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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된 건, 피터 박스올이 편집한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권' 때문이었다. 제목도 특이해서 더욱 눈에 들어왔다. 작가는 호레이스 맥코이. 미국 작가다. 책이 출간된 것은 1935년. 그러나 출간 당시 미국에선 그리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다. 1940년대, 미국이 아니라 프랑스의 한 작가에서 의해 재발견되어 오늘날 걸작 소설로 평가받게 된 것이라 한다. 작품도 운이 그리 좋지 못했지만 작가도 불우했다. 책 날개에 작가 이력을 보면 원래 기자였던 작가는 상류층과 교류가 잦아서 그랬는지 낭비벽이 있어서 생전에 가산을 거의 탕진했다고 한다. 겨우 58세 나이에 죽었을 때는 아내가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그가 생전에 모은 책과 재즈 앨범을 다 팔아야했다고. 이 책은 대공황 시대에 실제로 있었던 마라톤 댄스 대회를 소재로 하고 있다. 남녀가 커플이 되어 최종적으로 한 쌍이 남을 때까지 원형 경기장을 계속 맴돌며 춤을 추는 경기이다. '뭐, 이런 대회가 있었다고?'하는 생각부터 드는데, 대공황 시대에는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다 했으므로 이런 대회도 얼마든지 했을 것 같다. 작가는 이런 저런 직업을 전전하다 마라톤 댄스 대회의 경비일까지 하게 되었는 데 그 때 보고 겪었던 것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주인공 나는 헐리우드의 버스 정류장에서 우연히 글로리아라는 여인을 만난다. 영화 감독이 되고 싶으나 연출부의 조수 노릇도 하기 힘들어서 늘 일없이 그 주변만 맴도는 처지의 나는 역시 영화 배우가 되고 싶어서 헐리우드로 왔으나 겨우 엑스트라만 네 번밖에 못해 본 글로리아에게 동병상련을 느낀다. 그러다 글로리아가 우승 상금이 1만 달러라는 마라톤 댄스 대회의 참가를 제의하고 공짜로 밥을 먹여준다는 것에 혹해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대회는 생각했던 것처럼 만만하지 않다. 태양이 떠 있는 동안 내내 1시간 50분 춤을 추고 10분 쉬는 걸 반복하며 오직 가장 오랜 시간 춤춘 커플이 우승한다는 간단한 규칙이지만, 내부와 외부 요인 때문에 지속한다는 게 어렵지 않다. 내부적인 요인은 글로리아다. 이미 세상의 쓴 맛을 볼대로 다 봤다고 생각하는 글로리아는 냉소에 찬 허무주의가 되어 사사건건 부정적인 말만 하고 다른 커플의 여자에 대해서도 왜 이런 세상에 애를 낳느냐는 등 참견을 하여 갈등을 빚는다. 그 어떤 희망도, 낙관도 없이 글로리아는 오직 태어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된 시간을 다만 버틴다는 의미로 춤을 추고 있을 뿐이다. 그런 글로리아 앞에서 나 또한 예전에 가졌던 삶에 대한 낙관이 점점 비관으로 변해가는 걸 느낀다. 외부적인 요인은 여러가지다. 이미 처음 신청한 144 쌍 중 일주일 만에 61 쌍이 기권했지만 그것 말고도 온갖 이유로 하루 하루 지날 때마다 커플들이 탈락한다. 살인을 저지르고 추적을 피해 대회에 참여했다가 발각되어 탈락하는 이도 있고 가출한 소녀를 성인 여성으로 알고 파트너로 삼았다가 그 소녀의 어머니가 고소하는 바람에 탈락하는 이도 있다. 대회의 흥행을 위해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오랫동안 춤을 추려면 옷과 신발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데 그것을 제공해 줄 후원자를 찾아야 한다거나 아무래도 남녀 커플이 주가 되는 대회인만큼 구경꾼들을 더 많이 끌어모으기 위해서 공개 결혼을 해야 하는 일도 생기는 것이다. 소설은 그런 과정을 하나 하나 보여준다. 이런 모든 과정을 지켜보면서 독자는 이 마라톤 댄스 대회가 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바로 우리의 삶을 은유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대회에 참여한 커플 그대로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선 자본으로 교환 가능한 것이며 어떻게든 자본의 구미에 맞지 않으면 루저로 전락하고 마니까. 마라톤 댄스 대회에 참여한 커플이 무조건 규칙을 지켜야 하는 것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이 바라는 걸 강요 받고 할 수밖에 없는 우리들 또한 자유는 허락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글로리아가 그토록 삶을 부정하는 건, 오히려 자유롭고자 하는 열망의 반전된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소설의 마지막에서 내가 글로리아에게 한 행동은 그녀에게 구원을 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분량이 결코 많지 않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이 소설은 소재나 내용 또한 흥미롭게 때문에 소화하기가 한결 더 쉽다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의 모순이 극명하게 드러난 대공황 시기에 나와서 그런가 오늘날에도 공감을 자아낼만한 자본주의에 대한 풍자나 차가운 비판도 스며들어 있기에 읽는 맛이 더욱 난다. 참고로 이 소설은 1969년에 시드니 폴락 감독이 영화로 만든 적이 있다. 개성 강한 여주인공 역할은 제인 폰다가 맡았다.
