리누나’
단예를 끌고 간 구마지는 냉소를 머금었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한가롭게 시나 읊다니. 더구나 단예의 몇 마디 말은 그가 육맥신검검보를 편취하려는 의도를 모조리 간파했으며, 그가 머릿속에 넣어둔 검보를 적어준다고 한들 온전치 못할 것이라는 엄포라니. 단예는 ‘색신色身은 무상無常이며, 무상은 곧 고통이니라.’는 부처님의 말씀으로 천하에 죽지 않는 사람은 없다며 더욱 여유롭다. 마침 나타난 아벽의 배를 타고, 구마지와 단예는 모용 씨가 거처하는 곳을 찾아 나선다. 늙은이로 변장한, 모용부의 시녀인 아주는 구마지를 향해, 당신이 왜 내 조카 무덤을 파헤치려 하느냐 질책한다. 모용 선생과 지기지우였으며, 생전에 대리단씨의 육맥신검 검보를 가져다 보여드리겠다고 약조한 바 있다고 변명한다. “이 단 공자는 육맥신검 검보 전체를 머릿속에 기억해 두고 있다, 이 공자를 데려온 것은 검보를 가져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라며 단 공자를 모용 선생 묘소 앞에서 불태울 생각이라고 한다. 단예 공자는 여전히 우직할 뿐이어서, 대화상 당신과는 말조차 섞고 싶지 않았지만, 소주에 당도해서 이렇게 내 마음에 쏙 드는 비경과 선녀 같은 낭자들을 볼 수 있게 된 점을 들어 어느 정도 당신 공이 있다 느끼고, 속에 담아두고 있던 원한도 지워버렸다, 그리 대꾸한다. 아벽의 도움으로 배를 타고 떠나는 단예는, 호수 위로 아침 햇살이 떠오르는 모습에 또 풍류를 즐기는 서생이 된다.
‘... 가슴이 아프고 또 아프다 / 못에서 헤어진 후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그 시절 함께 걸었던 곳 / 푸른 풀조차 가녀린 치마를 시기했었지 그때 그녀의 손을 잡고 / 만발한 꽃과 버들개지 가득한 숲에서 향기로운 풀 사이를 거닐었다네’
그저 배 안에 누워 길게 드러누워 아벽, 그녀와 함께하고 싶다. 그러니 아버지로부터 내려온 핏줄, 바람둥이 기질을 어쩔 수 없나 보다. 불교에서 얘기하는 인과응보의 업보일 수도 있겠다. 어떤 소녀의 가냘픈 목소리를 통해 듣고는, 단예는 한숨 소리만 듣고도 이미 심신이 떨린다. 하지만 단 공자는 꽃 이름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자랑한다. “왕 부인께서 백다화 네 그루를 ‘만월’이라고 칭했는데 완전히 틀린 말이오. 그중 한 그루는 ‘홍장소과’라 불리는 것이며, 또 한 그루는 ‘조파미인검’이라 불리는 것이지요.” 기쁜 마음에 왕부인은 연회를 베풀어 단 공자를 대접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자비도 잠시, 단예에게 대리 사람이자 단 씨이니 진작 죽었어야 했다며, 장원 앞뒤의 산다화를 돌보는 벌을 내린다. 어떤 소녀를 보자마자 그만 눈앞이 어질어질하여 바닥에 주저앉고 만다. 무량산 석동에 있던 옥상, 신선 누님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소녀는 모용 공자를 사모하는 왕어언일 뿐이다. 단예는 어릴 때부터 아주 귀하게 자라왔다. 대리국의 황제, 황후를 비롯한 그 누구도 그를 대단한 존재로 느끼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단예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왕어언을 깊이 사모하고 있었지만, 그녀 가슴속에는 단예의 그림자라고는 전혀 없었고, 포부동과 아주, 아벽 세 사람 역시 그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그는 평생토록 오늘과 같은 냉대와 무시를 당해본 적이 없었다. 그는 아벽과도 헤어져 혼자 노를 저어 무석성 부근에 당도하였다. 송학루로 올라가 술을 마시면서도 처량하면서도 적막한 기분이라 길게 한숨만 내쉬지만, 또 다른 주인공 교봉을 만난다. 같이 고량주 열 근, 스무 근을 주문하여 한 사발씩 마시기 시작한다. 