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을 보면 세상이 창조될 때 땅이 만들어지고 가장 먼저 들어선 생명체가 바로 식물이다. 생명의 계보에서 식물은 인간보다 선배다. 혹독한 세상에서의 생존 조건을 가장 먼저 견디고 이겨낸 것이 식물이다. 하지만 인류는 그동안 식물을 생태계에서 그저 배경의 역할을 하는, 좋게 보아 식량을 제공하는 공급처 정도로, 생명체의 단계에서 하등급으로 취급해왔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 못지 않게 식물의 역사를 중요하게 살펴본 사람들의 의하면 식물 역시 자기만의 시간과 역사, 계보를 이어왔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식물이 지닌 본연의 가치와 의미를 탐구하는 많은 책이 출간되고 있는 가운데, 또 한 권의 책이 주목할 만한 내용으로 독자에게 나타났다.
『식물학자의 정원 산책』의 저자 레나토 브루니 교수는 식물학자이긴 하지만 학문적 열정이 깊어질수록 오히려 더 생생한 현실의 식물 세계와는 멀어져 가고 있음을 깨달은 후, 스스로에게 ‘자연 결핍 증후군’이란 진단을 내리면서,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할아버지의 정원으로 돌아가 식물의 복잡성과 그 진정한 가치를 탐구해보려 한다.
꽃이 완전히 피기까지 일주일이나 걸린다는 장미는 진짜 느림의 미학이 무엇인지 인간에게 가르쳐준다. 그 느림의 미학은 보는 사람에게 일차적으로 답답함을 느끼게 할지 모르지만 그 아름다움을 인간이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상반된 두 가지 깨달음을 준다. 먼저 인간의 조급함. 그리고 그 조급함을 걷어낼 수 있을 때 식물에게 고유의 시간이 있다는 것과 그 고유의 시간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안 사실, 아니 바로 잡은 사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 유명한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도 얼마 안 가 멸종한다”는 말이 사실 아인슈타인이 아니라 1994년의 양봉업 지원 행사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엄밀히 따지자면 이 말은 100% 다 맞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꽃의 입장에서는 꽃가루를 받아주는 도우미가 꿀벌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역할은 나비, 나방, 새와 박쥐, 도마뱀, 영장류, 유대류 등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 이동하는 생물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되면 바람에 맡기기도 하고 심지어 어떤 꽃은 자기에게 천적이 되는 위치에 있는 동물에게도 꽃가루를 맡긴다는 것으로 보아, 꿀벌에 관련된 저 말은 그만큼 위기에 처한 생태계에 대한 우려의 표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간의 소변을 비료로 사용하는 것에 다룬 부분도 눈에 띈다. 소변이 기존의 화학 비료와 비교하여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결과는 소변을 비료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경우의 수가 많았다. 소변 비료의 경우 모든 성분이 화학 비료처럼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작물에 따라 가려 써야 한다는 대강의 결론을 확인할 수 있다. 조건만 맞으면 열매를 두 배 거둘 수도 있고 상극일 경우에는 오히려 식물을 죽이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한다.
정원을 가꾸는 일에서 잔디가 꼭 필요한 요소인지 검증하는 부분에서는 잔디 문제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미국을 기준으로, 잔디는 물을 가장 많이 먹어치우는 작물이라고 한다. 거기에 잔디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과도하게 사용되는 화학 비료, 제초제로 인해 오염되는 환경 문제도 상당한 수준이다. 즉 정원 가꾸기는 매우 고상하고 친환경적인 취향이자 생활 방식인 것 같지만 불필요한 자원 낭비와 환경 피해의 주범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정원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식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인간의 상반된 두 태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정된 식물 세계는 지구상에 펼쳐진 식물 생태계의 축소판과도 같다. 그것은 도시의 허파 역할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역으로 식물 생태계가 얼마나 인간에 의해 속박되고 억압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역할도 한다. 인간은 식물을 생존을 위한 대등한 협력의 관계로 바라보아야 한다. 자연은 우리가 정복할 대상이 아니라 존중하고 함께 걸어가야 할 동반자다. 그 최전선에 인간과 식물이 서 있는 것이고, 이것을 진정으로 깨닫는 것이 중요한 문제임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식물, #식물학자의정원산책, #레나토브루니, #장혜경, #초사흘달, #정원의과학, #리뷰어스클럽
