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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가 먼저 출판되지 않았더라면, 장미의 이름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더라면...아마도 단테클럽이 역사 추리소설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단테클럽은 실제로 롱펠로우가 자신과 친분있는 미국 문인들과 만들었던 책읽기 동호회로 단테의 신곡 (Divine Comedy) 번역을 위해서 일주일에 한번씩 강독회 및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일을 하게됩니다.
역사속의 인물들과 작가의 상상력을 이야기로 풀어내는데는 특별히 나무랄 데가 없으나,19세기식 영어와 (작가의 의도적인 설정) 함께 어색한 탐정 노릇을 하는 나이많은 문학가들의 인물 전개가 지루하게 반복되어 추리소설의 생명인 서스펜스가 반감돼고 맙니다.
개인적 소망은 작가가 좀더 편집에 신경을 써서 추리소설의 빠른 전개와 함께 역사소설의 무게를 더할 수 있었으면 했습니다. 다빈치코드의 숨막힐 듯한 스릴도 장미의 이름의 묵직한 역사 이야기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교과서에나 등장하는 유명한 19세기 미국 시인들과의 반가운 만남이었습니다. 여러번 같은 내용이 반복되기는 하지만 단테라는 인물에 대한 이해도 도움이 됐구요. 19세기 영어 문체나 대화가 궁금하신 분들, 미국시를 배우고 계시는 분들에게는 반가운 책일 듯 합니다.
기억에 남을 만한 구절도 하나 있더군요. [인상깊은구절] Some would say, I suppose, that in translating, the foreign author's voice should be modified to gain soothness to the verse. On the contrary, I wish as translator, like a witness on a stand, to hold up my right hand and swear to tell the truth, the whole truth, and nothing but the truth. - Longfellow - From The Dante Club, Matthew Pearl |
| 내가 가지고 있던 단테와 롱펠로우의 이미지는 고풍스런 액자틀에 갇힌 흑백 사진과 그들의 대표작 이름정도 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그런 박제된 인물들을 우리와 같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살아 있는 인물로 생생히 그려진다. 이미 롱펠로우 시절에도 단테는 죽은 지 오래된 인물이지만 롱펠로우와 그 문학적 동료들은 인간으로서의 단테 생각을 읽고 싶어 하고 추측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의 대표작인 신곡을 유럽식 영어가 아닌 미국식 영어로 번역하려하지만 방해물을 만난다. 그 방해물은 단테의 지옥을 흉내 낸 연쇄 살인사건이기도 하고 단테를 미국에 소개시키고 싶지 않은 다른 지식인 그룹이기도 하다. 그 당시 미국만의 종교적 순수성을 단테의 신곡으로 더럽히고 싶어 하지 않는 다른 사람들이다. 이 소설에서는 롱펠로우와 단테 두 사람의 이야기와 함께 남북전쟁 직후 북부의 사회를 잘 묘사하고 있는데 현재 자유와 평등을 구가한다고 자랑하는 미국도 과거에는 지독한 인종차별과 종교적 편협성에 매달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남북전쟁 이후의 남부 사회를 그리고 있다면 이 소설은 북부를 묘사하고 있다. 나의 공간과 시간이 아닌 한 사회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데 소설만큼 좋은 도구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영어 또한 19세기 영어이니 문어체 단어가 많아서 읽기가 현대소설보다는 까다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