'그들은 말을 쏘았다'의 원래 제목은 'They Shoot Horses, Don't They?'이다. 이것은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기도 한데 그 뜻이 궁금하다면 직접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다 읽고나면 꽤 여운이 오래 남는, 인상적인 문장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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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50분간 쉬지않고 움직여 춤을 춘다. 그리고 10분간 휴식을 취한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면 1만 달러의 상금이 주어진다. '세계 마라톤 댄스 대회'의 룰이다. 화려한 별들이 모여 사는 곳, 캘리포니아의 한 해변에서 이 대회가 개최된다. 멋진 영화감독을 꿈꾸지만, 지금은 단역 배우자리라도 찾고 싶은 로버트는 '아주 우스운 계기'로 글로리아를 만나고 마라톤 댄스에 참가하게 된다. 돈 없는 평범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20분, 30분 짜리 단편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 일단의 꿈이다.
해상 유원지 무도회장으로 쓰인 건물 안, 폭 9미터에 길이 60미터 쯤 되는 댄스 플로어. 여기서 수준 낮은 밴드의 연주, 혹은 라디오 음악을 타며 144쌍의 남녀가 멈추지 못한 채 춤을 춘다. 대회 주최측의 매니저, 사회자, 심판관들은 그들의 움직임을 재촉한다. 불과 일주일 만에 61쌍을 기권하게 만드는 강행군 속에서 로버트와 글로리아는 이를 악물고 살아남으려 애쓴다. 짧은 휴식시간 동안 쪽잠을 자고, 식사를 하고, 생리현상을 해결하면서. 우연히 만나 커플로 대회에 참여한 이 두 사람의 대화의 결론은 글로리아에 의해 항상 하나로 이어진다. 죽고 싶은 것. "죽고 싶은 생각이 안 들게 할 만한 대화 주제는 없을까요?" "없어요." 부모 몰래 참가한 미성년자, 돈을 위해 마라톤 댄스를 찾아다니는 임신한 부부,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다니던 지명수배자 등 댄스 플로어를 뛰고 있는 사람들의 우울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하나 둘 탈락자가 나오면서 대회 주최측은 점점 대회의 흥행과 수익에 열을 올린다. 헐리우드를 주름잡는 유명인이 관람하고, 여유있는 자들이 마음에 드는 커플을 골라 후원한다. 그 속에서 참가자들은 열심히 몸을 흔든다.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참가 커플의 가짜 결혼식까지 기획한 주최측에 글로리아는 치를 떨지만, 행사는 순조롭게 진행된다. 신부의 구두는 메인 스트리트 구두가게, 스타킹과 속치마는 폴리 달링 걸스 상점에서, 신부 머리는 퐁파두르 미용실, 신랑 의상은 타워 양복점에서, 장내 꽃들과 여성 참가자들의 의상은 시커모어리지 탁아소에서 협찬을 받으며. 대공황 시절 암울한 경제 상황 속에서 천박한 자본주의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호레이스 맥코이의 시대를 보는 적나라한 표현이 꾸밈없이 독자에게 다가온다. 마라톤 댄스를 시작한 지 879시간이 흘러 이제 20쌍만이 플로어에 남은 시점, 가짜 결혼식이 진행돼야 했던 바로 그날 돌발상황이 발생하고 로버트와 글로리아의 운명은 여기서 엇갈린다. "늘 내일이죠. 기회는 늘 내일에만 오네요." 소박한 꿈과 바로 앞의 내일을 향해 달리던 로버트와 글로리아는 '마라톤 댄스 대회'라는 무대 위에서, 모든 것이 벗겨진 채 세상에 서있다. 살기 위해 달리는 그들, 그들로 인해 돈을 버는 자들, 그리고 그 모두를 즐기는 자들로 구성된 세상. 그래서 그들은 말을 쏘았다.(*) |
![]() 작가 호레이스 맥코이가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대 실제 체험한 경험적 사실을 모티브로 쓴 『그들은 말을 쏘았다』는 출간 초기 대중에게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1940년대 중반 장 폴 사르트르, 앙드레 지드, 앙드레 말로 등 프랑스 작가들을 중심으로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이 소설을 가리켜 “미국에서 탄생한 최초의 실존주의 소설”이라고 극찬했다. 유럽에서 맥코이는 윌리엄 포크너, 존 스타인벡,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미국 작가로 주목받았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무명 배우 글로리아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마라톤 댄스 대회에 참가하지만, 정작 그곳에서 만난 삶은 끝없이 견뎌야만 하는 악몽이었다. 