|
|
정원을 가꾸고 있는 사람으로서 정원 이야기를 담은 책만 보면 심장이 뛸 정도로 관심이 많이 생깁니다. 이 책은 식물학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여서 일반적으로 정원을 가꾸고 있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집에서 키우고 있는 딸기를 보면 왜 딸기의 크기가 그렇게 작은지 내년엔 다른 종을 사다 심어야 하나 남편이랑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그 원인을 알고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크기도 영향을 미치는 것들은 따로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야생벌이었네요. 벌이 오지 않으면 다른 것들이 영향을 주더라고 그 크기가 커지지 않는 모양입니다. 벌들이 자주 올 수 있는 곳으로 딸기를 옮겨 보면 내년엔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저자의 표현력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꽃들을 보고 있으면 어떤 꽃은 분명히 아침까지만 해도 전혀 꽃을 피우지 않았던 상황인데 저녁에 퇴근하고 돌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꽃을 활짝 피우고 있기도 하고, 어떤 꽃은 오후에 꽃이 활짝 피어 좋아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입을 다물고 있는 경우도 있고 정말 꽃들을 관찰하면 관찰할수록 신비하고 놀라운 일이 많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것들을 해가 지면 퇴근하는 경우, 야간 근무를 좋아하는 녀석, 불과 몇 시간만 일하는 녀석 등으로 비유하고 있는데 정말 찰떡같은 비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정원의 풍경은 늘상 기쁨을 줍니다. 할아버지의 정원 이야기를 들려주는 저자의 이야기는 나도 정원을 잘 가꿔야겠다 싶은 생각이 더 많이 들게 합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백합이나 국화에 대한 이야기 등을 보면 저희 집 정원에 있는 백합과 국화의 모습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국화가 피어날때 기존의 잎들이 시들해지다가 새롭게 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늘 볼 수 있었는데 왜 그런지 알지 못했으나 책을 보고 알게 되었네요.
식물학자가 들려주는 정원 이야기는 무조건 쉬운 식물들을 구입해서 잘 키우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식물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정원을 가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여서 정말 잘 읽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
|
이 책에 호기심을 갖고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데에는 다음 글의 영향이 크다. 이토록 고마운 식물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때마다 물을 주고, 영양제나 비료를 부어 주고, 토양 개선제를 섞어 주기도 하며, 해충 제거제를 뿌려 식물을 괴롭히는 벌레도 없애 준다. 이만하면 식물도 인간의 서비스에 만족할까? 슬프게도 이런 생각은 식물을 잘 모르는 데서 비롯한 우리만의 착각이다. 우리가 식물을 '잘 돌보기 위해' 하는 행위들이 사실은 식물에 별 도움이 안 되고, 지구 온난화를 가속하며, 물을 오염시키고, 생태계에 혼란을 일으킨다면? 맙소사! 그렇다고 너무 자책하지는 말자. 이제라도 식물의 복잡한 속사정을 알고 제대로 돌보면 된다. 식물학자 레나토 브루니가 들려주는 식물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책 뒤표지 중에서) 어쨌든 '식물학자 레나토 브루니가 들려주는 식물 이야기'라는 점에서 호기심을 가지고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 책이 이렇게 흥미로울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평범한 제목과 식물학자가 들려주는 식물 이야기라는 데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이야기들을 대방출해 주는 책이다. 어찌 되었든 일단 이 책을 펼쳐들고 읽을 기회를 얻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펼쳐들면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주는 책 『식물학자의 정원 산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레나토 브루니. 이탈리아 파르마 대학교의 식물학 교수로, 영양학 연구소에서 식물을 연구하며 약학생물학을 가르친다. 식물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썼고, 2017년에 이탈리아 과학도서상을 받았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총 4부로 구성된다. 들어가는 글 '식물학자의 자연 결핍 증후군'을 시작으로, 열여섯 번의 산책으로 이어진다. 옮긴이의 말 '자연을 그리워하는 나와 당신에게 식물학자가 건네는 위로'로 마무리된다. 