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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사건 하나가 일으키는 큰 변화는 그 이전에 일어난 많은 일들이 누적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눈에 띄지 않게 차곡차곡 쌓이다가 어떤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에 말이다. 마치 물방울을 계속해서 떨어뜨리면, 어느 순간 컵에 물이 넘치게 되는 원리와 같다. 물을 넘치게 하는 것은 마지막 물방울이지만, 컵에 물이 넘치는 것은 그 이전에 담긴 수많은 물방울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종의 번아웃이라고나 할까. 무언가 열심히 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과도한 열정은 부작용을 낳는다. 일 외의 것들이 소외받거나 뒤로 밀려나게 되고, 일상의 균형이 깨져버리는 어느 순간을 깨닫게 되면, 내가 잃어버리고 살았던 것들에 대한 후회가 밀려오게 된다. 내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 건가? 내가 정말 원했던 것이 이것일까? 라는 의구심과 자괴감까지도 들게 된다.
내가 정말 좋아하고, 그게 나의 정신을 고양시키며, 타인과 사회에 기여까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과도한 열정의 부작용이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직장 일이라는 것이 그런 가치와는 약간은 동떨어져 있게 마련이다. 인생에 있어서 일 말고도 놓쳐서는 안 되는 것들이 많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 몰입의 즐거움을 주는 취미나 운동을 위한 일상의 여유도 항상 필요하다.
일과 노동의 본질적인 숭고함이 있겠지만, 직장 생활은 좀 다르게 보는 것이 좋겠다. 직장은 나의 일상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라는 생각 말이다. 더 좋은 삶을 위해서 경제적 자원을 획득할 수 있는 곳이 직장이다. 물론, 성실함과 친절함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 되어야 한다. 다만, 나의 모든 일상을 좌우할 정도의 열정을 가지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나에게도 직장에게도 동료에게도 득 될 게 없다.
저자는 광고회사에서 잘나가는 카피라이터로 일하다가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회사에 문제가 있었다거나 자신의 또 다른 꿈을 이루기 위해 퇴직한 것 같지는 않다. 어느 순간 느닷없이 ‘이렇게 사는 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게 되고, 남은 인생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과감히 결단을 실행하게 된다. 직장을 떠난 후 자유롭게 일하면서 겪고 느끼는 저자의 새로운 일상에서의 좌충우돌이 꽤 공감이 간다.
저자가 직장을 관두고 처음 접한 어려움 중에 ‘혼자 식사하기’의 관문에 맞닥뜨린 내용이 재미있다. 이에 관해서는 나도 좀 할 말이 있다. 혼자 식사하기가 너무 어렵고 불쌍해 보인다는 프랑스 사상가의 인용구도 등장하던데, 솔직히 약간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리 어려운 관문은 아니다. 혼자 생활한다면 꼭 거쳐야 할 통과의례다. 내 경우에도 혼자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일종의 동병상련의 마음을 느꼈다.
점심시간에 4인용 테이블을 차지하고 혼자 밥을 먹기는 눈치가 보인다. 정말 붐비는 집은 1인 손님을 안 받는 곳도 있다. 나도 처음에는 혼자 식사하는 게 약간 머뭇거려지고, 손님이 많을 때는 눈치 보이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단골집이 생기다 보니, 주인아주머니도 잘 알아서 챙겨주신다. 나 말고도 혼자 식사하는 소위 혼밥족들이 최근에는 부쩍 늘어 눈치 볼 일이 없어졌다. 합석도 가능하다.
일을 안 하고는 살기 어렵다. 번아웃에 빠지거나 일로 인한 스트레스가 일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재촉하지만, 직장을 떠난다고 남은 인생이 행복해 지거나 더 좋아지지는 않을 거다. 일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직장과 일상에서의 삶의 질을 좌우한다. 열심히 하되 그 정도가 너무 뜨거워서 나와 주변을 상처 주지 않을 정도의 온기를 유지하는 것, 그것이 바람직한 관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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