마침내 그것이 자신의 삶에 내려진 형벌임을 깨달은 글로리아는 자신의 파트너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한다. 이 지점에서 소설은 삶의 의미와 공허함을 보여준다. 서정적이면서 음울한 이 소설은 섬세하고도 적나라하게 삶의 아이러니와 공포를 그려내 맥코이 작품 세계의 정점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 가학적이리만치 적나라한 이 작품은 그 시절 사람들의 시대 인식이 진지하지 못했다는 오해를 바로잡아줄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오락거리처럼 구경하는 이 작품의 플롯은 토머스 홉스와 찰스 다윈의 머리에서 나왔을 법한 설정으로 서바이벌 ‘리얼리티쇼’를 연상시키며, 맥코이는 여기에 살인, 성폭력, 낙태와 같은 주제를 과감히 덧붙인다. 인물들의 삶은 실로 끔찍하고 혹독하며 허무하다. 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작가의 열정과 힘은 찬사받아 마땅하다. 이 소설은 작가가 샌타모니카에서 벌어진 마라톤 댄스 대회의 경비원으로 일할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 1시간 50분 동안 춤을 추고 단 10분만 쉴 수 있는 마라톤 댄스가 실제로 있었던 행사라니 쉽게 믿기지 않는다. 지금 TV 리얼리티 쇼처럼 PPL(영화나 드라마에서 특정 제품을 노출시켜 광고 효과를 노리는 간접광고)이 그때 이미 있었단 것도 흥미롭다. 당시 마라톤 댄스 대회에 참가한 커플들이 후원사 이름이 크게 적힌 스웨터를 입고 춤을 췄다니 당시 미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흥미롭다. 미국의 가장 어두운 구석으로 독자들을 데리고 가는 이 소설은 현대 사회에도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 “글로리아와의 인연은 조금 우습게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그때 그녀도 나처럼 어떻게든 영화판에 들어가려 애쓰는 신세였다. 그 만남이 아니었다면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나는 지금도 그때 그녀를 보러 간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이혼과 근친 성폭력 등 비참한 삶을 살아온 글로리아. 우연히 놓친 버스의 정류장에서 로버트를 만나게 되고 둘의 운명은 시작된다. 대공황 시절이라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도 힘겨운 암울한 시기. 배경이 되는 로스앤젤레스에서 그들이 찾을 수 있는 것이라곤 삶의 단조로움과 무료함, 그리고 죽음뿐이다. 그곳에서 댄스 마라톤이라는 명목하에 참가자들이 수개월 동안 마지막 커플이 남을 때까지 원형 경기장을 끝없이 도는 행사가 열린다. 이 대회에 참가하면 숙식이 제공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글로리아는 로버트에게 한팀이 되어 출전할 것을 제안한다. ![]() 글로리아의 제안으로 로버트는 그녀와 함께 댄스 마라톤 대회에 커플로 참가하게 된다. 쉬지도 않고 끊임없이 춤을 추고, 대회 중간중간 마라톤 경주도 한다. 남녀 한 조가 커플이 되어 쓰러질 때까지 춤을 춰야 한다. 잘 수도 없고, 쉴 수도 없고, 오로지 10분의 휴식 시간에 세면과 식사, 수면을 해결해야 하는 광란의 대회. 심신이 피폐해진 버려진 영혼 같은 젊은이들의 무표정한 얼굴들. 삶의 목적이나 꿈도 상실한 채 오로지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 그들을 이용하여 온갖 쇼와 볼거리를 제공하려는 흥행업자. 동물원처럼 우리에 갇힌 비참한 동물들을 구경하고 즐기기 위해 입장한 관객들. 이 모두가 한데 어우러진 총체적인 비극은 끝을 알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실제 일어났던 일이라고 믿을 수 없는 이 기괴한 댄스 마라톤 대회는 인생의 무작위와 불합리, 그리고 무의미를 완벽히 보여주는 삶의 축소판이다. 대회가 막바지에 이를수록 글로리아는 끝없는 우울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그런 그녀를 애증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로버트도 함께 절망한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고 긴 암울한 현실의 터널 끝에서 작고 소박했던 그들의 꿈은 점점 사치로 변질한다. 소망하는 작은 평범한 삶조차도 버거운 그들에게 희망이 피어날까? 아니 헛된 꿈이라도 품어 보기는 한 걸까? “나는 가만히 바다를 내다보며 할리우드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그곳을 가본 적이 있기는 했던가. 