이런 거 좋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는 것 말이다.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는 듯하여 집중해서 읽어나간다. 꽃은 개점 시간이 저마다 다른 '임시 가게'다. 딱 한 번만 문을 열지만 일단 열었다 하면 며칠씩 영업하는 종이 있는가 하면, 주기적으로 문을 여닫는 종도 있다. 아침 일찍 열었다가 해가 지면 퇴근하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야간 근무를 좋아하는 녀석도 있고, 24시간 영업하는 녀석, 불과 몇 시간만 문을 여는 녀석도 있다. 그래도 가게의 고객들은 고르고 고른 우수 단골들이어서 수요를 예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게 문을 열자면 쇼윈도와 블라인드는 기본이고 셔터를 걷어 올릴 모터도 준비해야 하며 제때제때 모터를 작동할 센서도 갖춰야 한다. 이렇게 개점 준비에 걸리는 시간은 식물마다 모두 다르다. 백합은 네 시간이면 봉오리를 열어젖히지만, 칼랑코에는 꽃송이가 훨씬 작은데도 다섯 시간이나 걸린다. 부지런한 달맞이꽃은 20분 동안 활짝 피어 있는데, 날쌘돌이 담쟁이의 꽃은 10분도 채 안 피고 문을 닫는다. (21쪽)
꽃가루와 꽃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꼭 이런 말을 듣게 된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도 기껏해야 4년밖에는 더 못 산대." 인터넷에 떠도는 주장과 달리 이 말을 한 주인공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이 세상을 떠나고도 무려 40년이 더 지난 1994년에 양봉업 지원 행사에서 나온 말이다. 나아가 이 말은 생물학적 관점에서도 100% 옳은 말은 아니다. 정원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누구나 알겠지만, 식물들이 꽃가루받이 도우미로 벌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벌이 가장 널리 알려진 도우미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벌이 지구 생태계를 통틀어 유일한 꽃가루받이 도우미라는 주장은 꽃을 망원경으로 보는 것과 같은 근시안적인 생각이다. 양봉꿀벌을 제외하고도 꽃가루받이를 해 줄 수 있는 동물 종은 10만~30만 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루받이를 양봉꿀벌에 의존하는 식물 종은 전체의 15%가량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꿀벌에만 기대지는 않는다. (75쪽)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도 기껏해야 4년밖에는 더 못 산다는 이야기를 온갖 곳에서 많이 들어보았는데 사실이 아니었다니! 정신 바짝 차리고 기억해두어야겠다. 사실 우리는 자연과 그다지 가깝지 않은 생활을 하고 살아간다. 어쩌다가 산책을 하면서 바라보아도 사실 뭔지 잘 모른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면 '어, 그래?'라면서 흥미로워질 것이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 기본이고, 그것도 쏙쏙 와닿게 풀어내어 읽는 재미가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고 식물을 보면 또 다르게 다가올 것이며, 식물을 보고 온 후 이 책을 읽어도 또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이래저래 식물과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 것이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그게 아니었다고?'라는 생각도 하며, 다양한 반응을 내보이며 읽어나간 책이다. 기대 이상의 책이다.
|
|
식물학자가 들려주는 식물이야기. 다양한 식물용어와 전문용어로 조금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어려운 용어는 가볍게 넘겨가며 읽다보면 현미경으로 바라보듯 세세하고 잘 알 지 못하는 식물을 관찰하는 느낌. 정원을 멀리서 바라만 보다 정원에 엎드려서 보물을 찾듯 세세히 보면서 새로운 것도 배우고 잘못 알고 있는 정원 관리도 알려주는 책. 환경을 위해 잘못된 식물관리를 바로 잡기위해 작은 노력이라도 할 수 있게 해주는 책. ![]() ![]() ![]() |
|
예전에는 몰랐지만 자연이 점점 귀해지는 세상이다. 미세먼지가 현실적인 문제가 되고, 온난화와 기후 이상변화등은 이제 놀랍지도 않은 시대가 되었다. 환경, 그리고 자연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으나 식물은 참 어렵다. 고작 배운것이라곤 초등학교에서 입사귀가, 줄기가 어떻느니 쌍떡입식물이니 뭐니 그런것 밖에 없다. 뭔가 좀 알아보려고 하면 각종 용어들이 난무한다. 식물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어려운 식물 이름을 주렁주렁 외우는 것만이 아닌줄은 알면서도 막연히 그렇게 밖에 접해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식알못'인 나에게 [식물학자의 정원 산책]은 아주 편하게 다가온다. 일상생활에서 흥미를 끄는 주제들을 아주 친숙하게 풀어서 알려준다. 그러면서도 제법 어려운,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켜주는 깊은 내용까지 순식간에 데려가준다.
