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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도시들을 거기 그렇게 사연을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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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여행에 대해 별다른 특심이 없는 자신을 본다. 특히 외국의 공간을 여행한다는 것에 관심이 별로 없다. 말도 통하지 않고 불완전한 생활이 이루어질 것을 생각하니 미리 주눅이 드는 바도 있다. 여행지라면 어느 곳이다 같지 하는 마음도 작용한다. 또한 우리나라에도 볼만한 것도 많고 충분히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다는 생각도 외국 여행을 기피하는 한 요소가
"유럽의 도시들을 거기 그렇게 사연을 담고 있었다." 내용보기

 

들어가기

 

여행에 대해 별다른 특심이 없는 자신을 본다. 특히 외국의 공간을 여행한다는 것에 관심이 별로 없다. 말도 통하지 않고 불완전한 생활이 이루어질 것을 생각하니 미리 주눅이 드는 바도 있다. 여행지라면 어느 곳이다 같지 하는 마음도 작용한다. 또한 우리나라에도 볼만한 것도 많고 충분히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다는 생각도 외국 여행을 기피하는 한 요소가 된다. 책을 통해서 외국 여행을 많이 하지만 그 속에서 그렇게 큰 감명을 받지 못한 듯한 바도 있다. 아니 내 성향과 기호에 특별함을 더하지 못했다는 의미이리라.

 

또한 비행기를 타고 배를 타는 여정들이 그렇게 나에겐 달가운 것이 아니다. 차량이나 기차 등은 편안함을 주는데 비행기나 배 등의 교통수단은 나에겐 무척이나 부담이 된다.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속을 불편하게 한다. 심리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육체적인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한 번은 12시간 운행하는 큰 배를 탄 적이 있는데, 출발하기 전 승선한 상황에서 속이 무척이나 불편함을 느꼈다. 술을 많이 먹고 속이 불편했을 때의 그 느낌이었다. 비행기를 탈 때도 이륙하는 상황 속에서 몸의 떨림 같은 것을 인지하곤 했다. 이런 교통수단의 불편함이 여행에 대한 나의 시각까지 영향을 준 것이다. 그것이 국내 여행으로 행선지를 만들게 하고, 그런 여행을 지금까지 쭉 해오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바쁘기만 하고, 채색된 여행지들만 돌아보는 것이 외국 여행이라고 생각했던 시각이 도시와 공간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있음을 알면서 새로운 시각이 됨을 본다. 해외여행이라고 하면 늘 가는 도시, 늘 보는 공간, 늘 만나는 물상들 그렇게만 인식하면서 책을 통해 다 만나고 본 것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들을 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이 책은 여행지로 유럽에서 몇 개의 도시들이 제공되어 있고, 그들의 속살을 만나도록 만들고 있다. 피상적인 여행 구조에 독자를 놓아두도록 하지 않고 깨어 같이 여행을 하게하고 있다. 커피의 향기 같은 진한 향기가 느껴진다. 녹차를 음미하는 것처럼 깊은 맛을 느낀다.

 

유럽의 도시들

 

파리로 안내한다. 먼저 영화 한 편을 소개해 준다. <미드나잇 인 파리. 이 영화는 3가지 색깔의 파리를 담고 있다. 연대가 다른 3시대를 통해 파리의 진면목을 일깨워 준다. 파리가 만나는 예술가들을 통해 시대의 장엄함까지 함께해 볼 수 있다.몽마르트르는 예술가들의 공간이다. 이곳을 가보지 않고 예술을 논한다는 것은 이상한 것처럼 느끼도록 이끌어 간다. 파리의 카페, 지성들이 마주하여 역사를 창조한 공간을 살펴볼 수 있다. 파리의 중요한 곳으로 묘지를 언급한다. 묘지에는 역사가 살아있다고 전제한다. 많은 예술가들의 혼이 서린 곳, 묘지를 돌아보는 일은 참된 파리를 찾는 일처럼 인식하게 하고, 나에게도 그렇게 보인다.

 

빈에서는 비포 선라이즈란 영화를 만나게 한다. 영화는 빈의 속살을 낭만적으로 보여준다. 서로 모르는 남녀가 의기투합하여 하루를 같이 보낸다. 그 하루는 같이 잠을 잔다는 의미가 아니고 빈의 속살로 다가가는 하루다. 도나우강이 그려지고 카페도 나온다. 알베르티나 미술관 옥상도 나온다. 프라터 공원에 가서 대관람차도 탄다. 둘은 6개월 후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예정된 길로 간다. 영화를 통해서 보여주는 환상도로, 클림트가 사랑한 카페, 프로이트의 단골 카페, 음악의 성지로 불리는 베토벤을 비롯한 많은 음악가들이 살았던 곳 등을 우리는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세기 지성이 빈에서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한다. 우리는 이곳에서 그들의 영혼을 만난다.

  

  

프라하는 늦게 알려진 도시다. <미션 임파서블은 그 역할을 감당했다. 체코 프라하는 공산체제에서 벗어난 지 오래 되지 않았기에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곳보다 가보고 싶은 도시가 되어 있다. 프라하성은 짙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볼타바강 옆의 둑길도 중세의 묵묵한 포석이 가스등 불빛에 반짝거리며 풍광을 더없이 빛나게 한다. 프라하의 3대 명소는 프라하성, 카를교, 구시가광장과 천문시계다. 영화 새벽의 7에서 이들이 잘 그려진다. 레지스탕스의 몸부림이 영화의 분위기를 무겁게 눌러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좀 그렇지만 배경은 충분히 프라하를 느낄 수 있게 한다. 그 길은 카프카가 걸었고 빈에서 마음을 다친 모차르트를 품었다. 스메타나가 보헤미아인의 정신을 노래했고 진리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외쳤던 얀 후스가 넉넉하게 지켜보고 있다. 중세의 신비를 간직한 프라하성은 거인상과 더불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런던을 불러 온다. 런던과 파리는 우리들에게도 가장 잘 알려진 도시다. 문명의 도시로 런던, 문화의 도시로 파리 그렇게 보아도 될 듯하다. 우리가 지금 제1 외국어로 공부하고 있는 언어도 영어다. 영국이 그만큼 우리들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해도 될 것이다. 물론 영국의 청교도 인들이 미국으로 건너가고, 그들이 근간이 된 미국이 독립하면서 영어를 언어로 사용했다. 그런 상황이 근현대 사회 속에서 미국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고 있는 세계가 영어를 가장 선호하는 언어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다. 그 바탕이 되는 영국의 수도 런던, 많은 사람들에게 꿈의 도시가 될 것은 당연하다. 그 도시를 가져왔다. <노팅 힐이란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통해서 보여준다. 명배우 줄리아 로버츠를 통해서 사소한 오해로 멀어졌다가 가까워지고 또 멀어지다 해피엔딩에 이르는 내용을 그리면서 런던의 속살을 보여준다. 명물인 빨간색 2층 버스가 달리고, 사보이호텔, 런던의 거리거리들이 조명된다. 조지 오웰, 넬슨 제독, 세익스피어, 채플린 등을 우리는 이 도시에서 만날 수 있다.

 

독일로 간다. 독일에서는 두 개의 도시를 소개한다. 베를린과 라이프니치다. <베를린 찬사의 시란 영화는 천사가 인간 세상에 내려와 인간 군상들의 욕망을 들여다본다. 베를린은 전쟁의 상흔이 가득한 도시다. 동서로 나뉘어 서로 다른 체제 아래서 숱한 세월을 보내야 했고, 그것은 독일인의 자존심에 큰 상처가 된다. 전승기념탑은 그런 의미에서 위안이 되기도 한다. 론 장군과 비스마르크가 함께 서있고 독일이 가장 강력한 나라로 있을 때를 떠올릴 수 있게 한다. 마르틴 루터, 괴테, 프리드리히 니체, 바흐, 맨델스존, 비그너...... 등이 라이프니치와 인연을 맺고 흔적을 남긴 사람들이다. 이 도시에 오면 이들의 행적을 따라가 보는 것이 제대로 여행을 하는 길이 된다. 세기적인 인물들, 그들이 만들어 나가는 예술혼은 삶의 자리에서 넉넉히 녹아 있다. 라이프니치 전투도 언급하고 있다. 전쟁의 천재였던 나폴레옹이 패전의 멍에를 썼던 곳이기 때문이다. 이는 나폴레옹 시대의 막을 내리게 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그래서 세계사 전쟁 속에서 그 전투가 중요한 이름으로 등재되어 있다.

  

  

나오기

 

유럽의 도시 여행을 담았다. 가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피상적인 여행지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니고 세계의 지성들과 그들이 남긴 도시의 흔적을 쫓게 하고 있다. 책 속에서 만난 많은 이야기들의 근원을 찾게 하고 있다. 이러다 언젠가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동양에서 유럽을 논하는 것은 몽고 대제국 대부터 였던 듯하다. 그들의 유럽 침공이 동양과 서양을 연결시켰고, 정화의 대함대도 유럽에 발을 들였다고 들었다. 그러면서 유럽에 대한 신비적인 요소들이 조금씩 걷혀 갔다고 보여 진다. 하지만 우리와 삶의 체질이 많이 다른 유럽, 그들이 만들어낸 사상과 문화, 예술은 오늘의 인류를 이끌어간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 흔적을 찾아서 음미한다는 것은 확실히 매력적인 일이 된다. 마음으로 여행을 하게 하는 책, 이 책을 읽으면서 유럽의 도시들에 대한 새로운 의미가 일깨워져 온다.

 

우리가 잘 자각할 수 있는 도시의 실제를 영화를 통해서 인지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방법도 상큼하다. 영화란 많은 독자가 알고 있는 세계일 듯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명장면들이 도시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역사적인 인물들을 불러내는 것은 책이 가꾸어나가는 구성이다. 독자인 우리는 책의 구석에서 도시의 골목길을 만난다. 그 골목길에는 많은 사연들이 흐른다. 그 사연들은 세상을 여는 후광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그 후광을 만나면 된다. 그리고 그 속에 자신의 몸을 놓으면 된다. 유럽의 도시가 갑자기 가깝게 다가든다. 유럽 도시 여행에 대한 특심이 인다. 더 늦기 전에 한 번 갔다 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j****3 2020.08.13. 신고 공감 1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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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유럽] 이 책을 손에 쥐고 무작정 떠날 수 있다!
"[언젠가 유럽] 이 책을 손에 쥐고 무작정 떠날 수 있다!" 내용보기
궁합이 맞는 책을 만나면 손에서 놓기가 쉽지가 않다. 큰맘을 먹지 않고서는 책을 덮을 수가 없다. <언젠가 유럽>이 내게 그랬다. 저자의 글솜씨도 일품이지만 그의 문체 속에서 묻어나는 인간적인 매력이 나를 끌어당긴다.   여행지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게 참고할 만한 영화와 여행지와 관련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 좋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그가 소개하는 영화를 미리
"[언젠가 유럽] 이 책을 손에 쥐고 무작정 떠날 수 있다!" 내용보기

궁합이 맞는 책을 만나면 손에서 놓기가 쉽지가 않다. 큰맘을 먹지 않고서는 책을 덮을 수가 없다. <언젠가 유럽이 내게 그랬다. 저자의 글솜씨도 일품이지만 그의 문체 속에서 묻어나는 인간적인 매력이 나를 끌어당긴다.

 

여행지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게 참고할 만한 영화와 여행지와 관련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 좋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그가 소개하는 영화를 미리 찾아보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 되리라.

 

저자는 파리, , 런던, 프라하, 베를린, 라이프치히 6개 도시를 다루고 있다. 이들 도시를 배경으로 다룬 대표적인 영화 이야기로 시작해 여행을 풀어나간다. 지적 희열을 추구하는 개인주의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라 하겠다. ‘무겁지는 않지만 결코 가볍지도 않은 유럽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우리의 지적 생활과 문화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인물들과 교감하는, 저자가 안내하는 여행지로 떠나보자.

 

<Paris 파리

파리에서 반나절밖에 시간이 없는 단체 여행객들로 반드시 가보는 곳이 몽마르트르와 에펠탑이다. 몽마르트르는 보헤미안적 자유와 쾌락과 예술의 해방구였다. 이런 세기말의 이미지는 여전히 지금도 몽마르트르 언덕을 떠돈다.

 

거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몽마르트르의 테르트르 광장은 이국적인 낭만과 오밀조밀한 예술적 분위기로 흘러넘친다. 이 광장은 해발 130미터 높이에 있어 파리 시내가 발 아래로 놓인다. 화가 아메테오 모딜리아니가 드나든 단골 술집 중 하나인 라팽 아질’, 라팽 아질에서 2분 거리인 몽마르트르 미술관, 비스트로(러시아로 빨리라는 뜻)가 탄생한 카트린 아줌마 식당을 꼭 보고 가야 한다.

 

파리 카페의 향기를 맡고 음미하려면 생제르맹 대로에 가야 한다. 파리의 카페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생제르맹 대로가 그 중심을 차지한다. 생제르맹의 카페들은 세계 지성의 아지트였다. 그 출발점은 쌍둥이 카페 되 마고플로르.

 

되 마고(Les Deux Magots)는 작가들이 특히 좋아했다. 헤밍웨이, 보부아르, 사르트르, 카뮈가 단골이었다. 되 마고와 작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있는 카페 드 플로르(Cafe de Flore)는 생제르맹 대로에서 되 마고와 오랜 세월 라이벌 관계였다. 플로르는 195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누벨바그 영화 운동이 태동한 곳이다. 영화의 새로운 흐름이라는 뜻의 누벨바그 운동은 할리우드에 대한 반동에서 시작되었다. 할리우드 영화가 스튜디어 세트 안에서 촬영했다면, 누벨바그 운동은 밖에서 자연광을 활용한 촬영을 중시했다.