혹시 이 모든 게 꿈이어서, 곧 아칸소 집에서 깨어나 배달할 신문 더미를 안고 허겁지겁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 건 아닌가.” ![]() 대회가 진행될수록 극도의 피로감에 꿈과 현실의 경계가 불분명해진다. 추악한 인간의 욕망이 치부를 드러내며 처절하게 이어지던 대회는 몇 발의 총성으로 또다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죽어야만 끝날 것 같은 이 대회는 역설적으로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황망하게 끝이 난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우리의 삶처럼 이 대회는 막을 내리게 되고, 더는 삶의 의미가 없다고 얘기하는 글로리아. 그녀는 로버트에게 총을 건네고 마지막 부탁을 한다. 판사가 내 앞에 앉아 안경 너머로 날 바라보며 뭔가를 말하고 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안경을 관통하는 그의 시선처럼, 그의 말도 나오는 족족 내 몸을 관통해버린다. 판사의 안경이 그의 시선을 잡아두지도 가둬두지도 못하는 것처럼, 내 귀와 머리는 그의 말을 좀처럼 담아두지 못한다. (p. 176) 새벽 두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안개가 자욱한 바깥공기는 축축했지만 상쾌했다. 마치 내 폐가 맑고 묵직한 공기 덩어리를 한 입 베어 무는 느낌이 들었다. (p. 197) ![]() 마라톤 댄스 대회는 한때 해상 유원지의 무도회장으로 쓰인 대형 건물에서 열렸다. 바다에 말뚝을 박고 세운 다리 위에 지어진 건물이었다. 건물 아래로는 파도가 밤낮으로 철썩였다. 청진기로 심장 소리를 듣는 것처럼. 나의 두 발이 파도의 솟구침을 느낄 수 있었다. (p. 30) 심판이 호루라기를 불었고 손님들은 신이 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라톤 댄스 대회에서는 언제라도 재밌는 구경거리가 생겨난다. 뭔가 일이 벌어지면 장내는 순식간에 들썩거린다. 이런 점에서 마라톤 댄스는 투우 경기와 비슷하다. (p. 51) 마리오가 살인죄로 체포되었을 때는 참 많이 놀랐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정말 착한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착한 사람이 살인자일 수도 있다는 게 이제는 이해가 간다. 나는 누구보다 글로리아에게 친절했다. 결국엔 그런 내가 총을 쏴 글로리아를 죽이고 말았지만. 그러니 착하다는 건 아무 의미도 없다…. (p. 58) ![]() 바닥에 드리운 삼각형의 햇살 조각이 점점 쪼그라들었다. 마침내 삼각형이 작은 덩어리로 뭉개져 내 다리에 달라붙었다.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내 몸을 타고 위로 올라왔다. 그 작은 덩어리가 턱까지 올라왔을 때, 나는 그것이 내 얼굴에 최대한 오래 머무를 수 있게 발뒤꿈치를 들었다. 눈을 부릅뜨고 창밖 태양을 똑바로 응시했다. 하나도 눈부시지 않았다. 순식간에, 햇빛은 자취를 감췄다. (p. 64) 새로운 경험이란 건 없다. 어떤 일을 겪어본 적 없다거나 생전 처음 겪는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에 불과하다. 무언가를 보거나 냄새를 맡고, 듣거나 느끼는 순간, 처음인 줄로만 알았던 그 경험을 과거에 이미 겪어보았음을 깨닫게 된다. (p. 80) ![]() 저자 : 호레이스 맥코이 미국 테네시주 인근의 가난한 지식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열여섯 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주 방위 공군에 입대하여 프랑스에 파병되었다. 소설가가 되려고 신문사에 들어가 스포츠, 범죄 취재기자로 일했으나 부유층과 교류하면서 지나친 소비와 방탕한 삶을 보내며 가산을 거의 탕진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후 맥코이는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샌타모니카에서 열린 마라톤 댄스 대회의 경비원으로 일하게 되면서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한 소설 〈그들은 말을 쏘았다〉를 완성해 출간했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이 소설을 가리켜 “미국에서 탄생한 최초의 실존주의 소설”이라고 극찬했다. 유럽에서 맥코이는 포크너, 헤밍웨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미국 작가로 주목받았다. 