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하일기>가 어떤 책이라는 건 알고 있었고, 한 번 읽어봐야지하는 생각만 있었지 여태 읽지 못하고 있었는데 첫걸음이라는 말에 얼른 주문해서 읽었다. 책을 읽고난 후 박지원이라는 인물에 푸욱 빠졌다. 학자들이 박지원의 문장을 칭찬한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을 다 읽은 이후에는 박지원의 글들이 너무 재미있어서 허생전, 호질 등은 물론 '열하일기' 전문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이 책의 박수밀저자가 박지원의 글을 쉽고 재미있게 풀이한 부분도 큰 몫 할 터이다. 박지원의 글솜씨 뿐만 아니라 그의 해학적인 사고와 생활, 세상을 보는 혜안, 사람을 대하는 따뜻함 등 박지원의 매력에 푸욱 빠질 수 있는 책이었기에 읽는 내내 감탄스러웠고 감동이었다.
인간은 자신이 경험한 세계만을 진리의 전부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경험 밖의 존재는 위험하고 나쁘다고 생각한다. 보고 들은 것이 고정되어 있을수록, 동일한 정보만을 반복해서 보고 들을수록 선입견과 편견은 더욱 강화된다. 그리하여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흑백논리에 갇혀 혐오와 차별을 낳는다. 더 큰 사랑과 자비를 베풀어야 하는 종교인이 때로는 더 편견이 심하고, 남을 쉽사리 배척하고, 자기 공동체만을 옹호하는 광경을 보게 되는데 같은 지식만 반복해서 보고 듣다 보니 편견과 선입견이 굳어 버리는 것이다. p. 57
아, 슬프다! 내가 지금 급히 글 쓰다 이런 생각이 든다. 먹 한 점 찍는 사이는 눈 한 번 깜박하거나 숨 한 번 들이쉬는 순식간의 일이지만, 눈 한 번 깜박이고 숨 한 번 쉬는 사이에도 이미 작은 옛날과 작은 오늘이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하나의 '옛날'이나 하나의 '현재' 역시 큰 눈 한 번 깜빡이거나 큰 숨 한 번 들이쉬는 '사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사이'에서 명예를 세우고 일을 이루겠다니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일신수필서> p. 113
연암은 내 눈앞의 자연 사물이야말로 문자 안 된 글자요 쓰이지 않은 문장, 곧 불자불서지문(不字不書之文)이라고 말한다. 눈앞에 펼쳐진 삼라만상이 훌륭한 책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내가 직접 보고 듣는 눈앞의 일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 몸짓을 담아내는 것이 좋은 글 읽기이자 글쓰기다. 참된 것은 내 눈앞에 있다. 기호 언어에서 자연 언어로의 전환이라고 하겠다. p. 284 |
|
열하일기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므로 작가가 공부하면서 느낀바를 풀어쓴 방향지시등 같다. 일기를 쓴 날짜 하나에도 박지원의 의도가 깔려있고 허생전과 호질에도 복잡한 문학장치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내비치고... 왜 열하일기하는지 박지원이 왜 대단한 사람인지 책을 읽다 보면 알게 되고 어쩌면 신념을 행한 사람이어서 감동이 더 큰듯하다 아는 만큼 보이므로 미리 방향을 알고 원본 책을 읽는다면 박지원의 눈을 생각을 따라가며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수 있을듯하다. 답사 사진도 있어서 단순히 독서로 끝나지 않고 박지원의 그길에 동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