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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끓는 우주적 상상력과 자유로움을 읽다
"들끓는 우주적 상상력과 자유로움을 읽다" 내용보기
평전은 지루하다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린 책이다. 그만큼 술술 잘 읽힌다. 독자를 배려한 이승하 시인의 친절한 해설 때문이리라. 시와 함께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단잠을 몰아내고 한달음에 읽어버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초의 삶과 시세계를 읽고,  난 잘 살고 있나?  되돌아볼 수 있게 한 값진 시간이었다.  흔히 자유로운 영혼하면 랭보를 떠올리겠지만,
"들끓는 우주적 상상력과 자유로움을 읽다" 내용보기

 평전은 지루하다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린 책이다. 그만큼 술술 잘 읽힌다. 독자를 배려한 이승하 시인의 친절한 해설 때문이리라. 시와 함께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단잠을 몰아내고 한달음에 읽어버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초의 삶과 시세계를 읽고,  난 잘 살고 있나?  되돌아볼 수 있게 한 값진 시간이었다.

 

흔히 자유로운 영혼하면 랭보를 떠올리겠지만, 공초의 삶도 그에 못지 않다. 등단시점이 일제강점기 시대였던 걸 감안하자니 그의 사상이 더 웅숭깊게 느껴진다. 가령, 공초의  <밤의 노래>를 읽다보면 자연스레 니체의 사유가 연상된다. 당시에도 이렇게 심오한 지식을 갖춘 지닌 시인이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 그래서일까? 국내에서 공초의 연구는 미미한 형편이지만, 그가 타계한 이후에도  공초문학상을 제정하는 등 숭모의 염은 지속되는 모양이다.

 공초가 대단한 애연가였다던가, 혹은 허무를 추구한 괴짜시인 정도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고작 국어시간에 배운 짧은 지식으로 말이지...고백하건대 나 역시 그러했다. 그렇게 된 데에는 그가 활동했던 '폐허'라는 동인지의 영향도 크다. 막상 시를 읽다보면 그가 허무주의로 일관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다음은 재미있는 시 한 편.

 

어어 밤은 깊어

화촉동방의 촉불을 꺼졌다

허영의 의상은 그림자마저 사라지고...

 

 그 청춘의 알몸이

 깊은 어둠바다 속에서

 어족인 양 노니는데

 홀연 그윽히 들리는 소리 있어

 야야...야!

 태초 생명의 비밀 터지는 소리

 한 생명 무궁한 생명으로 통하는 소리

 열반의 문 열리는 소리

 오오 구원의 성모 현빈이여

 

 머언 하늘의 뭇 성좌는

 이 밤을 위하여 새로 빛날진 저!

 

 밤은 새벽을 배고

 침침히 깊어 간다.

                          - <첫날 밤> 전문

 

남녀가 초야를 치르는 밤 풍경이 그려지고 있다. 그 과정이 다소 코믹하다 싶다가도 "태초 생명의 비밀 터지는 소리"란 시구에서 성스러움이 환기된다. 타자의 몸을 받아들이고, 새생명을 잉태하는 데 터져나오는 야야야!란  교성은 한 생명을 다른 우주로 건너갈 수 있게 하는 신성의 소리인 것이다.  

이 시와는 다른 느낌의 절창이 또 있다. <허무혼 선언>에 드러난 사상 또한 여간 웅숭깊지 않다. 세계를 바라보는 공초의 깊은 사유와 지식의 방대함이라니!  이런 시정신을 바탕으로 그는 나라를 빼앗긴 절망을 딛고 일어서고자 했다. 절망의 폐허 위에서 다시 시작해보자는  열망, 우주적 상상력으로 시를 품었다. 무애하고 광대무변한 우주의 원리를 노래한 시와  시인의 삶은 정확히 일치하였다. 공초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고, 일생을 부평초처럼 떠돌다가 삶을 마감했으므로. 

 

그는 한국문단에서나 사회적 위치에서도 권력을 누릴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갖추었으나 어떤 욕망도 욕망하지 않았다. 작금의 한국문단은 어떠한가? 나는 그 세계에서 욕망을 욕망하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안다. 하여, 한 권의 시집도 남기지 않고 살다간 시인의 삶이 기이하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존경스러울 정도다. 코로나 때문에 일상의 풍경이 어그러진 요즘... 사그라들 줄 모르는 이 교활한 바이러스도 결국 인간의 욕망이 빚어낸 참극 아니겠는가. 무소유를 실천하며 자유롭게 살다간 공초에게서 느끼는 바가 크다.

 

 그런데 이 책에는 공초 오상순 시인 외에도  연구자, 박윤희 박사의 이름이 여러 번 나온다.  박윤희 박사는 이승하 시인의 제자이다. 그녀가 도일해서 공초의 문학을 연구하고, 박사논문을 마친 뒤 세상을 하직했단 가슴 아픈 사연을 스승이 직접 밝히고 있다. 제자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발표되지 못한 논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를 소망하는 스승의 마음이 애틋하다. 이승하 시인이 공초의 삶과 문학정신을  복원하고, 제자의 논문에 하나하나 각주를 달아가며, 선행연구와 다른 지점을 확인하는 과정도 무척 흥미롭다.

일독을 권한다. 자유로운 영혼 공초, 이 책을 읽는 순간, 당신도  자유로워질 것이다! 

t*****h 2020.07.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