새 소설을 집필하던 중 1955년 12월 쉰여덟 살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 그의 아내는 그가 모아둔 책과 재즈 앨범을 팔아 겨우 장례식을 치렀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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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과 이브의 현대판 이야기 같다. 아담이 이브의 유혹 때문에 파멸하듯이, 로버트는 글로리아의 유혹 때문에 살인범이 된다. 구약에선 뱀이 이브를 유혹하고 이브가 아담을 유혹했지만, 이 소설에선 뱀의 역할이 빠져 있다(물론 뱀을 '할리우드식 자본주의'로 간주해도 무방할 듯 싶다). 그리고 뱀과 아담과 이브 모두 죄에 합당한 벌을 받지만, 이 소설에선 로버트만이 벌을 받게 된다. 로버트는 그저 죽고 싶다는 글로리아의 애원에 가까운 부탁을 들어주었을 뿐이다. 연민과 동정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삶의 의욕을 완전히 상실해 남은 소원이 그저 죽음뿐이던 글로리아는 로버트에게 마치 '다리가 부러진 암말' 넬리와도 같이 여겨진다. 할아버지가 넬리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장총으로 쏘아 죽였던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며, 글로리아의 고통을 끝내주기 위해 그녀가 건네준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고 만다. 원서 제목인 "사람들은 말을 쏘잖아요…. 안 그래요?"는 로버트의 허술한 자기변명일 수도 있다. 하지만 조력자살과 타살의 경계선이 애매한 경우가 로버트의 케이스다. 시몬 드 보부아르가 이 소설을 '미국 최초의 실존주의 소설'로 평한 이유도 생존게임, 자살, '죄와 벌'의 테마를 부각시켰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인간의 죄와 벌을 다룰 때 벌은 죄만큼 무거워야 한다. 그런데 간혹 죄보다 벌이 무거울 때도 있고 반대로 죄보다 벌이 가벼울 때도 있다. 사족이지만, 아담과 이브의 신화에서 나는 뱀보다도 이브의 죄가 훨씬 크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뱀이 아담이 아니라 먼저 이브를 유혹한 것도 뱀의 교활한 지능을 대변한다. 왜냐하면 아담이라면 비록 이브의 꼬임에는 넘어갔어도 뱀의 꼬임에는 결코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짝궁 이브의 유혹이 있기 전, 아담은 그저 하느님 말씀을 잘 듣는 착한 아들이었다. 아칸소 출신의 영화 감독을 꿈꾸는 로버트와 텍사스 출신의 단역배우 글로리아는 부부도 아니고 사랑하는 연인 사이도 아니다. 그저 함께 할리우드식 쇼비즈니스와 다를 바 없는 마라톤 댄스 대회에 참가한 22번째 참가자일 뿐이다. 이 소설에서 댄스 마라톤 행사가 벌어지는 원형 경기장은 로버트와 글로리아가 재발견한 일종의 에덴 동산이다. 에덴에서 선악과 나무를 따먹지만 않으면 무탈했듯이, 댄스 마라톤 경기장에선 탈락만 하지 않으면 무탈하기 때문이다. 1시간 50분 동안 춤추고 10분 동안 쉬는 것이 대회의 규칙인데, 탈락하기 전까지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주고 우승하면 상금까지 선사하기 때문에, 때가 1930년대 대공황 시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댄스 마라톤 대회장은 자본주의가 마련한 일시적인 '뉴에덴'의 축제 공간이 아닐까 싶다. 이 축제의 자리엔 대회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사회자도 있고, 참가 커플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요원이 있으며, 축제를 한층 빛내줄 영화계 유명인사들을 비롯한 관객들도 있다. 더군다나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광고를 위한 후원 회사들도 빼놓을 수 없다. 가령 로버트와 글로리아는 로버트에게 유난히 관심을 보이는 레이든 부인의 호의로 맥주 회사인 조너선 비어의 후원을 받게 된다. 만약 글로리아의 부탁을 무시하고 들어주지 않았다면, 로버트는 맥주회사에 일자리를 얻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소원이던 영화감독으로 출세했을지도 모른다. 이 소설엔 30년대 할리우드 유명 감독의 이름이 많이 나오는데, 음, 봉준호 감독이나 박찬욱 감독이 이 소설을 영화화한다면 어떨까, 그런 반가운 호기심이 강하게 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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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레이스 맥코이(Horace McCoy)’의 ‘그들은 말을 쏘았다(They Shoot Horses, Don’t They?)’