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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새를 위하여
햇빛을 잡아당겨 흰 빨래를 탈탈 털어 가지런히 말리자 이것을 참회라 부르기로 하자
돌돌 청소기를 돌려 집 안 구석구석에 있는 먼지를 모아 새의 부등깃을 만들자 이것을 사랑이라 부르기로 하자
흰쌀을 씻어놓고 그 위에 호랑이콩을 넣어 밥을 하자 그 콩을 화성에서 자라는 나무의 열매라고 속이자 이것을 헌신이라 부르기로 하자
감자, 당근, 양파, 쇠고기를 잘게 썰어 물을 넣고 끓이다가 순한 맛 카레 가루를 넣고 휘저어 보자 참 내 젖 한 방울도 양념으로 넣어보자 이것을 희생이라 부르기로 하자
싹싹 먹은 그릇들과 숟가락들을 개수대로 들고 가 거품을 튀겨 가며 요란스럽게 부시자 이것을 리듬이라 부르기로 하자
크기와 모양 색깔이 제각각 다른 이불과 베게들을 방마다 깔아놓고 좋아하는 동물 인형들을 하나씩 던지자 이것을 평화라고 부르기로 하자
작은 새들이 뒤척이다 짐승들과 함께 잠이 들면 되도록 예쁜 꿈의 씨앗들을 어두운 하늘에 뿌려보자 이것을 희망이라 부르기로 하자
시계 속의 큰 톱니바퀴와 작은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쉴 새 없이 돌아갈 때마다 그 안에 살던 쥐새끼들이 쪼르르 나타나
네 콧등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작은 새들이 내 두 어깨를 조금씩 쪼아 점점 둥그스름한 언덕을 만들고 있다고 믿어 의심하지 않기로 하자 -------------------------------------- 잠
나의 잠은 벽에 박힌 못에 걸린 모자
나의 잠은 바지랑대 빨랫줄에 걸린 흰 손수건
나의 잠은 검은 나무 물에 젖은 새소리
나의 잠은 호수 가장자리 살짝 얼린 물풀
나의 잠은 어두운 숲속을 거니는 미친 바람
나의 잠은 긴 장대 위로 쪼르르 올라갔다 내려오는 쥐 한 마리
나의 잠은 당신이 뒤쫓아 오다 밟은 흰 뱀
나의 잠은 그르렁그르렁 검은 고양이의 세 가닥 수염
나의 잠은 긴 장대 위 밧줄 위에 춤추는 광대
나의 잠은 나를 버리고 나 대신 꾸는 한 무더기의 꿈 ============================== 어찌 인연이 닿은 분..2년 정도 많은 책을 읽으며 시를 구상을 하고 100여 편의 시를 쓰고 그중 76편을 책에 담아낸 거라고 한다. 건강에 빨간불 들어오는 것도 감수하며 쓰셨다고 한다.(가족도 말렸다고..) 주부의 입장으로, 자신을 투영하여 쓴 시가 '작은 새를 위하여' 인 거 같고..다른 많은 작은 새를 응원하고 싶지 않았을까? 누구에게는 늦은 나이, 그러나 결코 늦지 않은 나이에 노력과 도전으로 얻은 결과물이라 추천하고 싶다. 늙는다는 건..얼굴에 주름지고 배 나오고 살이 처지고..이것보다 무력해지는 거 아닐까??
'잠'이라는 시가 좋아서 덧붙여 적었다. 잠은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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