일례로, '비 냄새'를 설명해주는 토막 챕터가 있다. 개인적으로 비내리기 직전에 솔솔 나는 비 냄새를 아주아주 사랑한다. 비 냄새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경험, 누구나가 경험했을 법한 일반적인 상식적인 내용으로 부터 이 오묘하고도 신비로운 비 냄새의 원인이 되는 물질과 그것을 만드는 유기물들(박테리아등)에 대한 내용들이 소개된다. 그리고 그것을 활용하는 동물들의 특성 및 의의등도 소개된다. 전문적인 내용까지 훅 들어갔다가 마무리는 위트있는 유머로 마무리를 짓는다. 책을 읽고 드는 생각은 인간이 정말로 편협하고 자연과 환경에 무관심하구나라는 것이다. 작거나 크거나 할것 없이 모든 식물들은 자기만의 생존방식과 생장기전이 있는데 인간들의 눈에는 모두다 똑같은 단순 '식물'로 생각한다. 또 그들이 이 자연환경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 어떠한 상호작용 속에서 생장이 이루어지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 사이사이에서 식물이 얼마나 경의적인 존재인지, 또 각각의 식물이 어떻게 세상을 자기만의 생존전략으로 사는지에 대해 매번 경탄하는 시각을 보여준다. 책을 읽는 나도 자연스럽게 그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주변의 가로수, 화단의 꽃 한그루 한그루가 자기만의 개성과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되면서 경의로움을 느끼게 된다. 아울러 편협한 인간의 욕망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지 주변을 바라보는 시각이 서서히 변함을 느낀다. 말로만 환경보호를 외치기 보다는 이런 책을 통해 환경과 자연에 대해 보다 잘 알게 되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번역도 깔끔하게 되어있어서 읽기에 거부감이 없고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읽힌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지만 옮긴이의 재량으로 우리말에 없는 식물종 같은 경우 어원의 뜻을 살려 번역해 놓았다. 각주로 원 명칭까지 표현되어 있어서 아주 훌륭한 옮김이라고 개인적으로 칭찬해 주고 싶다. 자연환경에 관심이 있거나, 식물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식물을 키우고 싶거나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한다. 지적 충족감은 덤이다. |
|
대부분의 중년 여성들은 식물을 좋아하며 대다수는 자신만의 정원을 가지는 것을 꿈꾼다. 나 또한 정원에 대한 꿈이 있었고, 지금도 그러한 꿈을 키우고는 있으나 현실에서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는다. 예쁜 묘목을 발견하면 그 아이들이 자연에서는 무조건 잘 자라서 우리 집을 멋진 정원으로 꾸며줄 것이라는 환상을 가졌으나 , 그것이 엄청난 오해라는 것을 전원에 들어온 후에야 깨닫게 되었다. 식물도 예쁘게 길러보려면 어느 정도의 이론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실패와 성공의 경험이 누적되어야 꿈꾸는 정원을 가꿀 수 있음도 알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식물에 관한 책이 나오면 나의 관심은 바로 그 책을 향해 달려간다.
"식물학자의 정원산책"은 이탈리아의 파르마 대학에서 식물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레나토 브루니라는 교수님이 쓴 책이다.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1500평 규모의 정원을 가꾸기도 하는 레나토는 사계절의 정원을 산책하며 식물에 관한 이야기를 쏟아놓는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내가 흔히 듣게되는 이야기는 전혀 아니었다. 역시 교수님이시니 좀 더 전문적인 이야기가 많았었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남겨볼까 한다.
식물맹과 자연결핍증후군
식물맹 (plant blindness)은 식물을 보고 있으면서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배경음악을 듣다보면 그것이 어떤 곡이었는지를 전혀 인지하지 못할때가 많은것 처럼 식물을 일종의 배경 음악으로 여기는 인지 장애를 앓는 현상을 말한다. 음악이 고막을 거쳐 지나가는데도 기억에는 남지 않는 배경음악처럼 식물을 눈으로 보고도 기억은 하지 못하는 것, 그것이 바로 식물맹이다.