 

생제르맹 카페의 권위를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 되 마고는 1933되 마고 상을 제정해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재능 있는 신인 작가를 발굴해 상금과 함께 시상하는 상이 되 마고 상이다.

 

파리에 왔다면 센강 크루즈를 반드시 한 번은 경험해야 한다. 노트르담 성당과 알렉상드르 3세교의 조명 경관, 에펠탑의 점등 쇼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야간이다.

 

유럽에서는 묘지 투어가 아주 일상화되어 어려서부터 묘지 투어를 한다. 묘지 해설사라는 직업이 아예 따로 있을 정도다. 기독교 문명이 내면화된 유럽인은 죽음을 삶의 일부분으로 여긴다. 그래서 묘지를 공동체의 한가운데에 둔다.

 

왜 유럽 사회에는 묘지 투어가 깊게 뿌리를 내렸을까. 앞서간 이의 생애를 통해 현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죽음을 자각하는 자만이 참된 삶을 깨닫게 된다고 그들은 믿는다. 묘지 투어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을 동시에 가르치는, 살아있는 교육 현장이라는 생각을 그들은 공유한다.



샹송 가수 달리다(Dalida)의 묘지는 특히 인상적이다. 건축가가 묘지를 공연 무대로 설계했다. ‘달리다 콘서트에서 그녀가 걸어나와 지금 무대 앞에서 막 노래를 부르려는 모습이다. 몽마르트르 묘지에 달리다 전용 무대가 설치되어, 그녀는 여전히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Wien

빈을 느끼려면 먼저 공간적인 측면에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도시 공간으로서의 빈을 이해하는 핵심 축은 링슈트라세, 환상(環狀)도로. 도로가 반지처럼 동그란 원을 이루고 있어서 환상도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빈은 카페 문화를 창조한 도시다. 19~20세기를 빈에서 보낸 인물들 중 회화와 정신사의 대표 인물은 구스타프 클림트지그문트 프로이트. 생전의 클림트가 공인된 애인 에밀리 플뢰게와 자주 간 카페는 세 곳이다. 첸트랄, 데멜, 그리고 슈퍼를.

 

1868년에 태어난 첸트랄은 빈의 다른 카페들과 다르게 천장이 매우 높다. 그것은 애초에 이 건물이 궁전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첸트랄은 작가들의 사랑방이면서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이들의 전용 공간이었다. 클림트의 두 번째 단골 카페는 데멜이다. 황실 베이커리로 출발한 데멜은 타르트와 쿠키가 빈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1880년 문을 연 슈페를은 현재 문화재로 지정됐다. 조용하고 오붓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빈 토박이들이 즐겨 찾는 카페다.

 

빈에 와서 프로이트의 체취를 조금이라도 느끼지 못하고 간다는 것은 빈의 3분의 1을 보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빈은 20세기 사상의 발전소였고, 그 중심에 프로이트가 있지 않은가. 프로이트의 단골 카페는 란트만코르프였다.

 

예술, 정치, 학문의 공간과 지척에 있는 란트만 카페는 1873년에 태어났다. 세련되게 다듬어진 우아한 공간이다. 빈의 부유한 중산층이 애용하는 공간으로, 어느 정도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된 카페다. 프로이트는 란트만에 오면 으레 앉는 자리에만 앉았는데, 큰 거울이 있는 좌석으로 그때나 지금이나 프로이트 지정석으로 불린다. 코르프 카페는 별도의 미팅룸이 있어서 정신분석학회 공식 모임을 이곳에서 갖곤 했다.

 

빈은 마리아 테레지아(1717~1780) 황제 이래 200년 이상 유럽의 음악 수도로 군림했다. 재능 있는 음악가들이 모여들어 경쟁을 벌이며 음악가로서 전성기를 누렸다. 브람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요한슈트라우스, 쇤베르크…….

 

이들이 살다 간 집에는 명판(플리크)이 부착되어 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이 집에서 살았고, 혹은 이 집에 살면서 어떤 작품을 썼는지와 같은 역사적 사실을 기록해놓았다. 빈 중앙묘지에는 음악가들의 묘지를 따로 조성해 두었을 정도다.

 

음악의 수도에 와서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돔가세 5번지. 돔가세 5번지는 모차르트가 전성기를 보낸 집이다. 베토벤이 살던 집인 파스콸라티 하우스는 현재 박물관으로 운영된다.

 

<Praha 프라하

프라하성은 짙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 아청빛 하늘에 프라하성은 비로소 잠에서 깨어난다. 프라하 구시가를 걸을 때는 바짝 긴장해야 한다. 구시가에서 잠깐만 딴생각을 하고 걸으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중세에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도시 공간이다 보니 골목길이 얽히고 설켜 있다.

 

프라하 여행의 3대 명소는 프라하성, 카를교, 구시가광장과 천문시계. 구시가광장과 주변 골목길의 건물을 유심히 살펴보자. 건물 현관 윗부분에는 번지수 옆에 조형물이 부착되어 있거나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 이미지는 황금 곰부터 두꺼비까지 정말 다양하다. 포도와 같은 열매 이미지를 붙여놓은 집도 있다. 이 이미지는 중세 시절, 간판과 문패에 번지수를 대신했다. 집주인의 생업을 표시하기도 했고, 기호나 취미, 삶의 철학이나 인생관을 드러내기도 했다.

 

구시가광장에서 헤매지 않고 카를교한 번에가려면 카를로바 길을 따라 걸어야 한다. 카를교와 이어지는 골목길이라고 해서 카를로바라는 이름이 붙었다. 좁은 골목길에 보석 같은 가게들이 숨은 그림처럼 박혀 있어 정신을 홀리기 딱이다.

 

모차르트는 최후의 교향곡 38~41번 중 38번 교향곡에 프라하라고 이름 붙였다. 이것을 보면 모차르트가 프라하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모차르트가 눈을 감았을 때, 프라하는 비통했다. 성 미쿨라셰 성당에서 모차르트를 추모하는 미사가 열렸다.

 

프라하성 입구는 화려하거나 장엄하지는 않다. 오히려 섬찟하고 두려운 느낌을 준다. 정문에 설치된 석상 때문이다. 한 사람은 칼로 짓밟힌 사람을 찌르려 하고, 한 사람은 짓밟힌 사람을 몽둥이로 내리치려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싸우는 거인상이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싸우는 거인상은 프라하성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싸우는 거인상에서 칼과 쇠몽둥이로 척살되기 직전의 사람은 바로 피지배민족인 보헤미아인이다. 이 조형물은 바로 합스부르크 제국이 300년간 보헤미아를 통치한 원천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사실은 체코인들이 오스트리아 지배에서 벗어난 지 100년이 지났건만 프라하성 문의 조형물을 그대로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식민 지배 역사도 곧 체코 역사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London 런던

포토벨로가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설렁설렁 둘러봐야 보이는 곳이다. 포토벨로가는 2~3층까지 집들이 길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팔레트 뚜껑을 열어놓은 것처럼 알록달록한 파스텔 톤이다.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집들처럼 아기자기하다.

 

트래펄가 광장은 서울로 치면 광화문 광장 같은 곳이다. 섬나라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의 바다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대영제국의 원동력은 세계 최강의 해군력이었다. 영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승전이 트라팔가르 해전이다.

 

1805년 스페인 트라팔가르곶에서 영국 함대는 나폴레옹 함대(프랑스, 스페인 연합함대)와 대회전을 벌였다. 넬슨 제독은 단 한 척의 배도 잃지 않고 나폴레옹 연합 함대를 물리쳤다. 나폴레옹은 해전 패배 이후 영국 정복의 꿈을 접고 유럽 대륙에만 관심을 쏟았다. 이로써 영국은 세계의 바다를 손아귀에 틀어쥐고 마음 놓고 오대양을 휘저으며 식민지를 건설했다.

 

세계 시간의 표준이 정해진 영국왕립천문대가 있는 곳이 그리니치. 그리니치는 해상제국 영국의 역사를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옛 왕립해군대학, 국립해양박물관, 세상에서 가장 빠른 범선 커티 삭등이 이곳에 있다. 대영제국을 건설한 영국 해군의 정신이 서려 있는 곳이다.

 

극장, 영화관들이 몰려 있는 웨스트엔드(West End). 영미권의 모든 엔터테인먼트는 웨스트엔드가 고향이다. 이곳에서 영국인이 가장 자부심을 갖는 곳은 길구드 극장이다. 셰익스피어 연극의 제1인자인 배우 겸 연출가 아서 존 길구드의 이름을 딴 연극 전용 극장이다. 매년 햄릿이 무대에 올려진다.

 

정원 중앙에서 턱을 괴고 내려다보고 있는 인물은 윌리엄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가 지그시 내려다보는 쪽에 자그마한 체구의 남자 동상이 세워져 있다. 대나무 지팡이를 짚고 있는 찰리 채플린이다. 레스터 광장 한가운데에 비극의 황제와 희극의 황제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구도다. 영국 런던이 아니라면 또 어디에서 이런 구도의 동상을 세울 생각을 하고, 또 세울 수 있을까 

 

<Berlin 베를린

빌헬름 기념교회는 브란덴부르트 문과 함께 베를린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19431123, 연합군 폭격기가 투하한 포탄 두 발이 빌헬름 기념교회에 떨어졌다. 첨탑을 떠받치고 있던 팔각형 탑 윗부분이 통째로 날아갔다. 높이 113미터 중 50미터가 뭉텅 잘려 나갔다. 교회의 외관은 첨탑이 생명인데, 그 첨탑이 부서져버린 것이다.

 

서베를린 정부는 고심을 거듭한 끝에 결정을 내린다. 복원하지 않고 파괴된 그대로 두기로 했다.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보여주자. 빌헬름 기념교회 책임을 맡은 건축가 에곤 아이어만은 이렇게 말했다. “다음 세대들이 끔찍한 일을 체험했던 사람들을 이해하고, 폐허가 그들이 견뎌야 했던 고통이었음을 이해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처럼 빌헬름 기념교회에는 나치 독일에 대한 독일인의 자성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유럽 여행을 할 때마다 홀로코스트 추모비를 찾곤 한다는 저자. 유럽 국가의 수도에는 거의 대부분 홀로코스트 추모비가 있다고 보면 되는데 베를린의 그것과 비슷한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2005년에 문을 연 추모공원은 티어가르텐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19000제곱미터의 축구장만 한 크기에 회색 직사각형 기둥2711 세워놓았다.

 


2711개의 직사각형 기둥은 크기가 같은 게 하나도 없다. 직사각형 기둥의 높이가 제각각 다른 것처럼 바닥도 너울처럼 출렁인다. 희생된 유대인들은 나이도 다르고 강제수용소에 끌려온 시기도 각기 달랐다. 2711개의 기둥은 유대인 600만 명의 인생을 상징한다.

 

<Leipzig 라이프치히

라이프치히 음악 여행에서 성 토마스 교회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바흐와 특별한 인연을 맺은 공간이고, 바그너가 여기서 세례를 받았다. 1823년 바흐는 성 토마스 교회의 음악 책임자인 칸토르(Kantor)에 임명된다. 이후 1750년 눈을 감을 때까지 장장 27년간 이곳에서 복무했다.

 

멘델스존1835년 라이프치히에 오면서 망각의 강물에 떠내려간 바흐 음악이 비로소 재조명되었다. 멘델스존은 바흐가 작곡한 오라토리오와 오르간 음악을 연주하면서 죽어 있던 바흐 음악을 부활시켰다. 자선 음악회를 통해 기금을 모아 바흐 동상을 세운 사람도 멘델스존이었다.

 

상업, 자성, 예술의 중심지인 라이프치히. 라이프치히는 인쇄업이 발달해 독일 연방에서 가장 많은 출판물이 발행되었다. 최초의 신문도 라이프치히에서 발행되었다. 그 중심에 라이프치히대학이 있었다.

 

라이프치히에서 저녁 한 끼를 해결해야 한다면 어우어바흐 켈러(Auerbach Keller)로 간다. 어우어바흐 켈러는 1525년에 문을 열었다. 이곳은 독일의 10대 레스토랑에 속한다. 대학생 괴테는 어우어바흐 켈러를 드나들며 전설적인 실존 인물 파우스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말년에 완성한 필생의 대작인 파우스트에서 이 식당을 살짝 등장시킨다. 대문호가 식당에 불멸의 미슐랭 인증 마크를 붙여준 셈이다. 어우어바흐 켈러의 천장과 벽면에는 온통 파우스트 이야기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어디에 시선을 던져도 파우스트가 들어온다.

 

 

천재를 알아보는 예술적 심미안을 가지고 있었던 요한 폰 파스콸리티 남작이 예민한 세입자 베토벤을 포용하는 모습에 놀라고, 영원히 묻힐 뻔했던 바흐의 음악을 널리 알린 멘델스존의 정성과 노력에 미소짓게 된다. ‘싸우는 거인상으로 식민 지배 역사를 기억하는 체코인과 빌헬름 기념교회의 부서진 첨탑을 있는 그대로의 역사로 받아들이는 독일인의 모습에서 우리의 역사를 잊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공원의 도시, 런던에서 만날 수 있는 햄프스테드 히스. 100만 평 면적에 천연 원시림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니 기대된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카페, 라이프치히의 춤 카페 바움(Zum Arabischen Coffe Baum)’도 흥미롭다. 저자의 해외여행 경험에 비추어 지구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공간이라고 말한 프라하 구시가광장도 꼭 가보고 싶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가이드와 함께 유럽으로 떠나고 싶은가? <언젠가 유럽을 손에 쥐고 무작정 떠나도 될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여행지의 모습에 그 기쁨이 배가 될 것이다.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러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을 얻어오는 것이다.

