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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이 강렬하다. 무대 커튼을 배경으로 네 식구가 한 줄로 서 있다. 검은색과 흰색만으로 그려진 인물은 아빠 돼지, 엄마 토끼, 고양이 딸, 돼지 아들이 있다. 순서대로 한 줄로 있는 식구는 위계를 나타낸다.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아빠는 덩지가 우람하다. 아빠를 제외한 세 식구를 모두 합해도 아빠 덩치만큼 안 된다. 강력한 힘을 가진 아빠는 엄마의 눈을 가리고 있다. 엄마는 딸의 입을 가리고, 막내인 아들은 귀가 막힌 채 한 손가락으로 조용히 라고 쉿! 입을 가리고 있다. 아빠 말고 세 식구의 눈과 입이 가려진 상황이다.
표지를 열면 무대 위 조명을 받는 고양이 딸이 나온다. 현아다. 김현아. 지나치게 큰 눈과 쫑긋 세운 귀의 얼굴 표정은 잔쯕 언 상황을 나타낸다. 무엇이 현아로 하여금 이렇게 얼게 만들었을까. 현아네 집 비밀 여행을 따라가 보자. 본문을 열면 아빠, 엄마, 현아, 동생, 네 식구가 저마다 바닥에서 다른 음식을 먹고 있다. 그때 딩동 딩동 딩동 벨이 울린다. 아빠가 당장 식탁으로 가라고 소리치고 넷은 정신없이 달려간다. 식탁에서 우아하게 음식을 먹는 연출을 하며 엄마는 택배 아저씨를 상냥하게 맞이한다.
차를 타고 갈 때 현아는 손톱을 세워 아빠가 듣지 못하게 의자 밑을 살살 긁는다. 아빠는 동생에게 시트를 물어뜯지 말라고 소리친다. 그러고는 방귀 폭탄을 터뜨린다. 유치원 앞에 차를 세우자 동생은 네 발로 신나게 달려가고 아빠는 어김없이 두 발로 걸으라며 소리친다. 사실 이러한 비밀은 별거 아니다. 더 큰 것은 교회에서 크리스마스 연극을 하는데 현아가 당나귀 뒷다리 역을 맡지만 엄마는 현아가 마리아 역을 맡아 주인공이라고 믿고 있다는 사실이다. 말할 때를 놓치고 나니 점점 진실을 말하기 어렵게 된다.
진짜. 진짜 거짓말을 하겨고 한 건 아니야. 너도 알잖아? 말하려고 했는데, 말하혀고 했는데 정말 틈이 없었어. 내가 당나귀 뒷다리인 건 교회 선생님도 알고 친구들도 다 알잖아? 이건 비밀이 아니라고! 근데 지금은 비밀이야.
마침내 연극이 오르고 식구들이 와서 본다. 아빠는 네 발로 기어다닌다며 무서운 폭탄을 터뜨린다. 아빠는 자기가 네 발로 뛰어다니고, 친구들이랑 아빠 엄마들이 보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현아는 눈물이 났지만 그래도 아빠 말대로 두 발로 서 있으려고 노력한다. 그러고는 그림 일기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쓰고 그린다. 아빠가 두꺼운 책을 읽고 엄마가 카레를 해 주며 동생은 레고 로롯을 만드는 화목한 가정. 진짜라면 잔뜩 겁에 질린 아주 작은 고양이 그림이어야 할 텐데 현아는 초코 쿠키를 먹으면서 그림을 그린다. 누가 나서서 강요하지 않았지만 강제당한, 너무 슬픈,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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