는 우스꽝 스러운 대회를 통해 삶의 허무를 그린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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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탄생한 최초의 실존주의 소설”이라고 극찬받은 이 소설은 작가가 샌타모니카에서 열린 마라톤 댄스 대회의 경비원으로 일할 때의 경험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란다. 1시간 50분 동안 춤을 추고 단 10분만 쉴 수 있는 마라톤 댄스가 실제로 있었던 행사라고 하니 믿겨지지 않았다. 단 10분의 휴식 시간동안 세면과 식사, 수면을 해결해야 한다니 이런 미친 대회가 있나 처음엔 놀랐지만, 뭐 지금도 자극적인 리얼리티 쇼에 사람들은 열광하고 그럼 TV쇼에 PPL 이 등장하는 것처럼 마라튼 댄스 커플들이 후원사 이름이 크게 적힌 스웨터를 입고 춤을 추는 것이 별반 다르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씁쓸했다. 글로리아를 죽인 살인범으로 재판장에 선 주인공 로버트의 모습으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그와 글로리아의 인연은 정말 우연히 시작되었다. 로버트가 영화감독을 꿈꾸며 어떻게든 영화판에 들어가려 애쓰는 신세인 것처럼 글로리아 또한 무명조연배우였는데 버스를 놓치면서 정류장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대공황 시절이라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도 힘겨운 암울한 시기에 숙식이 제공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글로리아는 그에게 댄스 마라톤에 한팀으로 출전할 것을 부탁한다. 참가자들이 수개월 동안 마지막 커플이 남을 때까지 원형 경기장을 끝없이 돌며 버텨야 하는 끔찍한 대회가 내키지는 않았지만 심신이 피폐해진 버려진 영혼들에게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그 미친 대회는 도피처이기도 했다. 그래서 삶의 목적이나 꿈도 상실한 무표정한 얼굴의 젊은이들은 온갖 쇼와 볼거리를 제공하려는 흥행업자들의 요구대로 10분씩의 쪽잠만으로 버티며 계속 춤을 춰야만 했다. 흡사 동물원의 우리에 갇힌 비참한 짐승과 비슷한 처지였다. 마라톤 댄스 대회는 천박하고 모욕적이며 홀 안에 깡패와 건달, 끔찍한 범죄좌 무리가 있는 전염병 같다며 대회 중단을 요구하는 입장도 있었지만 우리안의 동물들을 구경하고 즐기기 위해 입장한 관객들도 다수였다. 착한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나 범죄자로 밝혀져 잡혀가는 선수도 발생하고, 죽기 직전의 몸 상태가 되어 포기해야만 하는 선수도 발생하는 가운데 로버트는 죽고 싶다는 말을 언제나 입에 달고 다니는 글로리아의 말이 조금씩 거슬리기 시작했고, 삶의 단조로움과 무료함은 쉽게 전염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로버트에게 호의적이었던 노부인이 사고로 죽게 되는 비극이 발생한 가운데 그는 글로리아의 고통을 끝낼 방법은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밖에 없어서 그는 그녀를 쏘게 되고 마라톤 댄스 대회는 중단된다. 끝없는 우울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글로리아를 애증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그가 그런 절망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 가학적인 기괴한 마라톤 댄스 대회가 현실에서도 진행중인 것 같아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결말이었다. |
![]() ![]()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였던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댄스 마라톤에 관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댄스 마라톤은 실제로 1900년대 초기에 미국에서 유행했던 대회인데, 참가자들이 마라톤처럼 계속해서 춤을 춰 마지막에 남은 사람이 우승자가 되는 행사이다. 몇 시간 정도야 재미삼아 가능하겠지만 하루가 넘고 일주일이 넘어 97일이라는 경이로운 시간에 이르면 이 대회에 참가하는 이들의 절박함이 드러난다. 많은 이들이 이 대회에 참가한 이유가 어마어마한 상금 때문이었으니까.
