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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없어야 할 나쁜 에너지 기행
"더는 없어야 할 나쁜 에너지 기행" 내용보기
2011년 3월 11일, 브라운관이 뿜어대던 영상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비현실적으로 요동치던 파도는 모든 것을 휩쓸고 갈 태세였다. 집이 무너지고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끔찍했던 건 원전의 문제였다.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은 방사능의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해산물을 기피하는 현상은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일본산 제품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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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1일, 브라운관이 뿜어대던 영상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비현실적으로 요동치던 파도는 모든 것을 휩쓸고 갈 태세였다. 집이 무너지고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끔찍했던 건 원전의 문제였다.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은 방사능의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해산물을 기피하는 현상은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일본산 제품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인 에너지로 원자력을 인식하던 기존 사고를 변화시킬 것을 우리에게 요구했다. 한 방에 모든 것을 앗아가는 놀라운 수준의 폭발성을 지녔으며, 그로 인한 소요 비용 역시 천문학적임을 이제는 우리의 뇌리에 각인시켜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의 정부는 여전히 원전에 의존적이며, 심지어 이를 해외에 수출함으로써 부를 창출하려는 욕심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세계의 놀랄 만한 불평등을 고려했을 때 에너지 문제에 대한 고민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간 선진국들은 각종 환경오염이나 규제 등으로 인한 제약을 전혀 겪지 않으면서 경제를 성장·발전시켰다. 이를 따르는 국가들로서는 과거 선진국들이 보인 행보를 고스란히 좇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일 것이다. 그런데 지구의 상태가 심상찮다. 같은 방식을 고수했다가는 지구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삶이 위태로움에 빠지고야 말 것이다. 이미 지구온난화는 시작되었다. 온도가 올라가고 해수면이 상승했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거대한 토네이도가 미국 전역을 휩쓸고 지진과 태풍에 수천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일이 아이티 칠레 중국 등에서 발생했다. 문제는 이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에너지의 사용량을 보았을 때 경제적으로 부유한 국가들은 그렇지 못한 국가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그렇지만 자신들의 소비 지향적인 삶을 바꾸는 것보다는 충분히 발전하지 못한 국가들을 억누르는 것이 보다 쉽기에, 선진국들은 숱한 회의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합의점도 도출치 못했다. 그나마 액션(action)이라고 취하고 있는 국가들은 나은 것일지도 모른다. 미국은 아예 도쿄의정서의 비준마저도 거부하지 않았던가!

세계 곳곳을 오가며 엿본 세상은 막연히 상상했던 것에 비해 더욱 끔찍했다. 지금도 전기는커녕 마실 물조차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지역이 참으로 많았다. 저런 곳에서도 인간이 살아간단 말인가? 그 곳 사람들이 느낄 고달픔이 나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듯했다. 우습게도 현지인들은 이용할 물이 없는데, 국가는 물을 이용해 발전을 했고 그렇게 탄생한 전기를 해외에 수출했다. 이는 자본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우리 사회의 법칙이 에너지 분야에도 적용됐기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댐이 건설되면 내 고장이 발전하고 내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듯했지만, 그들은 머지않아 제 순진함을 탓하며 가슴을 칠 터였다. 태반이 문명의 혜택을 누려보지 못한 국가에선 무어가 되었건 미래가 현재보다 나을 거라는 믿음에 강하게 집착하기 마련이다. 이전에 우리도 그랬다. 가진 것을 파괴하면서까지 경제성장을 이루고자 했던 우리 자신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독일처럼 국가가 나서 원전 가동의 중단을 꾀하는 이상적인 경우는 아직 드물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세계 에너지 정책에 반기를 든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충분히 교육받지 못한 이들에게 지금의 에너지 정책이 품은 위험성을 상기시키고, 나아가 그들이 제 삶의 터전을 일구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일을 세계의 활동가들은 담당하고 있었다. 아직 파괴되지 아니 한 공동체를 보유한 저개발 국가들이기에, 어쩌면 우리와는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돈 앞에서 의견을 달리하고 서로를 향해 삿대질을 퍼붓는 비정한 성장의 과정을 그들은 부디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로가 처한 입장이 다르기에 이것이 정답이라는 말은 쉬이 못하겠다. 하지만 나쁜 정책이 나쁜 사람들과 아픈 사람들을 무수히 양성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옳지 않은 일이 자행되다 보니 나쁜 에너지 기행이 가능했고, 옳지 않은 일이 너무도 만연했기에 한 권의 책이 탄생할 수 있었다. 이런 책이 필요치 않은 환경을 구현해야 한다.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다른 누구 아닌 나 자신을 위해.

 

 

q*****2 2013.11.07.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