 

- 여몽

s********0 2020.08.16. 신고 공감 13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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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유럽』마음은 벌써 유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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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벌써 유럽에 있다. 혼자서 생각해 보았다. 유럽으로 향했을때 14일간 자가격리후 14일간의 여행을 한다고 치자. 돌아와서도 14일간의 자가격리를 하게 되면 총 6주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게 과연 옳은 일일까. 그래도 어딘가 여행 사이트에 들어가서 뒤적거려볼까 싶은 게 요즘이다. 난데없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내가 세운 계획으로는 유럽 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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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벌써 유럽에 있다. 혼자서 생각해 보았다. 유럽으로 향했을때 14일간 자가격리후 14일간의 여행을 한다고 치자. 돌아와서도 14일간의 자가격리를 하게 되면 총 6주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게 과연 옳은 일일까. 그래도 어딘가 여행 사이트에 들어가서 뒤적거려볼까 싶은 게 요즘이다. 난데없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내가 세운 계획으로는 유럽 여행을 먼저 한 다음 가까운 데를 몇 군데 다니는 게 쉬면서의 일정이었는데 말이다.

 

나는 책으로 유럽 여행을 하게 되었다. 실물로 유럽을 보려고 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파리, 빈, 프라하, 런던, 베를린, 라이프치히를 만났다. 책 속에 언급된 영화도 다시 보았다. <미드나잇 인 파리>와 <비포 선라이즈> 영화 속 도시, 거리를 아련하게 쳐다 보느라 내용에 좀처럼 집중하지 못했다.

 

 

 

저자는 영화 한편을 소개한 다음 그 도시에 얽힌 이야기와 건물에 살았던 작가나 화가 그리고 카페 등을 소개한다. 많은 사람들이 유럽 여행을 단체로 하게 되는데 그것에 대한 단점들을 언급한다. 예를 들면 파리의 데르트르 광장에 갔을 때 한 시간도 머물지 않으면서 몽마르트르를 다 보았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한 장소에서 오랜 시간을 머물며 걷고 보고 먹는 시간을 가질 것을 원한다. 여행을 하게되면 그렇지 않은가. 한 장소에서 우리가 원하는 만큼 있을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는 유럽 여행은 안단테(andante) 여행이라고 했다. 도시와 공간을 제대로 볼 수 있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보인다고 말이다.

 

 

 

파리는 예술의 도시, 낭만의 도시다. 모딜리아니가 드나든 단골 술집인 '라팽 아질'은 테르트르 광장과 가깝다. 1910년에 문을 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테르트르 광장에 왔다면 꼭 보고 가야 할 곳이 바로 '카트린 아줌마 식당'이다. 작아서 지나칠 수 있으니 주의할 것을 원한다. 그곳은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과 관계 있는 곳으로 러시아 코사크 기병들이 나타나 술을 마신 곳이다.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주인공들은 살롱 문화의 중심지인 생제르맹으로 향한다.

 

 

 

세계 지성들의 아지트인 생제르맹의 카페는 '되 마고'와 '플로르'가 그 출발점이다. 영화 속 화면에서 자주 나타나듯 카페 밖에 앉아 조그만 커피 잔을 두고 신문을 읽는 사람, 연인과 대화를 하는 사람들. 그 앞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은 유럽 카페의 일상적인 모습으로 보였다. 헤밍웨이와 보부아르, 사르트르, 카뮈가 단골인 카페 되 마고는 그 역사와 전통을 잘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파리 하면 퐁뇌프를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퐁뇌프의 연인들>을 보았을때 살면서 파리는 꼭 한번 가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곳이기도 하다. 그 아름다운 다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또 하나 파리에 왔다면 센강 크루즈를 한 번은 반드시 경험해 보라는 팁을 준다.

 

저자도 밝혔지만 동양은 묘지에 대한 터부가 있는 것 같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서도 제시와 샐린이 묘지 투어를 하고 있는 장면이 있다. 서양에서는 묘지 투어가 어렸을 때부터 일상화 되었다고 한다. 기독교 문명때문에 죽음을 삶의 일부분으로 여긴다는 부분이 새로웠다. 밭 한쪽에 조립식 주택을 가져다 놓고 싶은데 앞에 묘지가 있어 껄끄럽게 여기는 나와 비교 되었다. 역시 문화라는 것은 그 나라의 고유한 것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왜 유럽 사회에는 묘지 투어가 깊게 뿌리를 내렸을까. 앞서간 이의 생애를 통해 현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죽음을 자각하는 자만이 참된 삶을 깨닫게 된다고 그들은 믿는다. (91페이지)

 

 

 

이 문장은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베를린을 여행했을때 아우슈비츠를 방문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베를린 챕터에서도 밝혔지만 홀로코스트 추모공원에 있는 2711개의 기둥은 600만 명 이상의 유대인의 인생을 상징하는 곳이라고 한다. 저자는 유럽 여행을 할 때마다 홀로코스트 추모공원을 찾는다고 하는데 발췌 문장에서처럼 죽음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자만이 참된 삶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것과 닮았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배경이 되었던 빈은 음악의 도시다. 빈 하면 떠오르는 건 역시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요한 슈트라우스 등이다. 모차르트가 전성기를 보낸 '피가로의 집'으로 불리는 돔가세 5번지를 비롯해 베토벤이 살던 집이었으나 현재는 박물관으로 운영되는 '파스콸라티 하우스'를 가봐야 한다. 더불어 트램과 지하철로 거의 모든 곳을 가볼 수 있다는 게 빈 여행의 매력이라고 하였다. 여행자들에게는 아주 편리한 교통수단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클림트의 그림을 좋아한다. 클림트와 관련된 소설과 책도 여러 권 소장하고 있을 정도다. 카페의 도시인 빈에서 클림트가 사랑한 카페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반갑다. 1684년 빈 최초의 카페가 문을 열었을만큼 빈은 카페의 도시다. 클림트의 연인이었던 에밀리 플뢰게와 자주 간 카페가 첸트랄, 데멜, 슈페를이다. 이 곳에 가면 우리가 비엔나 커피라 부르는 아인슈페너를 마시면 더할나위 없겠다. 아인슈페너의 탄생 배경도 흥미롭다. 독일어로 '아인'은 하나, '슈페너'는 말이라는 뜻으로 마차를 모는 마부가 언제 손님의 호출이 있을지 몰라 커피 위에 휘핑크림을 얹은 게 유래되었다. 커피가 마차의 흔들림에 쏟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블랙 커피만 마신다고 하여도 빈에 가면 아인슈페너 한 잔 쯤은 마셔주어야 할 것 같다.

 

 

 

이제 2년 전 가기로 했다가 무산된 체코 프라하로 가보자. 프라하를 세상에 알린 영화가 <미션 임파서블>이다. 톰 크루즈를 좋아해 그가 나온 영화는 거의 다 챙겨본 사람으로서 <미션 임파서블>에 나왔던 도시 프라하는 남다르게 다가온다. 뿐만 아니라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줄리엣 비노쉬가 나왔던 <프라하의 봄>도 그렇다. 어디를 가나 신시가지보다 구시가지의 아름다움에 반하게 된다.

 

 

 

프라하 구시가광장은 저자의 해외여행 경험상 지구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공간이라고 말했다. 프라하 3대 명소를 가리켜 프라하성, 카를교, 구시광장과 천문시계라고 할 정도로 역사적인 건축물과 많은 인물들이 거쳐간 곳이다. 카프카를 키워드로 구시가광장을 누빈후 프라하 성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프라하성 안의 성 비투스 성당은 꼭 들러 봐야 한다. 보헤미아인의 정신세계가 닿아있는 곳이며 체코의 역대 왕과 성인들의 시신을 봉안해 놓은 곳이기 때문이다. 보헤미아 왕국이 합스부르크 제국에게 나라를 빼앗긴 조형물을 그대로 두어 식민 지배의 아픈 역사도 프라하의 상징물이 되게 했다. 카프카가 집필실로 사용한 집은 프라하의 황금골목길에 위치해 있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야로슬라프 사이프르트도 황금골목길에 집필실을 두었다. 우리가 걸어야 할 이유다.

 

<노팅 힐>의 런던은 자주 영국 영화 속에서 나와 익숙한 도시다. 경찰관이었던 조지 오웰이 무작정 글을 쓰기 위해 집세가 가장 싼 동네를 찾았던 곳이 노팅 힐이다. 넬슨 제독의 등신상이 있는 트래펄가 광장.  레스터 광장에는 셰익스피어와 찰리 채플린의 동상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 비극의 황제와 희극의 황제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곳. 런던만이 가질 수 있는 자부심이다.

 

저자가 역사와 문학적 인물들을 통해 바라본 도시의 건축물은 유럽의 역사와 함께 생성되었고 여전히 진행중이다. 런던을 대표하는 최고급 호텔인 리츠호텔에서의 하룻밤을 꿈꿔보고 싶게 만든다. 1906년 문을 열어 영국 왕실이 애용하고 있는 장소이기도하다. 이곳은 캐주얼 복장으로는 출입이 불가능하다. 구두를 신고 재킷을 걸쳐야만 입장할 수 있는 품위와 격식이 따르는 곳이라는 점이다. 영국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게 미국의 주택과는 다르게 정원이 넓고 키가 큰 나무가 많고 담이 높아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국식 정원이 유명하다고도 하는데 자물쇠가 잠겨 있는 사설 정원이 많다는 설명에 공감을 하게 된다.

 

 

 

베를린은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로 표현된다. 제목은 잘 알고 있지만 보지 않았던 영화인 것 같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있지만 오래전 1990년 전까지는 독일이 동과 서로 나뉘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친후 페허가 된 베를린은 전쟁의 참상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여럿 남아 있다. 연합군 폭격기가 투하된 빌헬름 교회는 폭격 맞은 모습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시리즈를 주로 써서인지 인물들이 살았던 도시의 건축물들이 주를 이루었다. 마르틴 루터, 괴테, 바흐, 멘델스존, 바그너의 도시로 인식된 라이프치히 또한 그렇다. 도시 여행은 인물들의 흔적을 따라 여행하는 것과도 같다. 바흐 마니아에게 성지와도 같은 성 토마스 교회는 사진만으로도 감동이 일게 한다. 성 토마스 교회에서 바흐는 27년간을 복무했다. 교회의 오르간 연주자이기도 했던 바흐의 묘지는 교회 중앙 제단 아래에 있다.

 

 

 

저자의 여행 에세이의 반가웠던 것 중의 하나가 카페였다. 그 도시만의 특성과 역사를 가진 카페는 또다른 도시의 즐거움이다. 분위기가 좋은 카페에 앉아 하릴없이 이야기하고 창밖을 바라보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카페 춤 카페 바움과 동양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카페 리케, 괴테가 대학생때 자주 드나들었던 아우어바흐 켈러에서 파우스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던 곳의 흔적들은 언젠가 유럽을 갔을 때 꼭 가보고싶은 곳이 되었다.

 

마음은 벌써 유럽에 가 있었다. 파리와 런던 시가지를, 빈에서 아인슈페너를 마시고, 프라하의 구시가광장을 걷고 베를린과 라이프치히의 전쟁의 참상을 눈으로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비록 집에서 책으로 유럽을 여행했지만 이것 또한 나쁘지 않았다. 다시 유럽 여행에 대한 꿈을 꾸었다. 느리게 하는 여행에서 안식을 찾는 나를 상상했다. 언젠가는 떠날 수 있겠지. 언젠가는 유럽의 도시 어느 한복판에서 조성관의 이 책을 떠올리겠지.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떠올리려 인상을 쓰며 책을 읽었던 기억을 더듬겠지. 마음은 벌써 유럽에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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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20.08.16. 신고 공감 12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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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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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우   유럽은 일부 국가이긴 하지만 여러 차례 가봤다. 현지에 설립한 공장이나 사무소를 점검하기 위한 업무 출장이 대부분이었지만. 출장 외의 일정으로는 단 한 번, 열흘 동안 별도로 휴가를 내어서 다녀온 경우가 있었다.  출장 기간이 아주 긴 경우는 거의 없어서 출장을 갈 때면 시차를 활용해 출장의 앞이든 뒤든 토요일과 일요일을 활용할 수 있도록 일정을 잡았다. 매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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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우

 

유럽은 일부 국가이긴 하지만 여러 차례 가봤다. 현지에 설립한 공장이나 사무소를 점검하기 위한 업무 출장이 대부분이었지만. 출장 외의 일정으로는 단 한 번, 열흘 동안 별도로 휴가를 내어서 다녀온 경우가 있었다.

  출장 기간이 아주 긴 경우는 거의 없어서 출장을 갈 때면 시차를 활용해 출장의 앞이든 뒤든 토요일과 일요일을 활용할 수 있도록 일정을 잡았다. 매번 출장 일정을 끝낸 뒤의 1~3일 정도는 연차휴가를 써서 가보지 못한 곳을 찾아가기도 했다. 다음번에 또 올 수 있을지 어떨지 알 수 없으니 이번 기회에 조금이라도 찾아보자는 마음이었다. 다행히 출장을 승인하는 분들이 출장에 이어 휴가를 사용하는데 너그러웠다. 출장지 주변의 알려진 곳을 찾아다니고 박물관과 미술관, 연주회장을 방문했다. 출장지와 떨어진 곳으로는 이른 시간부터 차를 운전하거나 기차를 타거나 때로는 비행기를 타고 움직였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걷는 시간이 가장 많았고 뜀박질로 걸음을 보충하기도 했다. (공식 일정 이외의 경우에 발생하는 비용은 당연히 내가 부담했다.)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있고 빨리, 많이 보려고 하니 늘 분주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조차 서둘렀고 카페에선 커피 한 잔조차 후다닥 마시고 일어서곤 했다. 그렇게 자동차 경주하듯 다녔던 기억은 뭔가 빠진 것처럼 아쉬웠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소개에 나오는 안단테 여행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늘 아지타토, 비바체, 프레스토로 움직였던 나에게 하는 말처럼 안단테가 들렸다. 안단테는 마냥 느리게 하라는 뜻을 품고 있지 않다.


