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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근대 디자인사/ 가시와기 히로시/ 노유니아/ 소명출판/ 2020 예체능 모두 별로이긴 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미술을 못해서 미술가들에게 항상 감탄하는 저는 이런 저런 박물관이며 미술관도 돌아다녀 보고 미술사 책들도 몇 권 읽어 봤습니다만... 놀랍게도 근현대 일본 미술사 책은 국내에 소개된 것이 상당히 적었습니다. 물론 동양 미술사에는 우리 나라와도 연관성이 깊은 불교 미술이나 중국의 전국시대의 일본 특유의 거대한 장병화들, 우에키요와 자포니즘 열풍으로 만들어진 각종 공예품에 대해 잘 소개하고 있긴 하지만요. 예경 출판사에서 출판된 일본 근현대미술사는 이미 절판되었고, 현대 미술에 대한 책도 드물었는데 그러고 보니 일본 미술이라고 하면 바로 딱 떠오르는 인물이 개인적으로는 쿠사마 야요이 외에 별로 없었고 그 외에는 애니메이션 크리에이터들이나 안도 다다오, 구마 겐고 같은 건축가들이 떠오르는 걸 보면 아마도 국내에서 선호하는 부분이 아니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 부분은 특히 광고와 산업 제품을 비롯 상대적으로 책들을 쉽게 구해 볼 수 있었는데 이 역시 국내의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문득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앞에 소개한 책 사또 도신의 <일본미술의 탄생:근대 일본의 단어와 전략> 도 읽었는데 그 덕에 이 책이 꽤 편안하고 재밌게 읽혔습니다. 총 4장으로 1장. 밖으로 부터의 근대화. 개항에 따라 시급하게 서구의 양식을 배워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시달린 관에 의해 주도된 근대화. 수출 역군으로서의 공예품과 서구인들에게 팔릴 만한 일본적인 디자인의 양식화와 당대 서구 아르누보 양식의 도입. 종래에 있었던 삐라 양식의 선전물에서 근대적인 포스터. 2장. 생활 개선, 개량. 생활 변혁에 따른 주택의 개선. 관이 주도한 근대식 주거지와 생활 방식의 표준화 작업. 화족을 비롯한 지배 계층에게는 집을 이원적으로 짓는 것이 유행했는데 자택에서도 서양식 제복을 입고 서양식 집무실이 있는 일을 하면서 가족들이 있는 일본식 주거지에서는 기모노를 입고 지냈다고. 일본식과 서구식이 모든 사회 문화 생활에 있어서 혼재되어 있던 당시의 분위기이기도. 청일, 러일 전쟁을 거치면서 경, 중공업이 발달하고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당연히 이들에게도 이러한 욕구가 생겼고 일반 대중을 위해서는 거주의 일원화로 한 집안에서 일본식과 서구식의 혼용이나 서구식 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 관에서 주도한 생활 개선 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이러한 욕구가 자생적으로 생겼고 서양식 주택과 생활 시설들이 증가하게 되었으며 일본적인 디자인과 서구적인 디자인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다양한 절충점이 시도된 제품이 등장(다다미 방에서 쓸 수 있는 의자 등). 당연히 이들을 판매하기 위한 광고 사업도 발달하면서 디자인 수요가 늘어남. 과거 다색 판화를 만들던 직인의 영역이 점차 전문적인 근대 디자이너의 일로 넘어오게 되고 일본에서도 판화 형식에서 세계적인 사조에 맞는 아르데코 스타일, 사진과 문자를 적절히 배치한 새로운 형식의 광고 포스터가 제작되기 시작함. 3장 디자인과 이데올로기의 시대 미술과 공예 자체가 관에서 주도하는 사업?으로 시작했고 교육 역시 관에서 주도하여 학교를 설립하여 수출용 물품의 디자인에 주력하는 경향을 보임. 당연히 국가주의의 강조. 서구의 입맛에 맞는 자포니즘 스타일의 공예품을 수출하던 일본은 중일 전쟁과 2차 세계 대전으로 들어가면서 서구 사대주의와 서구식 사치를 배격하고 국민생활에 적합한 실용적인 디자인에 힘써야 한다고 모토를 바꿈. 국가에 의한 조형정책이 필요하다면서 그 모델을 나치에서 찾기도 하고, 국가주의에 입각하여 일본적인 디자인을 찾기도 했지만 실상은 전쟁에 동원된 개념일 뿐 진정한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었음. 당연히 전쟁이 끝나자 바로 폐기되어 버림. 5장 소비 사회의 디자인. 전후 관이 주도하던 디자인은 민간으로 넘어오게 되고 전후 뛰어난 공업 제품을 서구에 선보이면서 새로운 자포니즘 시대를 열게 됨. 수출 증가 등 경제 부흥으로 민간 소비도 급증하고 생활상도 윤택해지면서 틀에 박히지 않은 다양한 디자인이 수요에 맞춰 혹은 수요에 초과되어 공급됨. 광고와 마케팅이 중요해진 세상이 되면서 관련 시장도 커지고 종합적으로 관리할 아트 디렉터도 탄생. 과거에는 어떤 물건을 가지게 되었을 때 계층 상승을 느낄 수 있는 충족감이 있었으나 이미 그러한 시대는 지나가고 오히려 과잉 소비로 인해 오히려 허무감을 느끼게 되는 시대. 모더니즘에 대한 비판이 생기면서 새로운 여러 사조가 등장했지만 이 역시 주류에 편입되게 됩니다. 획일적인 분위기에서 일탈하려는 대중의 욕구는 디자인의 차별화를 불러 일으켰고 다품종 소량 생산의 시대로 접어 들게 되죠.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미 과도 소비 시대에 접어든 현대, 새로운 생활양식을 탄생시키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단순히 시장의 일원으로서 소비하는 것 이외에 어떤 생활 환경을 구축해야 할까 그에 대한 답에 디자인의 미래가 있는 것인지도. 글이 상당히 일목요연하고 꽤 풍부한 도판으로 이해를 도와 비교적 얇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없도록 잘 안배한 책. 이래저래 정리한 내 글이 혼잡해 보일 정도. 일본 디자인사나 근대사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