시몬 드 보부아르가 “미국에서 탄생한 최초의 실존주의 소설”이라고 극찬한 영미소설 <그들은 말을 쏘았다>는 댄스 마라톤에 참가한 글로리아와 로버트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상금 만 달러와 무료로 제공하는 숙식. 그들에게 이보다 더 달콤한 유혹은 없었다.
꿈을 위해 참가한 댄스 마라톤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되어 글로리아를 절망하게 만들고, 함께 춤을 추는 로버트 역시 그녀의 절망어린 모습에 함께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생생하게 다가온다. 2시간에 한 번 주어지는 10분간의 휴식 시간을 제외하면 끝없이 반복되는 댄스에 육체뿐 아니라 영혼마저 무너질 수밖에 없으니까.
끝없이 이어지는 고통과 절망의 연속. 무의미한 동작의 반복. 그 사이에 바람처럼 잠깐 다가왔다 사라지는 짧고 달콤한 휴식. 이런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는 일단의 무리들. 낯설지 않은 이 모습은 무얼 그리고 있는 걸까
여전히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누군가는 절망에 빠진 채, 누군가는 희망을 쫓아 헤매며, 누군가는 무너져 내린 삶에 결국 자신마저 무너뜨리며 살아간다. 그 때와 지금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분명 많은 부분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삶은 그들에게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쉽지 않은 무거움 짐을 지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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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오신 분들은 아실 테지만, 부인은 매일 밤 경주 심판으로 저희를 돕는답니다. 부인이 아니었으면 경주를 치르기가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대회가 마음에 드시나요, 부인?" 로키가 허리를 숙여 부인에게 마이크를 가까이 가져갔다. "바짝 긴장한 것 좀 봐. 지금 저 여잔 머리가 백지장일 거다, 멍청한 여편네." 글로리아가 중얼거렸다. "네. 마음에 들어요." 긴장한 레이든 부인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가장 응원하는 커플이 있나요, 부인?" "22호 커플, 로버트 시버튼과 글로리아 비티요." "부인께서 가장 응원하는 커플은 조너선 비어의 후원을 받는 22호라는군요! 부인, 저 커플이 우승하셨으면 하는 거죠?" "네. 그리고 제가 조금만 젊었더라면 직접 대회에 참가했을 거예요." (134-135p) 마라톤 댄스 대회에 참가한 '나'는 로버트 시버튼이에요. 나의 파트너는 글로리아 비티.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가난해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요. 해변에서 열리는 마라톤 댄스 대회는 탈락하기 전까지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함께 간 거예요. 우승하면 만 달러 상금을 받는다고. 한때 해상 유원지의 무도회장으로 쓰인 대형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댄스 플로어가 있어요. 플로어를 둘러싼 세 면에 특별관람석이 있고, 그 뒤편으로 일반석이 이어져 있어요. 나머지 한 면에는 악단 무대가 들어섰고 저녁 시간에만 공연했어요. 낮 동안에는 확성기를 연결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췄어요. 144쌍의 남녀가 대회에 참가했는데 일주일 만에 61쌍이 기권했어요. 1시간 50분 동안 춤추고 10분 동안 쉬는 것이 대회의 규칙이에요. 원하면 쉬는 시간에 잠깐 눈을 붙일 수도 있고, 면도하거나 몸을 씻을 수도 있어요. 중요한 건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을 단 10분 안에 끝내야 한다는 거예요. 바다에 말뚝을 박고 세운 다리 위에 지어진 건물이라서, 발밑에는 파도가 쉬지 않고 부서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나와 글로리아는 처음이지만 대회에 참가해본 사람들이 조언하기를, 10분의 쉬는 시간을 빈틈없이 사용할 줄 아는 것이 우승 비결이라고 했어요. 최대 고비는 첫 주였어요. 다들 발과 다리가 퉁퉁 부어 고생했어요. 처음엔 마라톤 댄스 대회가 장거리를 뛰면서 춤추는 건 줄 알았는데, 반대로 춤을 마라톤처럼 오랫동안 끝까지 추다가 최종적으로 남은 한 커플이 우승하는 대회였어요. 도대체 왜 이런 이상한 대회를 개최할 걸까요? 참가자들이야 뻔하죠. 돈이 없으니까, 숙식 제공해주는 조건 때문에 참가한 거죠. 놀라운 건 실제로 마라톤 댄스 대회 경기 영상이 남아 있다는 거예요.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서 벌어졌던 일이에요.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남녀가 서로 포옹한 상태로 춤을 추는데 동작이 거의 좀비 같았어요. 