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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대에 아마 출신이 어디냐, 고향이 어디냐 묻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만족스러운 삶을 찾아 이리저리 떠돌아 다니게 되고 가족 때문에, 교육 때문에, 대학교, 직장 때문에 이사를 가는 일이 다반사인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사람의 고향과 출신 부모님과 가족에 대해 묻는다. 왜냐. 바로 그 사람의 근본과 됨됨이, 습관과 성격 등을 유추해보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의 근본이자 삶의 토대인 출신을 제대로 알고 있냐 없냐는 여전히 중요한 일이다. 이 책은 유고슬라비아라는 지금은 지구상에서 사라진 나라에서 태어난 주인공이 자신의 출신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지금은 독일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와 이 책의 화자는 아마 동일한 인물로 보여지는데 그래서 일까 이 책은 현실적이지만 소설이라는 플롯안에서 때로는 환상적인 전개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 점이 이 책이 가지고 있는 가장 독창적인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현실에서 끔찍한 전쟁을 경험하며 온몸으로 그 아픔을 겪었을 필자이지만 소설이라는 매개를 통해 그 고통은 환상적인 묘사를 통해 마치 아름다웠던 추억처럼 묘사되기 때문인데. 아마도 주인공이자 필자는 그 경험에 대한 아픔을 생생하게 묘사하는데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 더 충실하고자 함을 보여주려는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아무리 현실에 충실하게 살아가려해도 주인공의 앞길을 시시때때로 막아서는 것은 '그래서 너는 어디 출신이냐'라는 질문이다. 나에게 출신이라 함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는 그 어딘가이지만 이 세상에 남아있지 않은 허구적인 공간이라는 점에서 '나'는 항상 혼란스럽다. 그러다가 나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할머니가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면서 할머니와의 에피소드가 이 주인공이 잠시 잃어버렸던 출신을 찾아가는 여정과 맡물려 풀어나가게 된다. 우리에게 가족은 출신 그 자체와 다름 없다. 내가 자라난 공간 친구들도 나의 출신이다. 그때의 슬픔 행복 아픔 고통. 모두 나의 출신이다. 그것들이야 말로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근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는 자신의 출신을 지우려는 경향이 있다. 부끄러웠던 과거. 나의 실수와 늙어버린 부모님. 현실에만 치우친 모습이 지금의 나를 나타내곤 한다. 하지만 지난 시간이 없이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을까. 결국 나는 어떤 사람인가 끊임없이 확인하는 과정이 우리의 삶에 동반될 텐데. 그 답은 바로 우리가 이전에 어떤 시간을 겪으며 살아왔는지에 대한 반성과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우리의 출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아주 상세하고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나를 잃어버린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인생에 한 번은 꼭 접하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