 

그러면 책은

 

이 책은 느린 여행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행담의 소재는 파리, , 프라하, 런던, 베를린, 그리고 라이프치히 등 모두 유럽에 소재한 여섯 곳의 도시이다. 여섯 곳 모두 어떤 형식으로든 발을 디뎌본 적이 있어서 감회가 새롭다. 이 가운데 인구가 가장 적은 라이프치히만 약 60만 명 정도일 뿐이고 나머지 도시들은 최소 1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사는 대도시들이다. 그리고 이 도시들은 이미 관광지로 너무나 잘 알려져서 도시 곳곳에서 한국말 소리를 들을 수 있던 곳들이기도 하다. 느림과 여유를 추구한다면 한적한 시골이거나 교외 지역 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도시가 등장하지 않을까 했던 예상이 뒤집어진다.

  그런데 글쓴이가 각각의 도시에서 다다른 데는 자주 의외의 장소들이다. 보통의 여행 안내서에서 강조하여 소개하는 유명한 장소보다는 사람들의 발길이 덜 가지만 의미를 곱씹을 수 있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가는 곳으로도 시선이 가지만 감상의 방식은 남다르다. 그 장소에 녹아있는 역사를 들추고 거기에 살면서 그곳을 향유하고 풍부하게 했던 인물들을 불러낸다. 결국 도시는 겉모습뿐 아니라 거기에 살았던 사람들이 남긴, 그리고 지금도 남기고 있는 문화와 가치 위에 서있음을 읊는다. 글쓴이는 자신이 이 도시들에서 무엇을 보았고 어떤 감상을 품었는지, 또 우리가 여행에서 놓친 것은 무엇인지 풍부한 인문 지식을 바탕으로 풀어낸다.

  각 도시의 이야기는 그 도시를 담은 영화 한 편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라이프치히만 빼고. (라이프치히를 소재로 한 영화는 없었나 보다) 나오는 영화를 본 이라면 보다 생생하게 그 도시에 빠져들도록 배경을 설계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섯 편의 영화 모두 영화관에서 봤었기 때문에 내게는 꽤 유효한 설정이 되었다.

  글이 시작되기 전에는 책에 나오는 장소가 어디쯤에 있는지 보여주는 손으로 그린 지도가 나온다. 지도를 먼저 감상해도 되겠지만 글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장소가 바뀔 때 지도로 돌아가 그 위치를 확인해볼 때 그 유효성이 더 올라간다.

  여행을 말하므로 현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이 따라옴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책 속의 사진들은 대부분 글쓴이가 직접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사진 전문가가 아닌 여행자의 손길이 묻어서 자연스러워 보이는 점이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여섯 도시 이야기

 

나오는 도시 중 베를린을 제외한 나머지 도시에는 길게 머문 적이 없다. 파리는 닷새, 프라하는 나흘 가량, 다른 도시들은 기껏해야 이틀 가량 발을 담갔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기 전에 묘한 흥분감이 돋았다. 이제 눈을 들어 멀리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들었다.

 

책에서 소개하는 첫 번째 도시는 파리다. 글쓴이가 파리를 이야기하려고 꺼내온 영화는 미드나잇 인 파리이다. 영화 속의 꿈같은 장면들이 떠올랐다. 영화 속에는 아름다운 시절 Belle Epoque이라 불릴 자격이 있는 시대가 나온다. 영화와 연결되는 글을 보면 선택이 탁월했다고 동의하게 된다. (우디 앨런이란 이름을 떠올리면 불쾌하지만)

  파리하면 떠오르는 랜드마크가 여럿 있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에펠탑, 루브르박물관, 개선문, 샹젤리제거리, 오르세미술관, 퐁피두센터, 노트르담 대성당, 엘리제궁, 오페라하우스 등등. 그런데 글쓴이는 이런 장소들을 거론하지 않는다.

  그가 소개하는 파리는 사람과 문화가 공존하는 파리이다. 와서 보라고 으스대는 데가 아니라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몸을 부대껴 가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에 파리가 있다고 한다. 그곳들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몽마르트르와 카페와 센강과 그 위에 놓인 다리들과 묘지들이다. 이 장소들의 또 다른 특징은 예술과의 밀접한 관련성이다. 글쓴이의 발길과 눈길이 닿은 모든 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미술가, 음악가, 작가들의 이름이 묵직하다. 뭐랄까, 파리는 명사들의 발자취가 진하게 남아있는 도시라고 주장하는 듯하다. 이런 방식과 감성으로 도시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자극을 준다.

  책을 읽고는 다시 파리를 가볼 기회가 온다면 센강에 놓인 모든 다리를 건너보고 싶다는 유혹을 받았다. 유람선도 타보고 싶다. 커피 공부를 하면서 이름을 알게 되어 찾아갔던 카페 프로코프 이외의 다른 카페에도 가보고 싶다. 파리에 갔을 때의 나는 루브르와 오르셰에 빠져 있었고 에펠탑에 오르고 베르사이유에 가느라 다른 걸 할 정신이 없었다.

 

두 번째 도시는 빈이다. 역시 영화 얘기로 시작한다. 빈을 담은 영화로는 비포 선라이즈가 나온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빈이라는 도시에 그리 큰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너무 귀족 냄새가 난다는 선입견과 모차르트와 슈베르트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편견이 작용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그러다 이 영화를 보고 영화 속에 비친 빈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겼다. 빈에서는 파리보다 바빴다. 머물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비행기로 도착해서 다음 비행기를 탈 때까지 약 30시간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 어렵게 구한 오페라 공연을 보고 밤늦게까지 시내를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그리고 짧았던 빈 방문이었다. 그래서인지 글쓴이의 빈 여행기가 무척 궁금했다.

  글쓴이가 빈을 돌아보는 느림은 두 가지이다. 느림의 가장 큰 부분은 카페이고 그 다음은 파스콸라티 하우스다. 빈의 카페도 여러 곳 소개하지만 그곳을 이용했던 인물보다 장소 자체의 분위기에 집중한다. 빈에 왔으니 비엔나커피의 원조는 맛보고 가야 한다며 들렀던 첸트랄 카페그때는 센트랄이라고 읽었다얘기를 보니 기억이 새삼스럽다. 그런데 파리에서처럼 그 장소를 빛나게 했고 명성을 남겨준 인물들의 이름은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파리의 카페가 많은 예술가들의 이름으로 채워졌다면 빈의 카페에는 클림트와 프로이트의 이름만이 나온다. 빈의 역사와 거기에서 명멸했던 인물들을 떠올리면 이 결과는 다소 의외다.

  파스콸리티 하우스에서는 베토벤이 소환된다. 베토벤은 빈에서 35년을 사는 동안 30번이나 이사를 다닐 정도로 민감하고 까칠했다. 그런 그가 세 번 거주할 만큼 이 집과는 좋은 인연을 맺었다. 그 인연의 뒤에는 베토벤의 성정을 받아들였던 파스콸리티 남작의 이해가 놓여있었다. 지금 이곳은 베토벤의 유물을 전시하는 장소로 이용된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알고 나니 방문의 기회를 놓친 내 무지가 안타깝다.

  파리에서 네 가지 소재를 채택했던 것과는 달리 빈에 대해 두 가지만 거론하는 점은 아쉽다. 글의 분위기도 파리 편에서 들썩이고 활기에 찬 느낌이었다면 여기에서는 다소 차분하다.

 

그 다음은 프라하다. 프라하는 두 번 가봤다. 한번은 출장에 이어서였고 한번은 개인여행에서였다. 유럽 개인여행 일정 전에 가본 적이 있었던 곳은 프라하뿐이었다. 그만큼 다시 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켰던 도시였다. 사실 첫 여행(?) 때에는 중간에 황당한 도난 사고를 겪어 이리저리 신고하러 다닌다고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 사고는 수습되었고 그 당혹 속에서도 사고를 당하기 전의 도시는 강한 인상으로 남아 꼭 다시 와서 잘 돌아보겠다고 마음먹었다.

  프라하를 여는 영화는 톰 크루즈가 주연으로 나온 미션 임파서블 1편이다. 미션 임파서블 얘기는 여섯 쪽을 차지한다. 빈 편의 비포 선 라이즈가 세 쪽이었으니 두 배나 많이 얘기한 셈이다. 영화관에서 볼 때에는 몰랐지만 프라하를 처음 다녀온 뒤 TV에 나오는 이 영화를 보면서 속으로 저기는 어디 하면서 보던 기억이 떠오른다. 책의 뒤로 가면 새벽의 7인과 아마데우스, 두 편의 영화가 더 등장한다.

  프라하 편에는 카페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 이 편에서는 프라하의 특정 부분이 테마가 되지 않고 프라하 구시가의 거의 모든 곳이 주인공이 된다. 파리나 빈을 얘기할 때와는 글의 톤이 다르다. “천천히.”라고 하면서도 발걸음을 재게 걷는 느낌이 든다. 글쓴이가 그리 말하지는 않지만 하나도 놓칠 게 없으니 서두르지 말고 이 모든 것을 눈에 넣고 귀에 담고 가슴에 실어 즐기라는 메시지가 전달되는 듯하다. 그가 이름을 부르는 거리, 장소, 표식 하나하나가 기억을 되살려 마음을 덥게 한다.

  앞선 도시들에서 장소가 인물을 데려오는 형식이었다면 여기에서는 인물이 장소를 불러내는 형식으로 글의 모양새가 바뀐다. 카프카, 모차르트, 스메타나, 얀 후스. 문학과 음악, 종교 영역의 거장들이다. 그들과 프라하의 인연으로 중심을 잡고 그들이 남긴 흔적을 따라가다 보니 프라하 역시 긴 역사와 문화를 품은 도시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책에서는 짧게 언급되지만 5월에 벌어지는 프라하의 봄 음악 축제정확한 명칭인지 모르겠다를 여행자들은 놓치지 않으면 한다. 싼 가격으로 상당한 수준의 클래식 음악 공연을 만끽할 수 있다. 개인여행을 갈 때 이 시기를 골라 두 가지 공연을 미리 예매하고 갔는데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체코의 맥주를 빠트리지도 말기를. 글쓴이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 부분이지만 말이다.

 

런던은 영화도 장소 설명도 모두 노팅힐로 시작한다. 노팅힐은 런던의 서쪽에 위치한 동네다. 런던은 이 영화를 알기 전에, 정확히는 개봉하기 몇 년 전에 다녀왔다. 아마 가기 전에 영화를 볼 수 있었다면 여행의 한 코스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럴 기회는 없었다. 런던에 대한 내 첫 추억은 맥도날드다. 배는 고픈데 뭘 먹어야 할지 모를 때 눈에 들어오던 특유의 간판 모습은 지금도 떠오른다.

  이 영화는 따로 쪽을 할애해 설명할 뿐 아니라 런던 기행의 곳곳에 등장시켜 발길을 편안하게 하는 도구로도 활용된다. 노팅힐을 품은 포토벨로 거리 설명에서는 물론이고 햄프스테드 히스나 여러 공원과 정원에서도 영화 속 장면들이 연결된다. 별 생각 없이 봤던 영화인데 런던의 곳곳을 참 많이도 담고 있다.

  런던에서는 시민들의 평범성이 부각된다. 입헌군주제이긴 하지만 아직 왕이 있고 귀족제도가 살아있는 영국의 수도인 런던에서 소위 상위문화를 길어 올리기 보다는 보통사람들이 걷고 앉고 쉬는 장소들을 많이 소개한다. 이민자들이 많다는 포토벨로 거리나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트래펄가와 레스터, 도심 속의 천연림인 햄프스테드 히스, 하이드 파크 등의 공원, 사설 정원 등이 그런 곳들이다. 바쁘게 지나쳐서는 그 맛을 제대로 알 수 없어서 천천히 음미해야 하는 데들이다. 다음에 좀 여유 있게 올 때 들러보자고 생각하고는 가보지 못한 곳이 많아서 대신 마음에 일광욕을 하는 느낌을 받았다. 건축물의 수명은 때때로 철근과 시멘트가 아닌 공간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결정된다(P.251).

  글쓴이는 런던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파리 사람들을 파리지앵이라고 지칭하지 않지만 런던 사람들은 수시로 런더너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애정 때문인지 영국 제국주의의 시작을 19세기로 늦춰 설명하는 문제를 보인다. 역사를 잘못 알고 있거나 왜곡하고 있다. 영국이 아메리카 대륙을 식민지화하기 시작한 때만 해도 17세기이다.

 

이제 베를린이다. 책에 나오는 도시 중 가장 자주 갔고 머문 시간도 가장 길었던 도시가 베를린이다. 기업 실사를 위해 간 게 처음이었는데 물설고 낯선 데 가게마저 모두 일찍 닫는 바람에 저녁 식사 거리를 사지 못해 황당하던 기억이 난다. 겉은 딱딱하고 속은 부드러운 독일 빵 브뢰첸을 잘 먹어서 독일 체질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통일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인지 왠지 어둡게 느껴지던 베를린의 분위기가 해가 거듭되면서 밝아진다고 느끼기도 했다.

  베를린을 소개하는 영화는 베를린 천사의 시다. 영화가 개봉했을 때 빔 벤더스가 유명한 감독이라는 얘기와 이 정도 영화는 봐줘야 지성인 아니겠냐는 주변의 부추김 때문에 봤었다. 같이 본 사람 중에는 어렵다는 평을 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나는 이런 유의 영화가 나하고 꽤 맞는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도시의 경우에서처럼 이 영화 속 장면도 글 속에서 여러 차례 활용된다.