어기적어기적, 댄스 플로어 옆에 침대가 나란히 있어서 몇몇 사람이 쓰러져 있어요. 바람몰이 역할을 맡은 사회자가 있고, 심판 두 명이 플로어를 돌아다니면서 참가자들을 감독하고 있어요. 앗, 뭔가 익숙한 장면인데... 우리나라에서 크게 유행한 오디션 프로그램, 리얼리티 쇼~ 참가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로 찍어서 대중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죠. 직접 관람하러 온 사람들은 마음에 드는 커플을 응원하거나 후원해요. 참가자들의 목표는 우승! 우스꽝스러운 이 모든 상황에서 참가자들이 진지한 이유는, 바로 생존의 문제니까.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요? <그들은 말을 쏘았다>라는 제목의 뜻을 이해하려면 끝까지 읽어야만 해요. 마지막 장면... 할 말을 잃게 만드네요. "They Shoot Horses, Don't They?" 시몬 드 보부아르는 이 소설을 가리켜 "미국에서 탄생한 최초의 실존주의 소설"이라고 극찬했다고 해요. 아하, 그만큼 충격적이라는 의미일 것 같네요. 정말 소름돋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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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시간 남짓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라 그 시간만큼은 댄싱히어로의 주인공들처럼, 어느 순간은 마법의 빨간 구두를 신은 아가씨처럼 내가 알고 있는 몸짓을 총동원해서 몸을 흔들어댔다 (물론 내 엉덩이는 의자에 딱 붙어있었다) 눈이 스탭을 밟고 책장을 넘기는 손이 빨라졌다 느려졌다를 반복하면서 심장이 이렇게 '쿵' '쾅'댈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되었다 처절했다 꿈을 위한것도 아닌 당장의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그것이 해결되면 '혹시나 내가 우승까지?' 하는 생각으로- 흐느적거리는 말미잘도 수면 위에 나온 퍼덕이는 물고기도 아닌, 강렬한 생존본능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자 췄고 나중엔 살고자 멈추고 싶었던 미국의 혹독한 경제침체기와 자본주의의 암울함으로 얼룩진 경제공황시기에 실제 있었던 작가의 경험을 모티브로 쓰여진 소설, '그들은 말을 쏘았다' 어떻게든 영화판으로 들어가려고 애쓰는 신세 로버트와 글로리아의 만남은 당장의 배고픔을 해결하고 그곳에 있는 동안은 숙식이 해결된다는 미명아래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댄스마라톤으로 이어진다 그 희망은 햇빛이 차단된 공간에서 1시간 50분 동안 춤추고 10분 동안 쉬는 간단한 규칙 속에서 절망으로 바뀌어 가고 버티면 버틸수록 '죽음'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글로리아를 통해 작가는 말하고 있다 글로리아의 돌출행동과 폐쇄적 공간의 은밀함 을 통해 성폭력 .낙태.살인등 무너져 가는 가치관과 인간성을 보여준다 "늘 내일이죠 기회는 늘 내일에만 오네요" p199 -글로리아의 말중- 이 부분을 읽으면서 문득 떠오른 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명대사였다 1936년 6월30일 발표된 소설로 미가렛 미첼이 원래 생각한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묘한 교차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절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대회참여자들과는 반대로 즐겁게 이들을 지켜보고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모든 행위들이 돈벌이의 수단으로 계산되는 상황들 어쩌면 지금의 상황과 데칼코마니처럼 꼭 맞아떨어지고 있지 않은가?? 방송에 할애되는 많은 시간들이 실제상황처럼 이뤄지는 누군가의 생활을 지켜보고 의도된 혹은 그렇지 못한 상황들에 즐거워한다 진정한 리얼 서바이벌이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댄스 마라톤의 상황을 실제 지켜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달하는 작가의 필력에만 감탄하며 쉽게 무난하게 읽으려했던 애초의 마음은 사라져갔다 코로나로 인해 평범하게 살았던 일상들도 사치처럼, 더이상은 영원히 마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과 지원금 잔액이 0원을 나타내는 동시에 더 허탈함을 느끼는 이 기분이 글로리아의 그것도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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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말을 쏘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