단예는 독주 반 근이 배 안으로 들어가자, 단전이 움찔하며 한 줄기 진기가 위로 치솟아 오르고, 체내의 술기운이 진기와 서로 섞인다. 또 이런 우연이 찾아온다, 우리의 주인공 단예에게는. 손가락 끝에서 술 줄기가 천천히 흘러내려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게 된다. 어쩌다 구마지에게 잡혔고 어떻게 모용복의 두 시녀를 만나게 됐는지 아주 간략하게 설명해 준다. 한치의 숨김도 없었다. 교봉과 단예는 의형제를 맺는다. 교봉은 단예보다 열한 살이 많아 서른이다. 모용복이 고강한 무공과 준수한 용모를 지녔다고 하는 말을 듣고 속으로 질투심이 느껴져 기분이 언짢았다. 그래도 둘은 의기투합하여 함께 세상 구경을 한다. 살구꽃이 찬연하게 피어 화려한 경치를 자랑하고 있다. 단예는 생각한다. ‘송기는 자신의 시에서 살구나무 끝에서 봄이 오는 소리가 시끌벅적하네, 라고 했는데 시끌벅적하다는 말은 아주 제대로 쓴 것 같다고. 행자림 쪽에서 사람들의 말이 들려 교봉과 단예는 성큼성큼 들어갔다. 왕어언 일행을 만난다. 개방육로 중 사로를 만나고, 그리고 무협지라면 반드시 등장해야 하는 개봉 타구봉법과 항룡이십팔장을 만난다. 단예와 왕어언, 아주, 아벽 네 사람은 본의 아니게 개방의 내분을 목격한다. 진관청의 ’마 부방주가 살해된 것이 방주인 교봉의 지시라 믿고 있다.‘는 충격적인 말도 듣는다. 왕어언 등 세 소녀를 가리키며, 우리 제자들이 소주로 가서 모용복을 찾아 복수하려 했건만 어찌하여 번번이 적과 결탁했냐는 말도. 지금 슬쩍 물러간다 해도 개방 사람들의 의심을 받을 게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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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룡팔부 3권 첫눈에 반하다 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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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룡팔부에 나오는 SF판타지(?) 가득한 무술 육맥신검이나 화염도의 등장은 이후에 나온 무협지, 무술영화or드라마, 좀더 멀리는 일본만화 드래곤볼 손오공의 에네르기파나 나루토의 나선환까지 아주 막대한 영향을 준것같다.(만구 내생각^^!) 책의 말미 작가 주에 보면 이런 무술은 이러저러한 원리로서 소설가의 과장된 표현일 뿐... 어린이 독자는 절대 믿으면 안된다 하는 쓸데없는(?) 당부의 말씀이 있다. 처음 원작이 나왔을 때의 당부였을까? 작가 주 외 미주(옮긴이의 주)도 딸려 있는데 중국문화에 관련된 한문용어들-요리이름, 주역의 괘, 놀이문화 등-을 읽는이가 알기쉽게끔 친절을 베풀어 놓았건만 개인적으로 좀 아쉬운건 무술초식에 대한 것도 곁들었으면 어땠을까나?...아닌가? 이건 작가의 몫인가? 등장인물들이 사용하는 무기도 글로 보기엔 도무지 상상이 안갈 정도로 생소한데다가 용조수(의천도룡기에 등장하는 그 용조수?) 창주삼식... 패연유우... 하는데 이게 뭐 어떤동작인지... 눈으로 읽고 뇌로 상상의 나래를 좀 펴야 읽는 재미가 두배쯤 늘어나지 않았으려나? 3권의 중반부를 넘어가는 말미에 드디어 기다리던 교봉이 등장한다. 사조영웅전으로 이젠 낯설지 않은 개방 방주의 타구봉... 이 나올줄 알았건만 타구봉법진은 또 뭐야? 아직 남아있는 페이지 수를 보면 그래도 교봉의 무공을 조금은 감상할 수 있겠다 싶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김용 특유의 조연급 등장인물들의 쓰잘데기없는 말장난은 천룡팔부에서도 여전해서 혹시나=역시나 라는 등식의 진리를 깨우쳐주네.ㅜ.ㅜ 4권을 볼 날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