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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가족이라는 제목 자체가 이 책의 내용을 잘 집약 해 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전쟁이란 냉전질서 하에서 벌어진 숱한 크고 작은 대리전들, 국가간 또는 국가 내부의 내전을 포함하고, 가족이란 그 외연이 핵가족이 아니라 대가족 또는 그 너머의 친족까지 포괄하는 것이지요. 즉 농민이 압도적인 다수였던 해방직후의 민간 지역 공동체의 핵심이 가족이라는 틀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도에서 저자는 냉전 시대의 제3세계의 인류학을 전개 해 나가는 점에서 저에게는 지금껏 고립된 섬이나 고립된 자급자족 또는 채집경제 공동체에 한해서만 주로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고 생각했던 인류학의 지평이 갑자기 활짝 열리는 느낌을 줍니다. 또한 수십만명의 민간인이 숨죽이며 끌려가 살해당한 해방 직후부터 육이오의 종전까지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물론 이미 지금은 많이 알려진 일이지만 친족 내부의 여러 갈등이 재조명 되는 것도 성과가 아닌가 합니다. 또한 일방적인 단죄나 용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쌍방의 이해와 화해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사례로 제시한 점도 너무 좋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