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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선동 이야기’를 읽은 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이 시점에서 다시금 ‘서촌 이야기’를 떠내 들었다. 오래 전 본적이라 불렸던(지금의 등록기준지) 주소가 종로구 누하동인 나는 서촌을 고향마냥 여기고는 해왔다. 서울의 많은 곳이 그러하듯 서촌 또한 많은 게 달라졌댜. 고향다운 정겨움과는 다소 거리가 먼 곳임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호기심을 떨쳐 내기가 쉽지 않았다. 책은 친절했다. 한 손에 잡히는 크기가 우선 편했고, 직접 일대를 둘러보고자 하는 마음을 지닌 이들을 위한 동선 제시 또한 좋았다. 방 안에 앉아서는 책장을 넘기면서 마치 실제 서촌 골목길을 거니는 것만 같은 착각에 빠져들었다. 초반에 세상의 관심을 끈 곳은 북촌이었다. 즐비하게 늘어선 전통건물이 외국인들은 물론이거니와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마음조차도 파고 들었다. 어느 시점부터는 서촌도 꽤나 유명세를 탔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6시간을 꼬박 할애해도 전부 둘러보는 건 무리다 싶을 정도로 도처에 볼거리가 산재해 있었다. 어딜 가든 교통은 중요하다. 골목이 핵심과도 같은 서촌에서는 특히 대중교통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복궁역에 서서는 몇 번 출구로 나갈 것일지, 시작도 하기 전부터 행복한 고민에 빠져든다. 그렇게 몇몇 익숙한 장소들과 아예 처음 접한 장소들을 적절히 오갔다. 아무래도 한 번이라도 발길이 닿은 공간을 만나면 반가움이 앞섰다. 몇 해 전 찾았던 보안여관이 그러했다. 도시재생이 화두던 시절, 호기심에 찾았던 공간은 무척이나 낡은 모습을 띠고 있었다. 전 같았으면 진작에 부쉈을 텐데 여전히 전시 공간을 사람을 맞이하고 있는 게 신기하고도 낯설었다. 역시나 이의 보존에는 짙은 안목을 지닌 이의 노력이 깃들어 있었다. 크게 수익이 남지 않을 일에 매진하는 모습이 걱정스러웠던 건 저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딱히 의미에 정통하지 못할지라도 지금처럼 보안여관을 향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으면. 보안여관을 둘러 본 후 걷다가 통과했던 통인시장과 효자베이커리 관련 부분에도 시선은 머물렀다. 직접 이용을 한 건 아니나 평일이었음에도 통인시장에는 엽전을 주고 도시락통에 먹거리를 채우던 몇몇 이들이 있었다. 대기업이 만든 브랜드가 아닌 빵집을 발견하고는 무작정 들어가 거의 1만원에 가까울 정도로 빵을 쓸어 담았던 그날이 마치 어제처럼 생생히 기억났다. 저자는 서촌이 여러 계층의 삶이 축적된 곳이라 말했다. 조선 초기에는 왕족이 이 일대에 거주하기도 했는데, 세종의 경우 아예 출생을 서촌 지역에서 하기도 했다. 세조의 왕위 찬탈이 알게 모르게 왕실의 권위 추락에 일조(?)했던지 이후로는 유학자들이 속속들이 일대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가하면 친일에 앞장섰던 대표적 인물인 이완용과 윤덕영의 흔적 또한 서촌에서 발견 가능했다. 두 인물 모두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구가했지만 주변의 따가운 시선까지 제 맘대로 주무르진 못했던 모양이다. 아무나 들락일 수 없는 요새 마냥 지은 저택도 오랜 시간이 흐르자 무너졌건만, 왜 빈부의 역전은 일어나질 않는 건지 싶어 조금은 씁쓸했다. 아파트에만 줄곧 살아온 나에게 골목은 동경의 대상이면서도 동시에 두려움을 안기는 존재다. 숱하게 답사를 다녔던 저자조차도 말로는 풀어내기 힘들다며 설명을 마다한 지역이 몇 있어 아쉬웠다. 그만큼 서촌 지역의 골목이 다채롭다는 의미일 테니 혼자 갔다가는 왠지 길을 잃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헤매는 만큼 더 다양한 이야기와의 조우도 가능할 거라 생각하니 마냥 꺼려지진 않는다. 변화가 잦은 동네라 너무 늦지 않은 시일에 찾아야겠단 다짐을 하게 된다. 볼 거리, 들을 거리, 먹을 거리, 어느 것 하나 안 풍성한 게 없으니, 서촌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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