  독일이 겪고 베를린이 겪었던 역사 때문인지 글쓴이가 이끄는 베를린 답사는 무거운 기운이 감돈다. 2차 세계대전 중의 폭격으로 부서진 채로 남은 카이저 빌헬름 기념 교회와 최근에 세워진 홀로코스트 추모 공원이 대표적인 무거움의 사례이다. 카이저 빌헬름 기념교회는 중심가에 있어서 베를린에 갈 때마다 들리다시피 했고 홀로코스트 추모 공원은 이곳이 문을 열던 해에 가봤다. 모든 사람들이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 공원을 돌아보던 장면이 떠오른다. 서베를린 시청사와 포츠담 공원에서도 정치로서의 역사를 이어 나가면서 묵직함이 계속된다.

  베를린에도 밝은 분위기가 많은데 잿빛 차양이 드리운 듯한 이런 무거움 위주의 안내는 다소 걱정스럽다. 앞선 도시들에 비해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 탓에 베를린에 대한 인상이 흐려질까 우려가 된다. 사실 카이저 빌헬름 기념 교회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만을 풍기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중심가에 있는데다 주변이 잘 정리된 영향을 받는 것 같았다. 서베를린 시청사나 포츠담 공원도 마찬가지고. 주말이면 열리는 벼룩시장이나 생기 넘치는 이민자들의 동네, 조용하지만 젊음이 깃든 훔볼트 대학이나 알렉산더 광장을 같이 소개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베를린 필이나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공연장에 가보는 것도 좋았을 텐데.

 

마지막 도시는 라이프치히다. 책에 나오는 여섯 곳의 도시 중 영화가 곁들여 나오지 않음과 동시에 한 국가의 수도가 아닌 유일한 도시이다. 라이프치히에서는 교회, 대학, 카페를 포함한 음식점과 전승기념탑이 여행코스가 된다. 그리고 괴테, 바흐, 바그너, 멘델스존, 니체 등의 이름이 등장한다.

  예상했던 대로 라이프치히는 바흐가 맨 처음이다. 책에서도 설명하지만 바흐는 27년이라는 긴 시간을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 교회에서 칸토르로 일했다. 게다가 바흐의 사후 연주된 적이 없던 마태오 수난곡의 전곡 연주를 실현함으로써 그의 명성을 되살린 멘델스존이 오래 살았던 곳도 라이프치히이다. 내가 라이프치히를 간 것은 온전히 바흐를 만나기 위해서였는데 바흐의 흔적을 보며 벅찬 감동을 느끼던 날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책에 나오지 않지만 교회에서 멀지 있지 않은 멘델스존 하우스도 같이 들러보면 좋을 테다.

  특이하게도 여행코스에 학교가 들어간 것은 라이프치히가 처음이다. 아주 상세하게 소개하는 편은 아니라 참조하는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라이프치히의 카페와 음식점을 얘기할 때 유명 인사들의 이름이 크게 거론되지는 않지만 시민들이 즐기는 분위기는 잘 묘사된다. 그래도 괴테의 파우스트에도 등장하는 지하 식당인 아우어바흐 켈러에서는 괴테와 파우스트가 여러 번 언급된다.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크게 승리한 일을 기념하는 전승기념탑은 나도 보면서 그 규모에 놀랐었는데 글쓴이 역시 비슷한 마음이었나 보다.

  라이프치히의 곳곳을 둘러보는 여행담에는 문화와 역사가 켜켜이 쌓인 도시를 바라보는 글쓴이의 애정이 엿보인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이 아니라 그들이 품고 있는 두터운 퇴적층 같은 이야기를 읽어낼 때 비로소 우리는 스쳐 지나가는 여행자보다 한 걸음 더 들어갈 수 있음을 그는 전한다.

 

 

그리하여

 

지금의 시간은 질병이 이동을 가로막고 있는 시간이다. 시간의 여유가 있어도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먼 곳을 다녀오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 모든 것을 압도하는 큰 장벽으로 인해 여행 자체를 시도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얼마간의 시간이었든 해외의 타지를 돌아볼 수 있던 과거의 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 팬데믹의 시기에 그런 시간을 누릴 기회를 다시 맞을 수 있을까? 언젠가는 그럴 때가 돌아오리라 믿고 싶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런 날들을 위해 준비해야 할 때이다. 바쁘고 급하게 돌아보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도시의 이곳저곳을 즐기고 같이 호흡할 수 있도록 머리와 가슴 속에 차분함을 채워 넣어야 할 시간이다. 분명히 올 그런 날들과 하나가 될 때를 위해 이 책은 긴 숨을 불어넣어준다.

 

a******9 2020.08.17. 신고 공감 10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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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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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천사가 내려다본인간 세상 <베를린 천사의 시> 베를린!  베를린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영화는 많지만 이상하게 나는베를린 하면 <베를린 천사의 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영화에 특별한 식견이 있는 마니아도 아닌데. <베를린 천사의 시>원제는 '윙스 오브 디자이어'Wings of Desire, 우리말 제목이 오히려 영화 전체의 메시지를 잘 함죽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베를린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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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천사가 내려다본

인간 세상

 

<베를린 천사의 시>

 

베를린!

  베를린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영화는 많지만 이상하게 나는

베를린 하면 <베를린 천사의 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영화

에 특별한 식견이 있는 마니아도 아닌데. <베를린 천사의 시>

원제는 '윙스 오브 디자이어'Wings of Desire, 우리말 제목이 오

히려 영화 전체의 메시지를 잘 함죽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베를린 천사의 시>는 1987년 나온 독일 영화다. 독일이

서독과 동독으로 나뉘어 있던 냉전 시절, 서독 감독 빔 벤더스

가 서베른린에서 찍었다.

  영화는 두 스토리가 중첩되어 전개된다. 그래서 난해하다는

인상을 준다. 하나는 천사 다미엘과 카시엘의 시선을 따라간

다. 천상의 두 천사가 지상이 베를린으로 내려와 인간 세상을

관찰한다. 어린이들을 제외한 인간들은 천사의 존재를 인식하

지 못한다. (중략)

  다른 하나는 우리에게는 <형사 콜롬보>로 잘 알려진 미국 배

우 피터 포크가 등장하는 이야기다. 독일 출신의 미국인이 사

설탐정(피터 포크 분)을 고용해 실종된 조카를 찾는다는 내용의

영화 촬영 현장을 천사 다미엘이 지켜보게 된다. 성인의 눈에

는 천사가 보이지 앟는데, 이상하게 사설탐정의 눈에는 다미엘

이 보인다.

    (중략)

  오락성의 관점에서 보자면 <베를린 천사의 시>는 외면을 받

을 가능성이 높은 작품이다. 주제 자체부터 철학적인데 전체적

으로 흑백 톤이다 보니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찰나적인 눈요

깃거리는 눈곱만큼도 없다. 301-302쪽

 

  졸지에 또는 운좋게,

<베를린 천사의 시>까지 <언젠가 유럽>에서 만났네요.

  파리와 런던은 흥미가 원래 있었지만 베를린은 왠지

그런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잘못을 인정하는 용감한 마르켈 총리를 보면서 독일과 베를린이 다시

부각됨을 느꼈고, 그 결과가 오늘의 리뷰에도 투영되었습니다.

  베를린이 궁금했습니다.

 

  내일 아침 5시에 일어나되, 7시간 정도 충분히 자려면

지금 잠을 자야합니다.

  빙판길은 걸음을 걷는 저도 위험하지만 아침에 운전을 하려는

세가아와님에게도 위험요인 천천히 가기를 권해봅니다.

  내일 아침 많은 분들이 평온하면 참 좋겠습니다.

  여유있게 천천히 가기!

 

  그리고 베를린은 많은 곳을 다녀온 후에 가보게 될 것 같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게 생각되네요.

YES마니아 : 플래티넘 h*****j 2020.12.13. 신고 공감 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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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관의 『언젠가 유럽』(2020) - 낭만과 사색으로의 여행
"조성관의 『언젠가 유럽』(2020) - 낭만과 사색으로의 여행" 내용보기
『언젠가 유럽』조성관 글,사진 | 덴스토리 | 2020.06 | 384쪽" 속도를 늦추면 사람이 보인다. 대자연을 호흡하는 여행과 함께 사람을 만나는 여행만이 오래도록 향기가 지속된다."- 안단테 (andante) 여행  (p.7)-☆ ☆ ☆ 보통 여행이라하면 최대한 많은 곳을 봐야하며, 많은 사진을 남겨야 한다는 것이 실제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여행의 정의일 것이다. 나는 저자가 말하는 깃발부
"조성관의 『언젠가 유럽』(2020) - 낭만과 사색으로의 여행" 내용보기

『언젠가 유럽』

조성관 글,사진 | 덴스토리 | 2020.06 | 384쪽


" 속도를 늦추면 사람이 보인다. 

대자연을 호흡하는 여행과 함께 

사람을 만나는 여행만이 

오래도록 향기가 지속된다."


- 안단테 (andante) 여행  (p.7)-


☆ ☆ 



 보통 여행이라하면 최대한 많은 곳을 봐야하며, 많은 사진을 남겨야 한다는 것이 실제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여행의 정의일 것이다. 나는 저자가 말하는 깃발부대에 섞여 있는 사람중 하나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이렇게 이야기하며 도전장을 내민다. '여러 도시를 점을 찍듯 돌아다니는 알레그로 여행을 당장 그만두고, 그 도시의 향기를 맡아'라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 도시의 향기를 조금 더 기억 할 수 있을까?


 저자는 답한다. 사람중심의 여행을 하라고! 이 책은 피카소, 니체, 베토벤, 바흐 등 '천재'라는 코드로 접근한다. 천재들이 머물다 간 카페, 살던 집, 역사적 사건 등의 발자취를 느끼고, 사색에 잠기며 그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렇게 '천재'에의 끌림으로 여행을 시작하게 된 저자는 『빈이 사랑한 천재들 』, 『프라하가 사랑한 천재들 』 등의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이란 시리즈를 출간했으며, 마침내 유럽중 가장 인상 깊었던 도시. 파리, 빈, 프라하, 런던, 베를린, 라이프치히등 6개의 도시를 '천재'라는 코드와 묶어 각 도시의 낭만과 웅장함, 그리고 그 위엄들을 소개하는 이 책, 『언젠가 유럽 』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 ☆ 


[Paris - 파리 中]

(p. 19, 33, 46, 67)


 이 책은 각 도시를 설명하기에 앞 서 영화 한 편을 먼저 소개하고 있다. 거기에 나온 거리, 카페, 건물등을 소개하며, '천재'들이 살았던 곳, 자주 갔던 카페와 연관짓는다. 이 책엔 저자가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이 풍부하게 담겨있다. 하지만, 저자는 직접 찍은 사진만으로 그 풍경과 분위기를 담아내지 못하는 아쉬움을 덜고자 영화에 나오는 장면과 연관지어 읽을 수도 있도록 다시 한 번 친절히 설명해준다.


 그 중 그 도시를 잘 상상할 수 있었던 것은 1장 '파리'에서 소개된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였다. 책에서 설명하는 센강, 에펠탑, 몽마르트르, 노트르담 성당 등 사진과 영화의 장면이 오버랩 되면서 낭만적인 '파리'를 상상하는 내 내 흥분되어 가슴이 방망이질쳤다.

 

(p.90)


(p.89) 묘지를 '신들의 땅'이라고 가르치는 기독교 문화와 '귀신이 사는 곳'으로 가르치는 유교 문화에서는 생각의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유럽에서는 묘지 투어가 아주 일상화되어 어려서부터 묘지 투어를 한다.

 

 '파리'의 마지막 부분. 유럽의 '묘지 투어'가 신선한 충격에 가까웠다. 우리 한국에서는 집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납골당이란 곳을 두는 데, 유럽은 집 바로 옆에 묘지여도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고 한다. 앞서간 이의 생애를 통해 현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기 위해서 이런 묘지투어를 한다고 하니, 어쩌면 이 것 역시 배울 점이 아닐까 싶다.


[Wien - 빈 中]

(p.145, 149, 155)


(p.132) 빈을 느끼려면 먼저 공간적인 측면에서의 이해가 전제되어야한다. (p.137) 1684년, 빈 최초의 카페가 문을 연다...(생략)...빈 시민들은 전쟁을 통해 이슬람과 접촉했고, 커피의 검은 마력에 서서히 빨려 들어갔다. 모차르트와 베토벤도 커피를 즐겼다. 빈은 카페의 도시다.


'빈'은 카페의 도시답게 커피가 빈에 들어오게 된 사연들, '천재'인 클림트가 사랑했던 카페들, 프로이트가 자주 가는 '란트만'등의 카페를 에피소드와 사진으로 소개했다.  이외 베토벤이 살던 '파스콸라티 하우스'에 대한 에피소드 역시나 재미나게 읽었는데, 베토벤은 자주 싫증을 내는 스타일이라 이사도 여러번했지만, '파스콸라티 하우스'는 여러번 다시 찾기도 한 베토벤에겐 뜻 깊은 곳이였다고 한다. 거기에 얽힌 사연을 읽으니 다 같아 보이는 집들 중 유독 '파스콸라티 하우스' 가 반짝 거린다.


[Praha - 프라하 中]

(p.188 건물 현관 윗부분의 조형물 그림)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구시가 광장'에 관한 재밌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바로 주소에 얽힌 사연이다. 서구 역시 지금처럼 도로명 주소를 갖게 된 것이 생각보다 역사가 짧다고 한다. 그래서 건물 현관 윗부분에 조형물이 부착되어있거나, 그림으로 그려져있었다. 주소가 없을 땐, 아이들 심부름 시키거나 위치를 이야기 할 때 불편했지만, 도로명 주소가 생기고 나서 편리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수백 년 된 전통을 헌신짝 처럼 버리지 않고 병존하는 방식을 채택했다고 하니, 의미를 알고 사진을 바라보니 이 보다 더 아름 다울 수 없다.


