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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늉’이라는 단어는 맹자의 “오랫동안 빌려 돌려주지 않으면 그것이 자기 것이 아님을 어떻게 알겠는가?” 라는 관점과 연관이 있다. 보르헤스는 말하길, 남을 흉내 내 시를 낭송하려면 그 사람의 말투, 억양, 제스처를 따라해야 하는데 그것은 사실 그가 느끼는 방식 안에 들어가려는 시도라고 했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서경식이 언급한 지성과 교양이라는 것을 떠올렸고, 지성과 교양을 옹호하는 것이 곧 인간을 옹호하는 것과 같다는 말을 떠올렸다. 인간을 옹호한다는 표현은 이 책에서도 반복되었다. 지성인을 시늉하는 것이 독자로서 내가 해야 할 의무다. 그 시늉을 통해 언젠가 나도 모르게 지성과 교양을 옹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은 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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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누어라는 이름은 그의 <마르케스의 서재에서> 저서를 통해 알았다. 지성인과 지식인의 특성이 모두 골고루 겸비된 듯한 느낌을 받아 저자의 다른 책들도 관심 있게 살피던 차에 이 책을 알게 되어 사실 만만치 않은 책값에도 큰 고민 없이 구입했다. 실제로도 책값이 전혀 아깝지 않다. 500여 페이지를 가득히 메우면서 펼치는 그의 지적 향연은 감탄과 감동을 번갈아서 준다. 가끔씩 정곡을 찌르는 그만의 위트도 볼거리다. 이를테면 "중국인은 습관적으로 사람의 평가는 관뚜껑을 닫은 뒤에야 정해진다(정말로 정해지기는 할까)," "영국인은 진실은 시간의 딸이다고 해서 진실이 시간에 의해 낳아진다(불임이거나 유산일 수도 있지 않나)"와 같은 부분들. 명예와 부, 권력 중에서 그는 가장 종잡을 수 없는 것은 단연 명예라고 한다. 그와 관련해 명성에 대해서는 밀란 쿤데라의 정의를 취하면서 "명성이란 나를 아는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보다 많은 것"이라고 한다. 실로 간단명료하면서도 가장 확실한 정의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