자연결핍증후군(nature-deficit-disorder)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자연과 물리적으로 접촉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 결과 도시인들은 집근처에 사는 새가 어떤 종류인지는 모르지만 텔레비젼에 나오는 세렝게티의 사자에 대해서는 더 잘 알고 있다. 레나토 교수는 자기 자신도 자연결핍증후군을 앓는다고 했다. 식물에 관해 모르는것이 거의 없지만 자신의 정원에서는 아내가 자신보다도 식물들을 더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꽃시계
칼폰 린네라는 식물학자는 1751년 꽃밭으로 시계를 만들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내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몇몇 꽃들은 규칙적으로 피고 지며, 그 시간은 시계를 맞추어도 될만큼 상당히 정확하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경우 9시에는 조밥나물, 민들레, 뚜껑꽃, 10시에는 금잔화 11시에는 캘리포니아포피를 순서대로 심게 되면 그 꽃들이 개화하는 것을 보고 시간을 추측할 수 있게 된다. 모든 종을 개화 순서대로 배열하면 현재의 대략적인 시간을 알 수 있는 꽃시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가 실제로 만든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가능한 이론이었다. 이후에 많은 식물학자들이 그의 꽃시계 아이디어를 시도해보았는데 장소에 따라 기후에 따라 약간씩의 차이는 있다고 했다. 어쨌든, 기계처럼 정확하지는 않지만 꽃으로 만든 꽃밭으로 대충의 시간을 대중에게 알게 해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다.
큰 화분 방치하기
집 앞이나 마당에 큰 통이나 화분을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자연에 좋다고 한다. 지나가다가 이런 화분들을 보면 "관리나 좀 하지? 저런걸 왜 여기다 두지?"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식물학자는 그냥 커다란 통에 흙을 가득 담아서 그냥 내버려 두고 지켜보라고 한다. 그러면 바람이 이런저런 씨앗을 실어 올 것이고, 운좋으면 계절에 맞추어 예쁜 꽃이 필 수도 있다고 했다. 이 방치된 화분의 장점은 돈과 에너지가 전혀 들지 않으면서도 제법 멋을 부릴수가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토착 생물이 잠시 머물다 갈 피신처가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런 생물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의 진면목을 지켜볼 수 있는 자연 학습장과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토착 생물들의 피난처가 되어 자연을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 내게는 신선하고 의미있게 들렸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나의 게으름에 대한 변명거리가 생겼다는 생각에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흙을 품은채로 구석에 박혀있는 우리집 화분들도 우리집 지렁이와 벌레와 곤충들에게는 좋은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은행나무의 성전환
레나토 교수의 마을에 250년된 은행나무가 이제껏 수나무로 자라왔었는데, 갑자기 암나무로 전환된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암나무 은행나무는 그 열매의 냄새로 인해 가로수로 사용되는 것이 적절치 않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신기해하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알고보니 수나무만 심어두었는데 그것들이 암나무로 바뀌는 경우는 흔히 있는 경우라고 한다. 식물은 암수딴그루인경우도 있지만, 암수가 한 몸을 이루거나 한그루에서 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러다가 번식에 가장 유리하고 자손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나면 스스로 암수를 결정하여 그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이다. 미국 천남성의 경우는 자주자주 자신의 성을 바꾼다고 한다. 해마다 성을 바꾸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그 해의 환경에 적응하여 번식을 잘하기 위해서이다. 고사리도 역시 성전환이 가능하며 주변 고사리들의 성을 결정하는 것은 암고사리의 호르몬을 통해서라고 한다. 식물의 세계는 확실히 인간과는 다르며 복잡한 것 같고, 그래서 재미있는 것 같다.
이 외에도 많은 재미있고 전혀 들어보지 못한 식물의 이야기들이 이 책에는 많이 나온다. 왠지 이 책을 읽고 여기에 있는 얘기들을 외워서 친구들에게 들려주면 그들이 나를 식물학자처럼 대우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
|