[London -런던 中]

(p.288 켄싱턴 가든 그림)


 '런던'은 공원의 도시라는 말이있다. 그래서 인지 '런던'편에는 많은 숲과, 깔끔한 정원등 아름다운 사진이 많이 수록되어있다. 그 중 '켄싱턴 가든'에 대한 일화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켄싱턴 가든'은 '피터 팬'을 탄생시킨 공간이라고 한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극작가 제임스배리는 우연히 산책 중 데이비스 부인과 그의 아들 네 명을 알게 되고 아이가 없던 배리는 꼬마 네명과 가까워지고, 서로 왕래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피터 팬'의 모티브를 얻었는데, 2005년 나온 영화 「네버랜드를 찾아서 」 가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라고 한다.


[Berlin - 베를린 中]

(p.314, 327)


(p.312) 1943년 11월 23일이었다. 연합군 폭격기가 투하한 포탄 두발이 하필 교회에 떨어졌다. 첨탑을 떠받치고 있던 팔각형 탑 윗부분이 통째로 날아갔다. (p.328) 홀로코스트 추모공원 2711개의 기둥은 유대인 600만명의 인생을 상징한다...


 어느 누구든 독일하면 제1차세계대전과 제2차세계대전, 나치, 히틀러 등이 제일 먼저 생각 날 것이다. 그 전쟁의 결과물 중 두 곳을 소개하려한다. 


 그 중 하나는 '빌헬름 교회'. 1943년 연합군 폭격기가 투하한 포탄에 폭격 맞은 그대로의 모습인 빌헬름 기념교회는 반성의 의미로 '잊지 말아야할 것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로 그대로 보존했다고 한다.  


 그리고 두번째는 '홀로코스트 추모비'다. 히틀러에 의해 강제수용소에서 죽음을 당한 600만 명 이상의 유대인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이 '홀로코스트 추모비'는 회색 시멘트 관 같은 모양의 서로다른 크기로 꼭 미로에 갇혀 방향감각을 잃은 유대인들의 심정을 대표한다고 하니, 저 사진 하나에 나도 모르게 경건해진다.


[Leipzig - 라이프치히 中]

(p.348, 353, 369, 371)


 (p.370) 건축물의 수명은 무엇이 결정하는가...(생략)...철근과 콘크리트로 건축물은 지상에 서 있을 수 있겠지만 여기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그 공간을 거쳐 간 사람들이 만들어낸 스토리텔링이다.


 '라이프치히'편에는 '성 토마스 교회', '아우어바흐 켈러', ' 춤 타페 바움', '라이프치히 대학' 등  재밌는 에피소드와 함께 여러 사진들이 있었으나, 그중 괴테가 즐겨찾던 식당 '아우어바흐 켈러'가 눈에 들어온다. 대학생 괴테가 켈러를 드나들며 전설적 인물 '파우스트'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말년에 완성한 필생의 대작인 『파우스트 』에서 이 식당이 살짝 나오며 유명해졌다고 한다. 건물, 장소등의 공간이 '사람'이라는 존재로 인해서 이 처럼 생명력을 갖는 곳이 됨을 일깨워주는 부분이였다.


☆ ☆ 


   이 책의 앞 부분에는 '나는 지적 희열을 추구하는 개인주의 여행가' 라는 문장이 쓰여있다. 나는 그 문장을 주문을 외우듯이 그렇게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안단테 여행'이라는 '느림' 이라는 주제답게 이 책 또한, '안단테 독서'로 읽었다. 그 도시의 공간 하나 하나에 얽힌 에피소드와 사진을 감상하며, 잠시 눈을 감고 상상하니, 책을 읽는 동안 저자와 같이 여행하듯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유럽뿐만 아니라 외국여행은 생각지도 못하는 실정에 이 책은 '여행을 갈구 하는 내 마음 속 탈출구' 같은 존재였다. 비록 유럽여행은 당장 가지 못 하나 한국으로 눈을 돌려보려한다. 저자처럼, 천천히, 그 지역의 '천재'를 코드로 나의 '안단테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다.

m***m 2020.08.18. 신고 공감 8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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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사람 그리고 사랑을 만나는 유럽 여섯 도시 이야기
"도시와 사람 그리고 사랑을 만나는 유럽 여섯 도시 이야기" 내용보기
영화를 보면서 도시를 새롭게 만나는 것은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책은 파리, 빈, 프라하, 런던, 베를린, 라이프치히 등 여섯 도시를 영화 이야기로 시작한다; 파리의 「미드나잇 인 파리」, 빈의 「비포 선라이즈」, 프라하의 「미션 임파서블」, 런던의 「노팅힐」, 베를린의 「베를린 천사의 시」, 그리고 라이프치히 (영화는 없다)여섯 도시는 작가와 예술가들이 살았던 수많은
"도시와 사람 그리고 사랑을 만나는 유럽 여섯 도시 이야기" 내용보기

 

영화를 보면서 도시를 새롭게 만나는 것은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책은 파리, , 프라하, 런던, 베를린, 라이프치히 등 여섯 도시를 영화 이야기로 시작한다; 파리의 미드나잇 인 파리, 빈의 비포 선라이즈, 프라하의 미션 임파서블, 런던의 노팅힐, 베를린의 베를린 천사의 시, 그리고 라이프치히 (영화는 없다)

여섯 도시는 작가와 예술가들이 살았던 수많은 이야기와 추억을 품고 있다. 그곳에서 영감을 얻은 저자는 능준한 필체와 생생한 사진으로 독자와 교감한다.

 

 저자 조성관 씨


저자는 월간조선기자를 거쳐 주간조선편집장을 지냈다. 15년 전 빈을 여행하던 중 모차르트와 교감을 나누는 진귀한 경험을 하면서 도시 공간에 남겨진 천재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여행 작가가 되었다. 그 결과물이 첫 책 빈이 사랑한 천재들(2007)이다. 이렇게 해서 곧 나올 서울이 사랑한 천재들까지 포함하면 시리즈는 총 10권이 됐다.

 

유럽의 대표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나는 예상치 못한 많은 부수적인 스토리들을 수확했다. 그것은 천재들의 기나긴 삶의 여정에서 수습한 이삭이었다. 훗날을 기약하며 남겨둔 곁가지 이야기들은 여러 권의 취재 수첩에 삐뚤빼뚤한 메모로 남아 있었다. 이들은 내가 책장을 넘길 때마다 활자로 태어나게 해달라며 소리 없는 아우성을 쳤다. 언젠가 유럽은 그 아우성을 여행기()의 형태로 쓴 것이다. - 프롤로그에서

 

맨 먼저 파리 편이다. 책은 우디 엘렌이 만든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로 시작한다. 책은 파리무려 전체의 1/3가량을 차지한다. 그 만큼 저자에게 인상적인 도시였음일까. 파리는 다시 예술가, 카페와 묘지 등 3가지 주제로 나뉜다.

 

파리시는 가장 최근에 건설된 복층 인도교에 '파스렐 시몬 드 보부아르'라고 이름지었다. 이 다리는 베르시 지구에서 국립도서관이 있는 톨비악 지구로 연결된다. 보부아르는 20세기 프랑스인을 통틀어 책을 가장 많이 읽은 다섯 명 중 한 명이다. 그녀가 책을 주로 읽은 곳이 바로 국립도서관이었다.

 

시나리오 작가 길 펜더는 약혼녀 이네즈와 그녀의 부모 이렇게 넷이 파리 여행을 떠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정에 길은 갑자기 나타난 클래식 푸조를 타고 1920년대의 세계로 빠진다. 그곳에서 스콧 피츠제럴드 부부와 헤밍웨이 등 유명 작가와 예술가들을 만난다.

길 펜더는 소설을 쓰고 있었다. 그는 저명한 미국 작가 거트루드 스타인을 만나 자신이 쓴 소설을 보여준다. 길은 그녀를 무척 만나고 싶어했다. 현대 문학의 개척자이며,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길을 터준 위대한 작가가 바로 그녀였기 때문이다.

길이 쓴 소설의 도입부에 우디 엘렌이 말하고 싶은 주제가 드러난다. “‘과거로부터라는 이름의 가게, 그곳에선 추억을 팔고 있었다. 한 시대엔 따분하고 천박하기까지 했던 것이 단순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신비롭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바뀌기도 했다.”

그녀가 앉아 있는 책상 뒤 벽에는 피카소가 그린 거트루드 스타인의 초상이 걸려 있었다. 마침 스타인은 피카소가 그린 연인 아드리아나의 초상화에 대해 논쟁하고 있었다. 우디 엘렌의 로맨스는 여기서도 빠지지 않는다. 길과 아드리아나가 나누는 여우비 같은 사랑과 키스 신은 압권이다.

저자는 작가가 되어 보부아르 처럼 되 마고에서 글을 쓰고 싶어했다. 내 생각에 저자의 이력은 보부아르 보다는 헤밍웨이와 빼닮았다. 헤밍웨이는 캐나다 최대의 일간지 토론토 스타의 특파원으로 스물한 살에 파리에 와서 6년간을 주재했다. 헤밍웨이는 소설을 쓰고 싶어했다. 그는 결국 사표를 내고 전업 작가 생활을 시작한다. 그 역시 되 마고를 사랑했다.

 

 

보부아르 사진이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다. 되 마고에서 실제로 글을 쓰는 모습이다. 이 흑백사진은 청춘의 나를 사로잡은 사진이기도 하다. 되 마고의 존재는 헤밍웨이를 통해 차음 알게 됐지만, 막연하게 작가의 삶을 꿈꾸던 스무 살 언저리, 이 사진 한 장이 나를 뒤흔들었다. 언젠가는 되 마고의 저 자리에 앉아보리라. 저 자리에서 보부아르를 느껴보겠노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49쪽)

 

나는 저자처럼 열정적으로 뭔가에 매달리는 사람을 좋아한다. 모르긴 해도 파리에 책 분량을 상당 할애한 것도 오늘의 저자가 있게 만든 원동력이 파리의 감성 덕분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나는 파리를 여러 차례 여행했다. 신혼 초 아내와 함께 다녀오기도 했고, OECDWHO 출장길에 들르기도 했으며 2주간 프랑스 와인 투어 때 들르기도 했다. 여전히 나는 파리의 낭만에 홀딱 빠져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곱씹듯 읽었다.

 

가브리엘(레아 세두)과 길(오웬 윌슨)

 

결국 길은 이네즈와 헤어지고 평범한 프랑스 여자 가브리엘과 재회한다. 가브리엘은 커피 한 잔하자는 길의 제안에 동의한다. 마침 비가 내린다. “사실 파리는 비올 때 제일 예뻐요.” 둘이 비 내리는 파리의 밤길을 걸어가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가브리엘은 대천사의 이름. 어쩌면 천사는 평범함 속에 숨어 있는 것인지 모른다.

길은 1920년대를 동경했지만 그 시대에 살고 있던 아드리아나는 1890년대 벨 에포크를 그리워했다.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내가 얻은 교훈은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이 미래의 누군가가 그리워할지 모르는 황금시대라는 사실. 오, 카르페 디엠!

한편 길이 마주했던 1920년대의 화려함 속에서 부랑자 신세로 산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에릭 아서 블레어였다. 그는 19278월 노팅힐 포토벨로 22번지에 세를 들었다. 그는 경찰이 되었다가 식민지 미얀마에서 5년 만에 그만두고 무작정 런던으로 돌아온 터였다.

나이 스물네 살, 그는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1928년 봄이 지나 파리로 갔다. 호텔에서 접시를 닦으며 힘겹게 생활비를 벌었지만 밑바닥 인생을 벗어날 길이 없었다. 그는 이때 겪은 모든 체험을 기록해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이라는 책으로 펴냈다. 이후 그는 조지 오웰이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영화 노팅힐 포스터

 

저자는 런던 편에서 작가 리처드 커티스의 작품 노팅힐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노팅힐의 여행전문서점 주인 윌리엄 새커와 헐리우드의 톱스타 애나 스콧의 로맨스를 그렸다. 새커의 서점은 포토벨로 142번지에 있다. 1920년대 포토벨로 거리는 대표적인 빈민가였다.

지금은 주중에는 채소와 과일 노점이, 주말에는 골동품 노점이 포토벨리가에서 노팅힐 게이트까지 쫘악 펼쳐진다. 평범한 사람들의 희로애락과 일상이 열리는 공간이 된다. 특히 카리브해에서 건너온 이주자들 중심으로 매년 노팅힐 카니발이 열린다. 노팅힐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설렁설렁 둘러보고 싶은 사람들이 수시로 찾는 관광명소가 아닐 수 없다.

 

▲로마시대에 개발된 온천지, 'Roman Bath'


나는 2009년 영국에서 2년간 가족과 함께 유학했었다. 공부했던 곳은 브리스톨에서 가까운 바스. 바스는 로마시대부터 온천지(Roman Bath)로 유명해서 영어 ‘bathroom’의 어원이 된 곳이다.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무척 고풍스럽고 아름답다. 제인 오스틴이 한때 살았던 곳이기도 하여 관광객의 발걸음이 연일 끊이지 않는다.

바스에서 런던까지 170킬로미터 남짓, 승용차로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나는 런던에 한두 달에 한 번꼴로 다녀왔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찾기도 하고, 코리아타운에서 먹거리를 사거나 미용실을 이용하기도 했다.

영화 노팅힐1999년에 나왔다. 나는 유학 시절 노팅힐에서 봤던 멋스런 장면들을 떠올리며 포토벨로를 찾았다. 새커의 서점에 발을 들여놓기도 하고, 노점을 둘러보며 한두 점 흥미로운 것들을 사기도 했던 기억이 새롭다.