한동안 텃밭 가꾸기가 유행했다. 지자체마다 텃밭 조성에 나섰고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비로소 1년이 채 못 되는 짧은 기간 동안 농사 지을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친환경 농산물을 내 손으로 가꿔 먹는다는 기쁨이 오래 갈 줄 알았는데, 뭐든 꾸준하기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게다가 내 입으로 들어갈 작물임에도 모양새를 좋게 하기 위해 각종 화학비료를 뿌리는 이들도 적잖았다. 발상은 기가 막혔으나 실상은 기대만큼 아름답지가 못했다. 정원이라 하면 유럽 국가들이 떠오른다. 잘 정리된 구획 안에 정갈하게 들어찬 이름모를 생명체들을 바라보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우리나라에도 정원이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백분 활용한 우리식 정원이 품은 멋은 충분히 나이가 들어야 음미가 가능할 것만 같다. 잘은 모르나 칙칙한 빛 일색인 도심 곳곳에 정원이 있으면 참 좋을 거 같다. 자동차 등이 뿜어대는 각종 매연을 조금은 덜어주는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거 같고, 사무실에서, 학교에서 쌓인 스트레스 또한 정원을 거닐다 보면 어느 정도는 해소할 수 있을 게 분명하다. 지구와 인간 모두에게 좋으리라는 확신이 드는 정원이건만, 속내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식물학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니 우리의 생각이 참으로 막연했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 걸 보면 말이다. 정원은 인간의 손길에 의해 만들어진 다분히 인위적인 공간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작물을 심는데, 인간이 보기에 아름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애정을 가지고 정원을 가꾸는 이들은 식물에 좋다는 온갖 영양제를 투여하는 것은 물론 물도 아마 흠뻑 줄 것이다. 흙이 결코 메마르는 일이 없을 정도로. 자신의 행동이 생태계에도 좋으리라는 인간의 그릇된 기대치에 대해 저자는 꼬집었다. 가장 좋은 선택은 아무것도 가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텅 빈 화분을 바람 잘 통하는 곳에 놓는 게 정성스레 정원을 가꾸는 거보다 낫다는 그의 말에 수긍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우리의 관점이 곧 식물의 관점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온실 속의 화초라는 표현을 모두 알 것이다. 필요로 하는 모든 요인이 매순간 자동으로 주어진다면 자생력을 기를 기회를 영영 가지지 못한다. 자신의 내면에 깃든 힘을, 더 나아가 주변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는 식물도 마찬가지다. 나름 신경 써서 여러 종을 구비해 심은 경우에 대해서도 저자는 일침을 가했다. 그 중에는 토종 아닌 것들도 상당히 많을 것이고, 식물 자체가 나의 정원 밖으로 뻗어나가지 않더라도 함께 도입된 온갖 균, 미생물 등은 얼마든지 주변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우리의 것을 고사까지 몰아가는 외래종들의 소식을 자주 접하고는 하는데, 정원을 가꾸며 나 또한 생태계 교란에 힘을 보탰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고개를 젓게 됐다. 그 외에도 흥미로운 사례가 많이 수록됐다. 인간의 분비물, 이를테면 소변으로 작물을 기르는 게 과연 효과적인지, 왜 꽃마다 피고 지는 속도에 차이가 발생하는지, 오바마, 레이디 가가 등 유명인의 이름이 붙은 식물들은 어떠한 연유에서 탄생하게 됐는지 등을 살피다 보니 시간이 재빠르게 흘렀다. 고고한 나무의 모습으로부터 필요에 따라 수시로 성(性)을 바꾸기까지 한다는 나무의 특징을 읽어내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존재할까 싶기도 했다. 그렇다면 진정 지구를 위한 길은 무얼까. 이제껏 공들여 가꿔온 정원을 내팽개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저자가 이 책을 쓰진 않았을 것이다. 모두가 식물학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하기 위함도 물론 아니었을 거다. 유행 따라 조금 하다 관두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의 행동이 지닐 수 있는 의미에 대해 신중히 살피는 태도를 지니는 것에서부터 모두를 위한 실천은 가능할 것이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위해 정원을 가꾸고 있는가. 오로지 자신의 눈에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서는 부디 아니길 바란다. |
|
요즘에는 반려동물 대신 반려 식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듯하다. 식물을 좋아하지만 사실 나는 식물과 친하지 않은 편이다.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꽃들과 풀, 나무를 보다 보면 어떻게 이렇게 자기들이 피어나는 시기를 매년 맞추는 것인지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물론 자연의 순리에 따라 그러하겠지만 정확한 시기를 모르는 나는 대략적으로 특정 계절에는 이 꽃이 피곤했지 하는 아득한 기억만 남아있을 뿐.
그렇다면 식물학자가 바라보는 식물은 어떨까?
「식물학자의 정원 산책」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정원에서 뛰어놀던 한 소년은 자라서 식물학자가 되었다.
「식물학자의 정원 산책」 바로 이 책은 식물학자로서의 과학적 지식과 함께 생생한 식물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꽃마다 개화시기가 다른 점이 나는 항상 신기했는데
1년 중 특정 시기, 하루 중 특정 시간 등 가게의 상품에 관심을 보일 손님들(꽃의 수분을 도와주는 곤충)이 몰려올 확률이 가장 높을 때 꽃의 개화 운동이 촉발하는 것이라는 설명이 어찌나 머릿속에 탁 그려지던지. 물론 이 설명이 아니어도 이해가 될 수 있지만 이보다 더 정확하고 쉬운 설명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유쾌한 식물 이야기. 「식물학자의 정원 산책」
단순히 식물 그 자체에 대해서만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