 

 

(런던에 있는) 레스터 광장 한가운데 정원은 비극의 황제와 희극의 황제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구도다. 영국 런던이 아니라면 또 어디에서 이런 구도의 동상을 세울 생각을 하고, 또 세울 수 있을까. 소프트 파워(soft power)에서 영국이 여전히 세계 최강을 구가하는 것이 유구한 왕실 전통과 함께 풍부한 스토리를 간직한 인물들을 배출한 토양 때문이리라. 애거사 크리스티, 셜록 홈스, 비틀스, , 해리 포터가 영국에서 탄생한 것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 바탕 없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271쪽)

 

레스터 광장에서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동상은 셰익스피어와 채플린이다. 저자가 말했듯이 영국에 인문학적 콘텐츠가 많은 것은 영국 특유의 분위기와 함께 인간애에서 비롯되었다. 가령 피터 팬이나 나니아 연대기가 나온 것도 아이들을 향한 어른들의 애정 어린 시선 덕분이다.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한 장면

 

두 천사가 내려다보는 도시가 있다. 바로 베를린이다. 저자는 베를린하면 베를린 천사의 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했다. 룰루 왕 감독의 러브 인 베를린도 있건만, 굳이 베를린 천사의 시를 곱는 이유는 이 영화가 베를린을 구석구석 보여주고 작품성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주인공은 두 명의 천사다(이중 천사 다니엘은 나중에 인간이 된다). 날개 달린 두 천사는 우울하게, 때로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인간 세상을 내려다본다. 영화는 1987년 독일 통일이전 서독 감독 빔 벤더스가 서독에서 찍었다.

영화가 시작되면 천사는 카이저 빌헬름 기념교회 위에서 사람들을 내려다본다. 빌헬름 기념교회는 1943년 연합군 폭격기에 의해 파괴됐다. 서베를린 정부는 고심을 거듭한 끝에 1957년 기념교회를 파괴된 채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다.저자는 베를린에 와서 베를린 정신을 느끼고 싶다면 브란데부르크문과 기념교회를 꼭 봐야 한다고 말한다.

 

▲폭격 맞은 모습 그대로 베를린의 정신을 오롯이 담고 있는 빌헬름 기념교회

 

한편 1970년 독일 연방 총리는 바르샤바 유대인 희생자 묘지에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1957년과 1970년 사건의 중심에 빌리 브란트 총리가 있었다. 전쟁의 과오를 잊지 말자는 반성 덕분일까. 독일 사람들은 빌리 브란트라는 이름을 도시의 거리나 광장에 넣어 기념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베를린은 1990년 통일 이후 유럽 도시들의 위상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파리와 런던과 빈의 오랜 과점(寡占)을 깨고 그들과 대등하게 올라선 느낌이다. 아니 이제는 그 정도를 넘어서 모든 게 베를린으로 쏠리는 듯한 양상이다.”

2010년 내 가까운 조카는 독일 아가씨와 결혼했다. 둘은 영국 솔즈베리에 있는 어학원에서 처음 만나 남다른 감정을 느꼈다가 얼마 뒤 재회해 사랑에 빠졌다. 핵물리학을 전공하던 독일 소녀는 교환 학생으로 서울에 와서 한글과 한국을 배우기도 했다. 지금은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두 딸을 애지중지 키우고 있다. 내가 옆에서 지켜본 베를린 출신 독일 소녀는 활달하고 당찬 여성이다. 에너지가 가득 넘치는 특유의 독일인 기질이 살아 있다.

프라하 편을 보면 저자는 카프카의 추억이 깃든 곳을 찾는 여정을 자세히 소개한다. 나는 카프카의 팬으로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나의 이목을 끈 것은 카프카가 퇴근하고 자정까지 글을 썼다는 황금골목길에 있던 하늘색 외벽의 22번지였다.

 

▲카프카가 퇴근 후 글을 썼던 하늘색 외벽의 22번지

 

이곳은 막내 여동생의 집이었다. 여동생은 작가가 되고 싶어하던 오빠에게 직장(산업재해보험공단)에서 퇴근하면 자기 집에서 소설을 쓰게 배려했다. 지금 이곳은 카프카의 기념품과 책을 파는 서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카프카는 22번지에서 시골 의사, 회랑 관람석에서, 형제 살해, 재칼과 아랍인,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등 여러 작품을 썼다.

카프카는 1917년 결핵을 진단받았다. 카프카의 행적을 보면 글을 쓰고 싶어 했던 그는 결핵 치료를 차일피일 미루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 당시 결핵은 오늘날 암과 같은 치명적인 존재였다. 카프카는 결핵을 진단받으면서 5년간 사귀었던 연인 펠리체 바우어와도 헤어진다.

그는 이곳저곳 요양하기에 좋다는 곳을 다니고, 채식이나 자연요법도 병행해 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던 모양이다. 오히려 나중에는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지경까지 악화됐다. 죽음을 직감한 카프카는 회사도 그만두고 공기 좋고 물 좋은 빈으로 떠났다. 빈 근교에 있던 키얼링 결핵요양원에서 그는 1924년 마흔한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카프카의 세 여동생들, 22번지를 집필실을 내줬던 여동생까지 포함해서 모두 나치가 체코를 점령한 뒤 독가스실로 끌려가 생을 마감했다. 참 안타까운 사연이 아닐 수 없다.

 

 

 ▲모딜리아니도, 피카소도 꿈을 키웠던 세탁선


한편 저자는 몽마르트의 현대미술의 성지와 같은 곳 세탁선이름의 유래가 무엇인지, 빈의 카페를 이야기할 때 왜 1683년을 기억해야 하는지, 파스콸라티 남작은 왜 베토벤과 함께 영원을 사는 이름이 되었는지,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출신의 괴테가 서울-부산의 거리 만큼 떨어져있던 라이프치히 대학을 다닌 이유가 무엇인지 등등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한아름 풀어놓는다.

 

▲란트만 카페에 있는 큰 거울 앞 프로이트 지정석


그렇다면 여기서 나는 궁금해진다. 저자는 자신이 다녀본 도시 중 가장 매력적인 곳은 어디일까? “, 프라하, 파리입니다. 이들 세 도시는 여행을 하면서 어떤 위압감 같은 것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걷거나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이용하면서 편안한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 프라하 구시가광장은 나의 해외여행 경험에 비추어 가장 매력적인 공간이다. 어떻게 손바닥만 한 공간에 이렇게 기막힌 이야기들이 숨어 있고, 이렇게 개성 있고 역사적인 건축물들이 모여 있으며, 이렇게 많은 인물들이 거쳐 갈 수 있는지! 파고들면 들수록 경이롭기만 하다. (183쪽)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유럽의 여섯 도시에 대해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얻을 수 있었다. “모든 공간에는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이 있다.” 내가 다녀온 도시든 아직 찾지 못한 도시든 그 나름으로 깊은 여운을 남겼다. 내게 새로운 감수성을 자극하고 퍼뜩이는 영감을 안겨준다. , 언젠가 유럽으로 다시 떠나고 싶어진다.

YES마니아 : 로얄 h*******c 2020.08.14.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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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돌아보는 ‘안단테 (andante)’ 여행, [언젠가 유럽]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돌아보는 ‘안단테 (andante)’ 여행, [언젠가 유럽]" 내용보기
조성관 작가님의 <언젠가 유럽>의 부제는 “도시와 공간,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여행”이다. 사실 작가님 책을 접한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몇 년전 우연히 찾게 된 <런던이 사랑한 천재들, 찰리 채플린에서 버지니아 울프까지>를 읽으며 작가님의 책을 처음 접했다. 당시 나는 학창시절부터 고대해온 런던여행을 준비하면서 관련정보들을 찾아보던 중이었는데, <런던이 사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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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관 작가님의언젠가 유럽의 부제는 도시와 공간,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여행이다. 사실 작가님 책을 접한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몇 년전 우연히 찾게 된런던이 사랑한 천재들, 찰리 채플린에서 버지니아 울프까지를 읽으며 작가님의 책을 처음 접했다. 당시 나는 학창시절부터 고대해온 런던여행을 준비하면서 관련정보들을 찾아보던 중이었는데, <런던이 사랑한 천재들은 단순히 여행지에 대한 정보와 추천코스만을 나열하는 여타의 여행서적과는 확연히 다른 독특한 매력을 가진 책이었다도시를 대표하는 6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구성하여 런던이라는 도시에 대해 체계적으로 소개하는런던이 사랑한 천재들의 독특한 접근방식에 매료되어 런던에까지 가져가서 여행중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본격적으로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책 날개를 보면 간략한 저자 소개가 있는데 이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천재 연구가라는 작가님을 대표하는 수식어가 있다. 이는도시를 사랑한 천재들시리즈에 기인한 것이다. 15년전 오스트리아 빈을 여행하던 중 조성관 작가님은 모차르트와 교감을 나눈 진귀한 경험을 하였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도시 공간에 남겨진 천재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기획했다. 2007빈이 사랑한 천재들이 처음으로 출간되었고, 뒤이어 프라하, 런던, 파리 시리즈가 출간되었다. 올해 시리즈의 마지막인 서울편이 출간된다고 하니 이 또한 기대가 크다.  

 


언젠가 유럽의 서문에는 이 책의 집필 동기가 서술되어 있고, 이를 통해 왜 이 책에 도시와 공간,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여행이라는 부제가 붙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유럽의 대표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나는 예상치 못한 많은 부수적인 스토리들을 수확했다. 그것은 천재들의 기나긴 삶의 여정에서 수습한 이삭이었다. 그러나 천재 시리즈에서는 이 같은 주변적인 이야기들은 부득이 생략할 수 밖에 없었다. <언젠가 유럽은 이를 여행기의 형태로 쓴 것이다.” (p. 6 ~ 7)

 


‘도시를 사랑한 천재들은 거장들의 삶과 작품에 대해 전문적 식견을 쌓은 조성관 작가님의 안내를 받으며 거장들의 삶을 깊이 파고드는 '책으로 하는 여행'이라는 독특한 컨셉을 가진 시리즈다. 이는 거장의 삶과 작품에 매료된 사람들은 물론 문학기행 등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현재 여름휴가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로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없는 대부분의 독자들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좋은 여행 안내서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언젠가 유럽도시를 사랑한 천재들시리즈에서 담아내지 못했던 점들을 다루며 뭔가에 쫓기듯 타이트하게 진행되는 알레그로 (allegra)’가 아닌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돌아보는안단테 (andante)’ 여행을 지향하고 있다.

 


“코로나 창궐 이후 세상은 달라졌다. 유럽 여행도 더 이상 코로나 이전과 같은 양상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패턴이 크게 바뀔 수밖에 없다.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나는 이 변화를지적인 개인주의 여행이라고 정의한다.” (p. 8)

 


 언젠가 유럽은 유럽의 6개 도시 (파리, , 런던, 프라하, 베를린, 라이프치히)를 다루고 있다. 작가님은 천재 시리즈가 정장 차림으로 빈 필하모닉의 말러 교향곡을 듣는 것이라면, <언젠가 유럽은 캐주얼 차림으로 쇤브룬 궁전 마당에서 앙드레 류의 오케스트라 공연을 감상하는 것이라는 책의 컨셉을 기가 막히게 설명하는 비유를 서문에 남겼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서두에서 각 도시를 대표하는 영화를 소개함으로서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며 도시에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는 부분이었다. 영화미드나잇 인 파리를 통해 파리를 소개하고, 연인의 낭만을 담은 영화비포 선라이즈로 빈이라는 도시에 대한 첫인상을 독자들에게 강렬하게 심어주고 있다.

 


런던을 여는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노팅힐이었는데,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영화이고 개인적인 추억이 깃든 영화이긴 하지만 뒤이어 등장하는 트라팔가 광장과 넬슨 제독, 내셔널 갤러리 등을 고려하면 런던을 소개하는 영화로 <007 스카이폴을 택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007 스카이폴을 보면 인상 깊은 하나의 장면이 등장한다. 영광스러웠던 과거를 뒤로하고 나이가 들어 노쇠한 제임스 본드가 한 점의 그림을 응시하고 있는 장면쓸쓸한 뒷모습을 여과 없이 노출하며 그가 바라본 그림은 윌리엄 터너의 명화전함 테메레르였다.


 



테메레르는 절체절명의 위기순간에 조국을 구하고 영국의 전성기를 이끈 영웅이었다. 책에도 소개하고 있지만 1805년 넬슨 제독이 이끄는 영국 해군은 나폴레옹의 유럽제패를 저지하고 자국을 수호하기 위해 트라팔가 해전에 임한다. 전장에서 테메레르는 위기에 처한 영국의 기함 (flagship) 빅토리호를 구하고 두 척의 배까지 나포하는 전적을 올린다. 이를 기반으로 한 트라팔가 해전의 승리는 19세기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윌리엄 터너의 그림에 표현된 테메레르는 찬란하게 빛났던 트라팔가에서의 모습이 아닌 시대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구시대의 유물로 쇠락한 모습이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빛낸 존재였지만 더 이상 자신의 힘으로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덩치 큰 범선은 작은 증기선에 의해 예인되며 해체되기 전 마지막 항해를 하고 있다. <007 스카이폴에서 은퇴의 기로에 선 스파이는 그림 속 범선을 보며 세월의 무게와 시대의 변화를 읽었던 것일까? 인간의 고통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서도 이렇게 처절하고 애잔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새삼 놀라고 감동받았던 기억이 있다.


 

언젠가 유럽이 다루고 있는 6개의 도시 중에서 나는 지금까지 3개의 도시만을 방문했다. 작가님의 체계적인 큐레이션을 받으며 예전 여행의 추억들이 떠올랐다. 예술가들의 성지 몽마르트르는 파리 여행 중 들렸던 곳이지만 모딜리아니와 피카소의 단골 술집이었다는라팽 아질이나몽마르트르 미술관’,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과 관련이 있는 곳이라는카트린 아줌마 식당은 미처 알지 못했던 곳이다. 추후에 다시 파리를 방문하게 된다면 방문해보고 싶다. 또한  아직 가보지 못한 도시 중에서는 프라하를 가장 먼저 방문하고 싶다. 그 이유는 책에서 작가님이 모든 해외여행 경험을 통틀어 지구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공간이라고 강력 추천하신 프라하의 구시가 광장을 가보고 싶어서다.

 


2020 8월 현재, 예년과 같을 경우 한창 여름휴가를 즐기고 있을 기간이지만, 해외여행은 커녕 예전과 같은 자유로운 여행 자체를 생각할 수 없는 요즈음의 분위기로 인해 나는 이른바코로나 블루로 지칭되는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조성관 작가님의 신작 출간 소식을 듣게 되었고 바로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서점을 통해 책을 만날 수 있었다. <언젠가 유럽이라는 책의 제목은 조만간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렇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평범한 일상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있다. 또한, 다시 해외여행을 떠나게 될 근미래의 어느 날을 연상시키는 반가운 제목이기도 하다. 더더욱 마음을 설레게 한 건 책 표지에 쓰여있는우리는 언제나 떠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였다. 내게언젠가 유럽은 예전 여행의 추억과 다가올 여행의 설레임을 동시에 주는 책이었다. 마스크와 방콕 생활로 지친 당신, <언젠가 유럽을 통해 떠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며, 지난 여행의 추억과 새로운 여행에 대한 설레임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r******2 2020.08.18.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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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언젠가 - 유럽' 여행에서 지적 탐구의 즐거움을 느낄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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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 유럽 여행을 다녀왔습니다.그런데 이후~ 더 이상 비행기를 탈 수 없는 현실에,랜선 여행을 기웃기웃하게 되던 차에'언젠가 - 유럽' 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선택해 본 책입니다.작가는 이전에  도시 공간에 남겨진 천재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여행 후'빈이 사랑한 천재들'을 시작으로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시리즈를 펴냈다고 하는데요,작가가 여행한 여러 도시들 중 가장 좋았던 도
"나도 '언젠가 - 유럽' 여행에서 지적 탐구의 즐거움을 느낄수 있기를!" 내용보기

작년 초 유럽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이후~ 더 이상 비행기를 탈 수 없는 현실에,

랜선 여행을 기웃기웃하게 되던 차에

'언젠가 - 유럽' 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선택해 본 책입니다.


작가는 이전에  도시 공간에 남겨진 천재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여행 후

'빈이 사랑한 천재들'을 시작으로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시리즈를 펴냈다고 하는데요,

작가가 여행한 여러 도시들 중 가장 좋았던 도시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은

"빈, 프라하, 파리 입니다. 이 세 도시는 여행을 하면서 어떤 위압감 같은 것을

느끼지 않습니다. 걷거나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이용하면서 편안한 느낌을 받습니다."


여행에 정통한 사람이 추천하는 도시는 왠지 더 특별함이 느껴집니다.

거기다 책속에서는 들러보아야 할 '이야기'를 가진 장소들을 찾아갈 수 있는

지하철, 버스 번호를 얘기하며 길을 설명하고 있기에

왠지 도전해볼 법한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여행의 종류는 아주 다양하지요,

식도락, 예술 작품 감상, 건축물 답사...

저는 사실 그냥 휴양위주의 여행을 하였다가

작년 파리/스위스/이탈리아 '깃발'여행을 다녀오고나서는

조금 다른 여행을 계획해보고 싶어집니다.

다녀오고나서 특별히 기록도 안해뒀더니

점점 기억이 희미해지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다음 여행은 작가가 추천하듯이

건축물을 거닐되, 그 공간을 거쳐간 사람들이 만들어낸 스토리 텔링에 주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작가는 깃발 관광의 알레그로 속도가 아닌

중세 시대 건축물을 느낄 때는 안단테(또는 라르고)의 속도를 추천합니다.

저 같이 예술을 모르는 사람도

모딜리아니나 드가의 이름을 들으면 자동으로

목이 긴 여인의 초상이나 발레리나의 모습이 떠오르는 걸 보면

그들이 드나들던 카페나 그들이 영면한 묘지를 방문해보면

책에서 읽었던 에피소드가 가상현실(VR)처럼

희미하게라도 떠오를것도 같습니다.

미드나잇 인 파리(파리), 비포 선라이즈(빈), 미션 임파서블(프라하), 

노팅힐(런던), 베를린 천사의 시(베를린)

영화의 장면들에서 찾아내는 장소들을 듣다보니,

다시 영화를 챙겨보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여행의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고요,

총 6개의 도시를 다르면서 소제목마다

사진과 컬러감을 다르게 해주었는데~

전체적인 책의 디자인도 너무 감각적인 것 같습니다.




파리 카트린 아줌마 식당에서 비스트로가 유래한 이야기,

빈의 첸트랄 카페 문학의 이야기와 함께

아인슈페너가 만들어진 이야기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아

이후에 한국에서 비스트로 식당을 가거나,

카페에서 아인슈페너 한잔을 즐길때면,

나도 모르게 파리와 빈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프라하성 정문의 싸우는 거인상을 보게되면,

이상은 평화롭지만, 역사는 폭력적이다 라는 문구가 떠오를것 같고

왠지 세계사를 좀 더 알아보고 싶다는 동기를 부여할 것도 같습니다.



런던에 가볼 기회가 생기면,

넬슨탑의 사자의 등에 꼭 한번 올라타 볼 수 있기를...

그러면서 이 사자는 나폴레옹 함대의 대포를 녹여 만든 거라고

알은체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베를린에서 부라덴부르크 문만 보고 갈 것이 아니라

베를린의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충치 교회' 빌헬름 기념 교회를 보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군요.


아직도 생소한 라이프치히는

이후 괴테,니체, 바흐,바그너의 이야기를 듣게되면

성토마스 교회와 라이프치히 대학이 머릿 속에 그려질 것 같습니다.


남들 다 가는 장소에서 사진 한장 찍는 것이 목적이였던 깃발 관광이였다면,

이제 하늘 길이 열리면,

저도 지적 탐구의 즐거움을 조금씩은 알아가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였습니다.


m******e 2020.08.18.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언젠가 유럽]으로 어제 간 유럽 !
"[언젠가 유럽]으로 어제 간 유럽 !" 내용보기
아 정말 오랜만에 쓰는 독서감상문이라 어떻게 시작해야할지조차 감이 안 잡히지만,내가 읽기 전, 읽으면서, 읽고 난 후의 생각을 기록해본다.필력이 그다지 좋은 것도 아닌 내가 이 리뷰를 쓰도록 결심을 하기까지 아주 많은 고민이 필요했고, 방금 막 붙인 인조손톱을 떼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우선 나는 유럽을 좋아한다. 이렇게 말하면 “책 제목이 <언젠가 유럽>인데,이 독
"[언젠가 유럽]으로 어제 간 유럽 !" 내용보기

아 정말 오랜만에 쓰는 독서감상문이라 어떻게 시작해야할지조차 감이 안 잡히지만,

내가 읽기 전, 읽으면서, 읽고 난 후의 생각을 기록해본다.

필력이 그다지 좋은 것도 아닌 내가 이 리뷰를 쓰도록 결심을 하기까지

아주 많은 고민이 필요했고, 방금 막 붙인 인조손톱을 떼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우선 나는 유럽을 좋아한다. 이렇게 말하면 책 제목이 언젠가 유럽인데,

이 독자 중에서 어느 누가 유럽을 딱히 안 좋아한다고 그러는 거야?”

하는 반응이 분명히 나올 것이다.

하지만 나는 유럽을 가본 적도 없고, 해외라고 해봤자, 단 한 번이 끝이다.

일상을 바꾼 이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나는 저번 겨울과

이번 여름에 유럽여행을 가지는 못 했을 것이다.

그래서 미래를 위해 책이라도 읽어 놓자 하는 생각으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유럽의 그 많은 도시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파리, , 프라하, 런던, 베를린, 라이프치히 6개 도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표지도 연노란 바탕에 분홍색으로 도시들이 영어와 독일어로 적혀 있다.

독일어를 공부하면서 실생활에 써본 적이 없는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공부 효과를 보았던 것 같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핵심 키워드는 안단테(andante) 여행이다. 프롤로그에는

속도를 늦추면 사람이 보인다. 대자연을 호흡하는 여행과 함께 사람을 만나는 여행만이 오래도록 향기가 지속된다. (중략) 이제, 새벽에 눈 비비고 일어나 버스로 이동하는 속도전 여행을 졸업할 때가 되었다.여러 도시를 점을 찍듯 돌아다니는 알레그로(allegro) 여행의 한계를 우리는 충분히 깨달았다.”

라는 저자의 말이 나온다. 안단테와 알레그로는 모두 음악에서

악곡의 빠르기를 나타내는 말인데, 저자는 느리게를 뜻하는 안단테와

빠르게를 뜻하는 알레그로를 사용하여 여행의 속도를 언급한다.

이 부분을 읽고 너무 공감이 갔던 이유가 나도 여행을 갔으면,

더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해야 의미있는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정말 강했다.

물론 나같이 더 많이 보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다른 취향을 가진 여행자도 정말 많을 것이다.

따라서 절대 어느 방법이 맞고 틀렸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의 여행의 최초 목적은 일상으로부터 탈출과 힐링이었다.

그래서 힐링 목적의 여행을 갔다와도 피곤한 나는

저자의 안단테 여행이 너무 흥미롭게 느껴졌다.

 

첫 번째 도시 Paris,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프랑스의 파리는  카페 이야기가 인상깊었는데

그 중에서도 ‘되 마고(Les Deux Magots)’ 라는 카페는

작가들이 좋아한 문학 카페라고 한다.

또한 이 카페에는 보부아르와 헤밍웨이, 사르트르, 피카소가 자주 왔다고 하며

그만큼 프랑스는 다양한 예술인이 많은 만큼 카페도 문학과 같은

예술적 소양을 가진 것 같았고, 유서깊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부분에는 다양한 카페들과 연결된 많은 이야기들이 있으므로,

아는 사람들이 보면 아주 반갑고, 나처럼 모르는 사람이 보면 신기한 부분이 될 것 같다.

 

두 번째 도시 Wien,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

빈 역시 유명한 카페들을 소개한다.

우리가 아는 비엔나 커피, 즉 아인슈페너의 고장답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하면 생각나는 것은 바로 음악이 아닐까 싶다.

브람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요한 슈트라우스, 쇤베르크 등

빈에서 태어났거나 이주하여 전성기를 맞은 곳이 바로 음악의 수도 빈이다.

모차르트의 집과 베토벤의 이사에 얽힌 이야기를 비롯한 많은 이야기는

음악에 대한 학식이 있다고 할 수 없는 나에게도 정말 흥미롭게 다가왔다.

 

세 번째 도시 Praha, <미션 임파서블

이 책에서 프라하를 사실상 처음으로 자유세계에

소개한 영화가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한다.

또한 프라하의 구시가 광장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나는 여행 계획에 프라하가 없어도 구시가 광장을 꼭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으로 구시가 광장을 묘사했다고 느껴졌다.

또한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의 흔적을 이곳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네 번째 도시 London, <노팅 힐

트라팔가르 해전을 승리로 이끈 넬슨 제독을 기념하기 위해

윌리엄 4세 광장으로 불리던 곳을 트래펄가 광장이라 이름을 바꾸었는데,

이 트래펄가 광장에서 일어난 많은 일들과 트래펄가라는 지명을

아무 데나 붙이지 않는 이유까지, 영국의 역사를 담은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p.253

 

다섯 번째 도시 Berlin, <베를린 천사의 시

베를린의 랜드마크인 브란덴부르크 문과 더불어

랜드마크가 된 빌헬름 기념교회가 연합군 폭격기가 투하한

포탄 두발로 인해 교회 외관의 생명인 첨탑이 부서졌던 일이 있었다.

이에 대해 서베를린 정부는 독일인의 영광이 응축된 상징적인 건축물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심을 거듭했고, 정부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렸을지와

홀로코스트 추모공원 건립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p.310 

 

여섯 번째 도시 Leipzig

"마르틴 루터,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프리드리히 니체, 고트홀트 레싱,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펠릭스 멘델스존, 리하르트 바그너...... ." p.347 

위의 인물들은 그들의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인물들이다.

위 인물들이 모두 라이프치히와 관련이 있다고 하면

우리는 라이프치히라는 도시에 대해 예상해볼 수 있다.

이 부분에서는 그들이 어떻게 라이프치히와 인연을 맺었는지 알 수 있다.

 

위에서 내가 말한 부분들은 많은 정보 속에서 인상깊었던 것들 중에서

힘들게 골라온 것들이다. (인상깊었던 이야기가 워낙 많았다.)

또 이 책은 내가 직접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내가 하던 여행이라면 짧은 시간에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는 형식이었을테지만

이 책은 안단테 여행을 하면서 정말 세세하고 깊은 정보까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직접 유럽 여행을 가서 구경을 했더라면

이런 이야기는 모른 채로 넘어갔을 것이고, 어떤 카페가 유명하고

그 카페에 얽힌 이야기가 이렇고... 전혀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책 내용과는 관련이 없는 말이지만

이 책이 두께는 3cm인데 무게는 418g이라고 한다..

내가 평소에 가볍게 읽던 책보다는 두꺼웠던 편인데 (?)

무게가 가벼워서 이동할 떄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책의 구성은 너무나도 알차지만 무게는 가벼운 이 책을

읽고나서는 '너무 뿌듯하다! 유럽여행 가고싶다.'는 생각이 더욱 든다.

 

<언젠가 유럽>을 읽고 '어제 간 유럽'으로 바뀐 듯 하다는 생각을 하며 리뷰를 끝낸다!

 

y*****a 2020.08.16.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